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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평점 :
어쩌면 악몽은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전편인 <속죄의 소나타>에서 유년시절에 어린 소녀를 살해 유기하여 시체배달부라는 악명을 떨쳤었고 그 대가로 형벌을 받았었다. 그리고 세상을 나와 개명하고 과거를 감춘 채 변호사로 다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악몽에서 깨어나 보니 식은땀이 베개를 적시고 있던 그 느낌이 초반을 지배할 때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이다.
돈 많은 범법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수단이 목적에 우선시한다는 자세로 악랄하게 변호해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그에게 사람들은 돈벌레라고 경멸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느닷없이 남편을 살해한 어느 주부의 변호를 자신이 맡겠다고 나선다. 피고인 아키코는 자신의 범행임을 자백했으며 살해동기를 보더라도 극히 죄질이 나쁜 것으로 판명 받아 선처 받을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한마디로 승산이 없는 이 게임을, 피고가 재력가가 아님을 감안하면 어떤 보상을 바라고 이러는 것일까.
미코시바 레이지가 아키코의 변호를 대신 맡았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쫘악 퍼지자 과거 공판에서 맞대결을 펼쳤다가 패소한 적 있는 검사 미사키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자신이 재판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그날의 수모를 되갚을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재판에서 검사의 맹공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이대로라면 누가 봐도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해 보였다.
그런데 미코시바 레이지는 변칙에 능하다. 아키코의 과거행적을 뒤짐으로서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데 읽으면서도 여전히 종잡을 수가 없게 만든다. 기이하고 괴팍하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도대체 어쩌려고 이리도 장황하게 헤집고 다니는 거냐고. 채무자는 왜 만나고, 피고를 진료했던 의사는 어떻게 알고 조사하고 다니는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비가 있다. 그런데 산을 넘고 나서 만난 그 뒤의 진실이 뜻밖에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렇게 연결되는 인연은 악연이겠으나 우연이라도 눈 감아도 됐으련만 살을 내어주고 속죄한 상황은 무모하기까지 했다. 중간에 진실을 일부 눈치 채긴 했더라도 예상을 더 벗어난 파격적인 행보다. 마음의 빚을 덜게 된 것만으로 위안 삼아야 하나. 이제는 어떤 가면도 쓸 수가 없으니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까.
그래서 근간이라는 <은수의 레퀴엠>에 더 눈길이 간다. 줄거리만으로는 아직 속죄가 끝나지 않았다는. 언제까지나 고통 받을 미코시바 레이지의 미래다. 돌아길 길이 없고 가시덤불은 피를 흘려서라도 돌파해야 하리라. 은사님 곧 우리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