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형사 부스지마 스토리콜렉터 6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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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용과 작가의 사람됨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런 사건을 담당하면서 이해했을 텐데.

 이제 와서 작가한테 환멸을 느껴 어쩌려고?"


 

전직 형사이자 현직 작가에다 형사지도원까지 희한한 투 잡을 하고 있는 부스지마가 캐릭터의 힘만으로 온전히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다섯 편의 연작소설집이다. 주인공 부스지마는 예전에 사고를 쳐서 형사를 그만둔 듯 하고 지금은 집필마감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할 텐데 범죄수사에 도움까지 준다니 참으로 이상한 남자다.

 

 

인상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데다 모르는 사람이 처음 본다면 사람 좋은 것 같지만 웃는 얼굴에 독설을 실어 날려버리는 괴팍함은 주변사람들의 치를 떨게 한다. 신출내기 여형사 아스카가 늘 그에게 자문을 구하러 물고 오는 살인사건들은 어찌된 셈인지 출판계와 엮이는데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신인상 공모전 1차 심사자가 살해당한 사건, 베테랑 편집자가 살해당한 사건, 신인문학상 시상식 파티에서 역대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방 참석 이후 문서 세단기에서 살해당한 중진 작가,

 

 

신간 사인회 겸 독자들과의 만남 이후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 인기작가, 방송국과 부스지마의 원작을 드라마화 하기로 계약을 맺고 부스지마부스지마의 출판사 편집자. 방송국 관련자들이 모임을 가진 이후 방송국 프로듀서가 지하철역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까지 한결같이 출판계와 무관하지 않은 살인사건의 연속이었다.

 

 

사실 추리과정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부스지마의 번뜩이는 기지나 비범한 두뇌라고 평하기엔 단편이라는 분량의 한계가 분명하니까. 용의자는 늘 희생자와 최근 접촉을 가졌으며 눈에 띄게 원한을 품었을 만한 인물들이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거의 정황에 의한 유추를 기반으로 CCTV 같은 물리적 장비를 통한 검증 사살만 있으면 만사오케이. 마지막 단편에서 부스지마 자신이 용의선상에 오른다는 점만 좀 색다를 뿐.

 

 

그래서 글을 쓴다는 행위와 그 직업 자체에 대한 당사자들의 맹목적인 자기애가 불러온 과대망상은 젖비린내 나는 허세와 결합하여 구토유발과 역겨움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시기 질투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고 출판업은 고귀한 문화 사업이라 세속적인 영리를 추구하면 안 되고 자신의 작품의 홍보에 적극 나서지 않은 출판사의 직무유기 같은 멍멍이 소릴 지껄이는 이 소설 속 작가들의 명치를 쌔리고 싶을 정도다.

 

 

그만큼 작가로서의 재능과 인격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오히려 싸그리 망조든 이들에 게 독자로서 분노하던 차에 부스지마가 시원시원한 독설로 망상을 처참히 깨부숴줄 때 핵사이다가 따로 없을 정도로 통쾌하다


 

어디 그뿐이랴, 부스지마의 속마음은 혹시라도 자신의 경쟁자가 생길지도 모를 일말의 불상사를 막고자 미리 희망의 싹을 과감히 잘라내어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이기심이었으니 지극히 맑고 순수(?)해서 오히려 더 좋더라는. 암튼 진기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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