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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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마귀의 도끼를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악스><그래스호퍼>, <마리아 비틀>을 잇는 킬러 시리즈의 신작이라고 한다. 무려 7년 만에 나왔다고. 비록 츠지무라 미즈키에게 서점대상 1위를 빼앗겼으나, 아니 그러고 보니 두 작가가 늘 서점대상 후보에 꾸준히 올라오는 듯. 꽤 재밌다는 입소문을 진즉에 들어서리 예약주문하고서 이 책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주인공을 살펴보자. 코드네임이 풍뎅이인 괜찮은 실력의 킬러남이 뜻밖에도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마누라다. 마눌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기분을 감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읽어낼 줄 알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맞장구도 쳤다가 듣기 좋으라고 감언이설도 적재적소에 던지는 능력의 소유자다. 한마디로 말해서 완벽한 공처가란 말씀이지.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지. 풍뎅이의 마눌님은 좀 무사태평에 느긋해 보이기는 해도 그렇게까지 사납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솔직히 좀 저항해도 될 거 같은데 어찌된 셈인지 저항을 포기한 채 벌벌 떨며 잡혀 사니까 고등학생인 아들마저 왜 저러나 몰라 라는 반응이다. 집에서는 문구점 영업사원으로 위장하고 있으나 밖에서는 은퇴를 꿈꾸는 킬러라는 사실을 그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가끔씩 마눌님이 노려봐도 그냥 생 까면 될 것을. 아이고, 이 사람아.

 

 

아마도 공처가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늦은 밤 집에 들어가면 민감한 마눌님 깨실 까 두려워 제일 소리 안 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나나주먹밥이라고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것일 테다. 이런 남자도 살인청부 대상을 소개받아서 상황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맞지만 끝내 목숨을 간수하는데 성공하고 자신을 위협한 적수들의 목숨도 살려줄 줄 안다. 넘 인간적인 킬러라니까.

 

 

앞서도 말했지만 그런 그도 이제 이 일에서 손 떼고 조용히 은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은근히 협박하며 계속 일할 것을 종용하는 의사가 존재한다. 풍뎅이에게 살인을 주선해주는 이가 "의사"이며 그가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병원에서 진료로 위장한 채, 남들 모르게 의학용어들로 교묘히 살인청부를 설계해준다.

 

 

이런 "의사"의 마수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데... 병원에서 처치할 수도 없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를 미끼로 유인해서 손보든지 해야만 자신은 이 세계에서 평화로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을 떳떳함만을 보여주고 싶은 이 시대의 남자 풍뎅이가 결국 받아들여야 할 선택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으나 신의 한수를 최후의 안배로 남겨두었을 때 뭔가 가슴이 저릿해졌다.

 

 

평생에 누군가를 죽이고 누군가로부터 위협받던 외줄타기 같던 삶을 살았던 풍뎅이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애잔했고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웃다가 슬프다가 감동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던 "이사카 코타로 월드"의 진수를 잘 맛보았다. 좋았어.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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