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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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이다. 이상하리만치 여러 권을 만난 것 같은 익숙한 분위기를 읽을 때 마다 피해가지 못한다. 기리노 나쓰오무라젠 이야기를 읽어도 유사한 냄새가 난다, 경우에 따라서 각자 주인공을 바꿔 써도 그럴 것 같다는 말이다. 하드보일드의 세계란 그렇게 어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만.

 

 

그래서 사와자키가 가짜 암 특효약을 파는 사기꾼 일당을 낚으려고 대학병원 입원 환자로 위장 잠입해서 범인 체포에 성공을 거두고 탐정 사무실로 돌아 왔을 때, 기다리던 여대생으로부터 의뢰를 받던 현장이 낯설지가 않았다. 이부키 게이코란 이 여대생은 예전 파트너였던 와타나베를 찾아 왔던 것인데 그가 없어서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와자키이다.

 

 

게이코양의 아버지 이부키 데쓰야가 엄마의 이복동생인 벳쇼 후미오가 쏜 총격사건의 범인으로 대신 자수했는데 자칫하면 야쿠자간 보복다툼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신변이 위험해졌다. 하지만 사와자키는 이 사건에 개입할 의향이 없어서 단지 그녀를, 아버지 면회를 위해 경찰서에 데려만 주기로 한다.

 

 

그런데 또 의도치 않게 이부키 데쓰야의 호송현장에서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탄 차량이 총격을 가하려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 사와자키는 자신의 차량으로 뒤에서 들이 받아 간신히 이부키 데쓰야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바람에 다른 형사가 총탄에 맞아 숨지고 만다. 이부키 데쓰야 살인 미수사건과 동시에 90대 노인을 납치한 유괴사건에도 뛰어들게 된 사와자키가 두 사건의 진짜 배후와 숨겨진 음모가 무엇인지 실체에 가까워 질 때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만 하는 것이다.

 

 

참 이야기의 구조는 양파껍질과도 같다. 럭비공이 튀어오르듯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허를 찌르더니 피해자란 위치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기막힌 반전에 혀를 내두르게 되니까.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죄 동기는 종잇장처럼 구겨져서 기만전술로 진실을 유도해낸다. 왜 어리석은 자였는지, 제목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이유만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게 인간이라는 종족이고 두뇌는 그런 쪽으로 풀가동된다. 별개로 여전히 사와자키는 겁 대가리 상실한 마냥 조직에 노골적인 경멸을 보이기도 하고, 돈 앞에 구차한 모습이 없으니 세무신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만 더 속물근성을 드러내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고 니시고리 경부랑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가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판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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