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중에서 6번째로 읽은 <화이트 래빗>이다. 사람을 유괴하는 벤처회사 직원이 등장한다 해서 읽게 되었는데 알고 보면 꽤 전도유망한 직업군인 듯하다.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사람 다루는 기술만 능숙하면 되겠네. 조직도를 잠깐 살펴보자면 맨 꼭대기에 CEO와 임원들, 그리고 각 부서들... 여기 우사기타 다카노리라는 친구가 매입담당이란다. 마치 금 매입 전문가 같이 들리네.

 

 

그렇게 인질을 매입하여 돈 받고 넘겨주는 업무를 성실히 맡고 있는 우사기타에게 뜻밖에도 아내가 납치당했다는 연락이 온다. 범인의 정체는 바로 소속회사 사장님이었던 것. 아니 몸 바쳐 회사를 위해 충성 바쳐 일한 직원에게 표창을 줘도 뭣한 판국에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한 식구끼리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싶어 어리둥절 하는 그에게 사장님은 너밖에 이 일을 맡길 인재가 없다며 한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어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명령하는데.

 

 

누구냐 하면 회사 경리 아가씨를 꼬드겨 공금을 들고 튄 오리오오리오라는 남자였다. 오리온 별자리 지식에 해박한 오리오의 풀네임은 분명히 6글자니까 중간에 를 단 1번이라도 빼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 이외에도 오리온 초코파이를 연상하게 된다거나 오리온에 환장한 이름이라는 유권해석도 가능하다.

 

 

그래서 오리오를 만났더니 잽싸게 달아나 길래 순간 그의 가방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넣었다. 신호를 추적해 어느 가정을 방문했지만 정작 주인공은 보이질 않더라는. 이제 오리오를 자신에게 데려오라며 인질극을 벌이는 우사기타. 인질극은 또 다른 인질극을 양산했다. 출동한 경찰과 대치중인 이 집안에 빈집털이범 구로사와가 숨어 있다가 우사기타에게 발각되어 버리는데 무엇 때문에 여기 있었냐는 질문에 구로사와의 답은 모지리 소릴 들어도 할 말 없게 만드는 이상한 신조였다.

 

 

이 소설을 읽다가 중간 중간 위화감이 든 적 있는데 가령 경찰청 사람들 나쓰노메 과장의 과거사 중에 별자리에 관심 많았던 딸과의 데이트와 이후의 이야기가 얼마 전 읽었던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과 어찌나 유사하던지 이거 우연의 일치치곤 타이밍이 참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우야동동 우사기타가 이대로 경찰에 잡혀버린다면 그의 아내는 꼼짝 없이 위험해질 테니 이쯤해서 반전보따리를 슬그머니 풀어 놓는다. 누워 읽다가 놀라서 발딱 읽어나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좀 가까이에 두긴 했다. 참 여러모로 애쓴다. 독자들이 즐겁게 독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뒤통수치기 보다는 오가는 대화들이 여러모로 살갑고 푸근해서 긴장감을 느낄 까닭이 없더라는 것이다. 원래 오리온자리 근처에 토끼자리가 있어서 평소 토끼사냥을 엄청 좋아라하는 오리온의 입장에선 사냥감이 움직이지 않으면 덩달아 자신도 움직일 필요가 없는 법이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토끼자리가 만들어졌다고도 하니까, 사냥감이 비밀리에 사냥꾼을 역습한다는 설정이 아기자기 했던 <화이트 래빗>은 잘 지은 제목인 것이다.

 

 

그리고 사족이겠지만 윌슨 필립스의 <Next You(Someday I’ll Be)>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오리오오오리오~”라는 가사가 나온다. 6글자와 7글자의 차이를 느끼면서 이 소설을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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