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오염 - 양극화 시대, 진실은 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가
제임스 호건 지음, 김재경 옮김 / 두리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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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이 존중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왜 생각이 다른 것만큼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걸까? 그 틈을 비 집고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사회를 더 심한 양극단으로 갈랐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서로 경청하는 자세를 가질 때 오염된 광장을 되돌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계기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사회. 다름을 수용하지 않은 채 사회는 양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의식적으로 접하려고는 하지만 쉽지 않아서 나도 아마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광장에서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날 사람들은 귀에 들어오는 어떤 정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신경을 끄고 등을 돌린다. 결과적으로 광장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20쪽)

 가짜뉴스에 몇 번 속고 나면 정보를 믿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검증을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냥 등을 돌려버린다.



 우리는 논쟁을 할 때면 정답이 단 하나 있다고 상정하지만 담론을 할 때면 우리 각자가 답을 하나씩 들고 있다고 상정한다. 따라서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36쪽)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설득시키려면 무조건 근거를 들고 와 상대방 의견을 반박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광장을 오염시키는 방법이라 놀랐다. 담론의 방식으로 상대방과 내 의견에서 공통점을 찾은 뒤 거기에서 뻗어 나가 해결책을 찾는다면 어쩌면 더 수월하게 합의 과정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코너는 모든 정치적 옹호자들에게 적대적인 스탠스를 내려놓고 존중을 담은 눈빛으로 다른 모두를 바라보라고 촉구한다. (52쪽)

 이게 참... 생각이 글러 먹은 것 같아 꼴도 보기 싫은 상대를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근데 저자의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적대심만 가지고는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우리는 무엇을 믿을지 선택하지 않는다. 단지 특정한 종류의 인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증거들을 마주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믿게 될 뿐이다. (82쪽)

 내가 믿는 게 내 의지가 아니라는 말이 섬뜩하다. 보고 느낀 무의식이 만들어낸 결과가 믿음인 거면, 인식조차 되지 않는 무의식을 고쳐야 믿음을 고칠 수 있으니까 잘못된 믿음을 고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겠구나.



라투르는 그러므로 이제 '진실'이라는 이견의 여지가 있는 낡아빠진 개념을 포기하고 그 대신 주장을 비교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99쪽)

 '사실'은 찾기 어려워도 꼭 찾아야 하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을 여기서 하게 될지 몰랐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그들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평했다. (119쪽)
 개인보다 기업이 문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기업인데, 그 각각의 무슨 짓을 하는 개인을 사이코패스로 보긴…. 쫌 그렇다. 그래도 개인에게 완전히 책임이 없다고 볼 순 없다. 기업 시스템 뒤로 숨기엔 사회에 끼친 민폐가 너무 크다.


따라서 스탠리는 언론의 자유 하나만 가지고는 합리적인 토론을 나눌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에 더해 신뢰와 정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180쪽)
 언론이 공정하게 진실을 보도하는 게 상식적인데,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참 아이러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자주성을 잃어버리며 다른 존재에게 현실 인식을 대신 떠맡겨버린다. 비합리적으로 변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186쪽)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에 정보가 넘치다 못해 흐르니 내가 굳이 생각을 안 해도 그럴듯해 보이는 걸 내 생각으로 삼으면 된다. 예전에 내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네이버를 켠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그 뒤로는 생각하려고 노력 중인데, 귀찮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멍청하게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양 가지고 살기 싫어서 사고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는 일'과 '이해하지도 신뢰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협력하기 위해 앉아서 이야기하는 일'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인 셈이다. (210쪽)
 원하는 일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같이 일을 하기 위해 잠시, 아주 잠시만 함께하는 거라고 마음을 먹고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전략) 하지만 양쪽 진영 모두 자기 입장만 내세운 채 요지부동입니다. 뭐라도 타협하면 상대한테 승리를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262쪽)
 타협하는 게 승리를 내어준다고 생각한다는 말 공감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언제까지 봐야 할지, 지구가 그 시간을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간츠는 마틴 루서 킹이 불과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이끈 저항 운동인 버스 보이콧 운동을 떠올리면서 집단적인 힘에 대한 근원적 통찰을 얻었다. 만약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는 데 발을 사용했다면 힘은 버스회사가 쥐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버스에 타지 않고 직장까지 걸어가는 데 발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힘을 쥘 수 있었다. (299쪽)
 이렇게 대중이 합쳐서 무언가를 이뤄낸 모습이 정말 멋있다. 우리나라 촛불 시위도 생각나고. 근데 결정은 결국 대중이 하지만 그 기반에 수많은 검은 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대중을 이끌고 대부분 상황에서 거기에 이끌려간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암스트롱은 우리가 늘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변화를 이루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열을 내고 싶은 것인가?"(316쪽)
 맞아. 행동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행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일이 어그러진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항상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비극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 아니라는 점이다. (353쪽)
 피해자 따로 가해자 따로. 가해자들이 경제 발전이란 명목하에 끌어 쓴 자원의 대가를 피해자들이 치루고 있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게 아니라 모른 척 하나보다.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것과 같은 이런 열정은 어쩌면 우리가 더 큰 현실과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의식할 때, 서양의 머리와 동양의 가슴을 연결할 때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357쪽)
 서양의 머리와 동양의 가슴을 합치는 게 아니라 모두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굳이 왜 동서양을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감상
1부-2장: 진실, 힘을 잃다
진실이 힘을 잃는다는 게 신기했다. a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나오려면 그 전제는 a가 확정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왜 나는 항상 확정된 a를 가지고 담론을 하려고 했을까. 그러니까 담론이 아닌 논쟁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다름을 인정하는 건 정말 중요한 가치관이다.

1부: 오염된 광장
오염된 광장의 현실과 그 원인이 적나라해서 앞으로가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특히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가 말을 하는 목적을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겠다. 세상이 생각보다 더 엉망진창이라 굴러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2부: 진실을 말하되 벌하려고 말하지 말라
오염된 광장을 정화하기 위해 중요한 건 '경청하는 자세'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상대가 아무리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일단 경청한 뒤 그다음 대화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경청한 뒤 조그만 공통점에서부터 대화를 다시 시작해 공통분모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광장이 다시 정화될 수 있을 것 같다.

1부에서는 오염된 광장의 현실과 원인을 다루고 2부에서는 해결책을 다뤘는데, 사이다처럼 뻥 뚫리는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착잡한 1부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희망도 아주 쪼끔 보이는 듯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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