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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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성매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모든 부정.부패를 다 모아둔 이 산업이 왜 도대체 없어지지않고 아직까지 버젓이 한국땅에 자리하는지 여러 자료를 접할 수록 화가 났다. 상식의 블랙홀이란 이 책의 제목이 참 와닿았다. 성매매에 한해서만 사람들이 상식을 잃고 보호하기 바쁘다. 미친 인간들 같다.



부패와 부정은 목격한 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단죄하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만들지만, 가해자에 대한 주변의 동조와 지지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성매매는 구조 자체가 글러 먹었다. 그런데 왜 저리들 편을 못 들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공범이라는 답 밖에 나오지 않는다.



처녀와 창녀, 남성의 판타지 속에서 수천 년간 끊임없이 재생산된 동정녀 마리아와 창녀 마리아의 변주다.

 개역겹다. 자기들 마음에 들면 처녀, 안 들면 창녀. 더 짜증 나는 건 저 프레임을 피하고자 행동을 검열하는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다.



만약 법으로 금지했는데도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다면 그건 법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네. 법이 생겼는데도 범죄가 계속되면 법을 고칠 생각을 해야지 왜 법을 없애자고 말하지? 세상에 양지에서 행해지는 범죄는 없다.



현재 한국의 성매매 규모와 형태를 결정지은 그 원본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시기부터 유곽과 요정 등 일본식 성매매 업소가 들어왔고,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성 산업은 그대로 한국에 정착되었다.

 ...아... 이 섬나라는 진짜 알수록 짜증 나고 꼴 보기 싫다. 우리나라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근데 이 나라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지매, 성매매 같은 비상식적인 현상들이 생겨난 걸까? 참 별로다.



수많은 개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포주와 공모하고 조직 폭력 단체부터 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성매매로 기꺼이 이득을 취한다.

 별의별 사람이 다 포주가 될 수 있구나... 돈 벌자고 인간이길 포기한 것들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환멸 난다. 성매매에서 얻어지는 불법 수익 단속이 급하다는 저자 말에 동의한다. 돈이 되니까 너도나도 하는 거면, 돈이 안 되게 만들면 된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시설로 '유흥주점'을 규정하고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제22조)

 네...? 이게 도대체 왜 대한민국 법에 직업으로 적혀있는 거죠...? 이 법을 보고 그럼 아이돌도 직업으로 인정 안 할 거냐고 반박할 치들이 떠오르는데, 아이돌은 노래랑 춤에서 일이 끝난다. 하지만 유흥종사자는 거기서 끝이 안 나는 게 문제다. 법이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는데, 고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나는 있는 줄도 몰랐다.



질문할 것은 그들이 왜 성매매를 하는가가 아니다.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유입되고 이 시장은 너무나 손쉽게 그들의 취약점을 이용한다.

 왜 성매매를 하는지가 아니라 왜 성매매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상하다. 돈이 급한 상황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유혹하는 이 상황을 정말 한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국가들은 여성들이 업소에 고용되거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건물을 가진 업소나 에이전시 등과 대등한 계약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본다.

 이게 잘도 되겠다. 가진 자본이 달라서 출발점이 다른데 여기서 어떻게 대등이란 단어를 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를 '자유'라는 말로 포장한 나라에서 그 시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의 현재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을 제외한 관련된 주변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현실은 법 제정 전과 후가 똑같다. 달라지는 건 사람들의 인식인데,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여성의 성은 사고팔아도 되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 감금, 납치, 살인을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성매매 합법화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여성의 처우를 위해 내놓은 유일한 개선책이 성매매 여성에게 모든 걸 책임지우는 이 법인 것이다.

 합법화 목적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합법화를 해도 피해자는 여성인 게 똑같다. 이 법은 실패한 법이고 개정해야 하는 법인데, 이 망한 법을 왜 굳이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 여성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의 논리에 그들을 던져 넣는 손쉬운 타협으로 인권은 지켜지지 않는다. 적절한 규제 없이 약자가 보호받는 시장이 역사상 존재했었는지 묻고 싶다.

 성매매 합법화는 여성 인권을 지킨다는 탈을 쓴 포주 배불리기, 성 착취행위 정당화다. 이걸 무슨 생각으로 합법화하자고 하는지, 합법화를 주장하는 본인은 그 법 아래서 성 노동자가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그러니 성매매 시장이 성립하면 그다음은 원하는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강간도, 모든 착취적 판타지도, 소녀와의 연애 같은 정서적 착취부터 어느 구멍이든 삽입하는 신체적 착취까지, 어디까지가 성매매인지 경계를 정할 수 없다.

 유독 왜 성욕만 합법화해서 풀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볼까?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살인 욕구가 있다고 해서 살인을 합법화하자고 한다면 모두 그 사람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도 같은 논린데 왜 유독 여기서만 사고의 틀이 바뀔까? 성매매와 강간의 경계는 너무 흐릿해서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법 또한 이 경계를 그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성매매를 '된다'고 말한 순간 이 나라들에서 모든 서비스가 성매매와 결합되었다.

 성매매 합법화는 단지 음지에 있는 것을 양지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양지에 있는 모든 사업에 성착취가 붙을 수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하고,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증하도록 한다.

 나도 처음엔 자발, 비자발을 구분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들어갈 땐 자발과 비자발이 구분될 수 있지만 나올 땐 자발적으로 나올 수 없다. 그 안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불법 또한 비자발적으로 겪어야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성매매여성을 자발, 비자발로 구분할 수는 없다.



감상

착잡하다. 특히 유흥종사자를 법적으로 명명한 것을 보고 내가 21세기에 살고있는 게 맞나 싶었다.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 이 책을 읽고 더 확고해졌다. 여성 인권이 높다고 자부하는 나라들도 실패를 인정하고 제정하려는 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보통의 경우 사람이 억울하게 죽으면 거들떠보거나 억울함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던데... 수많은 여성이 죽어 나갔음에도 바뀌는 게 거의 없다. 여기서 여성들을 인간 취급도 안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건지…

노르딕 모델이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 다 같이 가담한 범죄에 왜 성구매자와 포주만 처벌 받냐는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정말 그게 같아보이냐고 묻고 싶다. 성매매를 근절하기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겪은 경험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여성은 이미 폭력, 협박, 금전적 위기의 상황에 놓여있는데 여기에 법적으로 처벌까지 가해진다면 우리는 평생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을것이고 그것은 이 땅에 뿌리내린 성매매가더 견고해짐을 의미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등을 외치는 자는 적극적인 가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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