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터넷에서는 바비 인형이 갑작스레 화제였다. 한 해외 블로그에 소개된 '바비의 출산'이라는 자극적인 사진 때문이다.
바비의 나이는 48세. 1959년 마텔사가 뉴욕 완구박람회에 선보인 뒤 세계적으로 10억 개 이상 팔렸다. 당시 장난감 인형은 모두 갓난아기라 성숙한 몸매의 바비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베이비붐 시대 마텔사는 바비의 인기를 업고 세계 완구업체 1위에 올랐다. 서구적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바비로 대응했다. 여러 직종의 바비도 선보였다. 사회와 패션의 변화를 신상품 개발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식구도 늘었다. 친구들과 자매 등 바비 가족이 20여 명이다. 바비를 위한 옷.가구.집기 등 부속 장난감도 함께 만들어 팔았다. 그 외 라이선스를 얻은 의상, 출판.잡지, 문구, 가구, 가전제품까지 '바비 월드'는 무궁무진하다. 요즘 유행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원조 격이다.
최근 바비의 고민은 전통적 완구시장의 변화다. 예전 같으면 바비를 갖고 놀던 아이들이 더 이상 인형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취향이 모델이나 공주 같은 바비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만 되면 희망 선물 리스트가 컴퓨터 게임, 비디오, 휴대전화와 MP3로 바뀐 점은 더 큰 요인이다. 자연 고객층이 미취학 유아로 좁혀졌다. 더구나 세계적인 출산율 저하라는 요소도 있다. 전통적 완구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인 배경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즈 알 어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70여 개의 매장을 없앴다. 아예 선물업체로 탈바꿈한 회사도 있다.
이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시장은 오히려 성인시장이다. 일본 최대의 완구회사인 반다이는 장난감이 더 이상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는 데 일찌감치 눈떴다. 반다이의 대표 상품인 '건담 프라모델(조립 로봇)'은 이미 어린이.청소년 외에 성인 남성을 주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다. 노인층과 성인 여성을 겨냥한 인형도 개발하고 있다. 새롭게 내놓은 '사쿠라나'는 세련된 외모의 커리어 우먼 인형이다. "성인 여성들의 동일시 욕구를 자극하며, 자신을 꾸미듯 인형을 꾸미게 할 것"이라고 반다이의 홍보 담당자는 말했다.
새롭게 뜨는 '키덜트'(아이 같은 어른) 시장이다. 바비 인형만 해도 관련 상품을 경쟁적으로 수집하는 매니어 컬렉터들이 큰손 고객이다. 아이들이 내던진 인형을 어른들이 들고, 심리적 유년기를 늘려 가고 있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