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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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요즘의 모든 기사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기사들은 대부분 논리적이다. 이유의 그럴싸함을 따지기 전에 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논거가 잘못되어 주장마저 흔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글이 읽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주장이 내 생각과 달라도 나름 반박할 생각을 하게 했으니, 그런 글은 외려 나에겐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무슨 출신이니까 이렇다 저렇다 그런 말을 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작가님의 글은 논리적인 기사를 접할 때의 느낌이다. 어쩌면 전직을 알기에 생겨버린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소설로 처음 작가님을 만났다. 내용도 재밌고 현실적이라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글, 그 자체였다. 다양한 보고서와 논문들을 자주 읽어야만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활자 자체를 읽는 걸 즐기는 타입이었는데, 읽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지쳐 갔었던 것 같다. 나조차도 글을 잘 쓰는 타입이 아닌데, 남의 글을 평가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되지 않는 문장들을 읽는 일은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는 문장들을 읽으며 지쳐가던 차에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던 듯 하다. 글이 술술 읽혔고, 제시하는 통계자료들도 적절해 보였다. 이런 글이라면 재밌게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 여담으로 <한국이 싫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고아성 배우님 주연으로 영화화도 된 것 같은데, 아직 보진 못했다.


  다른 이야기가 길었다. 이 소설로 돌아와서. 표지에 나온 것처럼 '짧은 소설집'이다. 제목처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 소설집이라고 보면 된다. ChatGPT가 등장한 이후 급격하게 사회가 변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의 흐름을 바꾼 세가지 혁명, 농업, 산업, 정보 혁명을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으로 오면서 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시간도 단축된다고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는 기술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시간은 과거의 혁명들에 비해 훨씬 단축된 것 같다. 구글이 등장했을 때가 그랬고,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가 그랬다. 지금은 Chat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등 AI의 등장과 발전이 그렇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네카팡에 의해 주도되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단순히 상상으로만 이야기하기 어렵다. 매년 초 미국의 CES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바로 바로 현실화 되고 있다. 따로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며, 청소 또한 구석구석 효율적으로 로봇이 대신하며 가사의 대부분을 기계에 맡기고 있다. 몸도 편해지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들은 분명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현실 속도 삶도 지금보다 풍요로워 보이지만, 찝찝함은 남아 있다. 소설 속의 사회가 내가 그리던 미래의 사회가 아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성의 상호 관계 변화에서 오는 아쉬움도 아니다. 나에게 불편함은, 효율화되어 여유롭게 변한 일상에서 왜 초조함을 느끼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면서 나의 대응을 생각해 본다. 청소 시간에, 설거지 시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 삶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시간의 활용에 따라 초조함이 걱정이 될지, 여유가 될지 결정될 것 같다. 그 시간을 휴대폰 화면에 고정한 채 숏폼과 광고에 얽매일 것인지, 아니면 아이와 가족과 취미 활동 등으로 보낼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일 것 같다. 의지를 다잡는 일. 근미래에 내가 잃으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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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 처음공부 - 단돈 1,0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ㅣ 처음공부 시리즈 5
포프리라이프(석동민) 지음 / 이레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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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주식과 부동산 뿐이었다. 그러다 채권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채권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말이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부분이 상당히 줄어든다. 그 점이 일을 하면서 채권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핑계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우선, 너무 어렵다. 경제학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이 줄어 들면 가격이 상승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한다. 주식과 채권을 비롯해 모든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그런데 채권에게는 가격보다 금리가 더 중요하다. 주가가 주식의 가격을 뜻하는 것처럼, 어떤 상품이든 '그거 얼마야?' 하며 가격을 먼저 물어본다. 어떤 상품이든 가격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채권은 가격을 물어보지 않는다. 내가 어떤 채권을 샀다고 하면, 얼마에 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몇 % 금리의 채권을 샀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였다.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관심을 늘리는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채권을 샀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짧은 만기의 채권들로만 말이다. 정해진 날짜에 이자를 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만기에는 투자한 금액이 전부 돌아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얼마되지 않을 지언정 채권 만기 후 계좌가 조금은 늘어난 뿌듯함이 있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이상했다. 올 6월까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FOMO를 겪지 않기가 힘들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9,000을 돌파했다. 확정된 이자가 초라해 보였고, 만기는 더뎌 보였다. 그렇게 나의 채권 투자는 끝이 나버렸다.


  이 책은 채권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채권 투자 입문서다. 채권에 대해 무지한 내가 투자 전에 읽었더라면, 지금은 FOMO를 지나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을 갖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접한 깨달음은, 내가 채권 투자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던 증권사 수수료에 대한 부분이었다. 주식이야 워낙 증권사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증권사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채권 투자는 증권사별 수수료 차이가 많이 났다. 미미한 수수료라 해도, 무료와 유료 배송 2,000원 차이로 구매를 망설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또한 채권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10,000원으로 시작해서 만기에도 이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한다면, 채권 투자 경험이 전무하지 않은 내가 조금은 창피하게 생각할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채권의 종류부터 시작해서, 신용등급에 대한 이야기까지. 책 표지의 소개대로, '개인투자자가 쓴 개인투자자를 위한 채권 입문서!'가 이 책에 대한 정확한 정의일 것 같다. 다만, 책의 최종 결론이 결국은 '확정수익률을 보고 구입한 채권을 만기까지!'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저자의 경험담이 만들어낸 결론일 테고, 나 역시 같은 결론을 낼 것 같다. 그래도 뭔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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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연인이 필요했을까 ㅣ 문학동네 시인선 23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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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자주 읽지 않는 요즘인데, 하물며 시집은! 잘 읽지 않는 것과 잘 읽히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내게는 후자의 이유로, 시도 시집도 잘 읽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 읽는다. 정말 가끔 말이다. 시를 잘 읽지 않기에 시인들을 많이 알지 못한다. 예전에 교과서에서나 읽었던 시를 쓴 분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아니 거의, 제목을 보고 선택을 하는 편이다. 내게도 그토록 많은 연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어느정도 바람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경험적인 이끌림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저 이끌렸다. 시인분은 역시 처음 알게되는 분이다.


  제목에 이끌렸다고 해서 모든 시가, 시집이, 다 읽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의 확률이 크다. 좋은 시, 나쁜 시를 구별할 능력 따위 내게는 없다. 그저 나에게는 읽히는 시와 읽히지 않는 시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좋은 시란, 내가 읽을 수 있는 읽히는 시다. 이 시집은 내게 너무나도 좋은 시집이다.


  읽힌다고 해서 시가 쉽거나 시에 공감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시집 역시 그랬다. 알 듯 모를 듯, 이해할 듯 아닐 듯, 공감할 듯 그렇지 못할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읽혔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공감하거나 뭔가 느낌이 오는 문장들은 옮겨 적어 두곤 하는데, 이 시집의 여러 시들도 옮겨 적고 있었다. 좋은 시집이다.


  옮겨 적어 둔 시들을 남겨두고 싶지만, 시인분의 저작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실례일것 같다. 제목만 적어 본다. '온도', '골목의 이마', '공중', '수희', '캔디', '액자', '숨바꼭질에서 들키는 법', '구름 악기', '만두'. 이 아홉편의 시를 왜 옮겨적었나요, 라고 묻는 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그저 한가지 말해야 한다면, 음... 다른 시들도 읽혔는데요, 이 아홉편의 시들은 특별히 더 잘 읽혔어요, 하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시집이다.

온도 - P014

골목의 이마 - P018

공중 - P030

수희 - P032

캔디 - P042

액자 - P044

숨바꼭질에서 들키는 법 - P078

구름 악기 - P106

만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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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3 - 오뒷세우스
이우일 지음, 이준석 감수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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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3권이다. 부제인 '오뒷세우스'의 이야기가 전체에 흐른다.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듣기도 했다. 개봉하고 오래지 않아 영화를 봤던 터였다.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영화가 보고 싶었다. 지방엔 거의 전무한 아이맥스라서, 언감생심 아이맥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아이맥스로 보지 못함을 깊이 아쉬워했다. 영화는 잘 만들어졌고, 내용도 재밌었다. 사극은 역사가 스포라는 말이 있듯이, <오디세이>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결과를 다 알고 보는 데도 재밌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등장하는 이름들 만큼이나 내용도 머릿속에서 뒤섞여 있었다. 아킬레우스나 오딧세우스 등 유명한 이야기만 머리속에서 온전하진 않지만 헷갈리지 않고 자리할 뿐이었다. 영화도 나름 각색을 했을 터였다. 그래서 원래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시리즈를 만났고, 1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드디어 3권인 '오딧세우스'에 이른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그리던 이야기는 아니었다. 헤라클레스, 오딧세우스, 헥토르 등 이름이 헷갈리지 않는 몇몇 영웅들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남아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과업은 알았지만, 12개의 과업을 모두 알지는 못했다. <오디세이>도 그랬다. 트로이 전쟁 이후 오뒷세우스가 집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들을 모두 알지는 못했다. 책으로 그래서 다시 읽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디세이>에서 트로이 전쟁이 중요하듯이, 개인적으로는 트로이 전쟁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길 바랬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조금은 더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느낌이 짙어졌을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다.


  시리즈 전체의 그림체는 좋다. 수채화 톤의 느낌이 차가운 이야기들도 조금은 따듯하게 느껴지게 하고 말이다. 논리적인 흐름이 중간 중간 부족해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리즈 전반을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유머가 아마도 나와 맞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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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2 - 헤라클레스
이우일 지음, 이준석 감수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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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일 작가님의 두번째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부제가 '헤라클레스'인 만큼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과업별로 그려 나가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헤라클래스 이야기를 작가님의 스타일대로, 재미있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과업별로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복선처럼 보이는 (제우스 역시 아들에 의해 죽는다는 신탁(?) 혹은 예언 등) 이야기들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은 다소 아쉽다. 물론 그리스로마 신화의 해당 부분을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한 작품안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책 뒷표지의 감수의 말을 옮겨 본다. 이 책을 보며 그림에 대해 내가 가졌던 느낌과 동일한 표현인 듯 싶다. "경쾌하고 투명한 수채화의 톤으로 눈부신 지중해의 세계를 그리되, 가끔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르놀트 뵈클린의 색채가, 때로는 알폰스 무하의 관능이 보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고대 그리스 도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생명을 얻어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마지막 3권은 '오뒷세이아'이다. 영화를 봐서 그런지, 책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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