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 형이하학적 성찰
기욤 르 블랑 지음, 박영옥 옮김 / 인간사랑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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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정도는 아니어도 말이다. 나는 그냥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다. 책 제목도 심플하게 그냥 '달리기'가 아닌가. 이건 내가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구나, 하고 말이다. 다행히도 운 좋겠도 서평단에 뽑혔다. 책을 받자 마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어! 이거 내가 읽을 책이 아닌데', 싶었다.


  부제가 '형이하학적 성찰'이다. 주로 들어본 말은 '형이상학적'이었는데... 뭐, '형이상학'이 있으면 반대되는 '형이하학'도 있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다.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는 카피가 달리기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시사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에 대한 책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 걱정 말고 읽기 시작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역시 어렵다.


  '형이하학'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았다. 다음 사전에 '형체가 있는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나온다. 달리기가 형체가 없진 않으니까. 그래 달리기를 연구했나 보다. 그것도 철학적으로 말이다. 저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철학과 교수다. 철학 관련 책들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어려웠다. 나에게 가장 유명한 철학자는 알랭 드 보통과 탁석산이다. 두 분의 책들을 모두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 그 중에서는 비록 이해를 온전하게 못 했었던 책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어렵지만, 그래도 제목인 달리기에 충실하다. 챕터 부터가 42개이다. 뭔가 연상되지 않는가? 마라톤의 거리가 42.195km다. 역자 후기를 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마라톤을 뛰듯이 챕터가 구성이 되어 있다. 달리기의 유래로 이야기가 시작해서 중간엔 '두 번째 호흡'을, 마지막엔 이 달리기 경기에서의 승패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구성이 알차다.


  나는 달릴때 어떤 생각들과 의미들을 부여했었을까. 읽으면서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챕터 12의 '달리기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 대답이 되었을까.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그 챕터는 더 큰 의문만을 남겼을 뿐이다. 15장 '달리면서 하는 철학'도 마찬가지다. 내 달리기에는 철학은 없다. 나란 존재는 있지만, 달리면서 드는 생각은 사실 없다. 무념무상이다. 그냥 눈에 들어 오는 풍경들과 맞는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아, 나는 달리고 있구나' 그런 생각만 잠시 들 뿐이다. 간혹 10km 달리기 대회라도 나갈 때면 숨이 차고, 왜 즐겁게 뛰던 달리기를 대회라는 곳에서 달려서 이렇게 힘든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생각들 관련해서는 23장 '탈동기화'와 38장 '중력과 은총'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두는 듯 했다.


  책을 읽긴 했지만 찝찝하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책을 선택할 때 가졌었던 느낌의 책이 아니었다. 둘째, 철학에 대한 어렵다는 편견이다. 셋째, 내가 갖고 있는 달리기에 대한 생각과 이 책에서의 달리기에 대한 성찰은 어울리지 않았다. 조금 더 달리다 보면, 이 책처럼 달리기에 대해서 형이하학적 담론들을 펼칠 수 있을까. 아니다. 내가 아무리 달린다 해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겐 달리기는 언제까지나 그냥 생각없이 뛰는 달리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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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블루스 2021-06-0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은 하나를 주셨지만 더 읽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짐작 2021-06-08 14:46   좋아요 1 | URL
철학적인 담론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 그런거 다 떠나서요. 별점은 그냥 제 주관적인 것이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