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투자 매뉴얼 - 따라 하면 저절로 준비되는
김한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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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기 시작했지만, 간절하지 않은 바람에 열과 성을 쏟기는 힘들었나 보다. 그러다 늦게 대학원에 갔고, 늦게 사회에 나왔다.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일한 시간보다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적게 남은 것이다. 일을 하기 싫어하면서도, 일을 안 하게 될 그 시간들이 두렵기도 하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결혼을 한 이후다. 그저 통장을 스쳐 지나가던 월급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더 뒤인 아이가 생긴 이후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다. 아이를 위해 필요한 돈이 아니라, 이제는 퇴직 이후의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위해 돈이 필요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투자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게 빠릿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서적들을 보다 보니 연금 관련된 부분도 상당한 것 같다.


  금융은 어렵다. 복잡하다. 이리저리 배배 꽈 놓은 느낌이다.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연금도 어렵고 복잡하다. 한도, 세금, 상품의 다양성 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연금 관련 서적들도 가끔씩 보고는 있는데, 볼 때마다 어렵다는 생각뿐이다. 귀찮다는 생각이 책을 볼 때마다 너무 크기 때문에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좋다. 설명이 간결하고 챕터가 짧다. 귀찮음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구성이다.


  내용이 간결하다고 해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게 설명이 친절하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도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따라가기 벅찬 느낌은 없다. 이 책은 구성까지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가 너무 늦게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출판년도가 2023년 이다. 매년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조금은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연금 관련된 상품이나 연금 투자의 개념을 잡는 것은 시기와는 상관없다. 그런 면에서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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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엔지니어링 - 바이브 코딩을 넘어, AI를 무작정 믿지 않고 제대로 부려먹는 개발자 되는 법
제이 킴 지음 / 길벗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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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출판사에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코딩 자율학습단"이라는 독자 참여형 코너가 있다. 길벗출판사에서 출판된 코딩 관련 서적을 4주간 학습하는, 일종의 자율 학습형 스터디 프로그램이다. 코딩을 배우는 초기에 2번 정도 이 학습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 학습단은 무엇보다 한 달 동안 동기 부여가 된다는 측면에서 나름 책을 읽는데 도움을 준다.


  지금은 21기가 운영 중이고, 이번에 <바이브 엔지니어링>이라는 책의 학습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코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군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계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어느 순간 코딩이 필요함을 느꼈고, 파이썬과 R 프로그램 코딩을 배웠었다. 그런데 AI가 등장했다. 힘들게 배웠던 코딩들을 더이상 내가 배웠던 경험처럼 학습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AI 환경이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코딩 작업 하나를 넘어 나의 직업에 대한 잠식 불안에 빠지게 되었다. 학습단에 참여한 배경은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 조금 더 AI의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1장에서는 나와 같은 AI에 대한 문제 의식이 담겨 있었다. 그 점에 공감하며 읽어 나가고 있다. 단지 바이브 코딩이라는 현재의 상황보다는 조금 더 앞을 보며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 의식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면 좋을 것 같은 하나의 방향성도 선제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 같다.


  아직은 1부 정도 학습을 한 상황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서평을 작성할 때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들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AI와 함께 코딩을 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모두 읽어봐야 할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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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ChatGPT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그저 그런 뭔가가 새롭게 나온게 아닐까, 하고 그냥 넘겼다.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나의 생각과 결정이 아닌 AI에게 많은걸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나 혼자 별스럽게 지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 큰 파도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킨 큰 일들을 매번 그렇게 별스럽지 않게 넘기곤 했었다. 아이팟의 등장이 그랬고, 아이폰의 등장도 그랬다. mp3 대신 꽤 오랜 시간을 CD 플레이어를 사용했고, 아이폰 대신 꽤 오랜 시간을 블랙베리로 버텼다. 구글이 등장했어도, 오랜 시간 네이버를 사용했다. 내 몸안에 폐쇄적인 뭔가가 있다는 듯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게 이상하게 더뎠다.


  전문적으로 코딩을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통계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가우스 프로그램을 어렵게 배워가며 사용하고 있었는데, E-views와 STATA가 나왔다. 유료의 한계에 접했을 즈음 R과 Python이 등장했다. R과 Python을 사용하게 되면서 코딩을 배우게 되었다. 전문적인 코딩까지는 아니기에, 통계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코딩을 학습하게 되었다. 처음 가우스 프로그램을 배울 때 보다는 그래도 책들과 인터넷을 통해 꽤 여유롭고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다 GPT가 등장한 것이다.


  GPT는 곧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코드 등 많은 AI의 등장과 자신들의 시대를 불러 왔다. 이제는 AI없이 어떤 업무도 쉽게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 뒤쳐질 수는 없었다. 늘 그렇듯이, 지금도 내가 사용하는 뭔가를 내가 80% 이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엑셀이 그랬고, 통계 프로그램들이 그랬고, AI가 그랬다. 누구보다는 활용도가 높아 보였지만, 누구보다는 활용을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절대적인 나의 활용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찾게 된 것 같다. 나는 AI를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 것인가? 이 물음이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AI가 코딩에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코딩을 하는 환경이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지금 코딩을 하고 있는 환경에서 AI를 100% 활용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이 책에, 그리고 길벗출판사에서 운영하기 21기 학습단에 참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코딩을 전문적으로 혹은 전업으로 하는 직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많은 직업들이 대체될 것이라는 인식은 많은 직군에 퍼져있고, 내가 속한 직군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코딩은 아니었지만, 나름 공부하며 배워 사용하던 나의 코딩은 AI의 등장으로 많이 무색해진 환경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의 초반에는 내가 AI의 등장과 사용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의문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 그럼, 나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의문점에 대해서도 생성형 AI에게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질문에 이를 때 생각해 볼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AI를 사용하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AI의 거짓말이나 결과의 오류에 대해서도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AI도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는 질문자에서 비롯됨을 알아야 한다. 내가 하는 질문에 오류는 없는가, AI의 결과가 하나의 대안일 뿐인 것 아닌가, 나는 어디까지 의존할 것인가 등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들도 함께 이어졌다.


  내 안의 폐쇄적인 무엇인가는 아마도 비용 측면에서 발현되는 것 같다. '내가 힘들게 체득한 것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라떼는~"이라는 시각에 갇혀 있으면, 뒤쳐져 버리는 시대이다. 이미 투입된 비용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투입할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들은, 특히나 내가 갖고 있던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들을 제시해 주는 책들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받아들일지 말지의 선택은 나중에 결정할 문제이다. 선택지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투입될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대안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AI의 도움을 받아 코딩을 공부하고, AI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공부를 이어갈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만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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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솜털처럼 (양장) - 해인 수녀가 꼭 전하고 싶은 말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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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님께서 벌써 수도자로 60년, 시인으로 50년이 되셨나 보다. 책 뒤표지에는 '수도자 60년, 시인 50년 이해인 수녀의 스물아홉 가지 마음'이라는 문구가 있다. "제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고 이 말들에 담긴 제 마음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수녀님의 말씀과 함께 말이다.


  이 책은 수녀님의 29가지 말씀과 그 말씀에 어울리는 수녀님의 시들이 담겨 있다. 처음엔 그저 표지 사진의 정갈함과 함께 수녀님의 글이 읽고 싶어 책을 펼쳤다. 수녀님의 글은 언제나 차분하고 정적이다. 마음이 들떠 있거나 뭔가 정신이 산만할 때, 수녀님의 글을 읽으면 내 마음도 차분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나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고 있다. 신앙심이 두텁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처치맨(church man)처럼 매주 교회에 열심히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주일 성수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믿음을 의심하거나 그 믿음에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지금은 함께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다. 그런데 나의 믿음을, 그 믿음을 올곧게 전할 수 있는 곳을 내가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그러다 가톨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 요즘이다. 그런 생각의 기저에 이해인 수녀님과 수녀님의 글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생각뿐이다.


  책을 읽다가 여러 군데에 밑줄을 치며 옮겨 적었다. 그러다 기도를 잘 하지 않는 나의 현재를 반성하며 수녀님의 시를 다시 옮겨 본다. 아주 조만간 다시 수녀님의 글을 다시 찾을 것 같다.



「끝기도」

                           이해인


하느님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순간마다

인내하고

순간마다

용서하는

하루의

길 위에서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고

제가 저를 조금만

다독여주어도

괜찮겠지요?

살아갈수록

나이 들수록


제가 드릴 말씀은

왜 이리

가난한가요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변함없이 깨어 살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시가 안 써진다고 억지로 짜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글자들을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가슴에 안기는 글자들이 생기게 돼요. 내가 쓰지 않으면 외로울 글자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내 생활을 꾸미지 않는, 정직한 글을 쓰기 위해 글자를 사랑합니다. - P36

"오늘은 어제 내가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내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이다"라는 말이 있죠.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 말을 분별없이 막 하게 되면 자신의 인격이 깎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P99

싫어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네가 싫다

미워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네가 밉다

절대로 용서 못해
하고 누군가에게
네가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우리를 아프고
병들게 하는 그런 말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아프고 병들어보니
제일 후회되는 그런 말
우리 다신 하지 말자
고운 말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잖니

화가 나도 이왕이면
고운 말로 사랑하는 법을
우리 다시 배우자

「어떤 고백」 - P100

말은 전혀 안 해도
따스한 사랑의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있고

사랑의 말을 많이 해도
사랑과는 거리가 먼 냉랭함이
전해지는 사람이 있지

말과 침묵이
균형을 이루려면
얼마나 오래
덕을 닦아야 할지

침묵을 잘 지킨다고
너무 빨리 감탄할 일도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너무 많이 감탄할 일도 아닌 것 같아
판단은 보류하고
그냥 깊이 생각해보자
사랑 있음과 사랑 없음의
그 미묘한 차이를

「말과 침묵」 - P102

손님 아닌 주인으로 당신을 맞을 마음의 방에
어서 불을 켜게 하소서.
돌처럼 딱딱한 마음 대신
아기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마음으로 당신을 보게 하시고
욕심으로 번쩍이는 어른 옷 대신
티 없이 천진한 아기 옷을 입고 기도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주의 말은 찬미의 말로 바뀌고
불평의 말은 감사의 말로 바뀌게 하소서.
절망은 희망으로 일어서고
분열은 일치와 평화의 옷을 입으며
하찮고 진부하게 느껴지던 일상사가
아름답고 새로운 노래로 피어나게 하소서.

「구유 앞에서」 - P106

화내고 싶을 때 한 번 참는 것, 그것을 작은 죽음이라고 한다면 그 작은 죽음부터 연습해야겠죠. 그렇게 해야 진짜 큰 죽음이 왔을 때 잘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P129

하느님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순간마다
인내하고
순간마다
용서하는
하루의
길 위에서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고
제가 저를 조금만
다독여주어도
괜찮겠지요?
살아갈수록
나이 들수록

제가 드릴 말씀은
왜 이리
가난한가요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변함없이 깨어 살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끝기도」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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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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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이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적지 않은 단행본을 펴냈기 때문인지, 평범한 이름(딸의 이름을 '슬' 아니면 '슬아'라고 짓고 싶었다)은 아니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슬아' 라는 이름을, 작가라는 직업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미안해요, 작가님. 왜 이제서야 작가님 글을 읽게 되었을까요...'


  작가님의 책 중에서도 내가 처음으로 구입해서 읽은 책이, 다분히 자기계발서스러운 제목의 이 책이라니. 최근에서야 이메일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메일을 더 못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이 책은 뭔가 그런 내 상황에 구원자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메일을 '잘' 쓸 수 있는 예들을 보여주는 부분들은 확실히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었다.


  그보다도 이 책에서 더 좋았던 부분은 그저 '글'이었다. 작가가 쓴 글은 일반인들이 쓴 글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글 자체에 뭔가 밝은 에너지(긍정적인 마인드 같은)와 위트 같은 것들이 서려 있는 느낌을 주기는 쉽지 않다(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내용적인 부분에서 피식하며 웃을 수 있는 글도 있지만, 활자 자체를 읽으면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던 글이라니... 내가 글을 쓴다면, '정말 이렇게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글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좋았던 부분이고, 읽는 내내 정말 부러웠던 글이다.


  TV나 너튜브 등을 잘 보지 않기에(그렇다고 책만 보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선 작가님을 좀 찾아 보았다. 예능 매체나 너튜브 채널들에 많이 등장했고, 개인 채널도 운영 중인것 같았다. 글 속의 작가님의 생활을 실제로 확인하는 즐거움과 신기함 같은 것이 있었지만, 그저 나는 책으로만 소비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그저 만날 수 없는 뭔가 뜬구름같은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 유명인이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겠지만, 설사 있더라도 그 사람은 나와 뭔가의 연결고리(경험 공유)가 있기에 실제로 만나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런 공유된 부분이 없이 좋아하거나 동경하던 이들을 실제로 만나는 일을 꺼리는 것은, 그 어색함의 무서움 때문일 것이다. 이제 작가님의 책을 겨우 한 권 보았을 뿐이다. 조금 더 읽어 보고 싶다. 읽으면서 미소지어지는, 그러면서도 부럽기만 한 그 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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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마지막 잔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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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이 나오면 그냥 무턱대고 사는 작가가 있다. 내게도 몇분 계신데, 그 중 한 분이 '하루키'다. 20대 시절에 <상실의 시대>를 읽은 사람들에게 '하루키'는 아마도 그냥 작가는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렇다고 전작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상실의 시대>를 읽었던 나의 20대 끝자락 이후에 출간된 책들은 아마도 거의 다 읽어 보지 않았을까. 


  이 책 역시 새로운 신간인줄 알았는데, 1982년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린 안자이 미즈마루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재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처음 접하는 책이기에, 신간이라는 느낌으로 읽었다. 단편이고 그림도 섞여 있어 짧은 시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책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용이 길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 위해 잔디 깎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장거리 연애 중이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돈을 모을 필요가 없어진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한다. 줄거리의 끝이다. 마지막으로 잔디를 깎는 집의 주인이 좀 색다르긴 하지만, 별반 새로울 것은 없다. 내용의 배경으로 음악이 등장하고 술(위스키)이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심리적인 부분들에서 내가 뭔가 공감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진 못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과 겪어 본 경험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공감하지 못했다. 20대에 읽었다면 뭔가 달랐을까. 책과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읽는 내내, '그래서?', '그래서?' 하는 생각 뿐이었달까. 너무나도 현실감이 세세한 요즘을 견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아니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하루키 책이 몇 권 더 있다. 소설보다는 오히려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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