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 -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
곽재식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이 책 역시 제목에 이끌렸다. 특히 제목의 뒷 부분, '인생 만화'. 만화를 참 좋아하던 시기가 있었다. 과거형으로만 이야기하면 마치 지금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때도 지금도 만화를 좋아한다. 다만, 예전만큼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만 변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게 '인생 만화'는 어떤 만화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이 책의 다른 제목도 눈에 들어 왔다. 크리에이터. 인터넷 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는 탓에, 9인의 저자 중에 내가 아는 저자분은 곽재식님, 김겨울님, 김중혁님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화를 제법 많이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목차에 나오는 만화 중 내가 본 만화는 <슬램덩크> 뿐이었다. 물론 소개되는 만화 중에 알지만 보지 않은 만화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 되는 만화들도 많았다.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하다. 9인의 저자분들의 최애 만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각자 할당된 공간은 3개인데, 3개의 공간에 각기 다른 만화를 소개한 분도, 3개의 공간에 한 개의 만화를 소개한 분들도 있었다. 또한 내용 측면에서는 만화의 내용에 충실하기도 했고, 만화가 미친 영향을 소개하기도, 현실과 비교한 부분들도 있었다. 다양한 작가분들의 다양한 만화이기에 소개되는 내용도 다채롭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도 이상하게 소개되는 만화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처음처럼 나의 '인생 만화'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접했거나 구입했었던 만화가 기억에 나면 좋을 것 같은데, 정확하고 명료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우선 <슬램덩크>와 <붉은 매>를 사서 모았던 것 같은데, 그 이전에 이미 <드래곤 볼>을 보기 시작했었다. <붉은 매>는 어느 시점에서 내용을 따라 가기 어려울 정도로 등장인물들과 이야기가 얽히는 바람에 중도에 보기를 그만 두었고, 대신 <열혈강호>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열혈강호>가 지금도 연재 중이다. <드래곤 볼>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내용이 산으로 가는 듯 했는데, 마인 부우 편까지 본 것 같다. 그 뒤로도 연재가 계속되는 것 같지만, 이후에는 <드래곤 볼>의 초기의 재미만 간직하기로 했다.
조금 늦게 접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구입해가며 읽고 있는 <원피스>도 있다. 아마도 내게 '인생 만화'라 하면 <원피스>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은데, <원피스> 역시 최근으로 오면서 이야기가 조금 오버스럽긴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원피스'라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기에, 그 오버스러움에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긴 했다. 그래도 '정상결전'까지의 전개는 정말 나의 '인생 만화' 목록에 넣어도 조금도 빠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금 나의 최애 '인생 만화'를 한 편만 꼽으라면 <슬램덩크>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다만 책으로된 만화에 한정해서 말이다). <슬램덩크>는 정말 소년 '점프'인지 '챔프'인지에 연재되는 걸 기다리면서 봤었던 것 같다(초창기 단행본도 기다리면서 구입했었는데, 친구가 빌려가서는 팔아 먹어 버렸다. 그래서 지금 갖고 있는 버전은 신장판이다). 몇 년 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던 것은 <슬램덩크>가 나만의 최애 만화는 아닐 것임을 반증한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 당시의 <슬램덩크>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스포츠로서의 만화이기도 했지만, 청춘과 낭만, 열정과 노력, 재능과 절망, 그리고 극복과 희망이라는 거의 모든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던 대 서사시의 만화이기도 했다. 오늘은 이 대서사시를 다시 한 번 정독하는 것으로 나의 인생 만화에 조금은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