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을 생각한다 - 백석에게 띄우는 이중섭 편지
김탁환 지음 / 남해의봄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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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참 좋았더라>의 후속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참 좋았더라>를 인상 깊고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후속편의 느낌이 선택에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좋았더라>를 읽은지 얼마되지 않았다. 영화의 속설처럼 전편 나은 후속편이 없다는 것은 꼭 영화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물론 <참 좋았더라>의 후속편도 아니고,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소설이지만, 그래도 <참 좋았더라>를 재밌게 읽은지 오래되지 않은 것은 여러모로 이 책과 비교를 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참 좋았더라>가 이중섭 본인의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 였다면, 이 책은 이중섭보다는 시인 '백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이중섭에게 '시'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문학의 한 장르를 넘어서는 무언가이다. 시에 대한 무언가는 시인 '백석'에게서 비롯된 것 같고, 그렇기엔 전반적으로 백석과 그의 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설의 형식 또한 이중섭이 백석에서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이중섭이 백석에게 쓴 편지인듯 싶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내용적인 부분이 팩트에 기반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현실감과 몰입감은 좋은 것 같다. 다만, 서두에서 말했듯 여러모로 <참 좋았더라>를 생각나게 하며, 그 생각은 비교로 이어진다. 저자의 말에 소설의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참 좋았더라>도 그렇고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 재료 중의 하나가 이야기로 성장했을 것이다. 작가분이 이야기 한 것처럼 재료가 모두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재료가 이야기로 발전하는 것이 더 드물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같은 재료에서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하나의 이야기에서만 끝이 났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죽을 때까지 한 번은 만나자고
말하면
당신도 살며시 끄덕일까
- 이시카와 다쿠보쿠 - P5

인생에서 소중히 여기는 보배를 세 가지만 꼽아 보라더군요. 가족과 그림 그리고 시라고 떠오르는 대로 답한 후, 질문을 되돌려 줬습니다. 신 교장은 눈을 감더니 옛 문헌을 외듯 천천히 답했습니다. 첫째는 부드러움이요 둘째는 욕심 없음이요 셋째는 천하에 앞서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좀 더 풀어 달라 청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부드럽기 때문에 씩씩한 것이요 욕심 없기 때문에 널리 뻗치는 것이요 천하에 앞서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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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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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에 <대항해시대>라는 책을 사두었다. 너무도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수준의 두께를 자랑하는 책은 쉽게 펼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책을 계기로 저자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비교적 얇은(<대항해시대>와 비교했을 때) 책이고 저자와의 첫 만남이기에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일간지에 꽤 오래 연재하던 글들을 모아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라는 책이 나왔고, 이 책은 그 책의 프리퀄이라고 한다. 연재 소설과 달리, 역사 이야기를 잘 이어지게 연재하기는 힘든 것 같다. 같은 시간대에 유럽 국가들의 사정들이 모두 같지 않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야기들이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연재된 글들을 모으면서 다시 분류하고 이야기도 덧대여 졌겠지만, 읽는 내내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섯 개의 파트로 큰 단락을 지어 그 안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넣었지만, 묘하게 뭔가 어긋나 보이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범위가 너무 방대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중세라는 시간적 범위, 유럽이라는 공간적 범위, 이야기라는 분야의 범위... <난처한> 시리즈가 있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시리즈인데, 미술과 음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양정무 선생님의 <난처한 미술이야기>가 자꾸만 생각났다. 이 책도 범위가 좀 한정되어 어느 시점 혹은 어느 국가들, 한 분야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었더라면 조금은 산만함이 덜 했을까. 


  처음 만난 주경철 작가님의 책에 대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 수 있다. 그렇다고 꼭 읽어 볼 책 목록의 상위에 랭크한 <대항해시대>의 순위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에는 지도가 나온다. '대항해시대'를 연 이 지도의 등장은 이 책이 <대항해시대>의 프리퀄 역할도 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곧 조만간 <대항해시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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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the Great and the Lost List (Paperback) Nate the Great (Book) 12
Marjorie Weinman Sharmat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 Yearling Books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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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till reading the <Nate the Great> series. I've always wanted to read a book a day to improve my English, but my busyness makes that challenge impossible. Consistency wins the race, but maybe I'm already losing.


I think this is the third book in the series. This is probably the first book I've read without a dictionary. I'm glad. It's annoying to have to look up definitions in a dictionary. It takes the fun out of reading. In that sense, this book makes sense to me. Of course, it doesn't mean that I understood the whole context at once, but it's meaningful in its own way.


I guess I just have to be consistent. I still have a lot of books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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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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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추천한 글이나 방송을 보고 구입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오래 전에 사둔 것도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책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작가분도 아는 분은 아니었다. 표지나 제목에서도 내 시선을 끌만한 그 무엇은 없었다. 어떻게 구입했는지와 함께, 어떻게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그냥 무언가 읽으려고 책을 잡았는데, 이 책이었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다소 두껍다. 표지의 그림은 책을 읽기 시작한 후에야 호랑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무채색이나 흰 종이의 느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이다. 장르로 따지면 대하역사소설쯤 되려나. 옛날 이야기 듣듯이 읽는 역사서들의 최대 단점은 등장인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역사 소설 같은 경우는 이름과 호, 관직 등으로 같은 등장인물을 언급하기도 해서, 너무 헷갈리기 쉽상이다. 시대와 상관없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머리 속에 그려져야 이야기에 집중도가 올라가는 나로서는, 등장인물이 머리 속에서 엉키기 시작하면 진도를 영 나갈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에서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과 상관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소설은 재밌다. 재미가 웃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아닌, 책의 두께가 두껍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과 몰입이 강할 수 있는 재미말이다. 일본 강점기부터 그 이후 6·25 전쟁 직후 정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절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롤로그부터 강렬했다. 표범의 뒤를 쫓는 사냥꾼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표범이 아닌 실제로는 호랑이였던 그 야수와의 만남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말했듯 역사 소설들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옥희'와 연결되는 '정호'의 이야기로 시작하면 이야기를 풀어가기 쉬울 것 같다. '옥희'와 비슷한 삶이 오버랩 되는데, '옥희'의 전 세대라 할 수 있는 '단이'의 생애가 그렇다. '단이'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는 남성으로 '성수'와 '명보'가 등장하는데, 시대상을 대표하는 각각의 이념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 플롯이 그대로 다음 세대인 '옥희'에게로 투영되는데, '옥희'의 두 남자인 '한철'과 '정호'가 그렇다. '한철'과 '정호' 역시 그 시대의 이념을 대표하며, 각각 '성수'와 '명보'에게 연결된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에 몰입도가 상당하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매 장면이 머릿속에 이미지를 남기곤 했다. 책 뒷표지에 나와 있듯, 이미 영상화가 확정이 되었다고 한다. 이미지가 쉽게 잘 그려진다는 것은 사고의 확장이 제한됨을 의미해서 독서에 바람직한 것 같진 않지만, 그동안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로 보아 온 영향이 클 것 같다. 그런 의미에 이 책도 조금은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프롤로그의 강렬함이 프롤로그 이후부터는 느껴지지 않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뭔가 통속적인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머릿속에 형성되는 이미지들은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느낌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내용들이 신선하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인물들의 관계 형성도 뭔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등장하는데, '옥희'와 '한철'이 사랑에 빠지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그동안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사랑에 빠진 느낌이랄까. 좀 급하고 갑작스러운 전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복선을 암시하는 많은 장치들이 나타나는데, 담배 케이스, 은가락지가 그렇다. 언젠가 어느 부분에서 다시 결정적으로 등장할 느낌을 주는데, 다시 등장하는 그 장면들이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1991년도에 방영한 드라마 중에 <여명의 눈동자>가 있었다. 윤여옥과 최대치라는 등장인물이 여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였다. 어린 시절 본 드라마기에, 전반적으로 내용의 많은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음에도 그 두 등장인물과 드라마의 일부 장면들이 간헐적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드라마가 기억이 났는데, 동일한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관계 등이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의 재미가 일부로나마 남아 있는 드라마를 뛰어넘지 못했기에 아마도 강렬함이 덜했던 것 같다.


  올 해는 읽게 되는 책들 중에 소설이 많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소설은 재밌다. 그 중에서도, 조금의 아쉬운 부분들은 있지만, 이 소설은 정말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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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사하고 옥스퍼드 갑니다 - 6개월 만에 준비하는 해외 MBA의 모든 것
정성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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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끌렸다. 그리고 시작부분에서도 많은 공감을 가지며 읽기 시작했다. 본인은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간 한국의 아재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느끼기엔 청년이다. 대부분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많이 간다. 조금 일찍 석사부터 유학을 가거나, 아예 학부부터 해외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유학을 간다고 하면, 박사학위 과정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자의 경우 학부와 군대, 석사를 마치고 나면 20대 후반일 가능성이 크다. 군대 생활 기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휴학이나 공백 없이 달려 왔다면 20대 중반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내 기준에서 저자가 MBA를 나간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시작부터 딴지를 거는 것 같은데, 책 내용으로 가보자. 표지에도 있듯이, 저자의 이야기에 처음부터 공감한 것은 '흔들림' 때문이었다. 저자의 유학 동기도 바로 그 '흔들림'에서 시작했듯이, 현재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크든 작든 어느 정도의 '흔들림'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흔들림'은 일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에서 맺게 되는 관계들에서 오는 것일 수도, 혹은 사회생활을 하는 그 어느 곳에서도 '흔들림'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흔들림'에 대한 진동을 줄이기 위한 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MBA를 택했고, 그 MBA가 옥스퍼드라는 영국의 명문 학교였다. 1년 간의 MBA 생활에 대해 저자의 경험이 비교적 자세하게 적혀 있다. 오히려 부제가 이 책을 선택하는데 조금은 헷갈리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만에 준비하는 해외 MBA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 말이다. 물론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MBA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책에 등장하긴 하지만, 책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 책의 방점이 준비과정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준비과정도 나름 정보력이 갖추었지만, 유학에 대한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하고 방대하게 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준비과정이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MBA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또 MBA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학을 꿈꾸며 준비했었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을 뿐이다.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동경의 대상으로 갖고 있지만, 저자처럼 다시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했을 때 나는 저자처럼 망설임없이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을까.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처럼 선택은 미래의 현실을 바꿀 것이다. 그 사실이 선택에서 갈등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저자의 MBA 이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MBA 이후 달라진 상황들이 현재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가 더 보여졌더라면, 나도 나의 선택에 조금은 더 확신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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