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투자의 정석
유목민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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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책인것 같다. 유목민의 책을 읽은 게 말이다. 첫번째 책은 저자가 아직 회사를 다니면서 투자를 이어나갈 때 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전업 투자자로 나선 다음 나온 책이다. 저자는 회사도 만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저자가 만든 회사로 이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만 그렇게 느낀다면, 뭔가 내 심사가 꼬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책에서 본인의 계좌를 인증하면서 서술을 해 나갔다. 그리고 다른 투자 관련 서적들과 다르게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모두 다 알아 들을 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통 앞 뒤 안 맞는 그럴싸한 이야기들만 있는 책들 보다는 나았다. 이 책은 투자 안내서다. 방법은 '재차거시', 즉, '재료-차트-거래량-시황'이라는 원칙을 밀고 나가면서, 첫번째 책 보다는 조금 더 방법이 구체화된 듯 보였다.


  그런데 읽으면서 드는 궁금증들이 있었다. 먼저 재료를 찾아 내는 법이다. 뉴스에서 비롯되는 재료를 찾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뉴스로 불거진 재료는 시장이 모두 아는 재료가 아닐까. 차트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나름의 선들을 보여 주면서 설득을 하는 듯 보이나, 사후적인 결과들이다. 주장하는 바에 맞는 차트를 찾아 선을 그으면서 설명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이전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다고 이야기 하는 '거래량' 부분은 많은 설득력을 가진다. 시황은 재료 부분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 역시 뉴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 저자의 회사와 연결짓기 쉽다. 그렇다고 영업적인 면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그러면 배운게 전혀 없냐. 아니다. 있다. 중요한 부분이다. 거래량이 터진 종목들에 대한 공부와 서머리이다. 모아두고 이슈가 나올 때 관련 종목들에 집중해 보는 전략이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전략에 가장 근접한 전략인것 같다. 그리고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저자의 말도 큰 채찍질로 다가온다. 아무런 공부없이 무턱대고 들어설 시장이 아니다. 구경하듯 좋아보이는 것들을 마냥 살 만한 곳이 아닌 것이다.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수학의 정석>을 다 풀었다고 해서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이 책을 읽었다고 투자에 대한 공부가 끝나는 것 역시 아니다. 공부하고 공부해야 한다. 제로섬 게임에서 내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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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 김훈 문장 엽서(부록)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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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말을 돌려서 할 필요가 없다. '쉽지 않다'는 말은 '어렵다'는 말과 꼭 같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는 말보다는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가 더 정확하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글이든 정확하고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에둘러 표현하게 된다. 말도 글도 모두 그렇다. 그렇게 말이 많아지고 글은 길어진다.


  김훈 작가님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표현이 정확했다. 어떻게든 닮고 싶었지만, 내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았고, 선생님의 문장은 멀었다. 선생님의 새 작품, 산문이 나왔다. 글을 읽는 중에 선생님의 글쓰기와 관련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닮고 싶은 글쓰기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이 실려 있었다.


"나는 한국어로 문장을 쓸 때 주어와 동사의 거리를 되도록이면 가까이 접근시킨다. 주어와 동사가 바짝 붙으면 문장에 물기가 메말라서 뻣뻣해지지만 문장 속에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선명히 알 수 있고, 문장이 지향하는 바가 뚜렷해진다. 주어와 동사의 거리가 멀면 그 사이의 공간에 한바탕의 세상을 차려 놓을 수 있지만 이 공간을 잘 운영하려면 글 쓰는 자의 몸에 조사들이 숨결처럼 붙어 있어야 하고, 동사의 힘이 문장 전체에 고루 뻗쳐 있어야 한다." (p. 135)


  그랬다. 내 글과 말은 주어와 동사의 사이가 멀었다. 주어와 동사 사이에는 물이 가득 차있고, 한바탕의 세상이 차려진 것도 아니다. 그저 문장만 불명확해지고 문장의 힘도 빠져 나갔을 뿐이다. 글을 쓰는 일이 많지 않지만, 리뷰 쓸 때를 비롯해서 앞으로 글을 쓸 때는 조금 더 주어와 동사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책 소개를 하자면, 딱히 주제는 없다. 소설은 아니고 산문이기에, 선생님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내용 중에 '죽음'에 대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얼마전에 유치원 다니는 딸이, "아빠는 언제까지 살거야?" 라고 물어 왔다.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무슨 철학적인 질문도 아니고, 그저 오빠와 장난을 치다가 물어본 듯 한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 80? 그렇게 생각하고 무심하게 답을 했는데, "오빠, 아빠는 80살까지 살거래" 하며 뛰어갔다. 딸이 가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80살은 어떤 의미일까, 그 전에 죽음이 다가온다면, 혹은 80살 이후까지 살게 된다면, 하고 생각이 길어졌다. 김훈 선생님의 나이도 비슷하다. 병원에 다니는 소재도 이야기에 간간히 등장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경험담도 나온다.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에 대한 물음과 생각들이 계속 이어지다 책 읽기가 끝이 났다. 책장을 덮는데, 제목이 보였다. '허송세월'. 80살이 목표는 아니지만, 공공연하게 목표가 되어 버린 듯하다. 목표를 기준으로,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은 현재이다. 돌이켜 보면 살아 온 날들엔 '허송세월'한 시간들이 많아 보인다. 나머지 살아갈 날들은 시간이 '허송세월'이지 않게 노력해 봐야겠다. 그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물음에 대한 의미가 아닐까.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나름 의미를 부여해본다.

죽은 지 이삼 년 지나서야 죽었다는 소식이 오는 경우도 있다. 소식이 없는 동안 나는 그가 살아 있는 줄 았았는데, 이 말은 그가 죽었다는 걸 몰랐다는 말이다. 그동안 그는 죽은 것인가 안 죽은 것인가. 내가 그의 죽음을 모르는 동안에 그는 내 의식 속에서 살아 있었던 것인데, 이런 시간은 삶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에게도 시간의 흐름이 있는지, 그 시간의 질감과 작용은 어떤 것인지 살아 있는 자들은 알지 못한다. 산 자의 시간과 죽은 자의 시간은 서로 넘나들지 못한다. 이 경계에 관하여 산 자는 말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산 자에게 말해 주지 않는다. - P35

나는 한국어로 문장을 쓸 때 주어와 동사의 거리를 되도록이면 가까이 접근시킨다. 주어와 동사가 바짝 붙으면 문장에 물기가 메말라서 뻣뻣해지지만 문장 속에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선명히 알 수 있고, 문장이 지향하는 바가 뚜렷해진다. 주어와 동사의 거리가 멀면 그 사이의 공간에 한바탕의 세상을 차려 놓을 수 있지만 이 공간을 잘 운영하려면 글 쓰는 자의 몸에 조사들이 숨결처럼 붙어 있어야 하고, 동사의 힘의 문장 전체에 고루 뻗쳐 있어야 한다. - P135

독서는 쉽고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살이는 어렵고, 책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워 나가기는 더욱 어려운데, 책과 세상이 이어지지 않을 때 독서는 괴롭다. - P157

꽃이 아름다운 색깔과 냄새로 곤충을 유혹한다는 생물학의 정설을 나는 의심한다. 이 학설이 진리 대접을 받으려면 곤충에게 미의식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벌과 나비는 꽃으로 가지만 잠자리, 메뚜기, 방아깨비, 오줌싸개, 여치는 꽃으로 가지 않고, 파리는 한사코 똥으로 모인다. 벌은 똥으로 가지 않고, 파리는 꽃으로 가지 않는다. 벌은 미의식이 있고 파리는 미의식이 없는가. 꽃 냄새를 따라가는 벌의 감각은 우아하고 똥 냄새를 따라가는 파리의 감각은 추악한가. 인간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 P309

이 마지막 한 문장을 쓰기 위하여 나는 너무 멀리 돌아왔다. - P318

육조 혜능(慧能, 638~713)은 인간의 내면에서 풍겨 나는 향기로운 냄새를 말했다(오분법신향(五分法身香)).

마음속에 그릇됨이 없고 질투와 성냄이 없고…악을 짓지 않고…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참성품에 변함이 없는 것…이러한 향기는 각자의 안에서 풍기는 것이니, 결코 밖을 향해 구하지 마라.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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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자율학습 리눅스 입문 with 우분투 - 입문자를 위한 가장 쉬운 리눅스 입문서 코딩 자율학습
런잇 지음 / 길벗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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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에서 나오는 시리즈다. 지난번에(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시리즈로 파이썬을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자율학습단'이라는 이름으로 스터디 모임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학습단에 참여해서 4주동안 안내되는 일정을 따라하면,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돌파할 수 있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9기에 파이썬으로 참여했고, 이번엔 리눅스를 경험해보기 위해 10기에 참여했다.


  운영체제는 거의 윈도우만 사용했다. 처음 초등학교때 컴퓨터를 접했지만, 내가 접한 컴퓨터는 도스 운영체제였고, 부팅 이후에는 간단한 게임인 너구리나 킹콩 정도만 했었더랬다. 그 뒤로 중학교쯤 되었을때 처음 산 컴퓨터가 486 컴퓨터였고,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윈도우를 사용했었던 것 같다. 


  리눅스를 알게 된 건 형이 사용하는 걸 보면서다. 뭔가 처음엔 도스시절을 떠오르게 했지만, 나중에 본 리눅스도 윈도우 형태의 GUI도 서비스 되는 것 같았다. 그럼 뭐 별로 어렵지 않겠거니, 쉽게 배울 수 있겠거니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윈도우만 사용했고, 사회에 나와서 멋을 위해 샀었던 맥북이 처음으로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의 시작이었던것 같다. 그때는 여러 제약들로 인해서 맥에 윈도우도 설치해서 함께 사용하긴 했지만 말이다.


  서론이 또 길었다. 그래서 왜 갑자기 리눅스를? 통계 관련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컴퓨터의 성능이 워낙에 좋은 요즘은 데이터 용량이 큰 것은 프로그램 돌리는 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뭐 빅데이터를 말하면서, 머신러닝이나 그런건 다르다고 하는데, 아직 경험이 거기까지는 못 미쳤고,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분석이 만만치 않음은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시나리오가 증가하고, 시나리오마다 제약들과 설정들을 다르게 하면서 1,000번 이상 반복적으로 계산하게 하는 등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일들을 컴퓨터에게 수행하게 하는 일은 컴퓨터도 화 낼 때가 많다. 회사에서 돌려 놓고 퇴근하거나, 집에서 돌리고 회사에 다녀와도 여전히 계산 중일 때면, '니가 고생이 많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병렬연산을 알게 되었고, 그때 리눅스를 사용하여 계산을 수행하는 시연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하루 넘게 걸린 작업이 10분 정도로 해결되었다. 와우! 그렇게 리눅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도스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프로그램 하나를 새로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운영체제를 배운다는 것은 말이다. 참고로 나는 문과다. 이과적인 부분들에 관심이 많은 그저 문과생이란 말이다. 관심만 가지고 덤비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다행히 이 책은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대체로 어려웠지만, 따라하다 보니 재미도 있었다. 루프에서는 파이썬이나 R과 비슷한 부분들도 있어서 다행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웠다. 집과 회사에서 시간이 날 때 학습을 이어갔는데, 회사는 보안의 문제로 가상프로그램 설치가 안되서 노트북을 이용했다. 처음 우분투 설치부터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잘 따라가나 싶다가도 고비가 한번씩은 나타났다. 노트북 사용은 인터넷이 안되서, 실습 부분에서 버벅이던 부분들도 있었다. 


  입문자로써 따라하는 것이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다만, 따라한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한 것도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배경 지식이 전무한 데에서 오는 것도 상당 부분일 것이다. 그래도 입문서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리눅스 입문서를 본 것이 없어 비교 대상도 없지만, 나같은 학습자에게, '추천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면, 선뜻 '꼭 보세요'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학습단은 끈기있게 학습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학습 이후에 오는 '뿌듯함'도 좋았고 말이다. 병렬연산을 위해 더 리눅스를 공부해 볼 것인가. 리눅스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목표가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눅스의 소용은 더 큰 데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다. 입문을 했으니, 조금은 쉬었다가 다시 리눅스에 조금 더 깊이 다가갈 것 같다. 반가웠고, 재밌었다. 리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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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창비시선 500
안희연.황인찬 엮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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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는 꽤 많은 시집을 읽어 온 것 같다. 올 해의 마지막 시집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좋은 시집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시집은 뭔가 감정의 교감 같은 것이 시에서 느껴져야 좋은 것 같다. 시인의 시가 내가 느끼는 느낌으로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읽으면서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시들 보다는 내 안의 어떤 느낌을 끄집어 내는 시를 좋아 한다.


  이 시집은 '창비시선 500 기념시선집'이다. 창비시선 401번부터 499번까지의 시선에서 한 편씩 뽑아 엮은 것이다. 중복되는 시인의 경우에는 한 편만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꼭 100편의 시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번에 리뷰했던 '창비시선 500 특별시선집'인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과 같이 나왔다. 두 시집 모두 엮음 시집이다.


  시인 한 분의 시집에서는 모든 시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게 시를 읽기 어려웠던 이유 중의 하나다. 엮은 시집이라고 수록된 모든 시들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창비시선 500을 기념하는 이 두 시집은 모두 마음에 들고 애착이 간다. 공감하는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시는 사랑을, 어떤 시는 부모님에 대한 아련함을, 어떤 시는 뭔지 모를 그리움이나 슬픔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시집이었는지 모르지만, 읽다가 한 켠에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좋았던 시집이 있었다. 이 시집은 지금도 나중에도 두고 두고 읽어도 모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4년을 지나 온 시간보다 지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좋은 시집을 만났다.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은 10월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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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나의 정원 - 개정판
타샤 튜더 지음, 김향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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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유명한 동화 작가 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화를 읽지 않는 나이에 저자를 알게 되었고, 저자의 동화도 읽어 본 적은 없다. 우연히 정원에 관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번쯤 읽어 보고 싶었다. 물론 동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면서 가꾸게 되는 정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보다는 사진이 많아, 그녀가 가꾸는 정원을 눈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 많은 꽃들과 식물들, 나무들, 그 정원을 보면서 자연을 느끼게 된다.


  내가 태어난 곳은 시골이다. 마당이 있었고, 농사를 지었더랬다. 물론 내 기억에는 없다. 내가 태어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도시로 이주했고, 그곳에서도 몇 년을 지내고 서울로 이사했다. 유년과 청년시절은 모두 서울에서 보냈고, 집의 형태도 대부분 아파트였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거주한 기간도 있었으나, 마당이 흙으로 되어 있지 않아 식물이 함께 하지 못했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귀농을 해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천성이 게으르고 무언가를 돌보는데 취약하지만, 그래도 정원이 함께하는 주택의 삶은 로망의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로망을 조금 더 확장하게 해주는 기폭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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