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사실 이 책은 읽은지 한 달이 넘었다. 보통 책을 읽고 바로 리뷰를 남기거나, 못해도 2일을 넘기지 않는 편인데 말이다. 한달이면 읽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기엔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그렇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뭔가 서사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이야기가 대체로 쉽게 잊히진 않는다. 이 책은 과학 서적이다. 내용이 머리속에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부분들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은 한 책을 읽으면 바로 다른 책들을 읽기 때문에 비슷한 결의 책들을 읽을 때면 내용이 가끔 머리속에서 섞이기도 한다. 이 책은 과학책의 역사에 과한 책이다. 많은 책들이 소개된다. 대부분 다 기억에 남아 있을 확률은 낮다. 그렇다고 어디선가 만나서, 어디서 봤었던 책인데, 하며 생각날 확률도 적다. 그렇다. 그냥 리뷰가 늦은 것이다. 내 기준에서 많이 늦은 것이다.
우선 멋지다. 책표지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약간 클래식 고전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스르륵 넘겨 보면, 안의 삽화들이 보이는데, 역시 멋지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책의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과학책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시간 흐름대로 관련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고전들이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들도 있어서, 뭐랄까, 매주 주말이면 등장하는 신작 소개란처럼 과학책을 소개하는 특별 부록같은 느낌이랄까. 멋스럽게 만들어진, 본권보다 멋진 부록같은 느낌말이다. RightReading.com의 추천글이 나의 느낌을 대변한다. "시각적으로 대단히 멋진 책".
고대부터 현재까지 세상에 중요한 사상과 사실들을 전달했던 책들을 소개한다. 부제가 이 책을 정확하게 소개한다.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즉, 역사적으로 위대한 과학책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며 소개하는 책이다. 고대에는 철학과 과학을 떼어놓기 힘들었다고 한다. 많이 들어 본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로 오면서 과학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적어도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그러니까 유명하고 위대하겠지만 말이다)이 등장하고, 그들의 저서들이 소개되지만, 역시 읽어 본 책들은 전무하다. 작년인가 알라딘 서점에서 북펀드로 진행한 책 중에 뉴턴의 <프란키피아>가 있었다. 제목만 들어 봤고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책이 너무 멋있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그 책도 이 책에서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언제 꼭 한 번 읽어 봐야지, 생각했지만, 역시나 언젠간 꼭 한 번이다. 알 수 없는 기약이다. 반면에 소개되는 책들 중에 꼭 읽어봐야지 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도 있다. 일부는 원서만 있어서 포기(어려운 과학 이론 책을 원서로 읽기는 상당한 부담이다)했지만, <모든 순간의 물리학>과 <침묵의 봄>은 번역서가 있었다. 꼭 읽어 볼 생각이다.
과학의 역사를 책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다. 소개되는 과학책들은 과학의 다양한 부분에 걸쳐 있다. 그래서 물리면 물리, 화학이면 화학, 생물, 천문학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번역자가 아니기에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번역된 부분들이 있었다. 그 부분이 아쉬웠는데, 원서를 보지 않았기에 번역의 잘되고 잘못되고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읽기에 문맥에 어색했다는 의미이다. 책에서도 이야기 하듯 많은 과학 전문 서적이 물리학에 한정되고 있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물리학도 요즘 뜨고 있는 양자 물리학을 비롯해 천체 물리학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분야가 다양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 전 분야를 다루고 있으니 번역자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은 재밌다. 그리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