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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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은 물론.... 나도 어렵다.

그가 남긴 잠언들 중에서 이건 무슨 말인지 몇 번을 읽어도

못 알아듣겠다 싶은 문장들이 있음에도...

그럼에도 끌리는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 자신도 마땅치 않아했던 면모들,

내가 바라본 이 세상과 인간들에 대한 통찰이

내 안에 있는 생각과 톱니바퀴가 맞춰지듯 탁 걸려 버리면

놓을 수가 없는 게 내게는 니체의 철학이었다.

이번에 만난 포레스트북스의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를 통해

다시 한번 그가 남긴 사상들을 그러모아본다.

이 인생을 다시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니... 처음 접했을 땐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영원회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으로 떳떳하고 부끄럼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열정과 의지를 끌어모아 자유롭게, 규범과 권위로부터 해방되어 살아가라는

의미로 나는 읽었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지금과 똑같은 삶이 다시 반복된다해도 아쉽거나 후회되지 않도록!

아모르 파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수많은 우연들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필연 또한 감사히 여기는 마음.

때로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내 삶이 흘러갈지라도,

그 흐름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할지라도 감내할 수 있는 그런 운명애 또한 품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고통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니체의 사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인다.

피로가 쌓여 지쳐있는 나, 한심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를 조우하게 될 때는

본능에 충실하며 충분히 쉬어주는 게 좋다는 일상의 철학도

한 번 더 니체를 통해 새겨 넣는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되, 활기차게 삶을 즐기는 와중에도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은 내게 언제나 독서였다.

니체에게 독서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에게 독서는 즐거운 고독을 즐기는 시간이다.

나를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기 명분 쌓기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주는 것이 독서이며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또한 독서이다.

앎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상 독서를 한다는 건

타인의 학문이나 영혼 속에서 잠시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나 참 좋아하는데

니체도 이런 즐거움이 좋았다니 괜시리 친밀감도 갖게 된다.

특별할 것 없지만 요즘 나는 제2의 삶, 일하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원래 잘 하던 것을 너무나 오랜만에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감사히 얻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찾아온 이 효능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중이고

조금 지친다 싶을 때면 현재 내가 갖게 된 행복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물론 나 또한 노력해서 얻었지만 이 감사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진심을 더해야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하게 된다.

때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간다 싶으면 예민하게 나 자신을 감각하면서

건강 또한 챙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몸과 마음, 그 어느 것 하나 먼저이고 나중인 것이 없다.

몸을 챙기면 마음도 힘을 내고 마음이 단단해지면 내 몸을 챙기려는 의지가 샘솟는다.

이렇게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니체이지만 정작 그는

편두통, 우울증 과대망상 같은 정신질환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니체는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고통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지만

이 모든 고통들 덕분에 자신의 철학도 존재하게 되었다고, 그러니 삶을 긍정하자고 말한다.

긍정하는 자가 되어 극복해야 할 대상인 인생을 당당히 마주하려는 의지의 소유자.

니체를 보면서 삶 속에서 수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이러니 니체에 빠져들 수밖에!


애정하는 도서관에서 오페라 공연이 있던 날.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을 들고 갔다가

우연히 이곳에서도 니체를 만났다.

삶의 축복이란 이렇듯 우연으로 시작되나보다.^^

니체는 내가 밟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어디 하나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가 남긴 책들과 사후 발견된 편지, 일기, 메모, 미완성 유고 등에서 발췌한 이 잠언집은

예술과 삶을 기가 막히게 연결한 니체의 생각도 담아내고 있다.

예술은 오직 삶을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에 의해 멸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예술'을 갖는 수밖에 없다.

정신의 소산 중 가장 지치고 허약한 것,

인생에 위협적이며 부정적인 것은 예술로부터 항상 보호를 받는다.

예술은 삶을 가능케 하는 위대한 움직임이며,

평범한 삶에서 도피할 수 있게끔

사람들을 자극하는 위대한 유혹이다.

예술은 삶을 부정하려는 모든 의지를

짓누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예술은 인식하는 자를 구제한다.

즉 비극적 인식에 사로잡힌 인간을 구제할 수 있다.

....

예술이란 결국 삶의 문제다.

예술은 삶을 고양시키는 것을 찬미하고

삶을 약화시키는 것들에 반대해 왔다.

예술이 예술로만 존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예술은 오직 삶을 위해서만,

삶에 근거해서만 존재해 왔다.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p.80-81

인간에게 참회와 속죄를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하며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다.

니체 또한 온 몸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일상을 살아갔던 나약한 인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부단히 의지를 일깨웠던 초인 아닌 초인이었다.

인간의 사상을 가두며 길들이려 했던 도덕관념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외쳤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으로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다 보면

결코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누구로부터 지탄받을 일도 저지르지 않는다고도 한다.

우리가 믿는 그대로 세상은 움직이지 않으며

오염된 진실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며 뼈 때리는 충고를 하면서도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의지로 능동적인 삶, 긍정하는 삶을 사는 주체가 되라고 말한다.

니체 자신도 극소수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손을 떠난 책은 이 세상의 지혜가 되었고

니체를 수용하고자 하는 건 나의 몫이며 나의 선택이니까 한 마디로 내 맘 ㅋㅋ

니체 아포리즘... 예상한 대로 한 꼭지씩 짧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그의 메시지들이 하나같이 다 좋았다.

물론 때로는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활자로만 존재하는 문장들도 있지만

다 섭취하다 보면 너무 배가 부르니까 ㅎㅎ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들만 즐겁게 취사선택해도 충분히 좋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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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꾸물거릴까? - 미루는 습관을 타파하는 성향별 맞춤 심리학
이동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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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거림"이라는 말은 사실 일상에서 누구나 상황에 따라 차용하는 표현인데

이게 심리학계에서 전문적으로 쓰는 용어라는 것에서부터 신선했다.

학술 용어로는 할 일을 미루는 행동을 뜻하며 '지연 행동'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연세대 상담심리 전공을 담당하는 이동귀 교수와

상담심리연구실에서 꾸물거림 관련 연구와 상담을 연구하는 네 명의 박사들이 함께

3년에 걸쳐 문헌을 고찰하고, 토론 및 수정 작업을 거쳐

21세기북스에서 출간해낸 심리학도서이다.


미루기 행동과 미루는 습관 연구만 20년을 해온

연세대 이동귀 교수가 책 출간에 맞춰서 최근에는 유퀴즈에도 출연하시면서

한국인들의 특징을 상황별 맞춤 심리학과 함께 융합시켜서

책에 대한 이해가 한결 수월해진 경향도 있다.

미루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분이라면 한 번쯤 시청을 권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심리학도서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1장에서

저자들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책 내용의 큰 흐름을 제시한다.

그리고 2장부터 6장까지의 목차들은 바로

나는 어떤 타입에 속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5가지 성향 분석을 상세하게 담아내었다.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자기 비난형

현실저항형

완벽주의형

자극추구형

개인차가 있음을 전제로 하며

누군가는 한 가지 성향이 독보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2가지, 아니면 3가지 성향이 섞여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 특성들은 얼마든지 서로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따로 정해진 순서는 없으니

지금까지 나의 미루기 습관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바로 그 성향이 보인다면

순서 상관없이 건너뛰어서 직면해도 좋다.

정말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라면 스스로 정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루는 습관, 즉 꾸물거림이 나타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이동귀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과 조금은 덜 중요하거나 덜 급한 일을 구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서 그냥 나중으로 미뤄 버린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외친다.

"carpe diem" 이라고.

꾸물거림이 내면화되어 있는 이들에게 이 라틴어 표현은 자칫 명분을 주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영어로 좀 더 풀어서 표현하자면 "Seize the day".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주는 말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당사자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지연행동이 일어나는 꾸물거림과는 멀어도 한참 먼 이야기다.

"꾸물거림"이 발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누구나 내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도덕기준, 성취기준... 그 기준은 분야와 정도 또한 개인차가 다양하다.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사람은 보통 자기 비난이 나타나곤 한다.

자신에게 처벌저인 평가를 내리는 것, 바로 이 타입이 5가지 성향 중에 자기비난형에 속한다.

거기에 완벽주의형이 얹어지면 자기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죄책감으로 이어져 <자기비난-꾸물거림-죄책감> 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더 높은 기준과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 좌절감, 무망감, 자기패배감이라는

부정적인 정서를 겪으면서 꾸물거림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 상사가 일을 시켰을 때 그 자리에서는 곧바로 알겠다고 해놓고는

자기 혼자 현실에 저항하며 그 일을 미뤄버린다.

그런 자신의 미루기 행동이 자신에게 이로운지, 손해를 보게 하는 선택인지

현실저항형이라면 한 번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은 어떤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면서 자책한다면 그는 자기 비난형이겠지만

반대로 자신의 능력을 다소 과대평가하며 현실적이지 않은 결과를 스스로 도출하곤 한다.

이를테면 해내야 할 업무가 있을 때 2시간이면 해결될 거라는 판단으로

마감 2시간 전에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듯 노력의 총량을 축소시켜서 판단하게 되는 타입이

바로 비현실적 낙관주의형이다.

마지막으로 자극추구형은 흥미가 떨어지면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가 해야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자꾸만 미루게 되고,

자극이 왔을 때 비로소 움직인다.

이런 경우는 쉽게 새해, 또는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아주 많이 나타난다.

한 마디로 작심삼일에 목 매는 사람들!

사실 작심삼일은 지키지 못했다면 다시 또 작심삼일을 시작하면 된다.

하기로 했는데 실패했으니 그냥 주저앉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더 나쁜 습관인 것!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꾸물거림이라는 지연 행동이 기지개를 펴곤 하지만

이동귀 교수의 전언으로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학기 초에 정규 과제를 제시했을 때

마감 하루 전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마주할 수 있다.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기대지 말고 미리 여유롭게 과제 준비를 한 사람이

실수나 오류도 줄여가면서 주제에 가장 충실한 과제를 제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귀교수의 심리학도서 <나는 왜 꾸물거릴까?>를 완독한 후에 결론을 내려보니 필자는

비현실적 낙관주의형이 20% 가량, 그리고 나머지는 완벽주의형에 속하는 것 같다.

과거 영어학원 강사시절, 학생들에게 떳떳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시작은

나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었고 그래서 수업 준비에 정말 진심이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 바탕에 변함은 없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며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내게 중요한 일이라고 인식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필요한 행동을 시작한다.

인식했다면 즉시 행동해야 미루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

"꾸물거림"은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기 싫은 이유도 많은 양가감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은 성격이나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조절의 문제라고 연세대 상담심리연구실은 진단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적 교착상태'.

이러한 감정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거 없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꾸물거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이해로부터 출발해야 변화의 여정이 비로소 시작된다.

내면화되어 있는 "꾸물거림"을 타파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5가지 심리적 기제들을 잘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 마음이 공존하는 감정을 잘 조절해서

일의 속도와 능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좋은 변화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뤄도 될 것 같고,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그 '기분'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유혹에 저항하고 자제력을 발휘해서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

내게 주어진 과제들을 해야 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유혹에 약한 자여, 유혹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다!

유퀴즈 녹화할 때만해도 구독자 10명이라고 하셨는데

역시 방송 한 번 타고 나니 구독자 변화가 어마무시해졌다다...ㅋㅋ

평소에 심리학도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 기대가 많았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5가지 성향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하여 일상과 접목시킨 사례들로

더 쉽게 나는 어떤 타입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했다면 이어서 원포인트 솔루션도 얻어가길 바란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자각(self-talk)부터 시작이다!

인식했다면...곧바로 행동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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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 숨겨진 수학머리를 깨우는 진짜 수학 공부
조 볼러 지음, 송명진.박종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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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호기심이 향하는 주제도서라면


선택에 대한 실패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아량으로 펼쳐보게 된다.


물론 기대감과는 다르게 저조한 만족도를 주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번에 나온 와이즈베리 신간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만큼은 


내게 정말 적절하기 그지없는 독서였다.


경력이 단절되었던 중등 영어강사직을 다시 시작한지 정확하게 일주일이 되었다.


요즘 온통 나의 관심사는 초*중*고 영어 교육법과


영문법, 그리고 문장 해석 스킬들을 익히는 데 집중되어 있다.


영어적 사고방식과 논리 체계를 다시 내 두뇌로 그러모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실질적인 영어학습 내용들도 탄탄하고 깊이있게 다져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조 볼러 교수의 수학 교육법이 내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성장 마인드셋이 수학적 마인드셋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이로움을 전하고 있는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지금의 나에게 풍부한 인사이트를 안겨 주었다.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스탠퍼드 수학공부법>의 개정판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 및 영국에서 수학교육이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그가 꼽은 실패한 원인들 중 두 가지는 바로


수학의 지나친 단순화와 맥락에서 분리된 풀이과정이다.


이를 총체적으로 변환해서 다시 말하면 수학적 마인드셋의 계발 부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학 수업은 사고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있고


그렇게 수학이라는 과목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수학적 마인드셋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아래와 같은 대립적인 사례가


수학적 마인드셋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풀이 방법을 암기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핵심 아이디어들을 관찰하고

 그 사이의 연결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으로 

수학에 접근함으로써

학생들의 근본적인 성취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수학적 마인드셋은


열심히 노력하면 지능이 향상된다는 믿음, 즉 성장 마인드셋을 바탕으로


탐험하고 해석하고 추론하며 패턴과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학습 경험으로 인해 수학적 길이 만들어지고, 또렷해지며 나아가 서로 연결되는 것.


이러한 연결성을 탑재한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성공적으로 해 나갈 때


수학의 본질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은 수와 계산으로만 가득찬, 절차와 공식에 의한 과목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자와 같은 수학자들에게 수학은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숫자 뿐만 아니라 단어와 시각자료, 모델, 알고리즘, 표, 그래프를 이용해


움직이고 만지면서 수학을 다차원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앱과 게임을 공유하는 유큐브드 공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경로가 있음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수학에 관한 개방적인 과제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학생들을 이 안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https://www.youcubed.org/

오랜시간 굳어져 버린 수학에 대한 대표적인 고정관념은 대충 이런 것일테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해져 있다."

"수학을 잘 하는 뇌는 따로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고정 마인드셋이다.


수학 성적은 단순히 문제 풀이 방법을 수동적으로 암기하거나


어떤 아이디어의 간단한 버전을 뽑아서 반복적으로 풀라고 연습시킨다 해서 향상되지 않는다.



사고방식에 따라 학습 행동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습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


학습 경로가 바뀌고 더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성장 마인드셋 관점으로 수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참 중요해 보인다.





저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학 수업과 앞으로의 수학 교육법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고정된 풀이 방법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연관성을 모은 집합체로서의 수학을 봐야 한다.


수학공식을 빨리 떠올리게 하는 것이 오히려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시키고


급기야 수학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전후 맥락없이 학생들에게 수학 공식이 주어지는 교실이 아니라


선생님은 수학 지식을 논리적으로 따져서 질문하고


학생들은 연관성을 생각하며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할 것이다.





교사의 일을 돕는 것을 사명이라고 여기는 저자의 이 책은


여덟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그 정도로 수학 교육법에 있어서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했던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수업 모델들을 통해


수학교육 종사자들 입장에서 바람직한 수학 수업의 인사이트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나아가 부록에서는 창의적인 수학 숙제의 구체적인 사례들도 접할 수 있다.





수학을 아이들에게 이롭게 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믿음에서부터


나 역시 중요하게 여겨왔던 성장 마인드셋의 힘이 전해진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수학적 사고방식과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면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하고 체험할 수 없었던 '재밌는' 수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제를 제시함은 물론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자기 효능감을 탑재하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한다면


교실에서부터 완전히 변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마저 든다.





이 수학적 마인드셋을 나의 상황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학생들에게 영어란 그저 암기해야 하는 하나의 과목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갖춘 하나의 언어라는 것부터 인식할 수 있게 해야겠다.


수업 시간에 비로소 알게 된 영어 개념(문법과 독해)은 무엇인지,


수업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수업 돌아보기 숙제"라는 저자의 아이디어는


앞으로 수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유용한 팁으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다.


수학이나 영어에 대한 불신을 자신감으로 바꿔주는


성장 마인드셋의 강력함이 내게로 이식된 느낌이다.


수학 공부법, 수학 교육법에 관한 책인데 한편 자기계발서의 냄새도 풍긴다.^^


결과적으로 매우 유익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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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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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던 니체의

'Amor Fati' 문구를 좋아해서 신용카드에도 새겨둘 정도로 니체를 좋아한다.

그런 니체에게 철학적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이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이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는 게 고통이다." 라는 철학적 사유를 접한 뒤로 망치를 얻어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니체가 궁금해서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접했고

또 언젠가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꽂혀서 찾아보다가

비슷한 결을 느끼고는 이제서야 영향을 준 쪽과 받은 쪽을 확실하게 알았다.

시대마다 중요한 변곡점을 남기는 경우는

현대에 와서는 전쟁이 결정적이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매번 기존의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철학적, 과학적 사고방식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이나 사상들이 출현하는 때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뿐만 아니라 프로이트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었고

이들의 사상이 세상에 전파되기 이전의 시대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인 시대였기에 더더욱

당시로선 논란의 중심에 서는 철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대인들은 무슨 이유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찾으며 또 곱씹는 것일까.

그의 철학에는 덮어놓고 긍정하면서 정신 승리하자고,

분명히 사는 게 힘든데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자기최면하는 위선적인 철학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독설인거 같은데 그냥 흘려들을 수 없고 희한하게 설득된다.

피하면 그 순간은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둘러싼 고통은 다시 나를 찾아오고 반복되어 그 고통을 강화시킨다.

이렇듯 비록 사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이라면

다시 쇼펜하우어가 남긴 아포리즘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각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인간다움은 후대로 전승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염세(厭世)주의자, 쇼펜하우어.

한자어를 풀어 보면 어렵지 않게 '세상을 싫어하는 사람' 이라는 게 예상이 된다.

그렇다.

염세주의는 세계나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세상 뿐만 아니라 인간도 싫어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염세주의자,

나아가 인간혐오주의자라고까지 살벌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은 생물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없는 존재라고 했고

인간보다 개가 낫다고까지 말했으니까.

더 나아가 그는 생은 추악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만 콕콕 집어서 단편적으로 접하다 보면

혹여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고 싶지도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쉽게 쓰여진 인문학 자기계발서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철학에는 체험적 진리가 응축되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포리즘으로 다가와 강렬하게 꽂힌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모른 채로 인생을 살 수는 있지만

한 번만 접하는 것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의 염세주의적, 인간혐오주의적 사상을 갖게 된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통 유년시절의 경험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아버지보다 20살 어렸던 어머니는 그야말로 쇼펜하우어보다 더한 독설가로 알려져 있다.

(유전이 참 무서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고도 어머니는 문란한 사교계 활동만 할 뿐이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받아보지 못한 쇼펜하우어는 갈수록 어머니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가 짙어졌고 결과적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였다.

아... '헤겔'이라는 이름의 개 한마리를 키우며 살았다고는 한다.

쇼펜하우어가 살았던 당시 철학자들 중에 헤겔이 워낙 유명했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쇼펜하우어가 개에게 이름을 붙여 화풀이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목차

Part 1. 나 자신을 위하여

Chapter 1. 내 안에 숨겨진 이기적 유전자를 깨워라

Chapter 2. 운명의 여신은 두 팔 벌려 맞이하라

Part 2. 처세에 관하여

Chapter 3. 슬픔은 어떻게 삶의 지혜가 되는가

Chapter 4. 삶의 무기가 되는 인간관계를 그려라

Part 3. 인생에 대하여

Chapter 5. 진짜 인생은 괴로움과 위기를 동반한다

Chapter 6. 철학적 사색을 낳은 죽음에 대하여

세상은 악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고

인간은 욕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존재이며

인생은 고통(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던 쇼펜하우어.

그런데 하나하나 그의 철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들을 쏟아낸다.

욕망이 뭔가?

자기 자신만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부조리한 잣대를 하염없이 갈구할 뿐이고

밑빠진 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끝끝내 충족되지 않는 고통으로 인간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정체를 인간은 정작 인식하지 못하고 평생 가스라이팅을 당할 뿐이다.

고통의 원인을 대부분 바깥에서 찾는데 이 또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탓하고 책망하라는 것이 아니다.

욕망의 근원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것으로 읽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별력이 선명해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은 고통이나 걱정이 없는 건 잘 느끼지 못하면서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확대 해석하고 과거의 나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부정적으로 확장시킨다.

평소에 행복한데도 잘 느끼지 못하다가 불행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행복을 떠올리게 되고 상기시키는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유의미하게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라."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나 쾌락을 추구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재앙이나 슬픔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나를 슬프게 했던 것이 알고 보니

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런 슬픔과 고통이 없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니까.

어차피 채우는 행위는 인간에게 끝도 없다.

하나를 만족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채우기에 급급하여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인 것이니까.

 


 

애정하는 나의 독서 공간 스타벅스에서

쇼펜하우어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압축된 짧은 문장들,

그의 아포리즘들을 하나 둘 적어 보았다.

* 인간은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데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지배적인 힘의 원천은 지혜와 힘과 행운이다.

* 현명한 사람은 기쁨을 찾기보다 슬픔이 없기를 요구한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주의와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사람이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 인간이 동물보다 고통이 많은 것은 인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다면 철학적인 사색은 없었을 것이다.

* 자연은 삶과 죽음 사이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진심과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인간은 매우 주관적이며 흥미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 흥미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인간은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부터 생각한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중에서

특히 마지막 문장은 정말 너무 딱 맞다!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악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쇼펜하우어는

우선 이것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남은 생이라도 지혜롭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서재에 유일하게 걸려 있었다는 사진이 바로 쇼펜하우어였다고 한다.

사상가에 가까운 소설가 톨스토이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와

삶의 진리에 대한 통찰이 예리했던 작가였기에

니체와 프로이트에 이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영향력을 입은 사람들 명단에 이름을 얹어야할 듯 싶다.

읽는 사람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들이 다른 것들로 각인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없을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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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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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진화, 유전, 노화, 죽음.

예전에 히트한 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한 마디로 로맨스 드라마를 위해 지어낸 제목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정말 인간은 별에서 온 생명체였다.

지구별에 정착한 모든 인간은 어김없이 수정란 하나에서 탄생하고 노화를 겪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생명 현상의 법칙에 따라 하나의 생을 산다.

인생의 궤적 안에는 우주만큼 신비한 생명현상의 법칙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 광대한 궁금증은 짧은 시간에 개인이 풀어낼 수는 없는, 집단지성의 영역이겠지만

아이디어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과학자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이며

그래서 과학자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저자의 진심에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에 더욱더 몰입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2019년에 인류에게 닥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게 한 mRNA 백신 개발도

생명과학의 연구 덕분이었음을 짚으면서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해왔기 때문에 그나마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지구별 생명체는 물론 나름대로의 다양성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고 다양한 기관을 만들어가는 신비한 법칙들이 있다.

반면에 그 중에서도 불완전한 돌연변이 개체 하나가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능, 구조, 발생, 발전, 유전 등을 연구함으로써

생명체의 생존과 진화, 환경과의 상호작용, 유전적 다양성, 세포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모든 동물은 수정란 하나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수정란은 닭이 되고 어떤 수정란은 인간이 된다.

이러한 생명현상은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다양한 세포를 가진 복잡한 개체로 만들어지는지 그 발생과 진화의 과정을 추적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 뜻깊은 소명을 성취하기 위한 시작은 매력적인 모델 생물을 발굴하는 것이다.

작은 동물이더라도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침팬지가 네 가지 염기 순열의 순서가 굉장히 비슷하고

그 다음으로 생쥐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리고 절반 정도의 유전자가 인간과 비슷한 곤충이 하나 있는데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가 발견한 뜻밖의 생명체가 바로 예쁜꼬마선충이다.

2021년 1월에 이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이미 이 방송에서도 예쁜꼬마선충을 소개한 바 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생물을 연구한다는 것까지는 알겠고

그렇다면 모델 생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어떤 걸까.

인간에게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침팬지나 생쥐보다 이준호 교수가 예쁜꼬마선충에 주목한 이유는

생명의 보편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 있어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빠르게 세대를 이어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번식하는 일이 쉽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야 한다.

셋째, 인간과 유전정보가 충분히 유사해야 한다.

결국 모델 생물은 빠르고, 값싸고, 정확해야 한다.

물론 예쁜꼬마선충 외에도 초파리, 제브라피시, 생쥐도 알려져 있지만

이준호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에 유독 더 마음이 갔나보다.^^

근데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명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왠지 정이 가고 자꾸 보고 싶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실험 대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과학자들이 갖게 되는 애정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하다.

초파리나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나

바다 가시고기와 민물 가시고기의 생활 환경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예로 들어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는 진화론적인 관점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준호 교수가 주목하는 예쁜꼬마선충을 중심으로

세포의 분화과정을 밝히며 생명현상의 법칙들을 하나 둘 풀어간다.


 

성충이 되어도 약 1mm에 불과한 투명한 다세포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은

대부분 암수 한몸인 자웅동체이고 드물게 수컷 예쁜꼬마선충도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생애주기는 탈피를 네 번 하고 성충이 되기까지 3일 정도 소요되며

2주 살면서 자손을 300마리 가량 출산한다.

생애주기도 짧고 번식력도 좋고 비용도 적게 드니 이만한 모델 생물도 없다.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지만 썩은 사과에 있는 대장균들을 특히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준호 교수팀 박사과정 학생들이 예쁜꼬마선충을 채집할 때는

과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찾아 썩은 과일 주변을 탐색하며

썩은 과일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곤충까지 같이 채집해 온다.

이유는 예쁜꼬마선충의 독특한 행동양식이 곤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걸 이해하려면

예쁜꼬마선충의 다우어(휴면 유충) 단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알에서 유충 단계로 넘어가자마자 예쁜꼬마선충은 생애 첫 중대한 선택을 한다.

자신이 살아갈 환경이 좋지 않음을 인지할 때, 이를테면 고온이거나 개체 밀도가 높은 경우

먹이 부족과 같이 환경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체적인 발생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 습성이다.

다우어가 되면 먹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상태로 6개월까지 견딜 수 있으며

예쁜꼬마선충의 독특한 행동양식인 닉테이션 행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이기도 하다.

곤충을 같이 채집하는 이유는 바로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함이다.

예쁜꼬마선충, 특히 다우어 유충의 닉테이션에 대해서

이준호 교수팀은 두 가지 질문을 설정하고 답을 찾기위한 실험에 돌입했다.

다우어 유충은 닉테이션을 어떻게 하는가.

다우어 유충은 닉테이션을 하는가.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은 특별한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함으로써

근육이 수축 또는 이완되며 닉테이션 행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떻게'에 관한 답은 확인을 했고 그 다음은 '왜'에 대한 답을 찾는 실험이 이어졌다.

과학 실험은 언제나 가설을 먼저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우어 유충의 닉테이션은 히치하이킹이다."

대조군 플레이트에는 얌전히 누워 있는 예쁜꼬마선충을 두고,

실험군 플레이트에는 몸을 세워 흔들고 있는 다우어 유충을 두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대장균이 노랗게 깔린 플레이트를 두었다.

예쁜꼬마선충은 냄새로 먹이를 탐지한다.

당연히 대장균이 있는 플레이트로 촉이 향하겠지만 이동 가능한 조건을 추가해야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예쁜꼬마선충이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도록 똑같이 초파리를 넣어두었고

약 여섯 시간이 흐른 후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몸을 세워 흔들고 있던 다우어 유충 일부가

대장균이 있는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반면에 닉테이션을 할 수 없는 예쁜꼬마선충은 대장균이 있는 플레이트로 옮겨가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이 왜 닉테이션을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냈다.

닉테이션은 바로 먹이가 없을 때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가기 위한 생존본능이며

나아가 종의 확산을 위함이었다.

 

 

실험 과정을 책으로도 봤지만 알수록 흥미로워서 자발적으로 관련 동영상도 찾아봤다.

과학자들이 느끼는 희열과 재미가 이런건가 싶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팩트임을 증명해낼 수 있는 순간이 주는 희열.

관찰 생물학에서 실험 생물학으로 바뀌는 시기에 모델 생물로서

1900년대에 초파리가 생물학계에 나타났고 예쁜꼬마선충은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렇듯 인류는 작은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통해

돌연변이를 찾고 이를 연구해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 지구별 생명의 신비를 파헤쳐가고 있다.

그 소명에 생물학이 끈기를 갖고 과학적 발전에 기여하며

후대에 지속가능하게 연결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과학자들의 존재가 달리 보였다.

예쁜꼬마선충의 삶의 방식은 인류의 삶과 죽음의 신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모티브)이 되었다.

신경세포 번호나 DNA 이중나선 구조 이런 건 사실 봐도 모르겠지만 (ㅋㅋ)

얕았던 생물학 지식에 또 한 번의 이정표를 만들어준

<매주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과의 만남이 감사했다.

생명현상의 비밀을 푸는 생명과학의 이로움을 비로소 발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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