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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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은 물론.... 나도 어렵다.

그가 남긴 잠언들 중에서 이건 무슨 말인지 몇 번을 읽어도

못 알아듣겠다 싶은 문장들이 있음에도...

그럼에도 끌리는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 자신도 마땅치 않아했던 면모들,

내가 바라본 이 세상과 인간들에 대한 통찰이

내 안에 있는 생각과 톱니바퀴가 맞춰지듯 탁 걸려 버리면

놓을 수가 없는 게 내게는 니체의 철학이었다.

이번에 만난 포레스트북스의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를 통해

다시 한번 그가 남긴 사상들을 그러모아본다.

이 인생을 다시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니... 처음 접했을 땐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영원회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으로 떳떳하고 부끄럼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열정과 의지를 끌어모아 자유롭게, 규범과 권위로부터 해방되어 살아가라는

의미로 나는 읽었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지금과 똑같은 삶이 다시 반복된다해도 아쉽거나 후회되지 않도록!

아모르 파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수많은 우연들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필연 또한 감사히 여기는 마음.

때로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내 삶이 흘러갈지라도,

그 흐름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할지라도 감내할 수 있는 그런 운명애 또한 품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고통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니체의 사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인다.

피로가 쌓여 지쳐있는 나, 한심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를 조우하게 될 때는

본능에 충실하며 충분히 쉬어주는 게 좋다는 일상의 철학도

한 번 더 니체를 통해 새겨 넣는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되, 활기차게 삶을 즐기는 와중에도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은 내게 언제나 독서였다.

니체에게 독서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에게 독서는 즐거운 고독을 즐기는 시간이다.

나를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기 명분 쌓기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주는 것이 독서이며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또한 독서이다.

앎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상 독서를 한다는 건

타인의 학문이나 영혼 속에서 잠시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나 참 좋아하는데

니체도 이런 즐거움이 좋았다니 괜시리 친밀감도 갖게 된다.

특별할 것 없지만 요즘 나는 제2의 삶, 일하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원래 잘 하던 것을 너무나 오랜만에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감사히 얻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찾아온 이 효능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중이고

조금 지친다 싶을 때면 현재 내가 갖게 된 행복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물론 나 또한 노력해서 얻었지만 이 감사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진심을 더해야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하게 된다.

때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간다 싶으면 예민하게 나 자신을 감각하면서

건강 또한 챙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몸과 마음, 그 어느 것 하나 먼저이고 나중인 것이 없다.

몸을 챙기면 마음도 힘을 내고 마음이 단단해지면 내 몸을 챙기려는 의지가 샘솟는다.

이렇게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니체이지만 정작 그는

편두통, 우울증 과대망상 같은 정신질환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니체는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고통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지만

이 모든 고통들 덕분에 자신의 철학도 존재하게 되었다고, 그러니 삶을 긍정하자고 말한다.

긍정하는 자가 되어 극복해야 할 대상인 인생을 당당히 마주하려는 의지의 소유자.

니체를 보면서 삶 속에서 수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이러니 니체에 빠져들 수밖에!


애정하는 도서관에서 오페라 공연이 있던 날.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을 들고 갔다가

우연히 이곳에서도 니체를 만났다.

삶의 축복이란 이렇듯 우연으로 시작되나보다.^^

니체는 내가 밟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어디 하나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가 남긴 책들과 사후 발견된 편지, 일기, 메모, 미완성 유고 등에서 발췌한 이 잠언집은

예술과 삶을 기가 막히게 연결한 니체의 생각도 담아내고 있다.

예술은 오직 삶을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에 의해 멸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예술'을 갖는 수밖에 없다.

정신의 소산 중 가장 지치고 허약한 것,

인생에 위협적이며 부정적인 것은 예술로부터 항상 보호를 받는다.

예술은 삶을 가능케 하는 위대한 움직임이며,

평범한 삶에서 도피할 수 있게끔

사람들을 자극하는 위대한 유혹이다.

예술은 삶을 부정하려는 모든 의지를

짓누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예술은 인식하는 자를 구제한다.

즉 비극적 인식에 사로잡힌 인간을 구제할 수 있다.

....

예술이란 결국 삶의 문제다.

예술은 삶을 고양시키는 것을 찬미하고

삶을 약화시키는 것들에 반대해 왔다.

예술이 예술로만 존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예술은 오직 삶을 위해서만,

삶에 근거해서만 존재해 왔다.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p.80-81

인간에게 참회와 속죄를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하며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다.

니체 또한 온 몸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일상을 살아갔던 나약한 인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부단히 의지를 일깨웠던 초인 아닌 초인이었다.

인간의 사상을 가두며 길들이려 했던 도덕관념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외쳤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으로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다 보면

결코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누구로부터 지탄받을 일도 저지르지 않는다고도 한다.

우리가 믿는 그대로 세상은 움직이지 않으며

오염된 진실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며 뼈 때리는 충고를 하면서도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의지로 능동적인 삶, 긍정하는 삶을 사는 주체가 되라고 말한다.

니체 자신도 극소수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손을 떠난 책은 이 세상의 지혜가 되었고

니체를 수용하고자 하는 건 나의 몫이며 나의 선택이니까 한 마디로 내 맘 ㅋㅋ

니체 아포리즘... 예상한 대로 한 꼭지씩 짧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그의 메시지들이 하나같이 다 좋았다.

물론 때로는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활자로만 존재하는 문장들도 있지만

다 섭취하다 보면 너무 배가 부르니까 ㅎㅎ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들만 즐겁게 취사선택해도 충분히 좋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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