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적어도 베이킹 분야와 비교하면 쉬운 편에 해당한다. 얼음이 살짝 어는 정도라던가, 달걀, 우유등의 재료의 양 조절 등이 약간 문제점이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쉽다.
아니 심지어 기계라도 구입한다면 머리는 돌아가고 손은 쉬는 셈이다.
그걸 아니까 저 노인도 이때까지 꾸준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던 거겠지만.
나는 화이트 초콜릿 아몬드 아이스크림 한 입을 넘기면서 노인이 판매대에서 조용히 계산하는 것을 보았다.
저 노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있는 거지?

"더 갖다드릴까요?"

학교에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제공하는 일이나, 경찰들에게 50% 할인가로 판매하는 건 그의 재산을 고려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다들 별 거 아닌 일로 생각하지만 옛날에 저 길노인은 목공업을 해서 큰 재산을 모았다. 아들 일만 아니었다면 목공일을 거쳐 마련한 건축업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오. 되었습니다. 선생님. 잘 먹고 갑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이 가게의 간판을 자진해서 만들고, 메뉴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겁없이 그에게 덤벼들어서 점점 더 앞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잠깐만요."

노인이 날 불러세웠다.

"아까전에 한 손님이 이걸 선생님에게 전해 달라고..."

"네. 감사합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이것은 ...그러니까...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수건에 쌓인 책갈피 하나. 그는 늘 그런 식으로 내 뒤를 쫓아다닌다.
길노인이 자기 자신의 저열한 호기심을 만족시킬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번에도 한숨을 쉴 뿐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물건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테니.

길노인은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그의 아들이 이곳에 가게를 얻었다. 길지 않았다. 그녀가 부임해 오기 전, 그 책갈피의 주인이 이곳에 있었을 때...
그때 길노인의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무엇때문에 그는 아이스크림만 팔았던 것일까.
분식집과 겸했더라면 돈을 더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이유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밝게 웃던 책갈피의 그.
부임받기 전 얼마동안 사귀다가 그의 순수한 얼굴에 속고 말았다. 용서할 수 없었다. 그대로 헤어졌고, 그는 부임지를 떠나고 얼마 뒤에 교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피투성이 소식들. 그는 얼마 후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건 그맘때쯤 아들이 행방불명된 후 이 가게를 사들인 길노인이 이곳으로 온 것과 거의 비슷했다.

[나는 노 선생님만 보면 웃음이 나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왜요?]

[세상 시름을 다 잊고 사는 것 같아서,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난 그래서 노 선생님이 부러워요. 사진 한번 같이 찍지 않을래요?]

그런 식으로 넘어간 여자들이 많다는 걸 안 건 훨씬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몇 여자들로부터는 그가 스토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헤어지자고 하는데도 억지로 따라다녔다고...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한 후 그는 조금 섭섭해하긴 했지만 이내 떨어져나갔다.
그제서야 알았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쏟았던 만큼의 애정이 없었다는 걸.

잠시 안도했지만 내내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어째서 난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걸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나온 거지? 소름이 어깨에 오소소 돋았다. 어째서 나온 거지? 어떻게 나온 거야? 내겐 어떻게 연락을...
나는 허겁지겁 손수건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나온 책갈피...

[내가 지은 죄가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노선생. 당신에게도 폐를 많이 끼쳤지요. 난 너무 내 감정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노 선생. 지금이라도 날 용서하고 다시 시작해줄 순 없나요? 출소일은 아직 멀었습니다만, 곧 출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배신감이 들었다. 
배신감. 그 많은 여자들에게 했던 말들.

만약 용서해준다면...

그가 한 말들.

노 선생. 예뻐요.
노 선생. 잠시 업어줘도 될까요.
노 선생. 낙엽 이쁘죠?

노 선생.


노 선생.


노 선생.

노 선생님!

목소리에 그만 깨버렸다.

"선생님."

문예부 부장이 날 내려다봤다. 아, 방과후 교실에서 그만 졸고 말았구나.

"응?"

"오늘 숙제 내주시기로 했잖아요. 그리고 아이스크림 사주신다면서 혼자서 드시고 오셨죠!"

"그건 너희들이 숙제를 다 해왔을 때 이야기고! 오늘은 너 하나밖에 안 가지고 왔잖아!"

문예부는 느슨한 조직이다. 열심을 가지고 있는 건 부장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건성건성.
그나마 부장이라는 녀석도 뭔가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주로 아이스크림에 꽂힌 모양이지만.

"읽어주세요."

읽기도 힘든 갱지에 빽빽하게도 쓰여 있다. 아니, 이녀석은 원고지에 작성해오라니까 그 말도 안 듣고!

"읽기 힘드니까 네가 읽어줄래?"

"오늘 선생님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그냥 숙제만 내주세요. 읽는 건 나중에..."

"읽어!"

내가 종주먹을 들어올리자, 그제서야 녀석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첫마디가.

"내가 사랑하는 선생님께."

푸웁! 그만 공기를 내뱉으며 나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부장을 봤다.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이...그러니까 선생님이 읽으시라니까..."

그걸 끝까지 다 읽은 부장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알았다. 아이스크림 사주마. 가서 이야기하자?"

"숙제는요?"

"스토커로 해와."

녀석의 얼굴이 암울해졌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아직 어리다.그리고 사랑이란 건 그런 게 아니다. 등등...

"근데 왜 숙제가 스토커에요?"

"음...그건."

책갈피에 적힌 날짜를 읽는다.

"8월 3일이 되면 알게 돼."

"왜요?"

그걸 왜 말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직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내가 너무 사랑하는 노 선생! 만약 8월 3일에 내가 출소하게 되면 나는 예전에 내가 부임했던 그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그 학교에 옛날 우리 둘이 갔었던 아이스크림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잘 먹던 아이스크림을, 그 사장님께 부탁해서 노란 아이스크림, 내가 잘 먹던 ,딱 1인분만 만들어달라고 해주세요...아마 그 날 수업중일테고, 당신은 날 보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 메뉴가 올라와 있다면,나는 당신이 날 용서하고 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장이 화를 냈다.

"그건 자기 멋대로 잖아요."

"그래도."

"선생님, 그 아저씨보다는 내가 더 나아요! 잘 할게요!"

"뭘 잘해!"

그제서야 나는 기분이 탁 풀려서 부장의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근데 너무 고리타분하다. 노란 손수건 같네."

"1인분이니까 만들기도 귀찮을 거야."

나는 떠올렸다.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그는 베스킨라빈스 31도 꽤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인공적인 색감은 그가 원하는 건 아닐테고...
도대체 그가 말하는 메뉴라는 게 뭘까?

나는 나도 모르게 길노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내 말에 그가 날 쳐다보았다.

"그 손수건 남자가 잘 먹던  노란 아이스크림 생각나시나요?"

"...음, 전 그때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손수건 남자라면 그 노란 손수건의?"

그러고보니 이때까지 전달받은 손수건은 다 노란색이었다.
이렇게 되면 용서해주고 싶어도 메뉴를 알 수 가 없다. 하긴, 어차피 우린...헤어진 사이니까.

------------------------------------------------------------------------------------------------------다 잊어버렸다는 내 말에 부장이 화를 냈다.

"왜 잊어버렸어요!"

"그걸 알면 내가 왜 여기에..."

"차라리 잘 됐어요. 선생님. 차라리 나랑 사귀어요!"

"에라이. 이녀석아!"

길노인은 참견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게 그날 그날 분의 아이스크림을 내갈 뿐.


"그럼 있잖아요. 선생님."

"응?"

"아주 신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거에요...시고 달고...노랗고. 손수건처럼."

"......"

"너하고는 상관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선생님, 거절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요. 그냥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이에요? 그래도 옛날 애인이라면서요."
"......"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할말이 없었다. 중학생인 애가 저렇게 똑부러지게 말하는 데 나이도 먹은 넌 도대체 뭐하는 거니. 노영희!

"...맞아. 그러고보니 그 사람, 신 걸 좋아했었어..."

레몬에이드,자몽주스, 오렌지 주스(는 하지만 색소들어간다고 그렇게 썩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를 좋아했다. 그 사람은...

"노란색...흐음.  할아버지는 모르시겠다고 하고..지금 메뉴에는 노란 메뉴가 없는데요? 그래도 오렌지하고, 레몬은 될 것같은데..."

"레몬은."

그때 길노인이 참견했다.

"레몬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색깔이 노랗지 않습니다. 아주 하얗죠."

"오렌지 아이스크림은요?"

"그건 주황색이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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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아스크림 가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군요. 다음이 기대됩니다 ^^

태인 2016-02-0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감사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학교 앞에 생겼다. 별다른 장식 하나 없이 폐건물위에 간판만 얹은 그런 허름한 가게
뭔가 치울 것 같지도 않는 수더분함. 별다른 기교가 필요없는 단 하나, 초콜릿 아이스크림만을 파는 그런 가게.
가격은 쌍쌍바보다는 비싸지만 학교 재단 이사장이 한 입 먹어보고 팔아도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그 가게.
우리들은 지금 굶주린 눈으로 그 가게를 노려보고 있다.

"저 가게 뭔가 문제 있는 가게야. 며칠 전에 힐끗 쳐다봤더니 주인인듯한 영감탱이가 차가운 눈길로 노려보지 뭐야."
"귀신들린 노인?"

"그래 뭐라고 했어?"

"초콜릿 아이스크림 하나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했구나. 아이고. 넌 소심하네. 어떻게 어깨 쫙 피고 들어가서 말을 못 하냐. 영감. 아이스크림 하나! 그 집 메뉴라고 해봤자 초콜릿 뿐이잖아."

"그러는 지도 저번에 들어갈 때 벌벌 떨었으면서."

"그래도 장사라도 좀 잘 되어서 아르바이트 생이라도 고용하면 좋을텐데. 기왕이면 잘 생긴 여자나 남자로."

"니들이 그러는데 장사가 잘도 되겠다. 얼핏 듣자니 저 가게 저렇게 오랫동안 버려져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던데? 저 노인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호, 듣자하니 듣기 좋은 이야기다. 나는 중학 2학년생이고, 학교 신문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문예부 선생님한테 북극의 큰 얼음이 얼음설탕이 될 정도로 갈리고 있다.
그나마 예쁜 선생님이라서 넘어가지만.
그리고 내가 그녀를 존경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 그 무서운 노인과 평온한 얼굴로 차를 마시기까지 한다는 것에 있었다.

영감은 때때로 학교 기념일에 학교 안에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뿌리고 가곤 했다.
그것은 콘일때도 있었고 무스 형태일 때도 있었으며 더 나아갈 때는 안개처럼 희뿌연 맛을 남기는 구슬 아이스크림이기도 했다. 그러니 우리가 가게에는 잘 들리지 않더라도 그의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드레날린에 가득 찬 우리라도 그 침울하고 우울하고 냉소적인 눈과는 정면으로 마주치는게 겁이 났다.

"또 뭘 보니?"

창가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멍~하니 쳐다보는 내게 선생님이 알밤을 선사했다.

"아야."

"별로 아프지도 않을 걸. 그 딱딱한 머리가 아플리가..."

"선생님!"

문예부 선생님이 싱긋 웃으면서 의자를 꺼냈다. 방과후 교실이라 바람은 따뜻하니 졸음기를 가져왔다.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었나? 

"아이스크림 가게가 그렇게 궁금하니?"

"...뭐 그다지 신경쓰고 있진 않아요. 그래도 어른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잖아요. 그 영감님은 장사가 잘 되나요?"

"글쎄다. 아까 전에 가져온 글 다시. 한번 읽어볼래?"

이럴 때 직구를 주장하다간 거하게 꿀밤을 먹을 위험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지고 온 원고지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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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콜릿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경찰들도 자주 왔다갔다. 그럴 때 영감이 그들에게 내어놓는 것은 콘 아이스크림으로 녹아도 제대로 된 맛을 전할 수 있을 정도의 헤이즐넛 향이 콘에서 풍기곤 했다. 걔중에는 그 아이스크림에 반한 사람도 있는 모양인지 아예 업무외의 일일 때도 자주 들리는 경찰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않는가? 아이스크림 하나에 비싸도 얼마나 한다고...
그러다가 나는 알고 말았다. 어느 날 경찰 하나가 돈도 안 내고 달아나려고 하다가 영감과 시비가 붙었다.

"저기 아이스크..."

겁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는데, 김순경이라고 전직 깡패라고 소문난 순경이 거칠게 아이스크림판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 난 보고 말았다.


그 끔찍한 아이스크림판  밑에는...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붉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
페인트라고 내 머리는 말했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은 그걸 피라고 인식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가게를 뛰쳐나오고 말았다.

"야! 거기서!"

김순경이 뭐라고 외치는 걸 들었지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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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가 가게안방에 누워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주위로는 문예부 선생님, 우리의 건강을 끔찍하게 여기시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그리고 김순경과 영감이 앉아 있었다.

"어..."

내가 깨어난 걸 먼저 알아차린 건 문예부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내가 입을 열고 말을 할까봐 입에 손을 갖다댔다. 쉿.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김순경이 사죄하는 투로 말했다.

"오해해서 상처드려서 죄송합니다."

"길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학교의 학생의 아버지셨습니다. 그 학생은 이 학교에서 우등생이었고, 지금 길선생님은 그당시에 잘 나가는 사업가셨죠."

"하지만..."

교감선생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아드님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도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괴기담을 만들어내고, 김순경님처럼 일방적으로 믿는 사람이 있는 한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그 맛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문을 닫는다고. 이때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마침 내 앞에 깨어나면 먹이려고 했는지 녹차 아이스크림이 팩에 담겨 있었다. 나는 선생들과 영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내 앞에 갖다놓고 꽂아놓은 숟가락으로 퍼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맛은 녹차가 아니었다. 으윽? 이거 맛이 요상한데. 생각해보니 미묘하게 깻잎맛이 났다.
그렇게 심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이 녀석!"

퍼억! 하고 문예부 선생님의 아름다운 꿀밤이 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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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이 있는 아이스크림 통 소문은 한때 전교를 휩쓸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우리는 깨달은 것이다. 그 핏자국은 한때 그 가게에서 무슨 사고가 났던 것을 의미한 것이라는걸.
그리고 선량한 영감님이 싼값에 매입해서 욕심부리지 않고 꾸려나가는 가게라는 걸 모두들 알게 되었다.
특히 내가 기절한 순간 잡은 깻잎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뻥튀기 하나 시키지도 않고 이야기하자 모두들 깻잎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했다.


나는 3주쯤 후에 깻잎 아이스크림과 그밖의 등등의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길 주장하는 아이들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던 그 음침한 영감님을 보았다. 그 표정은 즐겁다기보다는 황당함에 가까웠고, 늘어나는 수입은 그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를 주었다.
메뉴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 딸기 아이스크림, 깻잎 아이스크림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영감님은 수업중일 때를 이용해서 내부 인테리어도 조금씩 하면서 가게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가게 간판은 붙이지 않았다. 


내가 문예부장이 된 이래 문예부의 전통 극기훈련은 그 아이스크림의 변함없는 구형 아이스크림통을 만지고 오는것으로 바뀌었다. 뜻도 모를 일이라면서 황당해하는 녀석들이 진상을 알면 어떤 얼굴이 될지 궁금하다.

가게 제목은 우리가 갖다가 붙여주었다. 문예부가 살렸으니 그 가게는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제목은 아이스크림 깎는 노인, 시작한지 3년동안 계속 학교에 공짜로 여러가지 실험을 한 아이스크림을 전달했으니 그러고도 남을 노인이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 정식 간판은 아니다.

"저 아이스크림 가게는 원래 아드님이 하는 거란다."

문예부 선생님이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면서 말했다.

"니들이 영감, 하면서 우습게 불러도 저분은 꿈이 있어서 이곳으로 오신 거야. 이유가 있어. 하지만 오래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니들 덕분에 어쩌면 원하는 걸 얻고 은퇴하실 수도 있겠구나."

그 말을 한 다음날 문예부 선생님은 문예부를 몽땅 다 불러서 아이스크림 깎는 노인 집에서 신제품인 화이트초콜릿 아몬드 아이스크림을 사비로 사주었다.
그렇게 가게는 성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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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7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

태인 2016-02-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시인님도 건필하셔요!
 

오! 금요일입니다!!!만세!!!!!
구정이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멋진일인지.
책상에는 태블릿 안에 막 저장한 캐롤과 같은 작가의 작품은 리플리 시리즈가 있습니다!
리플리는 한 7개월 전부터 구매를 생각하고 있던 물건이고, 캐롤은...우음...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표지의 루니 마라가 너무 예뻐서...
블란쳇이 더 이쁘긴 하지만 루니 마라쪽이 더 매력있어 보이는 건...;;;;;;;;
어쨌든 연휴기간동안 재미있는 책들을 읽게 되겠군요. 다들 구정 잘 보내시고요~! 사건 사고 없이 무사하게 보내시길!
전 이게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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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귀걸이라고 자칭합니다.

반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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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수렁에 발 끝을 살짝 담가가지고 몇년을 있었다.
다행히 여러가지 버전에 대한 수집욕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주로 음원으로 만족하고...(물론 엘피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고, 시디하고도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다...아이패드로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안되는 일이지...)그런데 그냥 넘어가게 두질 않는군! 김갑수님!(내가 좋아하는 김갑수는 배우 김갑수 뿐인데, 요즘 이 평론가 아저씨가 내 맘을 살짝 흔들고 있다. 그냥 뜬금없이 놀러온 외국인 여성의 이름을 딴 줄라이 홀이라니...난 의외로 황당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동년배 여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얻어먹는 조영남씨도 기존 생각보다는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이게 책 제목이었던가?)로 시작하였는데...
처음에 프랑크, 랄로, 비외탕...으로 시작하는데 아니?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너무 어려운 말이라 스킵 스킵 하다가, 몇부분에서 그만 찌잉...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 이 사람이 추천한 건 다 들어볼테야.

...근데 그 결심 세운 지 하루만에 철회.
왜냐하면 추천한 음원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엘피판에만 있나보다...
첫 페이지의 프랑크의 곡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심지어 그 작곡가의 음원은 중복된 것까지 포함해서 6개 정도...
(물론 나와있는 거 듣기는 들었지만 이건 판단을 한 한달뒤에나 내려야 할 듯.)

결국 찾아보고 들을 수 있게 나온 것만 듣기로 융통성있게 바꾸었다.
지금은 아까 전에까지 보면서 찌잉...해버린 에마 커크비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듣고 있다.
샤인에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는데 난 들어본 적이 없다.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는 조수미 버전으로는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조수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그 기교를 사랑했는데 이 버전으로 들어보니..역시 몰겠다.
아직까지 각인이 강하게 박혀서 그런가.
그리고 그 다음 곡으로 리조이스 그레이틀리가 들리는데...이것도 조수미 버전이 먼저다...아아악...(놀라운 각인효과. 하필이면 다 조수미 버전으로 먼저 들었었다니...정정. 이건 아닌 것 같다. 옛날에 동생한테 진상하려고 했던 대성당 축전 기념곡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가물가물한 기억력.)

내 생각으로는 에마 커크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음색과 기교는 아닌 것 같다.
수수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맞춤옷 같은 느낌이긴 한데...
하지만 듣다보면 훌륭한지 아닌 지는 곧 알게 되겠지. 1주일 후에도 다시 들어봐야겠다.

 

 

ps . 좀 지난 일이지만 정명훈 지휘자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그 여자사장분이 나간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일인줄은 몰랐네요.

제 나름대로의 의견이었지만 경솔한 건 사실이었고...

하여간, 이젠 그런 의견은 내놓지도 않으렵니다. 단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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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마 커크비는 고음악 연주를 주로 하는 소프라노입니다. 12 세기 중세부터 고전시대까지 작품이 주요 레퍼토리이구요. 기교보다는 정확한 가사 전달을 중시하고, 대화하는 듯이 자연스러운 노래를 부르고, 오염되지 않은 목소리로 인정 받고 있어요. 천상의 목소리라는 별명도 있어요. 디바가 아닌 소프라노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지요.
고음악 연주의 핵심인 정격 연주가 당시 악기를 복원하여 원곡대로 연주하는 방식이라서 근래 악기로 연주하는 것에 비해 소리의 질과 음량(볼륨)이 많이 떨어지지요. 그런 고음악 연주에 엠마 커크비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매력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인 2016-02-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 좀 이해가 됩니다.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왜 수수한 느낌을 받았는지 알겠네요. 그리고 오거서님께서 쌓아오신 그 높은 지식에도 항상 놀라고 맙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궁금해하던 부분마다 콕콕 찝어주시니...사부를 한 분 모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02-04 20:38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입니다. 사부라니 가당치 않아요.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아는대로 써놓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