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김욱동.염경숙 옮김 / 현암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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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벤야멘타 하인학교", "초록의 하인리히" 등을 읽은 자는 이 작품을 결코 재미있게 읽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고뇌를 읽다가 이 작품을 읽으면 주인공이 고뇌하는게 아니라 찌질이마냥 징징거리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80p 가량 억지로 읽다가 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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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퐁스 을유세계문학전집 9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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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오 영감", "나귀 가죽", "공놀이 하는 고양이 상점" 을 읽지 않았더라면 100페이지 즈음 책을 덮어버렸을 것만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의 명성과 개인의 경험을 믿고 독서를 한달에 30-40p 가량 억지로 지속하였으며, 180p 부근 이후로는 잠시도 책을 덮지 않고 완독에 이르렀다.


 앞 부분의 이야기는 일종의 빌드업으로, 주인공 퐁스 양반이 누구의 숙소에서 살고 있으며 어떤 사람과 친분이 있고, 어느 정도로 예술에 대해 알고 있는지, 어떤 경위로 기막힌 예술품들을 수집할 수 하였는지 설명한다. 주변을 불필요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작가의 특징이긴 하지만 죽기 몇 년 전 노망이라도 들은 것인지(사촌 퐁스와 사촌 베트는 발자크의 유작이다) 옆으로 새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앞 200p에서 한 50p~70p 가량은 날려버리더라도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괴로웠던 부분은 손금에 관한 부분이다. 당대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르겠다만 오늘날에는 사이비 돌팔이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 거의 10p 가까이 나열되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진짜 스토리는 사촌 퐁스가 몸져 누운 뒤 시작한다. 그의 예술품들은 엄청난 소장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퐁스의 유산을 물려받을 똑똑한 상속인이 없다는 것을 안 주변사람들은 그의 재산을 차지하고자 추악한 음모들을 기획한다. 허접한 대중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플롯이지만 날카로운 관찰력을 갖춘 천재는 이를 순문학의 영역으로 승화 시킨다. 퐁스를 돌보는 수위부터 동네 의사, 치안 판사를 꿈꾸는 변호사, 남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귀부인, 고물상, 장의사, 예술 수집 경쟁자 , 음식점 여주인, 박제사 등 온갖 낮고 높으신 인간군상들이 모여 죽어가는 퐁스의 유산을 아프리카의 들짐승들 마냥 뜯어먹기 위해 혈안이다. 선량한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에서 그러하듯이 그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인간 혐오자가 되고 만다.


 졸라의 등장인물들은 즉흥적이고 낭만적인 발자크의 인물들과 달리 치밀하게 설계되고 정제되었으며, 그들의 양태는 발자크보다 훨씬 상세하고 리얼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세계 문학에서 발자크의 위상은 졸라보다 두 수는 위다. 사실주의를 개척한 공로 덕분 만은 아니다. 파리의 모든 인간군상을 아우르는 그의 폭넓고 날카로운 관찰력은 난잡한 문체라는 거대한 단점을 상쇄하고 그를 세계 최고 레벨의 소설가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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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에디터스 컬렉션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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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을 욕하는 리뷰어들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초반 번호들의 끔찍한 번역을 접해보지 못하였거나, 예능과 드라마나 봐서 지능이 퇴화 되었거나, 한자와 상식적인 레벨의 전문용어들에 무지해 평범한 대학교재 개론서도 소화하기 힘든 참담한 어휘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다른 번역본이나 원작을 읽지 않을 것이기에 대조는 불가능하지만, 구제불능의 번역본을 여럿 접해본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절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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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인간의 본성을 왜곡해서 자유주의 진형에서 도구로나 쓰이는 1984와 달리,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당대의 굳건한 현실에 토양을 두고 미래를 상상하였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멋진 신세계" 에서 인간들의 고통과 욕구는 "소마" 라는 신기한 물질을 씹음으로서 간단하게 해결된다. 남자들과 여자들은 성욕을 즉각 파트너를 구함으로서 해결한다. 여자들은 임신을 하지 않고 아이들은 병속에서 길러진다. 로얄젤리를 먹은 에벌레가 여왕벌로 성장하듯이, 아이들의 계급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영양소를 차등 배급하며 다른 교육을 실시한다. 사람들은 늙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젊은 상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죽는다. 같은 계급 사람들은 키가 비슷하며, 얼굴도 비슷하게 생겼다. 


 이런 멋진 신세계에 오늘날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호주의 원주민 보호구역 같은 곳에서 사는 존이 우연한 경로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는 15세기 마야인들 마냥 원시적인 문명에서 태어났지만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고 감명도 받은 반(半) 야만인이다. 그의 시각에서 본 신세계는 전혀 멋지지 않다. 소마와 즉각적인 성행위를 통한 욕구 해소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말초적인 촉감 영화는 그의 취향에 부합하지 않으며 모두 다 똑같은 체격과 얼굴을 한 인간들도 혐오스러울 뿐이다.


 헉슬리가 예측한 미래와 오늘날의 세계가 아직 꼭 닮은 것은 아니다. 말초적인 욕구의 해소가 쉬워진 것은 맞지만 아직 소마와 같은 마약성 물질이 판 치지는 않는다. 극소수의 최상류층 남성들이 성욕을 해소하는 행태는 작품의 내용과 엇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기는 하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는 것은 맞으나, 가난한 집안 애들이 열등한 교육을 받고 유전자 개량까지는 당하지 않는다. 아직은 노화를 하고 임신을 하긴 하지만, 서양 부자들은 대리모를 고용하기도 하며 노화가 극복될 수 있다는 풍문도 도는 걸로 보아 한 1/5 정도는 실현된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예측은 현실에 기반해 있기에 틀린 부분도 재미있는 상상으로 읽을 수 있었고 맞는 부분에는 감탄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틀린 것으로 보이지만 먼 미래에는 그의 예측의 더 많은 부분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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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파우스트 2 괴테 파우스트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최두환 옮김 / 시와진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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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디시인사이드의 "독서 갤러리" 에 가끔 씩 접속한다(dc인사이드이기에 표현이 간혹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내 유일의 독서 커뮤니티이다). 거기에는 "파우스트" 의 높은 명성에 기대감을 품고 독서를 시도하나 2부의 내용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해럴드 블룸 같은 저명한 평론가가 고평가 한 작품인데 본인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글들도 여럿 보았다. 나는 이러한 평가를 내린 사람들의 감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막 까지만 해도 내용이 좋았다. 지나치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다소 난잡하다는 단점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묘사된다는 장점으로 충분히 무마된다. 어리석은 황제와 방만한 귀족들은 재정 운영을 엉터리로 하여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궁전에 방문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파우스트는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황제는 큰 보상을 약속하면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헬레네를 보고 싶다고 한다. 골칫거리 듀오는 이를 시행에 옮기지만 늘 그렇듯이 개판이 나고 만다. 크리스토퍼 말로 혹은 민중본의 파우스투스 박사가 미인을 차지하기 위해 헬레네를 소환한 것(타락의 징표)을 재미있게 변용시켰다고 생각한다.


 2막부터 줄거리가 이상해진다. 파우스트의 조수 바그너가 호문클루스를 창조해내더니 기절한 파우스트를 회복시키려면 고대 그리스의 평원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거기서 갖가지 그리스 신화의 괴물새끼들이 등장하는데 문장들은 훌륭하나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 와 그리스 비극 몇편,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정도 읽은 나로선 주해 없이 텍스트를 따라가기가 매우 벅찼다. 그런데 하필 이 책은 미주이기 때문에 더욱더 번거로운 것이다! 3막에선 파우스트와 헬레네가 새끼 한마리를 까고 그놈은 지가 이카루스 인 마냥 끝없이 높이 날아오르다가 비행을 통제하지 못하고 추락사하고 만다. 주해를 보니 해당 부분은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천재 시인 바이런 경을 애도하는 내용이라는데, 해석을 하지 않으면 이해되기 힘든 작품을 마냥 심오하다고 올려치기 하는 것이 맞는가...? 


 4막은 상대적으로 짧다. 1막에서 무분별한 화폐발행으로 엉망이 된 국가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는 이들을 제압하고 간척권을 황제로부터 하사받는다. 말년에 노망이라도 들었는지 1부와 2부 1막의 천재성은 어디로 가고 결말을 내기 위해 급조한 듯한, 영혼 빠진 텍스트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5막은 개간에 성공한 파우스트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부부의 비극을 목격하고 현타에 빠지는 내용이다. 메피스토텔레스는 계약대로 파우스트박사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만 신이 등장해 이 망나니를 구원하는 것으로 길고 긴 희곡은 드디어 마무리된다.


 해설과 미주 들을 읽으며 괴테가 어떤 의도에서 이 작품을 저술했는지는 약간이나마 따라갈 수 있었다. 그는 낭만주의를 경계하고 고전적인 미를 숭배한 것으로 생각되며, 범속한 대중들과 어리석은 권력자들을 경멸하고, 방황하더라도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1부의 자연스러운 서사와 달리 2부는 본인의 철학을 설파하고자 내용을 인위적으로 꼬아 놓아 대단히 부자연스러웠고, 이로 인해 독서가 매우 즐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괜히 2부까지 읽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인상을 망치지 말고 1부만 독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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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희곡선집 1 - 서푼짜리 오페라, 동의자와 거부자, 예외와 관습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대학고전총서 24
임한순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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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의 절반 가량이 그의 생애와 이론에 관한 글이다. 해당 글들을 읽지 않았으며, 오직 작품과 그 해설 정도만 감상했음을 밝힌다.


서푼짜리 오페라


 밑바닥 인생들과 권력의 유착을 다룬 희곡이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갈릴지라도 기존 희곡의 문법을 브레히트가 이 작품을 통해 혁명적으로 뒤집어 엎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오페라나 뮤지컬 마냥 중간 중간에 노래가 개입하고,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등 기존 희곡의 문법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해제를 읽어보니 그의 노래는 관중의 무대에의 몰입을 방해하기 위함이고 또 본인이 살던 시대의 사회구조를 비판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노래의 문장들이 가히 훌륭하여 독자로서는 그냥 웃기기만 했을 뿐이다. 갑작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결말은 관객의 성찰을 위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하지만 마르크스 주의가 설득력을 잃은 오늘날 대단히 작위적이고 수준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파격적인 형식이 내용과 잘 조화가 된 상당히 훌륭하고 참신한 희극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록된 다른 두 작품의 퀄리티가 영 떨어지므로 독자는 다른 출판사의 책을 구매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동의자와 거부자


 무조건 동의하지 말고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를 읽는게 더 보람찰 것 같다.


예외와 관습


 내용을 요약하자면 "브루주아와 그의 편을 드는 사회는 나빠" 이다.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설교하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생명 없는 봉제인형들에 불과하다. 소외 효과도 등장인물들이 근본이 있어야지 설득력이 있지 근본 자체가 글러먹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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