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가 극한으로 고플 경우 개인에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잘 알고 있는 자가 쓴 글. 굶주림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인상적이었건만, 지멋대로 이름 붙인 ˝일리일랴˝ 라는 여성과의 로맨스가 매우 비현실적이고 허접해서 중후반부 부터 재미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대단히 훌륭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을유세계문학전집 36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지음, 박종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코올 중독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들과 애인이 기다리는 페투슈키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페투슈키에서는 쟈스민 꽃이 영원히 지지 않고, 새들의 지저귐이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열차를 타기 위해 구매하는 것은 평범한 표가 아니다. 그는 표가 아니라 술을 구매한다. 주인공은 과연 페투슈키에서 아들과 애인을 조우할 수 있을까?


 주량이 센 편이고 무리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일을 하다 보면 시간당 소주 1.5병 이상, 총합 1인당 소주 6병 정도 마시는 날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그저 적당히 마실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가면 게워내고 싶기도 하고 뭔가 그러면서 즐겁기도 하고 아주 원초적이고 음란한 카타르시스를 느낌과 동시에 메스껍고 기분이 슬퍼지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예로페예프라는 작가가 나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그리고 자주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감정 묘사, 혹은 생리학적 반응을 리얼리즘으로 봐야할까...?


 술에 대한 묘사는 절반은 경탄이 나오고 절반은 헛웃음이 나오지만 작가는 이를 토대로 다양한 내용을 묘사한다. 묘사는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상당히 황당하고 엽기적이지만 언급되는 내용은 상당히 진중하고 차용하는 테마도 성경, 그리스로마신화, 철학, 역사, 공산당 등 상당히 고급스럽다. 몇몇 장면에서는 피식거리기도 했고, 몇몇 장면에서는 다소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내가 문사철 전공자가 아니며, 그 시절 러시아의 역사와 공산당 문화에 정통하지가 않고 성경, 문학, 철학 등에 있어 완벽한 아마추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대에 태어나 문사철을 전공했으면 코미디로도 비극으로도 읽을 수 있는 걸작으로 평가했을지 모르지만, 많은 내용들이 시대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기에 나는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주석을 일일이 참조해가면서 읽을 수야 있겠다만 그러면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 되고 만다. 근데 나 정도면 그래도 현대 사람 치고는 고전과 역사에 대해 중간 이상 정도의 지식 정도는 보유한 편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은 결코 못되며, 후대로 갈수록 점점 시대의 한계에 노출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시아 민화집 현대지성신서 20
알렉산드르 아파나세프 엮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20대 초반 러시아 문학에 빠졌을 때 구매한 책을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다 읽었다. 같은 내용이 너무 자주 반복되서 읽기가 힘들었는데, 아파나셰프는 그저 충실하게 러시아의 다양한 민담을 수집했고 그 중 내용상 중복이 많을 뿐이다. 전문 연구자가 아닌 한 굳이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여행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
최순욱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전문 연구자가 아닌 것 치고 다방면으로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저술하는 이는 아는 내용을 무작정 떠벌리지 않고 주제에 한정하여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과하게 산만하여 50페이지에 책을 덮고, 다른 북유럽신화 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난하지 않지만 백수로 먹고 살 수 있을정도의 재산은 물려받지 못하는 조선공학 전공자 한스카스트로프는 질병에 걸린 사촌을 방문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에 방문한다. 처음에는 단기간 체류할 목적이었던 그는 쇼샤부인이라는 여자를 만난 뒤 갑자기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열때문에 요양을 잠시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이 마법의 산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16~17세기 유럽에서는 왕권신수설을 옹호하는 서적들이 엄청나게 출판되었지만 지금은 유럽의 고(古)도서관의 보존서고에나 존재하고 아무도 읽지 않은 채 책장에서 잠자고 있다. 당대에는 걸작으로 칭송받았을지라도 오늘날에는 그저 낡은 이론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독문학은 대학에서 하나의 학과로 자리잡았고 교수들은 고전을 끊임없이 옹호하지만, 객관적으로 낡은 건 낡은 것이다. 이 작품은 낡았다는 수식어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마저 문사철 분야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의 배경이 설명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대에는 신기하게 받아 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계장치들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은 오늘날에는 시의성을 많은 부분 상실했고 다소 병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마의 산에 도착한 한스 카스트로프는 처음에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며 페이지도많이 할당되지만, 요양원의 정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카스트로프에 관해서는 작가가 서술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7년 요양원에 머물렀지만 요아힘, 쇼샤부인 등의 인물과 함께 보냈던 앞부분의 짧은 시간이 개인에게 있어선 후반부의 길고 단조로운 생활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시간 관련 아이러니 외에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도 매우 탁월하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요양원 생활을 함으로서 19세기 소시민이라면 경험하지 못할 지식과 사고들을 접할 기회를 갖는다. Memento Mori, 즉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고대 및 중세처럼 죽음이 늘상 도사리는 장소이며 그곳에서 카스트로프는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기독교적 박애정신 및 동정심을 느낀다. 산 밑에서 현실을 사는 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질로부터 둔감해지고 기계처럼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에 시야를 돌리는 행위는 현실의 삶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세템브리니가 지적하듯 방종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세템브리니와 나프타 이야기도 뺄 수 없다. 진보와 과학기술을 옹호하고 자본주의적인 삶을 옹호하는 세템브리니는 궁색한 생활을 하는데 공산주의를 부르짖고 종교적인 삶을 옹호하는 나프타는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세템브리니는 본인이 진보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그 기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카발라적 신비주의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반진보적이라고 욕먹는 종교는 과거 압제적인 군주들에게 반항하는 세력의 중심점이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작가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충실하게 보여줄 뿐이다.


 교양소설은 한 소년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정신적으로 고찰하면서 성장하는 내용을 굉장히 충실하게, 느린 속도로 서술하는 소설을 말한다. 괴테가 개척한 이 장르의 문법을 마의 산에서 토마스 만은 채택하였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로 대표되는 지성인들의 사상에도 노출되고, 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지며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혼자 설산에서 스키를 타다가 삶에 대해 고찰하는 등 분명 예민한 영혼을 각성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생활이 지속될수록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행위는 방종이 되어 버리고, 개인의 영혼은 담배맛조차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속의 둔감한 영혼 그 이상으로 마비상태에 빠지고 만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과연 성장한 것이 맞는가? 


 오늘날 마의 산은 그 시의성을 많이 상실했다. 전원책 씨가 옛날 방송에서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짜장면은 잘 사먹으면서 니체의 책은 구매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을유문화사의 선전문구, 20세기 사상을 종합한게 오늘날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명문대 문사철 전공자들이 나같은 아마추어보다 책을 덜 읽으며 대거 로스쿨에나 진학하는 오늘날에 말이다. 마지막의 제 1차세계대전에 대한 시대적인 절망도 현대인들이 온전하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못된다. 그러나 작가의 아이러니만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광채를 뽐내고 있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서 마의 산에 올랐던 행위는 절대 후회스럽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