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카를로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4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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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는 바야흐로 네덜란드(플랑드르)에서 신교가 부상하고 카톨릭 왕정 스페인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시점.... 왕의 아들 돈 카를로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원래 카를로스와 왕비는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왕이 미모의 왕비를 보고 여자를 가로챈 것이다. 카를로스에게는 절친한 친구 포사 후작이 있다. 그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다. 그들이 모여 사랑과 우정, 자유 등 다양한 내용이 전개된다.


 번역가 안인희씨의 해제에 의하면 이 작품은 원래 기형적인 가족 내 비극적인 사랑, 친구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가 글을 쓰다보니 플랑드르 지역의 자유주의 운동의 비중이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메인인 극이 맞지만, 초기 구상으로 인해 로맨스의 비중이 과하게 높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쉴러는 로맨스에 심각할 정도로 소질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사랑을 하는건지 아니면 논쟁을 벌이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4막까지 이 작품은 재미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은 했다. 지리하고 유치한 로맨스와 다소 인위적인 우정놀음은 왜 그가 많은 작가들로부터 교조적이라고 비판받았는지 짐작가게 하는 부분이었으나, 포사 후작이 카를로스 및 왕과 만나서 내뱉는 대사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5막의 훌륭함은 4막까지의 치명적인 결함을 순식간에 만회해 버린다. 카를로스가 왕에게 분노에 차 외치고, 왕은 일시적으로 물러난다. 왕은 비정해지기를 각오하고 대심문관을 만나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카톨릭 체제에 대해 토론한다(이 작품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으로, 그 유명한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대심문관 파트는 이 장면의 오마주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이 세개의 이어지는 장면들을 읽으면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을 읽었을 때와 버금가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로맨스와 우정의 비중이 조금 더 낮아 1~4부의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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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처 소나타 톨스토이 클래식 1
레프 톨스토이 지음, 김경준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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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에서 만난 한 남성이 서술자에게 본인이 아내를 살해한 경위를 들려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포즈드니셰프는 학창 시절 성욕을 매음굴에서 주기적으로 배출하다 젊은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은 본인의 생각과 달리 행복에 가득찬 삶이 아니다. 음악가 한명이 그들의 삶에 개입하고,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 생각한 포즈드니셰프는 아내를 살해한다.


 톨스토이 본인이 쓴 해제, "크로이체르 소나타 에필로그"를 읽으며 이 작가가 노년에 도덕과 종교에 광적으로 집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에게 있어 단순히 성욕을 풀기 위해 성교를 하고, 애가 너무 많이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피임 조처를 하는 등의 행위는 전부 혐오스러운 행위다. 연애는 건전한 이성교제가 아니며, 애들은 부모의 쾌락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양육된다. 매우 지당한 말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주장하는 그대로 살 경우 인류가 존속가능할지 조차 의문이 들고, 인생이 매우 삭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분히 교조적인 의도로 쓰여진 이 작품은 작가가 의도하는 바대로 오늘날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톨스토이의 주장은 제법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공감하기 힘들다. 허나 야동이 없던 시절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매음굴에 방문하는 젊은이들, 아내와의 결혼, 부부관계를 통한 성욕해소 , 가정불화, 아이가 태어날 경우 양육의 번거로움과 모친 건강의 문제, TV와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에서 여자를 사교계에 풀어놓을 수 밖에 없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불륜의 가능성, 남편의 질투 등에 대한 심리묘사 등...... 가히 당대 결혼생활의 실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부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결혼제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에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대단히 시사점이 높다고 사료된다. 남자 입장에서 결혼이란 안정적이고 주기적인 성욕 해소를 하기 위함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위선이다(대한민국 사회에선 역겨운 위선자들이 판을 친다). 가정내 다툼은 상시 발생하고, 애들은 많이 태어날 수록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부모에게 많은 시간 및 정력의 소요를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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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
루이스 캐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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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학자들이 이 작품을 빗대어 많은 해석을 했지만, 원작은 순수하게 즐거운 이야기다. 주해를 보면서 내가 원어민이었다면 이 책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저 외국인으로서 이 책의 언어유희가 즐겁지 않았을 뿐이다. 번역은 훌륭하나 동음이의어 말장난은 한국어로 재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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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세계문학의 숲 7
마크 트웨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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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코네티컷 양키가 가서 깽판을 치는 내용. ˝허클베리 핀의 모험˝ , ˝톰 소여의 모험˝ 작가가 이런 불쏘시개를 썻다는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뒷 부분 내용은 모르겠고, 앞 100p 가량의 내용은 현대인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중세인들은 절대 멍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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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영웅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미하일 레르몬토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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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5개의 단편,중편 소설로 이루어진 일종의 소설 모음집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푸슈킨의 "벨낀 이야기"를 많이 참조한 것으로 보이나, 독립된 이야기 조각들이 모여 "페초린" 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형상화하므로 장편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벨라 / 막심 막시미치


 카프카즈 지역 시골에서 복무중인 페초린은 아리따운 야만족(타타르인) 벨라를 만난다. 레르몬토프는 타타르인들을 같은 인간으로 취급도 안하지만, 이는 시대상을 감안하고 읽으면 문제가 될 부분이 아니다. 페초린은 인생이 그저 무료하고 인간관계도 덧없을 뿐이다. 


 풍경 묘사 실력이 상당하고, 주인공이 제법 흥미롭고 못되먹은 인물이라는 인상 정도를 주었으나 크게 깊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직까지는 제법 재미있는 중단편 소설 정도였다.


타만


 야만적인 지역에 페초린은 머무르게 되는데 여관에는 왠 소경이 심부름을 하고 있다...


수록된 다른 4편의 이야기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으나 이 "타만" 이란 작품은 일종의 독립적인 단편이다. 주제는 딱히 없다. 대단히 잘 쓰인 단편소설.


공작영애 메리


 "메리", "그루시니츠키" 와 같은 등장인물들의 감정 및 생각들을 작가는 직접 서술하지 않고 언행을 통해 보여주는데, 이 분야의 정점인 "헨리 제임스" 와 비교했을 때 그 묘사가 대단히 투박하고  객관적이지 않아(다소 여성 혐오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또 주인공의 나르시스트 기질이 두드러기가 돋을 정도로 오글거려, 전반부를 읽으면서 왜 이 작품이 고전이 되었는지 의문을 품었었다.


 중반부부터 이 중편의 탁월함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왜 본인의 친구가 사랑하는 여성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유혹하는가? 메리는 외모도 뛰어나고, 재산도 많으며 페초린을 사랑하는데 왜 주인공은 그녀와의 결혼을 거부하는가? 왜 주인공은 친구 그루시니츠키를 모욕하는가.....? 러시아 사교계 남녀의 허세어리고 허깨비 같은 행태들을 작가는 진정으로 증오하고, 낭만을 꿈꿨으나 현실은 변함이 없고 그저 권태로울 뿐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 페초린에겐 객관적인 관찰 대상이자 유흥거리에 불과하다. 물론 그 유흥은 그리 즐겁지가 못하다.


 화자는 이 모두를 환경 탓으로 돌리지만 개인적으로 이에 그다지 공감하진 않는다. 뚜렷한 목적 없이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뒤 냉소와 허무주의, 권태가 섞인 수준 높은 객관적 성찰을 하는 것을 보며 그저 깜짝 놀랐을 뿐이다.


운명론자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를 주제로 한 단편이다. 작가가 이러한 사상에 경도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날 기준으로는 그냥 적당히 잘 쓴 단편 소설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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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음사, 문학동네에서 이미 번역된 작품을 지만지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어떤 경로로 지만지 작품을 구매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번역의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하여 독서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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