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턴 동물 이야기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글.그림, 윤소영 옮김 / 사계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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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늑대왕 로보와 회색곰 왑의 결말을 보고 하루종일 울었던 기억이 있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책을 발견했다. 가격도 싸고, 표지도 멋있는데 수령하고 나니 종이 질도 최상이었다. 2011년이 아닌 오늘 출간된다면 18,000원은 되어야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까 싶은 정도이다. 심지어 내용과 번역마저 만족스럽다


늑대왕 로보의 비장한 최후, 코요테의 정신적 지주 티토

 

 어린 아이들은 로보와 티토의 활약에 열광할 것이다. 성인은 짐승이 너무 영리하게 묘사되었다고 의심을 품더라도, 짐승들의 선천적인 습성과 서사를 조합해내는 시튼의 묘사력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늑대와 코요테 이야기이자 당대의 사냥꾼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문난 개구장이 웨이앗차(너구리), 열마리 새끼쇠오리의 목숨을 비행


 로보와 티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없는 내용의 글이다. 사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당대 풍속 묘사가 되어 작품들보다는 약간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었다.


멧토끼 워호스의 위험한 경기, 전서구 아녹스의 장엄한 비행


 멧토끼와 전서구의 이야기지만 당대 풍속에 대한 훌륭한 민속지 박물지이기도 하다. 당대 북미 사람들은 멧토끼와 사냥개를 풀어 토끼의 생존여부를 두고 판돈을 걸거나, 편지 전송을 위하여 비둘기를 활용했던 같다. 아녹스의 비행은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배제하더라도 대단히 쓰인 낭만적인 이야기다.


달빛 아래 춤추는 요정 캥거루


시튼의 자연에 대한 높은 이해와 사랑이 담긴 수작. 캥거루 쥐의 생태에 관한 글이다.


회색 왑의 일생


소싯적의 기억과 달리 시튼의 이야기들 제일 별로. 왑은 짐승이 아니라 사람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행동한다. 우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 비현실적이면 성인 독자는 공감하기 힘들다.


내가 사랑한 빙고


자연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은 작품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되나, 본인의 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만이 있는 내용의 글이다. 애완동물을 혐오하는 나조차도 빙고를 사랑하지 않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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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7
조지 고든 바이런 지음, 황동규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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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툭툭 끊기기에 몰입이 안되었다. 이상해서 인공지능 검색했더니 차일드해럴드 원본은 4,500행이 넘는다고 한다. 이 책은 200행 가량 번역했을 것 같다. 5%도 안되는 양을 발췌번역한 이유가 도대체 뭘까? 책에 실린 다른 시들 또한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리뷰 글이 지워질까봐 욕은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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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제르미니 라세르퇴
공쿠르 형제 지음 / 부크크(book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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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로 미루어 보아 대학생들이 모여 번역한 것 같은데… 안타까움을 무릅쓰고 리뷰를 남긴다. 서사를 갖추지 않고 지리한 에피소드들의 나열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소설이다. 그렇다고 순간 순간의 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발자크와 졸라의 작품이 많은데 공쿠르까지 읽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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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양장)
마크 트웨인 지음, 현준만 옮김 / 미래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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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람들은 나이 20만 넘어가도 초등학생 시절 기억을 상당부분 상실하기 마련이다. 바쁜 일상에 함몰되든, 타성에 젖은 돼지 같은 삶을 살든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가끔씩 밤에 잠을 설칠 때, 혹은 조카 및 자녀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그 편린을 그저 짐작할 수만 있을 뿐이다. 다만 재능을 타고난 작가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톰 소여의 모험의 줄거리는 파편적이다. 악당이 등장하는 내용은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고, 주 내용은 골칫덩어리 톰이 경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다. 시대와 배경이 다를 뿐 대부분의 인간은 톰 소여와 같은 경험을 한두개씩은 하면서 큰다. 성인이 어린 아이들을 관찰하며 적은 글이라기엔 등장인물들의 사고 방식이 너무 유아스럽고,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이 본인들의 주먹만 하고 우둔한 두뇌로 이런 소설을 창작할 수는 없다. 오직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잊지 않고 성인의 지능을 지닌 인간만이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너무나도 즐겁고 한편으론 가슴이 아렸다. 나이를 먹고서 순수함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일을 불혹의 나이에 해내고, 나 같은 범인(凡人)도 잠시나마 이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준 마크 트웨인에게 깊은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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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나인
카릴 처칠 지음, 이지훈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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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 클라이브는 가족들 및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여 단란한 한 때를 보인다. 그런데 그 가족들과 친구, 하인이 어딘가 이상하다. 그의 아내는 이상하게 남성이며, 흑인이어야 할 하인은 이상하게 백인이고, 그의 아들은 이상하게 여성이며 그의 딸은 아들이 끌고 다니는 인형이다. 남성 탐험가가 등장하고 독신 여성도 한명 등장한다. 


 아들(여성이 연기)은 인형을 갖고 놀지만 당대 시대에 이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져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는다. 흑인(백인남성이 연기) 하인은 마님이 집안에서 무시당하기에 클라이브가 주변에 없으면 그녀를 주인으로 모시지 않는다. 딸은 인형으로 주체성이 거세되었다. 탐험가는 아내(남성이 연기)와 섹스하고, 아들(여성이 연기)과 섹스하고 클라이브에게도 애정을 표시한다. 숀더스 부인은 아내(남성이 연기)와 섹스한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클라이브는 가정의 질서를 운운하며 영국의 전성기, 풍요롭고 평화로운 빅토리아 시대를 찬양하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있는 것이다. 


 2부 들어서 내용은 더욱 더 개판이 된다.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100년이 흐른 뒤지만 등장인물들은 왜인지 25살밖에 더 나이를 먹지 않았다. 인형이었던 딸은 성인이 되어 애까지 낳지만 이혼녀 린과 성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여성이 연기했던 아들은 이제 남성이 연기하며 그는 게이인 한편 여성과도 관계를 맺는다. 손녀(남성이 연기)는 총을 쏘고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빅토리아 시대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작가는 그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연기하는 아내는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얻지 못했던 쾌락을 자위할때 느낀다는 것을 고백한다. 1부의 아내(남성)과 2부의 아내는 포옹을 하는 것으로 극의 막은 내린다.


 감상은, 1부는 대단히 참신하고 뛰어나다고 생각되었지만 2부는 끔찍한 불쾌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평화롭고 이상적인 가정의 민낯을 고발하는 대사들의 수준은 대가들의 솜씨에 비할바가 못되나, 배역들을 기괴하게 비틀어버리는 아주 참신한 방식으로 어느정도 보완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 무대에서 성별과 인종이 뒤섞인 인간들이 벌이는 촌극을 상상하고 읽었더니 대단히 우습게 읽을 수 있었다.


 2부는 PC주의에 경도된 자들이 꿈꾸는 세상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설문조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게이와 레즈비언이 판치며, 가정은 해체되고, 이혼녀들과 별거하는 커플이 넘쳐나며, 이혼녀들끼리 섹스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쳐들으며 할머니가 자위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를... 이런 혼란스러운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가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페미니즘과 PC는 가부장과 식민주의라는 대항마가 존재할 때는 나름의 이의를 지녔으나(1부), 상대방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그 시의성을 잃었다(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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