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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파우스트 2 ㅣ 괴테 파우스트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최두환 옮김 / 시와진실 / 2024년 12월
평점 :
필자는 디시인사이드의 "독서 갤러리" 에 가끔 씩 접속한다(dc인사이드이기에 표현이 간혹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내 유일의 독서 커뮤니티이다). 거기에는 "파우스트" 의 높은 명성에 기대감을 품고 독서를 시도하나 2부의 내용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해럴드 블룸 같은 저명한 평론가가 고평가 한 작품인데 본인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글들도 여럿 보았다. 나는 이러한 평가를 내린 사람들의 감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막 까지만 해도 내용이 좋았다. 지나치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다소 난잡하다는 단점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묘사된다는 장점으로 충분히 무마된다. 어리석은 황제와 방만한 귀족들은 재정 운영을 엉터리로 하여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궁전에 방문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파우스트는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황제는 큰 보상을 약속하면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헬레네를 보고 싶다고 한다. 골칫거리 듀오는 이를 시행에 옮기지만 늘 그렇듯이 개판이 나고 만다. 크리스토퍼 말로 혹은 민중본의 파우스투스 박사가 미인을 차지하기 위해 헬레네를 소환한 것(타락의 징표)을 재미있게 변용시켰다고 생각한다.
2막부터 줄거리가 이상해진다. 파우스트의 조수 바그너가 호문클루스를 창조해내더니 기절한 파우스트를 회복시키려면 고대 그리스의 평원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거기서 갖가지 그리스 신화의 괴물새끼들이 등장하는데 문장들은 훌륭하나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 와 그리스 비극 몇편,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정도 읽은 나로선 주해 없이 텍스트를 따라가기가 매우 벅찼다. 그런데 하필 이 책은 미주이기 때문에 더욱더 번거로운 것이다! 3막에선 파우스트와 헬레네가 새끼 한마리를 까고 그놈은 지가 이카루스 인 마냥 끝없이 높이 날아오르다가 비행을 통제하지 못하고 추락사하고 만다. 주해를 보니 해당 부분은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천재 시인 바이런 경을 애도하는 내용이라는데, 해석을 하지 않으면 이해되기 힘든 작품을 마냥 심오하다고 올려치기 하는 것이 맞는가...?
4막은 상대적으로 짧다. 1막에서 무분별한 화폐발행으로 엉망이 된 국가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는 이들을 제압하고 간척권을 황제로부터 하사받는다. 말년에 노망이라도 들었는지 1부와 2부 1막의 천재성은 어디로 가고 결말을 내기 위해 급조한 듯한, 영혼 빠진 텍스트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5막은 개간에 성공한 파우스트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부부의 비극을 목격하고 현타에 빠지는 내용이다. 메피스토텔레스는 계약대로 파우스트박사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만 신이 등장해 이 망나니를 구원하는 것으로 길고 긴 희곡은 드디어 마무리된다.
해설과 미주 들을 읽으며 괴테가 어떤 의도에서 이 작품을 저술했는지는 약간이나마 따라갈 수 있었다. 그는 낭만주의를 경계하고 고전적인 미를 숭배한 것으로 생각되며, 범속한 대중들과 어리석은 권력자들을 경멸하고, 방황하더라도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1부의 자연스러운 서사와 달리 2부는 본인의 철학을 설파하고자 내용을 인위적으로 꼬아 놓아 대단히 부자연스러웠고, 이로 인해 독서가 매우 즐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괜히 2부까지 읽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인상을 망치지 말고 1부만 독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