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시대사 : 구약편 ㅣ 성서시대사
야마가 테츠오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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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기술되어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성서의 flow에 따라 깊이는 얕지만 잘 요약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서보다는 순수 역사서의 성격이 강해지는데, 배경 지식이 부족한데 서술은 간결하여 내용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앞 부분도 간결하게 기술되어 있으나, 성경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느헤미야와 에즈라 파트 까지는 내용을 따라가는데 있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기억이 휘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용을 아래에 대강 요약한다.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다수로 불어나 이스라엘 민족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나안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토착세력들이 산지로 이주하며 생긴 일종의 부족 연합체가 곧 이스라엘이다.


-이 중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를 지도자로 한 소수 집단이 기존 세력에 합류하여 야훼 신앙을 형성하였다.


-12지파는 야곱의 자손들이 아니다. 12개의 큰 부족이 이스라엘을 구성했는데 국가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후기 성직자들이 창조해낸 이야기인 것. 첩에게서 나온 자식들은 국가 내 위상이 약한 민족들이며, 본처들에게서 나온 자식들은 성경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사사기는 단일 이스라엘 민족으로서의 기록이 아니며, 왕정 설립 전 각 부족 영웅들의 활약상을 기술한 책이다.


-철기문명 블레셋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앙집권적인 왕정이 필요하였다. 이로 인해 사울이 기름부음을 받는다. 당시 사무엘이 왕정 설립을 비난하는 것은 왕국 설립과 관련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다윗은 유다의 왕이다. 북이스라엘 사울의 왕국과 갈등이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다윗이 승리한 것이다. 다윗은 피묻은 자이기에 성전 건설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신전 건설은 원시 유대교에서 금기시하는 우상숭배의 성격이 있고 다윗 왕의 시대만 하더라도 해당 세력들은 위세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세력은 시간이 흐를 수록 힘을 잃고, 솔로몬 시대에 결국 성전이 건축된다.


-솔로몬이 이국의 여인들과 관계가 많은 것은 성서에 있어서는 비판 대상이지만 사실은 이웃국가들과 정략결혼한 것이다.


-신전 건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노동력의 동원이 필요하였다. 이는 곧 사회적 계층의 분화를 야기하였고, 자신의 뿌리 유다에는 관대하나 북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솔로몬의 정책은 결국 르호보암 대에 이르러 통일왕국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윗왕의 후손이 모두 죽어 누구를 향후 왕으로 옹립할지 고민하다 소년왕 요하스 까지 찾아내는 것은 당시 남유다인들이 다윗족의 후손이 아닌 왕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왕정이 뿌리내렸다는 증거다.


-구약 후반부의 왕들은 주변국들에게 조공을 바치고 그들의 속국이 되기도 한다. 이는 성서에는 비난의 대상이나 현실은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


-결국 유다왕국과 북이스라엘 모두 멸망한다. 이는 신앙인들에게 야훼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였는데, 신앙을 존속시키고 정당화하기 위해 후기 신학자들은 구약의 왕이 야훼를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한 것이라고 기록하였다.


-느헤미야와 에즈라는 행정가와 제사장이라는 초기 형태의 정교 분립 모델일 수 있다.



뒷부분 내용은 어떻게 유대교가 로마 세력의 지배에 놓였는지, 페르시아인들과 아시리아인, 그리스인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간에는 약 400년의 세월이 차이가 있는데, 그걸 저자는 고작 100p도 되지 않는 분량에 요약정리한다. 앞 부분의 간결한 서술은 성서를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장문을 읽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제공하나, 뒷 부분, 특히 그리스와 로마 부분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 때문에 훌륭한 책임에도 별점 1점을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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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00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이윤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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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생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은 오징어 게임 성기훈 마냥 형이 보내준, 어머니 조의금 500리라로 가출을 하고 도박장에 방문한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행운 덕택에 500리라는82,000리라로 불어난다. 실종 상태가 된 마티아 파스칼의 마을에서 누군가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마티아 파스칼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그의 아내와 장모는 신문에 부고 기사를 낸다. 돈이 생긴 주인공은 이를 슬퍼하기보다는 과거의 자신과 결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드리아노 메이스" 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여 그 가면을 쓰고 새 인생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어중간한 아드리아노 메이스밖에 되지 못한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줄 인척관계도, 문서도 없으며, 대화가 길어질 경우 거짓 위에 거짓을 쌓아야 한다. 그러다가 상상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자신이 허구의 존재인 것이 밝혀지면 어쩌나 하며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혼인 신고를 하지 못하고, 도둑질을 당해도 법원에 고소를 하지 못하며 모욕을 당해도 신분 증명을 못하므로 결투 신청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과거 그대로의 마티아 파스칼로 돌아갈수는 없다.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기존의 인간관계는 변질되어 있다. 주인공은 결국 고(故) 마티아 파스칼로 살아가는 인생을 택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기회가 되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인간이 먼저 존재하고 자신을 서서히 정의해나간다는 실존주의의 주장과 달리, 근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와 주변인들이 정의해주지 않으면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속이 불가능하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실존주의적 사고를 고수한다면 재산이 있는 주인공은 영원한 방랑자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과연 그게 정상적인 인간의 삶일까? 인간은 외로움을 타는 사회적 동물이며, 이로 인해 결국 마티아 파스칼이자 아드리아노 메이스는 파멸하나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 문체와 이야기 전개가 난삽하고 정신사납기에 별 하나를 뺐다만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은 진짜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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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김효정 옮김 / 최측의농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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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자기를 생각하는 모습이 다르며 그 타인들도 제각각 주인공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 타인들 개개인이 생각하는 주인공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전부 다른 사람이다. 즉 주인공은 10만명인 어떤 사람이지만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니 아무도 아니기도 하다. 그는 타인이 생각하는 10만명인 자신을 지우려는 기이한 시도를 하는데….


 카프카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괴로워하는 예민한 영혼을 가져야지 대작가가 될 수 있는가 싶다. 그의 진실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엔리코 4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거죠”,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 이라는 훌륭한 작품들로 구현화 되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10만명인 어떤 사람” 은 카프카의 많은 단편들이 그러하듯이 정신병자의 헛소리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의 편집증적 사고를 예술의 형태로 가다듬지 않고 괄약근 조절기능이 약해진 암환자 마냥 바지를 입은 채 더럽게 배설해버린 것이다. 피란델로의 팬이지만 120P 가량 읽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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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스탈
후고 폰 호프만스탈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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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는 수식어가 지나치게 남용 된다.

여러 거장들의 하위호환 격 작가로, 읽은 시간과 지불한 책값이 아까웠다.


1. 예더만


재산 많고 잘나가던 사람에게 갑작스레 죽음이 찾아오고 신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의 완벽한 하위호환이다. 


2. 찬도스 경의 편지


찬도스 경이 베이컨 경에게, 현 시대는 정답이 없어서 시성이 솓구치지 않고 절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내용. 그러나 정답이 없다는 것 자체가 소설의 테마가 될 수도 있다. 카프카와 토마스만은 잘만 썼는데 호프만스탈이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3. 672 밤의 동화


잘생긴 외모 물려받고 재산도 물려받은 놈이 골동품에 파묻혀 살며 인생을 낭비하다가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는 내용. 체호프를 읽는게 낫다.


4. 바보와 죽음


잉여인간 이야기. "예브게니 오네긴", "오블로모프", "벚꽃동산" 을 읽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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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후안 외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34
티르소.데.몰리나 지음, 전기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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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스트”, “햄릿”, “돈후안”, “돈키호테” 이 4명은 서구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들이다. 네 작품을 모두 읽어본 자로서 평가하자면 순수 캐릭터로서는 “돈 후안” 이 당연 으뜸이라고 생각된다. “파우스트”와 “햄릿” 은 작가의 천재성 덕을 봤고, “돈키호테”는 낭만주의 및 실존주의의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돈 후안


세비야의 난봉꾼 돈 후안이 많은 여자들을 농락하고 최후에 신에 의해 단죄 받는 내용이다. 즐거리만 봐서는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유명한지, 쓰레기 같은 바람둥이가 왜 영웅으로 추앙 받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돈 후안” 은 행동하는 인간이다. 사회적 제약, 목숨의 위협, 신의 경고 등이 그를 아무리 가로막으려 시도해도 묵묵히 그는 제 갈 길을 걸어간다. 그의 움직임은 프로메테우스적인 문명적 박애주의에 근거하지 않는다. 오직 본인의 이기적이고 원초적인 본능을 좇아 돈 후안은 행동하는 것이다.


불신으로 인해 징계받은자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와 같이 처형당한 2명의 죄수 모티브와 애꿎게 화를 당하는 욥기 모티프가 섞여 있는 듯한 작품. 역자 해석에 의하면 이 희곡의 줄거리는 당대의 신학적인 논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신을 의심하는 자는 구원받지 못하며 지옥으로 떨어지고, 악인이 신에게 열린 자세를 보인다면 그는 신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 작품은 당대 신학을 설파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이 강하며, 티르소 데 몰리나의 언어 구사력은 다른 대문호들에 비해 현격이 떨어지므로 오늘날에는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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