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대산세계문학총서 100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이윤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엠생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은 형이 보내준, 어머니 조의금 500리라로 가출을 하고 도박장에 방문한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행운 덕택에 500리라는82,000리라로 불어난다. 실종 상태가 된 마티아 파스칼의 마을에서 누군가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마티아 파스칼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그의 아내와 장모는 신문에 부고 기사를 낸다. 돈이 생긴 주인공은 이를 슬퍼하기보다는 엠생인 시절의 자신과 결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드리아노 메이스" 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고 그 가면을 쓰며 새 인생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어중간한 아드리아노 메이스밖에 되지 못한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줄 인척관계도, 문서도 없으며, 대화가 길어진다면 거짓 위에 거짓을 쌓아야 한다. 그러다가 상상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자신이 허구의 존재인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혼인 신고를 하지 못하고, 도둑질을 당해도 법원에 고소를 하지 못하며 모욕을 당해도 신분 증명을 못하므로 결투 신청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과거 그대로의 마티아 파스칼로 돌아갈수는 없다. 이미 시간은 흘러있고 기존의 인간관계는 변질되어 있다. 주인공은 결국 고(古) 마티아 파스칼로 살아가는 인생을 택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기회가 되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인간이 먼저 존재하고 자신을 서서히 정의해나간다는 실존주의의 주장과 달리, 근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와 주변인들의 정의가 없으면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속이 불가능하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실존주의적 사고를 고수한다면 재산이 있는 주인공은 영원한 방랑자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과연 그게 정상적인 인간의 삶일까? 인간은 외로움을 타는 사회적 동물이고, 이로 인해 결국 마티아 파스칼이자 아드리아노 메이스는 파멸하나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 문체와 이야기 전개가 난삽하고 정신사납기에 별 하나를 뺐다만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은 진짜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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