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 오셀로 / 리어 왕 / 맥베스 / 율리우스 카이사르 - 비극 1 ㅣ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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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최종철 역자가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한답시고 내놓은 쓰레기를 읽고 셰익스피어를 저평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타 역본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동서출판사 역본을 읽은 뒤 감상은 명불허전이라는 것이다.



햄릿


 셰익스피어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돈후안”, “파우스트”, “돈키호테” 와 같은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캐릭터 “햄릿” 이 등장하는 희곡이다. 과연 명성에 걸맞은 작품일까?


 감상은 햄릿이라는 희곡은 결점이 아주 많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왕의 범죄를 확인하고자 벌이는 극중극은 수준 떨어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던 햄릿이 갑작스레 결투를 벌이고 모두 다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는 내용 또한 인위적이다. 그렇기에 과연 햄릿이 셰익스피어 최고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햄릿이 위의 캐릭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라고도 개인적으로 사료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햄릿은 명작이 맞다. 도입 부분에서 어머니의 재혼에 괴로워하고 유령을 마주한 뒤 내뱉는 독백들의 퀄리티는 천재라는 다소 진부한 수식어 외에 딱히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의 갈 곳 잃은 분노는 애꿎은 오필리아에게 번지고, 묘지기와 만난 뒤 내뱉는 허망함과 혐오에 가득 찬 대사들 또한 대단히 강렬하다. 극의 완성도 자체는 떨어지지만 작가의 언어감각은 그 결점을 만회하기에 충분하다.



오셀로


 오셀로가 약간 멍청하게 묘사된 부분만 눈감는다면 대단히 잘 쓴 희곡이다. 햄릿이나 리어왕 대비 군더더기가 적으며, 오셀로가 겪는 고통의 밀도는 다소 덜하지만(어디까지나 햄릿과 리어왕 대비)보다 보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심 때문에 의심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같은 유명한 대사들이 많이 등장하는 희곡이다.



리어 왕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최고작은 햄릿보다는 리어 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몫을 남겨두지 않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물려준 어리석은 부모는 시대를 불문한 보편적인 테마이다. 리어 왕이 폭풍우치는 들판에서 광대에게 조롱당하는 부분은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자연, 인간, 딸들을 향해 그가 토해내는 맹렬한 분노는 천재레벨을 넘어 신화의 영역에 이른다. 셰익스피어가 단일 저자가 아니라는 설도 있지 않는가?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 리어 왕의 저주는, 복수의 저자가 가다듬어온 성경의 욥기와 비견될 만할 정도의 무게를 지닌다.


 리어 왕 또한 안타깝게도 단점이 있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은 것은 이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이 전부지만, 작가는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에 대해 상당한 강박이 있는 듯하다. 들판을 벗어나면 리어왕의 신화적인 면모는 사라지고 그는 평범하고 우둔한 등장인물로 돌아간다. 쓸데없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파국을 맞이하는 결말도 다소 작위적으로, 이는 연극의 본좌 오이디푸스 왕을 리어 왕이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다.



맥베스


 4대 비극 중에서는 가장 격이 떨어지는 희곡이다. 마녀의 등장장면, 식사 중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이고 몇몇 천재적인 대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벌벌 떠는 등, 비극 주인공이 되기에 맥베스는 다소 소심하고 가벼운 인물로 생각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제목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이지만 기실 브루투스의 이야기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브르투스편의 이야기 흐름을 전반적으로 따라가면서도 셰익스피어는 본인의 독창성을 상당부분 가미하였다. 작가의 단점은 보완되고 장점은 약화된 작품으로, 다소 내용이 엉성한 감이 있는 셰익스피어의 단점은 플루타르코스 덕분에 보완된 한편 등장인물들의 언어구사력은 가끔씩 원작의 제약을 받아 날아오르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매우 잘 쓰여진 역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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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항아리 - 이태리작가 작품선 2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장지연 옮김 / 예니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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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누군가 자살을 한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편집장은 기왕 자살을 할 거라면 정적을 암살하고 자살하지 왜 그냥 죽냐고, 그는 정말 바보같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바보는 누구일까? 도입 부분은 흥미롭고 유쾌하지만 후반부에는 작가의 메세지가 노골적이어서 작품성이 떨어진다.


항아리


 "어느 하루" 에 수록된 항아리라는 단편에 대해 선배 작가들에 대한 삼류 오마쥬라고 비난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실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희곡으로 각색하자 군더더기 묘사들은 사라지고 유쾌하고 멍청한, 정말 재미있는 시칠리아 인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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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 오렐리아 ㅣ 문지 스펙트럼
제라르 드 네르발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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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파리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오렐리라는 여배우의 공연을 보며 불현듯 본인의 첫사랑 아드리엔을 떠올린다. 사랑에 대해 고찰하다 보니 그는 자신이 어린시절 함께 시골마을에서 뛰어놀던 실비라는 여인을 떠올린다. 충동적으로 주인공은 실비를 방문하러 마차에 오른다…


 책의 뒤 표지에는 “내가 그토록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그 이상한 열정들, 그 꿈들, 그 눈물들, 그 절망들과 다정함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단 말인가?” 라는 주인공의 독백이 적혀 있다. 주인공이 3명의 여인들을 사랑했던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기억을 사랑했던 것인지, 단순히 주변에 여자가 없어 외로운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 그러나 그의 추억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주인공의 여러 시도는 비록 어리석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오렐리아


 작가 본인의 자서전 성격이 강한 소설. 정신병에 걸린 상태로 저술했다고 옮긴이 해제에서 언급되는데, 그래서인지 내용에 공감이 하나도 가지 않아 중간에 덮었다. 카프카의 “성”,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 에 등장하는 상징은 인류의 보편적 고통을 시사하기에 이해할 수 있으나, 네르발의 상징은 너무 개인적이고 신비주의 성격이 강해  T발놈인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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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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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유명한 근대소설을 단 두개 꼽자면 아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과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데카메론” 이라는 소설의 존재는 초등학교때부터 어떤 이유 에서인지 주지하고 있었고, “켄터베리 이야기”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켄터베리 이야기”가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았기에 더 위대한 작품이라는 말이 있던데, 왜 그랬을까? 250페이지 가량 읽고 책을 덮은 시점에서 내린 결론은, “데카메론” 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므로 명성의 차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영문학의 아버지라고 국소지역에서 찬양 받는 작가와, 전 세계 근대문학의 효시를 창조해낸 작가는 아예 격이 다르다.


 초서를 찬양하는 자들은, 데카메론은 귀족들과 수도사들의 관점에서 서술된 이야기인 한편 켄터베리 이야기는 사회 하층민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므로 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는 헛소리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로, 데카메론 속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계급은 다양하며, 그들 모두 어지간한 현대 소설의 등장인물들보다 훨씬 더 주체적이고 인간적이다. 반면 켄터베리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일부 화자가 하층민이고 투박한 어휘를 구사할 뿐, 대부분 기독교에 매몰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체를 말해보자. 데카메론의 서술은 짧고 군더더기가 없지만 켄터베리 이야기는 수사적이고 장황하다. 길게 늘어지는 문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필력이 담보될 경우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초서의 경우 그러한 재능은 부족한 것으로 사료되고 또 서술이 상당히 교조적이어서 영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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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츠키 행진곡 ㅣ 창비세계문학 5
요제프 로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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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전쟁에서 황제의 목숨을 구하고 보상으로 귀족작위를 얻는다. 그러나 그의 전공은 언론에 의해 부풀려지고, 이에 환멸감을 느낀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아들이 절대 군인이 되지 못하게 한다. 그의 아들은 관료가 되고, 국가에 깊은 애정을 가진 아들은 손자를 군인으로 교육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왜 본인을 군인으로 양성하지 않았는지 생각지 못하고…


 3대에 걸친 오스트리아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뤘지만,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티보가의 사람들” 과 달리 “라데츠키 행진곡” 은 사람들이 서양음악으로나 알지 동명의 소설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 이유는 대 작가들에 비해 요제프 로트의 수준이 한참 미달하기 때문으로, 과도하게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마저도 다소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과연 역사소설이, 사회소설이 맞는가….?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이다.


 장점으로는 작가의 오스트리아 제국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이 아버지 앞에서 제국의 군사 교범을 외우고, 군악대가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 두근거려 하는 장면은 본인 혹은 주변 사람이 유사한 경험을 하지 않는 한 묘사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다.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군대에 환멸을 느낀 할아버지에서 태어난 자손들이 군대를 동경한다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아이러니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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