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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2월 읽고 싶은 책

 

 

​1. 우주 일상을 만나다(플로리안 프라이슈테테, 반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주라 함은 가볼 수도 없는 먼 세계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우주라는 사실은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모든 주변 환경이 우주이기에, 우리는 우주 속에서 유영한다. 우리 주변의 우주이야기를 과학으로 접근하여 생생하게 풀어낸 이 책, 왠지 읽으면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가 함께 폭발할 듯 하다.

 

 

​2. 이중섭의 사랑, 가족(최석태 외, 디자인하우스)

 

우리의 위대한 화가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그림과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을 읽고 그의 가족애와 예술적 열정에 감동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 그 감정이 다시 밀려왔다. 이 책은 이중섭의 가족과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한 책이어서 왠지 읽으면서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듯하다. 덤으로 그의 위대한 작품을 다시 본다는 즐거움과 함께.

 

 

3. 책갈피에 담아놓은 교육 이야기(민병희, 단비)

 

이 책 보자마자 꽂혔다. 현 진보적 성향의 강원도 교육감인 그의 입에서 교육에 대한 100여 꼭지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교육과 연결시켜 능수능란하게 펼쳐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모두들 위한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이 궁금하고 학교/부모/아이들/사회/복지/정책/가치/교사 등에 대한 다양한 진보적 키워드를 얼른 만나고 싶어 안달이다.

 

 

​4. 성장과 분화(레프 비고츠키, 살림터)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구성주의로 유명하고, 인지발달이론, 근접발달의 개념, 교사의 발판을 주장한 교육학자로도 유명한 비고츠키에 관련 한 책이 나와서 반갑다. 교육에 포커스를 둔 이 책은 비고츠키 아동학 강의 관련 책이다. 쉽게 비고츠키의 관점과 생각을 읽을 수 있어 기대된다. 

 

 

​5.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에르빈 바겐호퍼, 생각의 날개)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해 교육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학교라는 제도를 만들어 교육을 시킨다. 그런데 학교라는 기관이 정말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과연 학생들은 누구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가를 따지다보면 학교의 문제점을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진정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이의 재능을 찾기 위해 학교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담아 놓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대안으로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시해 참고할 만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벳'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는데 그래서 자연스레 읽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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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섬 2015-02-0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도 보고 싶은데 사진이 전부 엑박이네요ㅠㅠ

안단테를부탁해 2015-02-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했어요. ㅠ.ㅠ

이섬 2015-02-27 16: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비고츠키 선집 소식은 저도 침 흘렸던 거고,
이중섭 책은 저도 찍었던 거라
더 반갑네요^^
행복한 불금 보내세요!!
 
괜찮아, 아직 청춘이잖아! - 청춘들을 위한 마음치유서
김영아 지음 / 신원문화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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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우리 모두를 위한 독서치유 이야기 <괜찮아, 아직 청춘이잖아!>


며칠 전에 현장 연수에서 김영아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독서 치유에 관한 연수였는데 개념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독서 치유는 '독서'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치유'에 방점이 찍힌다는 말에 공감을 하였다. '치유'에 방점이 찍힌다는 것은 '상담'에 초점을 둔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책은 상담, 즉 치유를 위한 도구가 된다. 더욱이 신들린 듯한 강의는 때로는 같이 울면서, 때로는 같이 웃으면서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유익한 연수였다.

 

<괜찮아, 아직 청춘이잖아!>는 독서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독서 치유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통해 상처 입은 우리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목이 굉장히 어색하다. 아픔이라는 것이, 내면의 문제라는 것이 비단 청춘들을 위한 전유물은 아닐 텐데, 마치 청춘들을 위한 삶의 지침서 같은 느낌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눈부신 청춘이니 웃어라'라는 아류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도 출판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카피를 뽑은 느낌이다. 저자도 제목을 바꾸어 다시 찍어낸다고 하는 것을 얼핏 말하는 것을 보니 나만 거부감이 든 것은 아닌 듯하다.

앞에서도 썼듯, 이 책은 독서 치유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상담자로서 저자는 상처 입은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문제를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선택한다. '책 읽는 행위'라는 것이 결국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인데 그 원리는 이렇다. 문학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서사가 읽는다는 것이고, 서사를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적, 사회적, 정서적 상황을 읽는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독자는 책을 읽어가면서 다양한 인물에게 동화되기도 하고, 동일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카타르시스는 삶을 다시 재정의하며 바라보면 통찰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다.

다양한 내담자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외로움에 지쳐있는 사람, 부모에 학대받은 사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 사랑에 천착해 자신을 망치는 사람 등 다양하다. 비단 이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겠다. 우리 모두는 상처가 있고 그것을 안고 산다. 내면아이라고 불러도 좋고, 트라우마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신경증 환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다루고 있으며 저자는 그 한복판에서 우리들을 공감하고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게 녹녹한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나만 아픈 게 아니'라는 묘한 동질감을 갖게 한다. 더불어 내가 아픈 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하다. 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을 때 나의 상처도 위로받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책 속의 사연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것을 공감하면서 나 또한 나의 내면의 상처를 보기도 했다.

이 책이 '치유'에 방점이 찍혀있는 책이라는 것은 읽으면서 바로 느낀다. 책 읽기에 초점을 두지 않기에 상담 내용이 주가 되고 책에 관한 내용은 소개 형식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채에 방점을 두고 소개하는 <책은 도끼다>,<감정 수업>같은 작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혹여 다양한 책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다만 챕터마다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해 놓았기에 참고는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좀 생뚱맞긴 하지만 독서치료란 무엇이며, 상황별 독서치료 리스트를 부록으로 붙여놓아 독서 치료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이나마 팁을 주기도 한다.

서두에서 말했듯, 책도 좋은데 이 분의 강의는 더욱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책보다 강의에 더욱 특화되어 있는 천상 상담자, 강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강의를 들으면서 내 '내면아이'나 나의 트라우마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아픔이 있고, 신경증이 있다. 다만 이러한 아픔을 슬기롭게 치유하는 힘, '지금 여기'에서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건강하게 지탱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이러한 치유의 힘은 독서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이런 여행이고자 한다. 저 슬픔의 바다에 나의 슬픔도 한 방울 더 얹어 함께 바닷물이 되는 일이다. 남의 슬픔과 나의 슬픔을 비교하지 않고, 겨루지 않고, 너와 내가 똑같은 것으로 아파한다고, 우리는 같은 것을 그리워하고 같은 것에 힘들어했다고,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고, 실패를 경험하고 넘어져 일어설 수 없다고 손사래 치는 그를 일으켜 세워 괜찮다고 서로 어루만지며 함께 바닷물이 되는 여행이다."(p25)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 매일이 즐겁다.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할 일에 벌써 설레고, 아침에 깨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 나게 움직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열정 순이다."(p45-46)


"오늘부터 나는 관객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 기대어 생각하기도 그만두자. 나는 관객이다. 객석에 편안히 앉아 지금부터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들은 배우다. 무대에 올라와 어머니 역할을 하고, 교수 역할을 하고, 친구 역할을 하고, 선임자 역할을 하는 저 배우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들의 말을 대본처럼 드는다.(p76)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나 자신을 믿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나 자신에게 나를 믿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자발적인 나의 의지로 도전하게 되면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나를 믿었다'라는 황금 같은 경험이 남는다. 최선을 다했다는 경험 하나가 백 개의 실패 경험을 백지화시킨다."(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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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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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슬픈 젊은이들의 자화상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얼마 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패션 디자이너가 직원들을 한 달에 10~30만 원의 급여로 장시간 일을 시켜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디자이너는 사과를 했지만 아직도 시끄럽습니다. 또한 인터넷쇼핑 회사가 인턴들에게 최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결국 해고를 해서 분개한 네티즌들이 회원을 탈퇴하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었지요. 이른 바 '열정 페이'라는 것인데요. 이게 머냐면 젊은 청년들은 열정이 있기에 급여가 적을지라도 스펙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 청년들의 씁쓸한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나라가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정페이'와 '갑을 논란', '취업 고통', '세대 간의 불통, '저출산 등의 일련의 과정이 나라가 점차 절망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노동 운동', '민주화 시위' 등 예전에는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먼저 일어선 사람들이 젊은 청년들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너무도 조용합니다. 취업 걱정으로 정신 없어서 그렇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젊은 사람들은 제도를 바꾸는 힘인 투표에서조차 무기력합니다. 여력이 없어진 것일까요. 아님 관심이 없어진 건가요.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절망적인 나라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은 한계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일본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현대 일본의 젊은이들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성 재정 적자의 상태가 되어 가고 있으며, 빠른 속도의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 그리고 급속도의 고령화 상태가 되어 가고 있는 일본을 절망적이라고 필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거품 경제 붕괴 후 비정규직 취업이 일상이 되고 노인들의 삶까지 책임져야 할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본은 '절망의 나라'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절망의 나라에 살고 있는 젊은 당사자들은 정작 자신들은 행복하답니다. 일본 내각부에서 발표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2010년도 시점에서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격차 사회'라느니, '젊은이는 불행하다.'라느니 하는 갖가지 연설이 범람하는 가운데도, 오늘날 20대의 약 70%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는 과거 40년 사이에 15%나 만족도가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답니다.(p129-130) 왜 그럴까요? 일본인 특유의 긍정성 때문일까요. 아니면 힘들지만 행복을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자기 수련을 하는 것일까요. 진짜 행복한 걸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왜 절망의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하는지 말입니다.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분석론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사회에서 젊은이론을 정의하고, 젊은이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파헤치는 책입니다. 요약하자면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하다는 것은 앞으로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지금은 불행하지만, 장차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라고 합니다.(p133) 따라서 불만족하다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지요. 그렇다면 바꾸어 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행복해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사회가 '이보다 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래에 희망을 걸지 않고 포기하였기에 지금의 현재가 최선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입니다. 즉, 일본의 젊은이들은 절망적인 미래를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 젊은이들은 미래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찬란한 미래'를 접어둔지 오래이고, 그러하기에 진취적이지 않고 세상을 달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일본의 젊은 세대를 '사토리 세대'라고 하는데요. 사토리는 '득도'했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현재 상황을 되는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아둥바둥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리고 현재에 만족한다는 겁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지 않고 희망을 포기하는 슬픈 현실을 풍자하는 말입니다.

이 슬픈 현실을 견디기 위해 그들은 득도하는 거지요. 그리고 현재가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우는 겁니다. 그 주문을 위해 현재를 소비하며 저항하지 않는 거지요. 더욱 문제는 이러한 불행한 현실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며 그들만의 문화 속에서 열정을 소비하며 현재를 만족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도 말합니다. '오늘보다도 내일이 나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동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젊은이들, 다시 말해, 그들은 작은 공동체 안에 모여 있음으로써 행복을 찾는다고요.

결국 미래는 암울해 보입니다. 지금의 행복이 진정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윗세대와 아래 세대를 부양할 시기가 되면 그때도 행복하다고 할까 궁금합니다. 포기해버린 미래에 그들이 도착한다면 윗세대와 아래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현실과 이미 저항조차 할 수 없는 무력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심지어 필자는 "이대로 간다면 일본은 느슨한 계급 사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일등 시민'과 '이등 시민'의 격차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일부 '일등 시민'은 국가와 기업의 의사를 결정하는데 분주할 테지만, 다른 수많은 '이등 시민'은 태평하게 하루하루의 삶을 소일하는 그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p308)라고 말합니다.

변화를 이루려 하지 않고 미래를 포기하는 '사토리 세대'를 보면 무엇인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건 바로 '절망의 일본'이라는 문구에서 일본을 우리 나라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일본 사회의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 낮은 출산율과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오히려 일본 젊은이들은 '득도'라도 하고 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이 상황이 무엇인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취업을 위해 사회를 들여다보지 않고, 열정 페이에 강요당하면서도 사회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는 갇힌 틀안에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절망의 나라의 어찌할 바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는 사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대안 제시를 하지 않습니다. 섣부른 대안은 오히려 더욱 상황을 망칠 수 있어 말을 아낍니다. '절망적인 일본과 미래가 없는 젊은이'를 분석하고 바라봅니다. 우리가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담담히 말합니다. 책을 읽은 우리의 과제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키워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래 지향적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사회 구조를 바꾸어 보려는 열정을 가지게끔 하고 정치적 의사표시의 수단인 적극적 투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실을 왜곡시켜 자위하는 '일베'류의 사이트에 우리 젊은이들을 몰지 말고 그들을 현실세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그들이 강력하게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까요. 다시 한 번 사회를 바라보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 다만 '젊은이 희망론'은 종종 암묵적으로 젊은이들을 '편리한 협력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에게 권리나 구체적인 혜택, 기회를 주지 않고, 그저 '노력하라'라고만 다그치는 행동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p61)

" 바꿔 말하자면, 이제 자신이 '이보다 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 혹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p134)


" 그렇게 되면 아무리 '격차사회'라든가, '블랙 기업'이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도, 젊은이들 스스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한 대규모 시위 따위는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자신들의 사회'가 침해되거나, '자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계'가 지적을 당했을 때는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p219)


" 빈곤은 미래의 문제이므로 잘 보이지 않는다. 승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구는 수없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러게 보니 그토록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p299)


" 돌아가야 할 '그때'도 없고, 눈앞에는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게다가 미래에는 '희망'조차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달리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왠지 행복하고, 왠지 불안하다. 우리들은 바로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절망의 나라에 사는 행복한 '젊은이'로서."(p316)

 

덧붙임 하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란 일본식 문법구조가 상당히 거슬립니다. 일본식 조사 の의 번역인 것 같은데요. 결벽증이 있나.. 이런 것이 왜 이렇게 거슬릴까요. 어쩔 수없이 제목을 직역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 것 같은데 '절망의 나라의' 대신 '절망적인 나라의'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덧붙임 둘.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물론 솔직한 리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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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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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그리고 묵직하게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힘

얼마 전에 목포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유달산을 등반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에 동백꽃을 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텐데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등반을 멈춰 동백을 살폈다. 왜 이렇게 추운 겨울에 꽃이 피는가. 왜 벚꽃처럼 잎이 낱처럼 흩뿌리지 않고 온전한 송이로 떨어지는가.. 신기한 일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했다. 항상 거기에 그렇게 있는데, 등산을 하면서 숱하게 보았을 꽃인데 이제서야 보인다. 이 책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후의 일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기행문 한 구절에 동백을 이렇게 표현한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렸다.' 작가 박웅현은 이 글에 감탄을 하며 자기식으로 문장을 풀어 놓는다. 나 역시 도끼로 찍힌 듯 전율이 흘렀다. 내가 쉽게 보고 지나가서 나에게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동백이 이렇게도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그 후로는 주위의 자연과 사물을 쉽게 지나치는 것을 망설였다.

이 책의 구성 내용은 대략 이렇다. 박웅현의 감성을 깨뜨렸던 도끼들. 박웅현이 읽은 인문학 책을 소개한다. 주옥같은 책들이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며 그 책의 문장들을 박웅현식 감성으로 분석하고 풀어낸다. 그리고 그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의를 옮겨 놓은 듯 글투가 구어체적인 특징을 가지며, 그러하기에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쉬운 것은 아니고, 충분히 철학적이고 인문학적 사유가 넘쳐나는 작가와 글들을 소개하여 지적 충족도 얻을 수 있다. 8강. 8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장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1장은 이철수, 최인훈, 이오덕을 소개하는 책이다. 최인훈과 이오덕은 나름 친숙해서 기뻤는데 이철수는 낯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판화가 이철수와 그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꼭 사서 읽고 싶을 만큼 그의 글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2장은 김훈의 책과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나 역시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김훈을 종종 꼽는데, 그래서 더욱 반가웠고 행복했다. 수식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의 나열만으로도 놀라운 글을 써내는 김훈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다. 3장은 알랭 드 보통,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소개한다. 예전에 <불안>이란 책을 읽다 덮은 적이 있는데,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 장이다. 4장은 대니얼 디포, 고은, 미셸 투르니에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고은의 시를 음미하며 책을 읽었는데, 고은의 반짝거리는 시를 계속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읽었다. 5장은 지중해 문학의 밝고 아름다운 장을 소개하는 장인데, 읽고 있으면 지중해의 낭만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끽할 수 있다. 6장은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고, 7장은 안나카레니나를 말한다. 두 작품 다 읽어 보겠다고 정가제 전에 사두어서, 작품 먼저 읽고 읽을 요량으로 읽지 않고 넘겼다. 꾹꾹 눌러서 읽을 터다. 마지막 장인 8장은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동양식 사고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다.


박웅현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쳐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끼로 와 닿았던 책들은 다시 읽으며 전에는 보지 못하고 넘어간, 새롭게 감동으로 다가온 문장에 또 밑줄을 긋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읽으며 울림으로 다가왔던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소개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감탄하며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나는 쉽게 지나쳤을 문장을 이렇게 곱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페이지를 넘기는 데 급급하여 작가가 고민을 거듭하여 썼던 사유를 나는 읽어가지 못했구나라는 생각.

박웅현이 '미친 사람'이라고 평하는 김훈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내가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서술은 몽매해집니다."

너무 멋진 말이다. '이'과 '은'의 세계를 김훈은 이렇게 표현하고 이렇게 아껴 글을 쓴다. 엄청난 인문학적이며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는 문장들을 우리는 쉽게 읽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p34)처럼 다독에 목매지 말고 정말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 책을 읽고 있는가. 문장을 곱씹고 사유하며 글을 읽고 있는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책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내가 독서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냥 넘어가거나, 생각지 않았던 것들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도록 누군가가 가르쳐주고 이야기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박웅현식 책 읽기에 빠진 게 두 번째 일이다. 처음에 읽은 책이 오히려 이 책<책은 도끼다> 후에 나온 책인 <여덟 단어>였는데 그 책 역시 많은 감흥을 주었다. 후작인 <여덟 단어>가 삶을 살아가진 지혜를 이야기하였다면 이 책은 온전한 인문학적 책 읽기에 집중한 느낌이다. 계속 읽으면서 느낀 건데 쉬운 문장으로 깊은 사유를 표현해내는 그의 글이 참 매력적이다. 박웅현의 책에 웅크린 수많은 명작들, 언젠가는 다 읽어버리라. 2015년에도 역시 '그래봤자 독서' '그래도 독서'다.



이철수는 또 저에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동양의 삶의 태도와 서양의 삶의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비교하게 해주었는데요, 그것은 역시 판화<가을 사과>에 쓴 한줄의 글이었습니다. ..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p22)


 

오스트리아에 한 음악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그 학교는 음악학교인데도 어린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시키지 않는 대신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음들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가서 자갈을 들고 큰 돌과 큰 돌이 부딪치는 소리, 큰 돌과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으며 얘기하는 것이죠. 이렇게 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중요한데 우리는 기술만 가르치고 있으니까 요즘 교육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p38)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곳에 있을 시간이 삼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p51)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줘을 때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p115)


​알랭 드 보통은 바로 그것,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덜 불안해진다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 더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다."라는 버트런드 리셀의 말도 같은 문맥인 거죠.(p120)

프루스트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했던 방법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화의 소재를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찾았다.(...) 그는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대신에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이 부분은 제가 삶의 태도로 가져가고 싶은 부분이라서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p136)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했으니, <동물원에 가기>에 있는 키스에 대한 이야기로 알랭 드 보통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키스는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다. 두 살갗이 접촉하게 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 암호화된 말의 교환은 끝이 나고 드디어 이면의 의미들을 인정하게 될 터였다.'(p136)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나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p139)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에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말하죠. 익숙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 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p154)

 

 


 

우리 팀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모든 사생활은 모든 공무에 우선한다'이고 둘째는 '모든 술자리는 모든 회의에 우선한다'입니다. 꽃 보러 가야죠. 나라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정도로 꽃이 흐드러진 날에는 꽃 보러 가는 게 맞아요.(p172)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에서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더 소개하겠습니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야만을 버려야 합니다.(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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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1월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신간입니다.








 

 

 

 

 

 

1. 우연의 과학 (다케우치 케이, 윤출판)

우연찮게 lotto사이트에 가입해버려서 매주 번호 문자가 10개씩 날아온다. 평소 이런 확률 놀음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게 묘한 것이 나에게 날라온 번호가 왠지 당첨 될 것 같다는 불안에 번호를 구입하게 되다는 것이다. 물론 안다. 확률이 약 1/8.000.000 이고, 이건 말그대로 로또라는 것을. 그래도 한다. 되는 사람이 있으니, 왠지 운이 있으면 나도 될 거라는 욕망이 있어서. 결국 수학적 이 놀음이 인문학적 우연의 사고로 나의 뇌 속에 각인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알면서도 당한다. 다케우치케이 교수의 우연의 과학이라는 책이 나왔다. 수학적인 확률 현상 속에서 살고 있으나 결국 우연의 지배에 있는 우리들의 과학을 담고 있는 책인 것 같아 흥미롭다. 우연의 법칙과 우연의 적극적 의미를 말하고, 그러하기에 우연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말하는 이 책 주목할 만하다.






 

 

 

 

2. 불가능을 이겨낸 아이들 (스콧 배리 카우프만, 책 읽는 수요일)

학습지능인 IQ에 대한 재정의에 관한 책이다. 누가 요즘 IQ 지능 지수에 목매겠냐마는 그래도 아직도 IQ의 신화에 목매고 있는 현상도 상당 부분 많은 곳에서 관찰된다. 아.직.도 과제 해결력이 떨어지면 IQ를 의심하고 영재라는 재능의 산물은 결국은 타고난 IQ적 지능이라고 믿는 이러한 신화에 이 책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반박한다. 목차를 보니 지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풍부해 읽으면서 지적 확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창의성, 지적 장애, 주의결핍력에 대한 메커니즘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읽고 싶은 책이다.






 

 

 

 

3. 크라임 이팩트 (이창무, 위즈덤하우스)

인류의 역사를 범죄의 역사라고 말하며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를 다룬 책이다. 형사사법학을 전공한 저자가 범죄를 주요 전환점의 축으로 놓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신선하다. 과연 범죄가 역사와 인류 문명에 어떻게 미쳤는지, 또한 우리가 숱하게 듣던 유명한 범죄들이 무엇인지 추적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을 책이다.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십성 소소한 범죄가 아닌 인류사의 굵직한 범죄사를 다루어 솔깃하다. 굵직한 범죄사는 시선에 따라 동전의 양면처럼 범죄일수도 혁명일수도 있다. 크라임 이팩트를 통해 그 양면을 다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4. 네이처 (​데상 앤 뜰로라, 솜씨)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이 산만할 때 꼭 한 번은 쓱싹쓱싹 하고 싶은 컬러링북이다. 원하는 대로 색칠하고 패턴을 따라 색을 칠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 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옆에서 같이 동참하고 싶어서 담아 보았다. 같이 그림을 그리다보면 더 잘 우리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가 묻어나는 책이다. 힐링하고 싶은 요즘, 눈에 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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