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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가 관통해온 세월을 통째로 읽는다.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작가가 멈추지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으려는 전 생에 걸친 갈구가 느껴진다.
이 글을 씀으로써 길다면 긴 세월을 온전히 다시 살아낸 작가에게 일종의 경외감도, 연민도 느껴진다.
그러나 1세계 유럽 백인인 작가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없는 순간이 교차한다.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그들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 물론 작가는 그 모든 삐뚤어진 시선을 자조적으로 그렸지만, 그조차도 1세계인이므로 남들의 평가에 둔감한 비대자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비단 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살다가 문득문득 인류애를 조금씩 잃고 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 그렇다. 우리는 잊힐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늘 우리에게 중요해보이고 심각해 보이며, 버거운 결과로 보이는 것들, 바로 그것들이 잊히는, 더는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 올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언젠가 엄청나고 중요하게 여겨질 일이나 혹은 보잘것 없고 우습게 여겨질 일을 알지 못한다. (...) 지금 우리가 우리의 몫이라고 받아들이는 오늘의 이 삶도 언젠가는 낯설고, 불편하고, 무지하며, 충분히 순수하지 못한 어떤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가 알겠는가, 온당치 못한 것으로까지 여겨질지도. - 안톤 체호프
- 우리의 기억은 자신의 외부에, 시간의 비바람 속에 있다. - 16
- 사회적인 변화의 신호가 개인의 삶에서 지각되진 않았다. 다만, 수천만이 동시에 마음속으로 <아무것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환멸과 피로함 속에 어쩌면 그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90
-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 우리는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 134
- 소비의 경험이 없는 그들은 측윽한 마음을 불러일으켰으며, 물질적인 재산에 대한 자제도 분별도 없는 이 집단적인 굶주림의 광경은 우리를 언짢게 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떠올리며 꾸며낸, 순수하고 추상적인 자유에 걸맞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공산주의의 멍에를 쓴> 민족에 대해 습관처럼 느꼈던 비탄은, 그들이 자유를 쓰는 사용법에 대한 비난 섞인 관찰로 바뀌었다. 우리는 행복과 <자유로운 세상>을 가졌다는 우월감을 만끽하기 위해 소시지와 책을 위해 줄을 섰던, 모든 것을 박탈당했던 그들을 더 좋아했다. - 213
- 뒤섞인 개념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문장,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외치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문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 278
- 우리는 그 모든 것이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들의 세월은 거기에 없었다. - 282
2020. f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