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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101-24-05 다정한 수학책. 수잔 다고스티노 저, 2024
서평단 및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다음 대화를 읽고 지희가 가지고 있는 사탕은 몇 개인가?
은영 : 나는 7개만 더 있으면 30개가 돼.
지희 : 나는 은영이보다 9개가 더 많아." - 대한민국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위에 제시한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음과 같이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지희) = (은영) +9 = (30-7) + 9 = 32 (개)
답은 32개이다. 간단한 이 문제는 실제로 우리 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풀어보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돌보는데 하루에 4 제국 마르크가 들고,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 질환자는 300,000 명이 있다.
(a) 이 사람들을 유지하는데 전부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가? 정답 : ( )
(b) 위 돈으로 만약 1,000 제국 마르크의 결혼 자금을 준다면 하루 당 몇 쌍이 보장되는가? 정답 : ( )
- 나치 치하, 독일 제 3 제국의 수학 교과서 (*제국 마르크 : 나치의 화폐단위)
이번에 제시한 문제의 정답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a) 300,000 * 4 = 1,200,000 제국 마르크
(b) 1,200,000 / 1,000 = 1,200 (쌍)
자, 정답은 하루에 1,200쌍 꼴로 신혼 부부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정규 교육 과정의 초등 과목을 이수한 사람 정도면 쉽게 계산이 가능한 문제인데 정작 답을 하고 나면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게 된다. 만일 이 문제에서 밝힌 조건처럼 300,000명의 정신 질환자를 돌보는데 쓰는 비용을 신혼부부들에게 문제에서 제시한 액수로 지급한다면 매일 1,200쌍에게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은가! - 더 나아가 저들을 추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뉘앙스도 함께 보이면서 말이다. -
이 문제는 실제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이후 성립한 독일 제 3제국의 초등학교 수학 문제의 일부이다. 당시 나치의 선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라디오"의 대대적인 보급을 통한 대국민 선전이고, 나머지 또 하나는 이른바 "히틀러 소년단" 창설을 비롯, 학계와 교육계의 대대적인 탄압 및 교육과정 검열을 통해 나치의 선전을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세뇌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통해 독일은 하나의 거대한 군사 집단이 되어버리고, 이후의 행보는 전쟁, 홀로코스트 Holocaust 로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반인륜적 범죄로 나아간 것은 익히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위의 두 비교 사례에서 보듯이 수학적인 사고 과정에는 그 어떤 "가치 판단 價値判斷"도 들어가지 않고 합리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계산의 과정과 끝난 이후에 드는 생각은 도저히 합리적으로 다다르지 못하는 결론에 쉽사리 도달할 수 있도록 교묘히 설계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우리는 수학은 흔히 자연 과학 중에서도 "논리의 철옹성 鐵甕城"으로 인식한다. 논리적 추론과 그 계산 결과의 신뢰성은 인종, 언어, 시대와 무관하게 동일한 공리 公理 아래, 정해진 연산 규칙을 따르면 언제든 똑같은 정답을 반복해서 도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학은 가장 신뢰하는 진리이며, 자연 법칙으로서 그 권위를 부여받고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이 비극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2. 저자의 의도...
이 책 "다정한 수학"의 저자는 수학자이며 "워싱턴 포스트 Washington Post"지를 포함한 유력 매체에 다수의 글을 기고하는 과학 작가이다. 거창한 유명세와 권위를 가진 학자들과 달리, 뒤늦게 수학을 공부하여 학위를 받고, 이후 수학 교육에 투신하며 작가로 활동하고,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 온 다소 이색적인 경력의 학자이다. 이 책의 머릿말에 나오듯이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낙제하여 학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수학의 매력을 발견하고 다시 도전하여 박사 학위 취득 및 교육자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개인사를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으로 미국 수학 협회 AMS 에서 수여한 "공로상"이 저자의 열정적 인생에서 제일 정점을 찍는 일이 아닐까 사료된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지만, 그 특유의 비호감을 가지는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보다 더 친근감을 형성하고,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을 지나, "감성적 emotional"으로 까지 이 학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한 저서이다. 따라서 아주 쉬운 지점으로부터 시작하여 보다 더 큰 주제로 나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학의 "친절함 kind" 을 표방하며 우리를 이끌고 있다.
2.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쉬운 사례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학에 존재하는 많은 명제들과 골치 아픈 기호들을 배제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고 간단하게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제들을 위주로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내세운다. 앞서 밝혔듯이 본인의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너무 불친절한 소개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실제 생활에 중요한 사례들을 하나씩 설명해가며 왜 우리가 수학을 하는 지를 독자들에게 납득시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 중 몇몇 소 챕터들은 일반 독자들의 고정관념이나 통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 명제들을 - 예를 들어 "벤포드 법칙" - 선정하여 흥미를 돋운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운 형상에 담긴 많은 기하의 정리들이나 원칙들을 직관적으로 풍부한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그 세부 내용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청소년 기의 자녀를 둔 독자들이나 또는 청소년 본인들이 직관적으로 따라오기 좋도록 배려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리고 같이 토론을 할 수도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하학 幾何學 의 문제는 우리가 관찰하는 주변 환경에서 늘상 접하는 원칙이지만, 의도를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 숨은 법칙을 관찰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많은 것들은 어떤 "형상 形狀"으로서 이 세계에 존재한다. 그 형상을 이루고 있는 원리들은 다른 자연 과학들과 원리적으로 연결이 되고, 이 자연을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늘 기하학을 필요로 해왔다. 다만 소수의 훈련된 사람들이나 학자들만이 독점해 온 그 지식은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대중 사회에 퍼져나간 역사가 존재하며, 지금도 우리는 실생활에서 그 원리를 종종 활용하여 편리하게 쓰고 있음을 저자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매 소 챕터마다 저자는 질문을 하나 씩 던진다. 복습의 의미라기 보다는 해당하는 원리가 진짜로 작동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간단한 문제들을 제시함으로써 수학의 실용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도전해 볼 수도 있고, 문제의 정답은 책의 후반부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가 함께 풀어볼 수도, 또는 생략하며 다음의 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도록 하여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저자 본인이 흥미를 잃었을 때 겪은 심리적 위축을 고려하여 반드시 구성하고자 한 것이 포착된다. 그리고 이 책으로 공로상을 받음으로써, 학자들로부터도 이 지점을 높게 평가한 지점이 엿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을 읽으며, 나와 함께 하는 독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과연 따뜻한 kind 수학은 가능한가?"
안타깝게도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날 감정 感情 에 따라 매번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계산을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우리가 과학, 특히 수학에 기대하는 것은 그 "명료한 객관성"이며 이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이는 마치 "동그란 네모"를 현실의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학은 추상 抽象 의 개념을 도구화하여 형이상학적 문제를 포함하는 객관적 진리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다. 이 수학에게 본연의 의미를 배제한다면 그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제거해 버리는 일이리라.
수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동일한 객관성을 유지한 채 그 위치를 점할 뿐이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그 특유의 수사와 현학적 표현에 있어, 표기를 바꾸거나 보다 쉽게 할 수 있을지언정 그 본질적인 면은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수학에 좌절하거나, 이를 외면하는 대중들에게 이 책과 같이 감성 感性 을 불어넣는 작업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질문이 남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그럴 수 있다"이다. 실제로 우리의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문제 풀이로 모든 수학 시간을 진행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교과서의 개념들이 어떻게 도출되고,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충분히 납득하기 전에 성급히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강요를 당하니 좋은 기억이 생기기 힘들다. 설령 정규 교육 과정에 잘 적응한다 하더라도 수학의 어떤 것을 느끼기 이전에 그냥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 通過儀禮 로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벗어나 생각해보면, 많은 나라들이 수학적 원리 자체를 전달하는데 매우 공을 들이고 있고, 교과서도 우리들이 충분히 납득가게 끔 끈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많은 현상들은 자연의 법칙으로서 수학을 품고 있다. 이를 대중들에게 드러냄으로써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 적어도 "혐오감"은 없도록 학계에서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런 의도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허나 한 가지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점은 있다. 수학에 있어 원리 자체에 감성을 불어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대상을 다루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지는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존재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과거 수비학 數?學에 기초한 피타고라스 학파의 설처럼 "숫자 3은 완벽한 수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유사과학 類似科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 극단의 예로 이 글의 도입부에 소개한 나치의 사례까지도 이를 수 있다. 이는 수학사에서 여러 사례로 나타나며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이다. 따라서 그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가치 판단"의 문제를 부여할 시에는 과거의 오류를 교훈 삼아 수행한다면 보다 더 대중들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목적한 바를 이룰 것이다.
5. 나오며...
자 다시 현실로 돌아와, 앞서 본 극단적이고 끔직한 사례말고, 희망에 찬 그것을 보자.
첨부한 첫 번째 이미지는 현대 미술에서 한 위치를 차지하는 미술가 솔 르윗 Sol Lewitt, 1928~2007 의 작품이다. 통상적으로 미니멀리스트 Minimalist 로 분류되고, 개념 미술가이다. 평생 본인의 철학에 따라 누구나가 자신의 "설명서 Manual"를 읽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제작을 하지 않는 파격적인 시도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이다. 이 "설명서"의 상당수는 수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형미와 단순미를 오브제 objet 로 삼아 설계되어 있으며, 생전에 수학의 미를 적극적으로 예술작품으로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 그리고 그의 작품은 이미지에서와 같이 우리에게 멋진 작품으로 남아있다. -
이와 같이 같은 도구적 이성인 "수학"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극명히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즉, 수학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 활용할 것인가인 "우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더 수학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어려워하지 않으며, 언제나 찾을 수 있도록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로서 그 위치를 설정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또한 대중적인 작가들 뿐만 아니라, 학계의 전문가들도 같이 공감하여 수학이라는 학문의 권위를 강압이 아닌 "친절함"으로 바꾸도록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수학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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