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워킹 Book One : 절대 놓을 수 없는 칼 1 카오스워킹 1
패트릭 네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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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다. 여름은 아스팔트 도로가 폭삭 익어버릴 듯한 햇볕을 보내면서, 그에 따른 출발 신호를 알리듯이 주기적으로 매미가 울어댄다. 귀를 잠시 막고 싶은 심정이다. 여름이 접어들고 부터 '정적'은 찾기 힘들다. 비가 시끄럽게 내리거나 매미가 시끄럽게 운다.(요즘에는 특이하게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도 많이 내린다.)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조용한데, 자연은 시끄럽다. 마치 프렌티스타운에 감돌던 노이즈 바이러스가 퍼진 것처럼, 온통 소음 천지다. '더위'가 촉각의 청각화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그네들은 뭔가 시끄럽도록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전혀 자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는 내가 자연에 동화되지 못한 탓이겠지. 툴툴. 이렇게 툴툴되는 이유를 카오스워킹에서 찾아볼까.

 

 

카오스워킹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다. 주인공 토드는 온갖 사람들의 생각(노이즈라 이르는)까지 들을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고, 그 세계에서는 '여자'를 볼 수 없다. '여자'는 모두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었고 그랬기에, 그 곳에서 토드는 항상 가장 어린 소년이 되어야 했다. 그는 일년이 열 세달인 곳에서 12년하고도 열 두달을 보냈으며, 이제 어른이 되기까지 딱 30일이 남은 상태였다. 토드가 사는 마을, 프렌티스타운에서는 13살이 되면 '어른'이 될 수 있는데, 그가 어른이 되기 직전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적'을 느끼고부터 진실을 파헤치게 되는 뜀박질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 곳에 불시착한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는 이제껏 진실이라 믿었던 '토드의 세상'이 깨어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는 파브랜치 마을을 넘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듯한 헤이븐을 향해 가는데 ... 이처럼 카오스워킹의 세계는 온전히 새로운 세계였고, 그들이 알아야하는 진실 또한 새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소리'에 관한 무언의 성찰은 현실의 무엇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소리라도 조화가 되지 못한 채 겹치면 소음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물며,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겹친다면, 토드가 만난 '정적'으로 대표되는 소녀 비올라의 말처럼, 생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그러니깐 토드의 세상은 '소음'이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귀를 막는 것으론 임시방편도 되지 않았다. 토드는 소음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벌인 무시무시한 전쟁에서 도망치고, 나아가 그들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소음 속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토드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토드는 자신의 생각은 모두 노출되어야 하면서,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없던 비올라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토드가 만난 첫 번째 혼란이었다. '불균형'이었다. 모두의 생각이 공유되던 세계의 균형이 깨어지자 토드는 계속해서 뜀박질을 해야만 했다.

 

 

나는 아직, 겨우 권수로 따지면 6권이나 되는 카오스 워킹의 극미한 일부밖에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1/6의 내용에서 담고 있었던  문제의 시작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소리'에 대한 생각을 시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생각해보았다. 또 그러한 소리가 외면적인 소리에 지칠만큼 갇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여유조차 없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말하자면, 토드의 세상은 조금 안타까운 세계였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때로는 받아들일 필요도 있었다. 내가 매미의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던 것처럼, 매미도 내가 내었던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었다. 소리는 언제 '소음'으로 둔갑할지 몰랐다. 그러니깐 '소음'도 소리로 들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작가인 패트릭 네스의 상상력 아래 토드가 얼른 '좋은 소리'를 듣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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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bassadeur - European
삼바서더르 (Sambassadeur)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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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4인조 팝 밴드 '삼바서더르(Sambassadeur)'는 어떤 음악을 만들려고 했을까. 가장 먼저 그려진 그들의 모습은 음악을 앞두고 유쾌한 웃음을 내지르며 악기를 두들기는 모습이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가 자막으로 떠오르면서 내내 환희에 감격한 모습이 그려졌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그들의 노래의 배경은 햇볕이 깨끗하게 내리쬐는 어느 해변가였다. 여자 보컬의 중성적인 보이스가 내내 음악을 이끌었는데, 언뜻 몽환적이면서도 친근하게 듣는 사람을 불러모우고 있었다. 이리와서 함께하자는, 유혹적인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그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래야지 나는 내가 떠올린 환상에 그칠지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덧, 내 귀엔 여섯 번째 음악 'High&Low'가 흐르고 있었다. 앨범 <European>은 색색의 노래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할 줄 아는 음악이었다. 나를 콘서트장에 이끈 것처럼 신나고 발달한 사운드로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매혹적인 엘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그에 적응될 즈음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만한 후크송분위기의 음악을 내보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음악에 너무 집중해버린 내 마음을 은은한 악기연주로 식히기도 했다. 마지막은 안녕,을 건네는 듯한 유려한 리듬으로 나를 배웅했다. 작은 앨범 하나에 그들의 이야기와 관객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모두 담겨 있었다.


삼바서더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래도 매혹되기 쉬운 보컬의 목소리였다. 여성스러운 듯 그저 흘러보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노래에 취해버린 듯 했다. 그렇게 듣다보니 훌쩍 앨범에 담겨 있던 노래가 끝나고 말았다. 감상하기도 전에 그 긴시간이 끝났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잘 하지 못하는 내겐 조금 놀라운 일이였다. 음악도 '단숨에' 후르륵 들이마실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앨범이 삼바서더르의 'European'이었다. 다 듣고도 마음이 조금 아쉬웠다. 그들이 나타내고자 했던 노스텔지어에 나는 도달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면서 두어 번 이 노래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어폰을 통해 노래를 들으면서 창문밖으로 들리는 매미소리를 함께 들어야 했다. 내 귓 속에 가득 찬 삼바서더르의 음악을 비집고 기어코 매미소리가 조금씩 들리곤 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매미소리는 리듬이 없이 목 아프도록 내지르는 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시끄럽게 들려왔다. 내 귀엔 두 가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두 소리 모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삼바서더르의 음악도 매미의 소리도 모두 듣지 않고 있었다. 나는 우스꽝스럽게도 둘의 소리가 융합된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매미의 소리도 하나의 배경음악처럼  그들의 음악과 융화되고 있었다. 삼바서더르의 음악은 그만큼 포용력이 많은 음악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을 자꾸 편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소리도 모두 포용되어 그들의 음악과 합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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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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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일본 추리소설을 접했다. 사실 나는 '추리소설'의 매력조차 잘 몰랐는데,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추리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니 재빠른 속도로 넘어가던 책장을 닫을 땐 꽤 감격했다. 첫 단추가 제법 오싹하고 치밀했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전달하기엔 100점을 거뜬히 넘길만한 소설이었다. '도착의 론도'나 '행방불명자' 등으로 이미 내에서도 유명한 오리하라 이치는 '원죄자'로써 다시 매력적인 작가로 다가오는 듯 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여름도, 햇볕이 쨍쨍한 여름도 싹 날려버릴 듯한 오싹한 기운이 소설을 계속 쥐게 만들었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반나절만에 다 읽어버렸다.

 

 

 쪽수가 많은만큼 '원죄자'는 방대하고, 또 그만큼 치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보통 40화쯤 되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쉴 틈 없이 빠져든 드라마를 다 보고 쭉 빠지는 기운처럼, 원죄자를 다 읽었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끝났다. 사건이 종결되었을 때도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책을 읽는 중간에 잠깐 잠이 든 한 시간동안 꾸었던 꿈이, 아니라고 땀이 줄줄 흐르도록 자신의 죄를 부정하는 가와하라 데루오의 입장에 놓인 나였을 때, 나는 내가 방금전까지 눈을 감았던  단잠이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그만큼 나는 몰입하여 원죄자인 가와하라 데루오를 둘러싼 숨막히는 사건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는 '나'는 없었다. 이가라시라는 남성의 목소리로 사건이 흘러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이 깊어갈수록 나는 '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거진 철저히 모두 그 자신이었다.

 

 

나는 그러한 차가운 분위기에 놓여 책을 읽어야 했다. 도무지 어느 한 명 불쌍한 인물도, 지독할만큼 나쁘다고 생각되는 인물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지독했다. 강간 후 방화, 살인, 도둑질, 강금. 죄없이 10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던 가와하라 데루오도 그리 불쌍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릴만한 '죄'를 여기저기서 저지르는 그는 원죄자인 동시에 범죄자나 다름없었다. 소설에서는 억울한 듯 하면서도 서슴없이 나쁜 짓을 일삼는 그의 심정이나 인격묘사를 실감나게 해놓았다. 그야말로 '억울할 것도 없는 억울함'으로 그는 독자에게 허탈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러한 원죄자의 입장에서도 진범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악독한 입장에서도, 원죄자였던 가와하라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도 그를 증오하는 입장에서도 모두 결말에서 허탈하게 다가왔다. 흔하디 흔한 애증의 면모가 10년을 넘나드는 세월을 뒤틀림을 허무하게 풀고 말았다.

 

 

얽히고 설커 깊어 질 것만 같던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갑자기 퉁 튀어오른 물고기처럼 가벼이 튀어올랐다. 결말에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던 자전거 타는 소년이나 남편에게 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성의 대화는 가히 심각하기만 했던 분위기에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이제 끝났으니깐 웃어도 되,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편의 대서사시처럼 묵직하게 다가온 그의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결말은 그저 깊은 물속에서 간신히 만난 산소 한 입과 같다. 그래서 홀로 동동동 수면을 향하는 결말이 반가우면서도 지독하게 가벼운 느낌도 든다. 그러나 소설이 남긴 충격은 점점 깊어가 독자에게 추리소설로써의 만족감을 아낌없이 선사하는 것 같다. 별 꽉 찬 다섯개 짜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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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먼저 뛰고 도전 앞에 당당하라 - 할리우드 최초 한국인 미술총감독 한유정의 꿈의 무대 정복기
한유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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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선 앳된 기운이 느껴진다. 작은 발견에도 호들갑 떨면서 좋아할 수 있고, 무서운 줄 모르고 뭐든지 일단 해보려고 한다. 매사에 당돌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앳된 열정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처럼 반짝반짝하게 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처럼 당당하게 할리우드를 지켜볼 수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간에, 그녀는 지금 "나는 지금 할리우드의 심장에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유정'에게선 동양인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그녀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지녔음에 틀림없다. 그녀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는 그녀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더욱 값졌고, 힘들었던 세월을 지탱해줄 수 있었다. 여린 유정의 모습도, 독한 유정의 모습도 이젠 유쾌한 웃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이 지독하게 부러웠다.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예전에 읽었던 '금나나'의 이야기처럼 피나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금나나는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책을 낸 미스코리아 출신 하버드생인데 그녀의 이야기는 꼭 같은 책처럼 유정의 그것과 닮았다. 둘에겐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고, 그에 도달하는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했다. 또, 미국에서 힘들었던 생활이며 그에 버팀목이 된 친구들 둘 다 만날 수 있었던 것 하며, 결국 자신이 원하던 바를 해내어 이렇게 책으로 내기까지. 마치 고대소설의 전형적인 영웅일대기처럼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비슷했다. 둘의 이야기에 교집합으로 확고한 목표와 열정 그리고 그를 뒷바쳐 줄만한 행동력이 있었다. 21세기를 살아가려면 지녀야할 '영웅'의 조건이었다.

 

 

단숨에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너도 할 수 있고, 꿈을 가슴 터지도록 품어봐라는 '열정'은 부글부글 끓일 수 있었지만, 바로 막연한 두려움에 맞서야했다. 내겐 명확하게 정해진 목표는 있었지만, 그 목표가 너무 광범위해 도저히 어느 방향으로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 걸음을 떼더라도 다음 둘째 걸음이 더욱 막연하게 다가왔다. 내가 한 걸음을 떼느니, 걷지 못하는 아가의 걸음이 더 쉽게 보이기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을 겪고 있으면서도 나는 '허무'하지는 않았다. 하루하루를 '꿈'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고 있었다. 행복한 고민이었고, 이러한 것은 금나나나 한유정 등 책 속에서만큼 멋진 여성들 모두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지닌 고민이었기에. 고민도 공유를 하면 우르르 무너진다더니, 나는 위로를 받는 것처럼 내 '꿈'에의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하고자 했던 '미술총감독'의 길은 순탄하지만도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뛰어야했던 자리였다. 그녀는 좀 더 심적으로 여유있는 미술총감독이 되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뛰기 시작했다. 그녀에겐 5분이 아까웠다. 그러다보니 간혹 온 몸이 제 말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녀는 '젊음'을 믿고 노력하여 제가 맡은 일은 '불가능'의 확률에도 불사하고 꼭 해내려했다. 그녀의 생명력은 누구보다 월등한 '책임감'이었고 그에 따른 신뢰였다. 믿음직한 자신이 완성되는 순간, 주위의 사람들이 그녀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이들의 성공담을 부러워하기 위해 읽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만큼의 노력을 했구나, 하는 것을 몸소 느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유정 미술총감독'과의 만남도 대성공이었다. 나는 그녀의 비밀스런 열정도 모조리 느낀채 나의 열정을 도닥이며 깨어나갈 수 있었다. 여전히 그녀들의 삶이 부럽기에 나 역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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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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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가 입을 동동 굴리며 아프리카를 나즈막히 내뱉는 동안 '카'는 다시 '아'가 되어 되돌아 왔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나눈 이야기는 어느새 내 입 속에서도 조용히 맴돌았다. 조용하고도 아름답게 나눈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따가운 더위와는 닮지 않게 온화하게 전해졌다. 그저 그들의 마음처럼 사랑스럽게 전해져왔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렇게 아프리카의 햇볕은 비춰왔다. 그 햇볕덕분에 저자의 사랑스러운 연인 니콜라의 사진이 얼마나 빛났는지 모른다. 사진 속의 아프리카 사람들의 눈빛 또한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 모든 사진이, 사진에 담긴 아프리카 그대로의 모습이 한장한장마다 아름다웠다.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는 정여진과 니콜라의 감성을 전해주는 특별한 여행집이였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나는 작가의 행동력이나 결단력이 많이 부러웠다. 랭보에 감명을 받아 훌쩍 여행을 떠났고, 그 이후 덕분해 우연히 생각해둔 자신만의 이상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메일이 자주 오갔고, 그들은 이제 연인이 되어 인도로부터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이십대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벌써 두 번의 '운명'을 마주한 것이다. 그 모두 그녀의 강렬한 의지와 열정으로 이루어졌다고밖에 생각될 수 없다. 그녀는 훌쩍 떠나야겠다 싶을 때 마음을 실행했고, 그녀의 연인과도 파라다이스를 찾는 여행을 자처했다. 훗날, 지구를 한바퀴 다 돌면 너무 아쉬울 것만 같아 가장 아름다울 것 같은 남아메리카를 남겨두는 센스를 발휘하는 그들이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나는 지금 내 '운명'을 얼마나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물음표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부러움이었다.

 

 

사람없이 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여진과 니콜라의 여행에서도 만남의 끝이 좋았건 나빴건 무던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함께 히치하이킹을 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들도 있었고, 눈이 지푸라지도록 거짓으로 돈을 구걸하는 사람도 있었다. 니콜라가 후원을 하여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아프리카의 '뽈'도 있었고, 그들에게 자신이 쓰던 방을 빌려준,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던 한 사내도 있었다. 여행의 중심에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있었다. 읽으면서 사람 사진은 부족했지만, 그보다 흥미를 끄는 사람냄새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역시 세상은 '사람'으로 따뜻해질 수도 있는 세상이었다. 따사로운 햇볕덕분에 아프리카의 냄새는 킁킁 코를 찌푸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살색만 다르지 그들이 취한 포즈니 표정은 우리와 다름없어 더없이 친근했다. 카메라 렌즈로 담은 그들을 보면서, 여진과 니콜라 역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요즘 여행에세이가 유행을 타는 듯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일본, 북유럽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 아프리카까지 이 달에 벌써 3권의 여행책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안되는 걔 중에서 '베스트'를 뽑으라면, 난 사람냄새와 운명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한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를 꼽고 싶다. 여진의 글솜씨는 훌륭했을뿐만 아니라, 거기에 그녀가 직접 보고 느낀 모든 감정까지 잘 표현해냈다. 그녀가 경험으로, 그 경험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사진이나 글이, 단순한 감상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에 직접 아프리카를 가보지 못하고 이 책만으로 접한 여행기가 깊히 내게 남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자동차 거울 한쌍에 하나씩 자리잡은 둘의 얼굴이 끝까지 그들을 부럽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의 사랑이 소중하게 남은 아프리카의 이야기처럼 오래오래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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