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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 김언수 소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707/pimg_774243167871506.jpg)
최근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흥미롭게 보았다. 단편선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소재가 다양한 여러 편의 이야기를 한번에 볼 수 있고 또한 그에 곁들여 작품을 쓴 작가의 말이 또 하나의 소설처럼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들이 쓴 소설들은 제각기 개성이 묻어났고, 내용뿐 아니라 구성 면에서도 독특했다. 구성 면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소설은 세련된 문체를 지닌 손보미의 <폭우>(2012년 제3회 대상 수상작)였다. 또한 소설 속의 내용과 구성이 아닌, 소설 외적으로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중혁의 <1F/B1>(2010년 제1회 대상 수상작)이었는데, 작가가 소설을 구상할 때의 사고를 구술하듯 그려낸 오밀조밀한 그림의 조합이 어느 여학생의 다이어리를 훔쳐본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작가의 그림을 따라 소설을 다시 되짚었던 것 같다.
김언수의 소설집을 볼 때도, 가장 뒷 편에 실린 작가의 말을 먼저 찾았던 것 같다. 이쯤되면 소설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에피타이저처럼 찾는 격이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단편선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먼저 소개한 것은 이 소설집의 단편 배열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주인공의 나이 순서대로 묶었다는 작가의 말에 따라 주인공의 '예상가능한' 나이를 짐작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분명 소재는 다르지만 유사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들의 여러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한 편의 옴니버스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까지 작가가 의도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9편의 소설은 내게 동떨어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통속적으로 느껴졌고, 한편으로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9편의 소설들은 모두 '홧김에' 일어나는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의해 '홧김에' 권투를 시작했고,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은행 강도 3인방은 '홧김에' 금고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으며, 초등학생때부터 알던 대학동기 제이는 '홧김에' 날아올라 생을 마감했다. 그런가보면 나는 퇴근을 하던 평범한 금요일 저녁 '홧김에' 납치를 당해 진술서를 쓰는 연습을 해야 했고, 金은 '홧김에' 아들의 영어캠프 비용인 300만원을 들고 극단적으로 행동했고, 대학강사였던 나는 알콜중독으로 '홧김에' 망가진 삶을 들고 어느 시골로 내려왔다. 화가나는 세상을 보는 동시에 김언수의 소설에서 '재미있는 발상'은 반드시 소설화 한다는 재미있는 공식을 발견했다. 주인공이 이런 사람이고,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떨까, 하는 물음표가 매번 블랙유머로 끝나 있었다. 나는 9편의 소설이 반복될 동안 어느새 물음표가 소설이 되는 공식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