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림보 사용자였다. 항상 느긋하게 손에 닿으면 그때부터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또 뒤늦게 접했을 때는 능숙해질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뒤늦게서야 능숙해진 '그것'을 신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변덕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양보다 질을 추구한답시고 오래도록 잘 해낼때까지 집중할 줄은 알았다. 이러한 점은 고등학생때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재빠르지 못한 탓인지 중학생에서 급작스레 고등학생이 되자 많아진 학업량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뻔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물밀듯이 만나야했던 인산인해에 마음을 졸일때도 있었다. 모두 차츰 적응이 되었다. 고등학생때는 1년이 지난즈음 '꿈'을 잡게되고 부터 날개를 달 수 있었고, 지금 역시 새로운 '꿈'을 만나고부터 자신감이 훌쩍 붙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한 발자국씩 발돋움을 한 것은 모두 미칠듯이 이루고 싶었던 그 '꿈'들이 나를 유혹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행히 달려가기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을 때이다.

 

우연히 '3.3.3 혁식 플래너'를 보게 되었다. 슬쩍, 훔쳐봤을 땐 고등학교 때 열심히 사용했던 학습 플래너가 떠올랐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자세하게 짜여있었다. '여기에는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세로토닌하라!' 등을 저술한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의 법칙이 몇가지 담겨 있었는데, 그 법칙은 아래와 같다.

 

 

제1원칙 - '날마다, 꼼꼼히'라는 강박관념은 버려라

학국인은 우뇌형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정확한 논리보다는 이미지로 사고하는 데 익숙하다. 한국인에게 적합한 기록 방식은 대충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항목별로 체크하는 것보다 이삼일 간격으로 묶는 것이 낫다. 오늘 약간 풀어졌다면, 내일 좀 더 열심히 하면 된다.

 

제2원칙 - '한번에, 단기간에'라는 생각은 독이다

뇌는 갑작스런 변화를 싫어한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추구하려 하다 보면 십중팔구 실패하고, 그러다가 뇌 속에는 실패의 기억이 자리잡는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결국은 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제3원칙 - 변화의 이미지를 뇌에 새겨라.

뇌는 많은 정보를 측두엽의 잠재의식 창고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쓴다. 잠재의식의 용광로에 넣고 숙성되기를 기다렸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섬광처럼 터지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내 모습을 최대한 자세히, 구체적으로 그리자. 성공했을 때의 이미지와 그 짜릿한 기분을 뇌 속에 깊숙이 각인시켜 두면 뇌는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법'이다.

 

제4원칙 - 실수는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항상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다. 그걸 인정하면 변화가 쉽다. 코앞의 작은 실수를 보지 말고, 멀리 큰 목표를 보라.

 

제 5원칙 -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가 행복한가'이다.

습관을 바꾸라는 것은 당연히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언젠가 올 행복을 위해 현재의 괴로움을 무릅쓰고 습관을 고치는 건 모순이 아닌가?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뇌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즐겁다는 것을 뇌가 인지해야 더 쉽게 잠재의식에 정착된다. 변화를 즐기려면 우선 내가 하는 행동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목표는 달성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흘린 땀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5원칙은 플래너에서도 정직하게 드러난다. 3일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12주를 총 계획일로 잡아 거시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변화의 이미지를 새길 시간도 다이어리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나의 행복지수도 깨알같이 체크한다. 목표를 이루기위해 내가 희생한다는 느낌보다 보람차고 행복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느낌이 든다. 플래너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짜여있기 때문에 이 모든 법칙을 지키기 위해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것이 플래너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3.3.3 혁식 플래너는 굉장히 든든한 지킴이가 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플래너가 던지는 질문이었다. 혁신 플래너에는 '짧은 질문 좋은 생각'이라는 구석 코너에 이따끔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문구들이 속속 숨어있다. 때에 따라서 쉽게 답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질문이라 곰곰히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부담은 없다. 내 다이어리니 답을 해도 안해도 그만이다. 또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명언이나 짧은 문구들도 아름답다. 어린왕자를 좋아하기에 생택쥐베리의 한마디를 만나니 반가웠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고2때 꿈을 이루기 위해 적어나가야했던 많은 수첩들처럼 우연히 손에 닿은 혁신 플래너, 꿈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야. 모두 이룰 수 있을 거야, 내가 도와줄게, 하고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꿈과 함께 비슷한 시기를 너머 찾아온 플래너라 더 의미가 깊다. 12주를 훌쩍 뛰어 플래너의 문을 닫아야할때, 어느새 꿈을 이뤘던 지난날처럼 한움큼 위에 다다라 더 큰 목표를 내다 보고 있진 않을까. 꿈은 상상하기 위해 존재한다. 달려갈 일만 남아서 좋다. 함께하자, 플래너 :)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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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교육영화를 한 편 보고 감상문을 써오세요. 
’교육영화’를 검색해본다. 신기하게도 많은 작품들이 검색창에 어영부영 붙들려나온다. 걔 중 이제는 교육영화 하면 단번에 떠올릴 수 있게된 영화가 ’굿 윌 헌팅’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마음의 문이 지독하게 닫혀 있던 윌 헌팅이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세계가 최고였고, 마음을 닫는게 최상의 방법으로만 알아왔던 세상에 쿵, 숀 교수가 비집고 들어온다. 오류가 나기 직전. 그러나 곧 윌 헌팅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리는 한방울의 눈물이 그가 이제껏 힘겹게 붙잡아왔던 시련의 뭉치를 먹어치웠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강력한 한 방으로 윌 헌팅의 패배이자 승리. 그리고 윌의 세상은 좀 더 따스해 진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느꼈다. 소년 하노의 마음은 윌 보다 더 복잡했기에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세번, 읽을 수록 하노의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조금은 심오한 그의 세상이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았고 이따끔 그의 마음을 읽어냈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하노의 마음은 너무 아름다운 어휘로 쓰여있었다. 이 책은 번역본이기에 그 전달의 측면에서 한계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하노의 세상이 정말 아름답게 잘 묘사되어 있었다. 공감하지 않으면 조금은 힘든, 그렇지만 그 세계에 발을 담근 순간 너무 아름답게 일궈진 노란빛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노는 불현듯 모든 세계를 느꼈다. 베개를 적시는 눈물은 줄어갔다. 하노의 몸속 어떤 부분에 그의 풍부한 꿈이 뿌리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다. 현란한 감정이 지속되어갔다. 그 목소리와 더불어 비가 내릴 것이고 별들은 서둘러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친구 한 명이 ’남쪽에서 보낸 일년’이라는 제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번역출간되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원래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 수업도 찾아듣고 했던 친구는 그 과의 교수님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너무 아름다운 소설이어 자신은 스페인어로 된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읽었다고. 여러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지만 아직 번역본이 없다고. 그래서 너무 읽고 싶었다고. 유독 반가워했다. 이제 하노의 세상을 친구에게 전해줄 수 있다. 나보다 더 안토니오 콜리나스가 그려낸 정서를 잘 읽어내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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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림무정의 앞머리에는 백석의 시 일부가 실려 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간단한 강연을 들을 때마다 많은 분들이 추천해준 시라서, 고등학생 때는 수능에 나올 법한 시라서, 지난 여름에는 과제로 외워야 했던 시라서 여러모로 많이 보게된 ’나와 나타샹와 흰 당나귀’가 이렇게 적절하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그냥 김탁환의 힘있는 언어로 주인공 ’산’이 실로 내뱉은 한마디를 털썩 뿌리고 간 듯 싶었다. 백석의 시에서 아름다웠던 세상이 김탁환의 소설에서는 광할한 개마고원에서 펼치는 ’산’의 지독한 숙원으로부터 시작되는 강인한 세계로 펼쳐져 읽어나가는 마음부터 다시 고쳐먹어야 했다. 사람 몇은 그냥 죽일법한 숲 속의 호령자, 백호(’흰 머리’)를 쫓는 ’산’의 시선이 매우 매서웠기 때문이다. 눈을 뜨기 힘들정도로 흩날리는 눈발에 지친 사람들이 쫓기에는 힘든 여정이었다. 


실감나는 묘사에 실제로도 그럴까 싶을 정도로 가득 의심한채 소설을 보게 되었다. 백과 흑으로밖에 나뉘지 않는 세상에 해가 저물면 거센 눈발이 치는 산에서는 곧 죽음을 뜻한다. 잠깐 스치는 바람에 온 몸이 시릴만한 추위를 한껏 머금으면 그것도 죽음을 뜻한다.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 그것도 죽음을 뜻한다. 얕은 상처를 돌보지 못해 풀석 쓰러져버린다면 그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무한히 펼쳐진 것만 같은 개마고원을 오직, 한 호랑이만을 좇아 살아 온 자가 바로 포수 ’산’이다. 그의 ’흰머리’에 대한 피로 문드러진 혈정은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다. 어느덧 7년이 흘렀다. 


상대를 모든 것을 다 알아야지만 가능한 사랑과 증오, 종이 한 장 차이의 두 이름이 소설의 주축을 이룬다. 사방으로 대결구도가 팽팽하고 그 곳에 저자는 등장인물을 한 명씩 배치시킨다. 총성이 울리면 너나없이 덤벼들 삭막한 세상에 세심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소설의 동적인 흐름이 모두 이 심리묘사로부터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독자를 매혹적으로 자신의 세상으로 끌어들이면서 ’산’은 깊숙히 발을 담근채 걸음을 옮기고 그에 따라 산을 뜨겁게 바라보던 주홍의 시선이 호랑이를 멸종시키고자 하는 히데오의 시선이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고 노름에 빠져든 산의 동생 수의 시선이, 그렇게 많은 시선들이 밀림을 바라본다. 밀림무정(密林無情). 과연 밀림에는 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는가. 오히려 가장 팽배한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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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us & Julia Stone - Down The Way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 (Angus & Julia Stone) 노래 / 리플레이(LEAPLAY)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은 그 이름에서 말해주는 것과 같이 두 남매가 함께 음악을 하게된 남매듀오다. 그래서인지 전혀 다른 것 같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려온다. 앨범이 두 남매 각각이 한 곡의 메인보컬이 되어 주고받듯이 되어있어 더욱 그러하다. 처음 이 음반의 두 주인공이 남매, 즉 가족인지 몰랐을 때는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이 닿아있어 이렇게 하나의 이름으로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줄리아 스톤의 음색은 맑고 아름다우며 앵거스 스톤의 목소리는 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잘 어울렸기에 둘 사이에 무슨 끈끈한 연의 선이 꼭 닿아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랜 이야기를 나눈 연인처럼. 


방금 말했듯이 그들은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듯 노래를 부른다. 담긴 내용도 모두 소소하다. 일상의 멜로디를 사람의 목소리라는 선물로 조심스레 옮겨놓은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감동시키는 법을 안다. 복잡하기만 했던 내 마음은 금세 노곤해졌고 흥얼거리고 싶었다, 노래를 따라. 일상 속의 작은 파라다이스를 찾은 것 같다. 


원래, 이 앨범을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표지도 정감있고, 앨범 소개집도 고서를 들추듯 옛이야기를 엿보는 운치가 있었다. 앨범 디자인이 자아내는 편안한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이 친구의 일상에도 큼직한 여유를 가져다 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노래를 듣고 이전에 내가 더 매혹되어 버렸다. 언제들어도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의 앨범이 즐겁게 들릴 것 같았다. 에라잇. 결국 친구에겐 딴 선물을 주게 되었다.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의 몽환적인 앨범은 나의 앨범 서랍에 다른 앨범들과 함께 고이 잠들어 있다. 


8번 트랙인 ’On the Road’가 흥겹게 흘러나온다. 이전의 노래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다. 노래의 개성을 톡톡살려 리듬을 짚어부르는 앵거스의 목소리가 너무 적절하다. 진성과 가성이 어울려 노래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연이은 9번 트랙인 ’Walk it Off’에서 줄리아는 답가를 부른다. 속삭이듯이 노래는 시작된다. 앵거스의 목소리가 숨어있다가도 적절히 줄리아의 목소리를 뒷받쳐준다. 마음이 쉽게 두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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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마리보 지음, 유진원 외 옮김 / 꿈꾸는고치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세익스피어의 작품이후로, 고등학생 때 배운 ’인형의 집’이후로 간만에 희곡 작품을 보게되었다. 국내에는 뒤늦게 소개되었지만 희곡작가로 유명했던 마리보(1688-1763)의 작품이었다. 고전과 다름없는 200여년이 지난 멋진 희곡을 소개해준 유진원, 신정민 옮긴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논쟁’의 뛰어난 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 흡사 베르베르의 소설이 생각날 정도로 상상의 세계가 그려졌고 남녀가 놀라고 싸우는 모습도 희곡만의 특성이 어우러져 웃음이 났다. 인기 있을만한 요소가 전형적으로 담겨있는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보다 개인적으로 ’논쟁’이 더 신선했으며 재밌게 읽은 것 같다. 


희곡 작품을 읽고나면 매번, 그 희곡이 그려진 무대를 보고 싶었다. 지문으로만 적힌 이부분을 배우가 어떻게 연기해낼지, 글이 ’실제’가 되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글과 연극사이의 이질감을 맛보고 싶었고 간극을 통해 작품이 가지는 묘미와 그 작품을 형상화한 연극만이 가지는 강점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럴때 작품의 매력이 두배가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작품들은 모두 그랬다. 마리보의 작품 역시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상영작을 한번 보고 싶었다. ’논쟁’은 이미 2009년 우리나라에서 연극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은 아직이다. 얼른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 


얼마전에 작은 오페라를 구경한 적이 있다. 이는 실제 오페라와는 달리 하나의 공간, 하나의 장면을 두고 본래보다 짧은 시간동안 보여주는 정말 작은 오페라다. 오페라만이 지니는 분위기에 놀라고 배우들의 목소리에 놀랐다. 처음에는 집중하여 듣던 목소리가 배우들의 손, 표정 그리고 몸 전체 동작에 의해서 전달되는 걸 느꼈다. 나중에는 배우 한 사람의 연기만이 아닌 무대 전체를 어우러 오페라를 듣고 볼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짜릿했다. 


마리보의 작품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작품이 상연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웃음을 얻고, 카타르시스를 얻고, 끝내는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나처럼 무대가 주는 묘미를 진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리보는 세심한 연출자인 것 같았다. 작품 내부에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자세하게 적혀 있어 분명 희곡작품을 읽고 있는데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도 그 설렘이 남아있다. 다른 마리보의 작품도 얼른 국내에 많이 알려지고, 이어 연극으로도 상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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