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마리보 지음, 유진원 외 옮김 / 꿈꾸는고치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세익스피어의 작품이후로, 고등학생 때 배운 ’인형의 집’이후로 간만에 희곡 작품을 보게되었다. 국내에는 뒤늦게 소개되었지만 희곡작가로 유명했던 마리보(1688-1763)의 작품이었다. 고전과 다름없는 200여년이 지난 멋진 희곡을 소개해준 유진원, 신정민 옮긴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논쟁’의 뛰어난 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 흡사 베르베르의 소설이 생각날 정도로 상상의 세계가 그려졌고 남녀가 놀라고 싸우는 모습도 희곡만의 특성이 어우러져 웃음이 났다. 인기 있을만한 요소가 전형적으로 담겨있는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보다 개인적으로 ’논쟁’이 더 신선했으며 재밌게 읽은 것 같다. 


희곡 작품을 읽고나면 매번, 그 희곡이 그려진 무대를 보고 싶었다. 지문으로만 적힌 이부분을 배우가 어떻게 연기해낼지, 글이 ’실제’가 되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글과 연극사이의 이질감을 맛보고 싶었고 간극을 통해 작품이 가지는 묘미와 그 작품을 형상화한 연극만이 가지는 강점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럴때 작품의 매력이 두배가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작품들은 모두 그랬다. 마리보의 작품 역시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상영작을 한번 보고 싶었다. ’논쟁’은 이미 2009년 우리나라에서 연극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은 아직이다. 얼른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 


얼마전에 작은 오페라를 구경한 적이 있다. 이는 실제 오페라와는 달리 하나의 공간, 하나의 장면을 두고 본래보다 짧은 시간동안 보여주는 정말 작은 오페라다. 오페라만이 지니는 분위기에 놀라고 배우들의 목소리에 놀랐다. 처음에는 집중하여 듣던 목소리가 배우들의 손, 표정 그리고 몸 전체 동작에 의해서 전달되는 걸 느꼈다. 나중에는 배우 한 사람의 연기만이 아닌 무대 전체를 어우러 오페라를 듣고 볼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짜릿했다. 


마리보의 작품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작품이 상연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웃음을 얻고, 카타르시스를 얻고, 끝내는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나처럼 무대가 주는 묘미를 진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리보는 세심한 연출자인 것 같았다. 작품 내부에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자세하게 적혀 있어 분명 희곡작품을 읽고 있는데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도 그 설렘이 남아있다. 다른 마리보의 작품도 얼른 국내에 많이 알려지고, 이어 연극으로도 상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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