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교육영화를 한 편 보고 감상문을 써오세요.
’교육영화’를 검색해본다. 신기하게도 많은 작품들이 검색창에 어영부영 붙들려나온다. 걔 중 이제는 교육영화 하면 단번에 떠올릴 수 있게된 영화가 ’굿 윌 헌팅’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마음의 문이 지독하게 닫혀 있던 윌 헌팅이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세계가 최고였고, 마음을 닫는게 최상의 방법으로만 알아왔던 세상에 쿵, 숀 교수가 비집고 들어온다. 오류가 나기 직전. 그러나 곧 윌 헌팅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리는 한방울의 눈물이 그가 이제껏 힘겹게 붙잡아왔던 시련의 뭉치를 먹어치웠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강력한 한 방으로 윌 헌팅의 패배이자 승리. 그리고 윌의 세상은 좀 더 따스해 진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느꼈다. 소년 하노의 마음은 윌 보다 더 복잡했기에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세번, 읽을 수록 하노의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조금은 심오한 그의 세상이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았고 이따끔 그의 마음을 읽어냈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하노의 마음은 너무 아름다운 어휘로 쓰여있었다. 이 책은 번역본이기에 그 전달의 측면에서 한계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하노의 세상이 정말 아름답게 잘 묘사되어 있었다. 공감하지 않으면 조금은 힘든, 그렇지만 그 세계에 발을 담근 순간 너무 아름답게 일궈진 노란빛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노는 불현듯 모든 세계를 느꼈다. 베개를 적시는 눈물은 줄어갔다. 하노의 몸속 어떤 부분에 그의 풍부한 꿈이 뿌리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다. 현란한 감정이 지속되어갔다. 그 목소리와 더불어 비가 내릴 것이고 별들은 서둘러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친구 한 명이 ’남쪽에서 보낸 일년’이라는 제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번역출간되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원래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 수업도 찾아듣고 했던 친구는 그 과의 교수님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너무 아름다운 소설이어 자신은 스페인어로 된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읽었다고. 여러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지만 아직 번역본이 없다고. 그래서 너무 읽고 싶었다고. 유독 반가워했다. 이제 하노의 세상을 친구에게 전해줄 수 있다. 나보다 더 안토니오 콜리나스가 그려낸 정서를 잘 읽어내리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