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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한영 세트 - 전2권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황선애 외 옮김 / 풀빛 / 2011년 8월
평점 :
<행복한 청소부>를 읽고 어찌나 마음이 훈훈해지던지. 그다음으로 찾아든 책이 아마도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와 함께 읽기 위해 다시 선택한 이 책은 어른인 나에게도 참 좋은 느낌을 변함없이 선사해주었다.
좋은 책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계속 꾸준히 좋은 느낌으로 남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표지그림을 보면 부루퉁 아저씨가 하루종일 생각을 모은 배낭을 조심스레 열어보이는데, 그안에서 갖가지 생각들이 '여기가 대체 어디야?'하는 표정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오고 있다.
아침의 정확한 시간에 화자인 '나'의 집앞을 지나가는 부루퉁 아저씨.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다르듯이 이 아저씨는 생각을 모으는 것이 일이다. 다른 내용도 모두 좋았지만, 난 이상하게 이 내용이 참 좋았다.
예쁜 생각, 미운생각,즐거운생각,슬픈생각,어리석은생각등 생각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아저씨에게는 모든 생각이 다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역시 아저씨에게도 좋아하는 생각이 있지만, 다른 생각들이 마음을 다칠까봐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만큼이나 상대의 감정을 배려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부루퉁 아저씨는 생각에게까지도 그런 고운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루종일 생각을 배낭에 모아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또 그날그날 모아온 생각들을 차곡차곡 순서에 맞게 정리를 한다.
기역 니은 디귿순으로 정리해 선반위에 정리하는데, 각선반에 올라가는 생각들이 정말 다양했지만, 질서정연할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기역선반에는 개성 있는 생각, 고운 생각, 거친 생각 등 기역으로 시작되는 생각들이 들어가 앉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왜 이러한 기억은 없었나 모르겠다.
아저씨가 정리를 해 놓아도 꼭 말썽을 피우는 생각들이 있다. 그렇지만 아저씨는 자상한 성격이라 금방 잊어버리기도 할뿐 아니라, 아름다운 생각이 손에 들어오면 까마득히 잊어버리기 일쑤라는 말도 부루퉁 아저씨의 착한 마음을 그려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새옹지마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을 모르는 사람 없건만 자주로 잊어버리고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쁜일이 닥치더라도 좋은일이 다가올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면 좀더 그 슬프고 나쁜 기억속에서 빨리 헤쳐나올수 있지 않을까?
부루퉁 아저씨가 모아서 정성스럽게 정리해놓은 생각들이 하루이틀 지남에 따라 과일처럼 색깔도 고와지고 즙이 많아질 무렵 아저씨는 다시한번 그것을 화단에 옮겨 정성껏 심는다. 그렇게 하고나면 아주 놀랍고 신기한 일이 다음날 아침 일어난다는 것이다.
갖가지 생각들이 꽃으로 피어나 사방팔방으로 널리널리 퍼져나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멋있는 일이다. 그러한 광경을 매일아침 볼수 있는 부루퉁 아저씨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언제든 한번씩 뒤적이며 내 마음이 어수선할때 읽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