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2009.11.12 - 통권 28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번에도 변함없이 나의 손에 찾아온 에세이스트 33호

한결같은 두께와 한결같은 글밥~ 어쩜 이렇게도 처음과 끝이 일정하게, 정말로 평온하게 흘러가는 책인지 모르겠다.

일단 이 책은 맛을 들여야 진정한 읽기가 가능한 것 같다. 지난번에 처음으로 접했던 에세이스트 32호는 솔직히 읽어내리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보통의 계간지나, 소설류와 달리 이 책은 어떠한 여백도 어떠한 홍보성 광고도 허용하지 않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에세이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재미붙이고 진득하니 읽어야 한다.

두번째의 만남이라 그런지, 지난번과는 달리 두렵다거나 낯선 느낌은 안들었다.

일단 목차부터 훑어보게 되었다. 꼭지가 참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하나 없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떤 페이지를 먼저 펼칠것인지를 쉽게 결정할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난 <이 달의 에세이>코너가 참 좋았다. 그중에서도 3편 모음집이 특히나.

봄비 유죄에서 난 두 남녀의 문자 주고받음이 특이하면서도, 좋았다. 요즘 청소년들이 흔히 하는 인터넷용어도 아니고, 어떤 줄임말도 아닌채로, 단순한 그때그때의 심리를 담아낸 정말 10자 이내의 문자이지만, 서로의 심경을 파악하기 충분하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다. 그정도의 경지에 이르려면 두사람간의 친밀도가 꽤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이 글속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그닥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건만...

그리고 이 책의 여주인공이 대전에 내려가면서 챙겨들고 나간 <19 그리고 80>이라는 책에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들어는 봤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이기에 이번기회에 도전해야지 하고 즐겨찾는 인터넷서점을 뒤졌는데, 아니... 10% 할인밖에 되지 않음에 깜짝 놀라 바로 구매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조만간 결정을 해야겠지? 살것인지 도서관에서 대여할것인지르.

특이한 시각에서 글을 쓴 에세이는 또 있었다. <탐구생활-그녀>는 처음에 읽을때는 도대체 누구의 시선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일까 생각만 하게 되고, 읽다보면 도대체 이게 누구야?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결국은 그녀의 애완견이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 33호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총2장 정도의 에세이지만 구절구절이 참 좋았던 것은 <안경을 바꾸며>였다. 작가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무튼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며 사물이 또렷해졌다.라는 이 첫구절은 어쩜 이렇게 안경을 처음 썼을때의 느낌을 정확하게 묘사했나 싶을 정도이다. 내가 그랬었다. 안경에 대해 이상하게 거부감이 있으셨던 아빠때문에 시력이 안좋아졌다는 소리를 못한채 근데 큰 불편없이 살다가(이상하게 시력이 안좋았던 것에 비해 별 불편없이 학교생활을 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가족끼리 놀러간 온천에서 식당메뉴를 못읽는 나를 발견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안과에 가서 시력검사후 안경을 착용했을때 그때 바로 그 느낌을 이 작가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집어낸것이다.

그 첫구절이 맘에 들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글자와 글자의 연결로 이어지는 이 구절의 행진속에서 난 맞아맞아를 연거푸 해댔다.

그만큼 맘에 들었던 에세이다. 어떤 자극적인 멘트 없이도, 현란한 광고성 문구가 없어도 한번 마음만 먹으면 정말 알차게 기분좋게 깨달으며 읽을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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