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의 시간 트윙클 소년소설
트루스 마티 지음, 황윤선 옮김 / 산수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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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난 소공녀도 생각났고, 또 말괄량이 삐삐도 생각났다.

배에서 연주를 하는 직업을 가진 소녀의 아버지, 또 하염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녀.

누구에게나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 또 사랑하는 누군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두려움이란 말로 형언할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물며 어린 소녀가 본인의 생일에 자리를 비운 아빠에게 악담을 담은 편지를 보낸 뒤끝에 아빠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었을때의 그 공포란...

아빠의 사고가 자신의 편지탓인것만 같은 그 막막함을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는 모습에서 맘이 아팠다.

벌써 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라는 문장은 책의 제일 첫구절이고, 뒷장에서도 다시한번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비의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참 멋져 보인다.

생각이 많은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후 아빠는 항상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머리를 헝클어놓는다거나, 귓불을 살짝 잡아당길것이라는 상상은 참 의좋은, 사랑이 넘치는 부녀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은 아버지와 소녀의 이야기, 또 같이 만들기로 했던 동화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내용이 전개된다.

동화속 이야기에서 소녀가 쥐와 여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너무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았다. '당치그'라는 정말 어떤 뜻도 포함되지 않은 이름을 받고 쥐가 "자기 이름을 얻었을때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이 나왔다.

동화여서 그랬을까? 아니다... 어린 아이들은 모든 생명체에 어떤 선입견 없이 친근감 있게 대하는 성격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이 맑은 것일수도 있겠다. 이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순수한 그 옛날을 되새겨볼수 있게끔 도와주는 성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싶다.

씨실과 날실 처럼 아빠가 딸 생일선물로 만든 동화속 이야기와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과 벽을 쌓게 된 아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결국은 아이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일어선다는 이야기다.

큰 요지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상과 단절된채로 마음을 닫아 걸지 말고, 조금은 무섭고 떨리더라도 용기를 내 발을 내딛으라는 것 같다. 지면을 가득 메운 활자를 보고 난 기뻤지만, 딸아이는 감당하기 힘든 눈치였다. 책을 끝냈을때 마치 힘든 숙제를 해낸 얼굴이었지만, 소녀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포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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