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반격. 88년생이 세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관심을 끌어간 책이었다.

88년생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시기에태어나 삶을 살아오는 중인 독자로서의 나그럼에도 깊은 공감을 느끼는 건 소설 속 주인공의 삶들이 방금 지나쳐온 내 지난날들의 삶들이자 아직 견뎌내고 있는 일상의 삶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tv에 나오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가족적인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었다.


집안에서 아들과 딸의 차별에서 오는 갈등혹은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힘든 고부간의 갈등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들그리고 피땀 흘린 끝에 이룬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지금의 드라마에는 흔히 말하는 막장이 난무하거나 노력과 함께 얻어낸 재벌 2세들과의 연애로 성공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분위기다어느샌가 사랑도 재벌을 골라 사랑에 빠져야만 성공하는 신데렐라신드롬의 연애 스토리가 마구 생산되었다그나마 요즘 조금씩 현실감이 느껴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는 드라마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마치 이 소설에 나오는 김지혜씨 같은 주인공들 말이다특별하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고 거창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습는다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 속에서 깨지고 아파하며 일하고 때론 이별에 아파하고 또 새로운 사랑에 설레기도 하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현실감 있게 느끼도록 그런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삶을삶속의 직장 생활을평범한 성공을 주인공이나 우리는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우리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얼마나 사회가 각박하고 평범하기가 힘들기에 우린 평범함을 꿈꾸게 되었을까.. 어릴적을 회상하면 지금의 현실이 마치 어릴적보다 더 쟂빛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88년생 김지혜씨, DM사 계열의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인턴인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박교수에게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외근을 나왔다카페에서 박교수를 기다리던 그녀 앞에 드디어 박교수가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예기치 못한 사고자신의 곁에 있던 사내가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 그리고 내용들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고 만다그런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의 사내를 다시금 만나게 될 줄은 더욱이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혜씨의 바로 아래 인턴으로 들어온 규옥씨와 조금 더 가까워지며 함께 DM사 아카데미에서 인턴에게 제공하는 무료 특강을 우쿨렐레로 신청하게 된다둘은 좀 더 친밀해지고 그와 함께 다른 몇몇 이들과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억울했던 일에 대해 소소한 아주 소소한 반격을 하는 것.


그들의 반격은 그리 거창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약소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그런 수준도 아니다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격이자 보복이란 의미에선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들의 보복에 묘하게 통쾌했던 건 아마 그런 비슷한 일들을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누구나 한번은 꿈을 꾸던 그런 것들삶을 살다보면 아 그때 그렇게 되받아 쳐줘야 했어그땐 그렇게 울고만 있지 말았어야 했어 라며 후회하는 일들 누구나에게 한 가지 이상은 있을 거다그런데 어쩐지 반격을 해놓고도 씁쓸한 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그들에게나 나에게나..

 

인간관계라는 것은 교묘하게 걸린 가시 같아서아프다며 빼고 싶은데 빼려고 버둥댈 때마다 더 상처가 커지곤 한다겨우 겨우 뺐다 싶어도 남은건 벌어져 더 커진 쓰린 상처뿐.. 상처가 아무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동안은 신경이 쓰이쓰여 그것이 또 짜증을 일으킨다.. 그들의 반격이 꼭 박혀버린 가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난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그런데 똑같은 환경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비판하는 건 쉬워요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흔히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돼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다들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가 스스로를 되짚어봐야 하는 순간순간들이 많다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라 어쩐지 뜨끔했던 대목이다내가 미워하던 타인들에게 나 역시 그런 미운 타인 중 한명일 수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웃음은 뇌를 춤추게 한단다가짜 웃음이든 진짜웃음이든 일단웃기만 하면 뇌는 도파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호르몬들을 생산한단다생전 만나볼 일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나를 웃게 한다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으니 조금쯤은적어도 하루쯤은 다시 버틸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우리가 개그프로를 보는 이유가 아닐가요 ..적어도 이 글이 진실이라면 저는 오늘부터 가짜웃음이라도 좋으니 좀 더 억지로라도 웃어볼 생각입니다뇌를 속여서라도 좋은 호르몬들 생산해 조금은 버틸수 있는 행복의 얻고 싶거든요.



지혜씨의 삶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직장생활을 읽어가며 또 하나의 나와 같은 그녀가 애잔했다그래서 그녀와 같이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포차에 앉아 홍합탕을 발라먹으면서 기울이는 술 한잔 말이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달디 달기도 한그럼에도 속은 엉망으로 헤집어 놓는 소주랑 닮은 삶그런 삶을 닮은 소설이었다.

사실 손원평 작가님은 아몬드를 통해 먼저 접했기에 이소설이 좀 더 궁금했다아몬드의 그 쓸쓸한 듯 무게감을 묵직히 쥐어주던 분위기의 문체가 떠나지 않았고알 수 없지만 가슴 어딘가 울림을 주었었다서른의 반격 역시 특별한 사정이 아닌 평범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지혜씨라는 한 여성 인턴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많은 울림많은 생각들을 던져주셨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미움도 반격도 모두 익숙한 공기같은 것들.. 내가 받는 만큼 남에게도 주는 상처가 있음을.. 그렇기에 더더욱 행복도 남에게 전달할수 있는 위치임을.. 내가 걸어왔던그리고 앞으로도 걸어야 할 삶의 길들그리고 사회라는 공간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길 위에서 내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게으른 게 아님을 위로해주는 소설인 것 같다.

읽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정작 글재주가 없어 마음에 담은 것을 적어내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그나마 위안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점이다부족해도 괜찮다서툴러도 괜찮다우린 모두가 서투니까.

아몬드서른의 반격을 통해 이젠 손원평 작가의 책에는 늘 시선이 갈 것 같다다음 소설에서는 또 어떠한 현실을 차근 차근 보여주시려나.


억울하건 화가 나건사람들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꾸역꾸역 잘도 잊어 버렸다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잊지 않으면살수 없다아니 살아지지 않는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들은 보통 일본 전통의 신앙이 깃든 마을이 배경으로 깔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 정취, 묘사들이 있기에 다소 어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 순간의 기괴함이라던가 오싹함이 미쓰다 신조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주기에 그의 소설은 꽤나 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괴담의 테이프는 기존 이야기들과는 다른 현대를 배경으로 한 괴담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로 한권에 끝맺어진 장편들과는 다르게 이번엔 6가지의 큰 괴담을 단편 단편으로 모아둔 단편 괴담집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많이 접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쉬어가는 타임의 괴담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그의 소설을 접하기에 두려움이 큰 독자들의 시작을 위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노조키메의 오싹함을 너무나 제대로 느꼈던 독자로서 이번 소설은 노조키메만큼의 두려움은 없었지만...
'저는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하고 있습니다.' 라는 역자의 이야기처럼 읽는 동안 몇가지 소소한 아주 소소한 일화를 겪었기에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고 나서는 당분간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그 소소한 일화들은 그저 매일 똑같았던 화장실에서 이 책을 읽던 날 밤에 이유없이 뒤로 미끄러지며 넘어져 손목을 조금 다쳤다는 점이라던가 늘 소지하던 핸드폰을 잃어버려 급하게 찾겠다고 나서다 물을 흥건하게 쏟았다던가..라는 아주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이입니다. 그 덕에 아끼던 책이 흠뻑 물을 맞았지요.  하지만 여지껏 한번도 핸드폰을 잃어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처음으로 잃어버렸었는지..저에겐 다소 신기한 일이였습니다. 몰론 핸드폰은 되찾았습니다. 손목은 여전히 손목 보호대가 두껍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다치고 나서는 좀더 주변을 조심히 살피게 되었기에 마음을 조금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서 나쁜 일이 생긴것이 아니라 단지 이 책을 읽다 생긴 나쁜 일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역시...중간 중간 삽지로 들어가 있는 기우메의 그림은.. 조금 무섭긴 했습니다. 기괴한 이야기를 읽다 마주치는 기우메의 눈빛은 좀 더 싸늘한 느낌을 전달해주었기에 어느순간부터는 그 장을 같이 넘겨 보지 않기도 했지요.
기우메의 집요한 눈길을 받았던 사토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가 시작될때 마다 나오는 기우메의 집요한 눈빛은 마치. '잘 읽었어? 난 여.전.히. 널 보고 있었어' 라고 말을 건내오는 듯해서 섬뜻했습니다.
마치...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이 곳을 빠져 나갈수 없는 기괴한 미션에 빠진 괴담의 주인공같은 심정이였달까요. 다 읽은 지금은 표지를 보아도 그 섬뜻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롭지만.. 아니..정정하겠습니다..역시 아직은 표지가...섬뜻하군요...
비오는 날 노란 우비를 입은 여인이 나타난다면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유독 기우메가 나온 부분이 강렬하게 남습니다. 집요하게 관찰하던 속지의 기우메 덕분이겠지요. 이것을 노린 속지였을까요..부디 밤에 읽으실 때 속지에 있는 기우메의 눈빛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행히 꿈에까지 기우메의 눈빛이 나오지 않았지만..당신에게는.....과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주식회사 와타나베 토건의 안주인인 미키코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남편 쓰네조 사이에서 어여쁜 딸 미카를 얻었다.

예쁘게 자라준 중학생 딸을 아끼는 쓰네조 덕분에 버티는 삶에 가까운 가정생활을 하는 

미키코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그녀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던 그녀에게 걸려운 한통의 전화, 

미카가 납치되었다. 납치범이 요구하는것은 1억엔.


납치범에서 돈을 줄수 없다며 가짜돈을 요구하는 경찰에 쓰네조와 미키코는 

무조건 현금으로 준비하며 납치범에게 현금을 줄 용의가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싸늘히 죽어 돌아온 딸.. 

쓰네조는 딸의 죽음이 돈을 건내려던 이후인지 이전인지 그 사실에 집착하고

미카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들의 행동이 시작된다. 

범인으로 잡혀온 한 청년과 법, 경찰계의 잔혹함으로 철저히 무너져버린 

부조리가 독자들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이 책을 읽을때 사실 작가가 한국의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제 일어난 우리나라 사건과의 일치함에 놀라웠다.

17년이라는 세월을 복역하고 나서야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이다.

경찰들의 안일한 행동들이 죄없는 이들을 17년이라는 세월동안 묶어 

철저히 유린한 사건으로 11억 형사보상금이 확정되었다.

그들의 17년이 그 금액으로 무조건 보상받을수나 있을까? 

그들이 경찰들에게 당했던 그 고통들을 보상하기엔 상처가 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사형을 당한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서도 사형당한 사형수가 나중에 진범이 따로 나오면서 

억울하게 사형된 일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

어떤점이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소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꼭 어딘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을 경찰 법조계의 문제들 때문이다..

최근 큰 사건들로 연이어 시끄러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눈길을 피해 

법망을 피해가는 정치가들을 바라보며 죄에 대한 형평성과 평등함을 다시금 신경쓰게 된다.

소설로만 치부할수 없는 세태에 불편하고 쓴 감정이 넘쳐난다. 


일본의 법조계도 문제점이 많구나라는걸 생각해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가보다.


쇼지가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마치 바로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이처럼 치가 떨렸다. 

그리고 사실 일제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했을 취조방식도 딱히 다르지 않았을, 아니

더 지독했을 생각을 하면 특히나 더 괴로웠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광기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정의를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들의 행동은 특히나 지위에 맞춰서 

더 큰 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억울한 이가 제대로 항소하며 자신의 결백을 밝힐 수 있도록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너무너무 바쁘시겠지만 정의의 수호자라는 명분으로 일하는 모든 직업자들이 

꼭 한번은 읽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믿을 수 있나요? 

믿을 수 있도록 정말 정의를 실현하고 있나요?


믿고 싶습니다...정의를...정의를 위해 일하는 당신들을....
꼭 믿을수 있도록 정의 앞에 서주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상 12년, 취재 11년, 집필 7년

작가의 시간들은 그렇게 천천히 그럼에도 빠르게 다듬어져 아름다운 선율을 글자로 한음 한음 지어냈다.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는 네명의 주인공들과 그들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그리고 스텝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담아냈다.

벌을 싫어하는 나지만 제목의 한 단어인 "꿀벌"과 "피아노"를 보았을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막심 므라비차의 왕벌의 비행이였다.(여왕벌의 비행이라고도 한다)

피아노를 배워본 적도 없거니와 피아노의 그 흔한 클래식 음악들 조차 이름을 모를 정도로 클래식에는 문외한 나였지만

우연히 듣게 된 막심의 왕벌의 비행은 한동안 매일 듣던 피아노 곡이였을 정도로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었다.



양봉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피아노를 가젼본 적이 없는 소년 진.

한때는 천재 소녀로 명성을 떨쳤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피아노계에서 모습을 감췄던 소녀 아야.

늦은 나이지만 다시금 도전하는 청년 아카시.

그리고 스타성이 충분한 그럼에도 교만하지 않은 혼혈소년 마사루.



중점이 되는 네명의 이야기와 더불어 피아노를 위해 살아가는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아프기도 슬프기도 그리고 즐겁기도 했다.



저들은 어렸을 때부터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저 무서운 검은 악기를 마주하며 보냈을까

아이가 누려야 할 즐거움을 얼마나 참아가며 부모와 어른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왔을까.



이 대목에서 떠올린 것은 무수히 많은 한국의 천재들이였다.

어린나이에 성악에 두각을 나타낸 임형주와 조수미, 발레리나 강수진

그리고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피겨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 등 많은 스포츠 선수들

그들의 영광이 누군가에게는 쉬이 어린 나이에 얻은 영광이라고 해도 그들의 연습량을 본다면 그들은 결코 쉽게 얻은 것들이 아님을 안다.


매일 매시간 매초 그들은 자신들의 꿈에만 몰두한다.

피아노에 몰두하는 이 많은 이들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만 그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는다.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 


소진 증후군, 스무살이 넘으면 일반인..

예술이나 스포츠에는 특히나 이 공식이 많이 사실화되어 많은 재능자들을 슬럼프와 고독의 길로 안내하곤 한다.

어릴 적 두각을 나타낸 재능이 끝까지 그 사람에게 남아있어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들어보렴.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하단다.

들어보렴, 진. 귀를 기울여봐. 세상에 가득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음악을 낳을 수 있는 법이니까.



생전에 피아노에서는 전설로 남을 피아니스트이자 많은 이들이 스승이 되어주길 바란 유지 폰 호프만은 쉽사리 제자를 키우지 않았다.

하물며 부탁을 하는 재능있는 이들에게 조차도 스스로 찾아가서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스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그가

딱 한 번, 딱 한 명 스스로 찾아가 피아노를 가르친 이가 있다. 열여섯세의 가자미 진. 

호프만은 그를 피아노계에 들이닥칠 폭탄이라며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친히 추천서를 써 보낸다.

그리고 그가 준비해둔 폭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탄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천계영 만화가의 오디션이 간간히 떠올랐다. 특히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진 캐릭터인 황보래용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흔한 소년이 막대기로 난간기둥을 치며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음악가에게 그것은 천재성이 드러나는 박자감각의 음악이였다.

황보래용은 그저 즐겁게 난간기둥을 치며 스스로가 내는 음악에 즐거워하던 아이였다.

천재도 대단하지만 그런 천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들도 대단한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던 예술, 특히 피아노에 관한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에 알게 모르게 접하거나 듣게 된 장면들로 책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받아들일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책은 누군가에는 어려울 수도 있을거라 예상한다. 

방대한 약 7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과 피아노 선율을 문장으로 글로 나타낸 부분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책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읽다보면 금방 이 책을 읽어내릴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곳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 특히 콩쿠르 4인방이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 피아노계에서, 아시아계에서 많은 비율의 천재들을 양성하고 있는 우리 한국에 경의를 표해본다. 

한국이 피아노계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인정 받고 있음에 자랑스럽기도 하고 

피아노 이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존재함에 가슴이 뜨겁다.

지금도 연습에 매진하며 소진 증후군에 불안해 할 많은 천재들, 그럼에도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많은 피아노계의 천재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름답기만 하기보다 피아노계의 이면도 보여주며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수 있게 해준 작가의 책이 고맙다.

사실 나는 주변으로 부터 "너무 캐릭터에 몰입하지 마"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야의 담담한 듯 보여주는 그녀의 상황들에 사실 책을 읽다 자주 티슈로 눈가를 훔쳐야했다. 


경기 도중 혹은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가족의 죽음을 겪은 선수나 예술가들은 사실 굉장히 괴로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다.

당장 가족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과 이 날을 위해 노력한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도움을 생각하며

많은 갈등을 겪고 그로 인해 자신의 컨디션을 이어가지 어렵다.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도 한 몫을 한다.

그들의 삶이지만 오롯이 그들만의 삶이 아니다. 

예전에 김연아가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는 제 꿈이기에 달리지만 제 꿈을 위해 움직여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들분들의 꿈이 아닌데 내 꿈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고 참 감사하다.


아야가 짊어진 마음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피아노계를 도망치듯 떠난 자신을 아직까지 기억해주는 많은 이들.. 

그녀가 다시 피아노계로 돌아오길 바라고 도움을 주는 이들..

대중들은 어떤이는 악의로 어떤이는 호의로 그녀의 부활을 숨죽여 지켜본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지구 차원의 가십으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정보들과 가십들이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넘어지더라도 가십에 상처받지 않고 일어서는 힘이 

대중에 노출된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지도 모른다.

인생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삶에서 넘어지고 도망치고 그러다가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들이라도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도 상처로 넘어지기도, 나이에 절망하기도, 재능에 위구심을 갖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예술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특히 아야와 마사루의 어린시절은 더더욱 그렇다. 

그들의 어린시절의 귀여움도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너무해 너무해 함께 라흐마니노프를 연탄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자고 했잖아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던 

어린 아야가 너무 사랑스러워 슬퍼하는 아야에겐 미안하지만 웃음이 났다.


누군가의 인생의 고통이 녹아있어 무겁고 슬프기도, 그리고 순수함에 사랑스럽기도 한 소설이였다.


온다리쿠의 책은 유명함에도 사실 제대로 읽어본 것은 꿀벌과 천둥이 처음이였다.

그녀의 문체가 이런 따스함이라면 앞으로 그녀의 책을 좀더 믿고 접할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쩌면 온다 리쿠가 그들 피아니스트들의 삶에 박수와 용기 그리고 존경을 표하는 사랑의 헌정서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길을 걸어도, 많이 힘들어도 함께있는 듯 느낄수 있는걸. 지금은 외국에서 국제 변호사를 하고 있는 가수 이소은과 윤도현이 불러 더 유명해진 오세암의 ost. 만화를 먼저 접했지만 오세암은 정말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에 보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인지 오세암의 길손이를 생각하면 눈가에 눈물부터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오세암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화라는게 더 가슴 아픕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알까요? 그저 산은 나무가 우거진 곳 바다는 여름에 물놀이가는 파도가 넘실대는 곳 이라고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아 자연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치유해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산의 아름다운 초록빛 나무들과 그 나무들 사이를 미끄러져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듣는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던 산새의 울음소리, 앙증맞아 눈을 뗄 수 없었던 귀여운 다람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하던 그런 곳. 누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빈자리에 늘 목말랐을 한 아이의 짧은 생. 그 아이의 슬픔을 위로하고 그리움을 위로하려 만들어진 오세암. 산속에 자리 잡고 있을 그 작은 암자는 책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모험심과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치유를 선물해줄것 같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