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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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반격. 88년생이 세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관심을 끌어간 책이었다.

88년생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시기에태어나 삶을 살아오는 중인 독자로서의 나그럼에도 깊은 공감을 느끼는 건 소설 속 주인공의 삶들이 방금 지나쳐온 내 지난날들의 삶들이자 아직 견뎌내고 있는 일상의 삶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tv에 나오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가족적인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었다.


집안에서 아들과 딸의 차별에서 오는 갈등혹은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힘든 고부간의 갈등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들그리고 피땀 흘린 끝에 이룬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지금의 드라마에는 흔히 말하는 막장이 난무하거나 노력과 함께 얻어낸 재벌 2세들과의 연애로 성공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분위기다어느샌가 사랑도 재벌을 골라 사랑에 빠져야만 성공하는 신데렐라신드롬의 연애 스토리가 마구 생산되었다그나마 요즘 조금씩 현실감이 느껴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는 드라마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마치 이 소설에 나오는 김지혜씨 같은 주인공들 말이다특별하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고 거창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습는다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 속에서 깨지고 아파하며 일하고 때론 이별에 아파하고 또 새로운 사랑에 설레기도 하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현실감 있게 느끼도록 그런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삶을삶속의 직장 생활을평범한 성공을 주인공이나 우리는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우리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얼마나 사회가 각박하고 평범하기가 힘들기에 우린 평범함을 꿈꾸게 되었을까.. 어릴적을 회상하면 지금의 현실이 마치 어릴적보다 더 쟂빛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88년생 김지혜씨, DM사 계열의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인턴인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박교수에게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외근을 나왔다카페에서 박교수를 기다리던 그녀 앞에 드디어 박교수가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예기치 못한 사고자신의 곁에 있던 사내가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 그리고 내용들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고 만다그런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의 사내를 다시금 만나게 될 줄은 더욱이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혜씨의 바로 아래 인턴으로 들어온 규옥씨와 조금 더 가까워지며 함께 DM사 아카데미에서 인턴에게 제공하는 무료 특강을 우쿨렐레로 신청하게 된다둘은 좀 더 친밀해지고 그와 함께 다른 몇몇 이들과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억울했던 일에 대해 소소한 아주 소소한 반격을 하는 것.


그들의 반격은 그리 거창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약소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그런 수준도 아니다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격이자 보복이란 의미에선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들의 보복에 묘하게 통쾌했던 건 아마 그런 비슷한 일들을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누구나 한번은 꿈을 꾸던 그런 것들삶을 살다보면 아 그때 그렇게 되받아 쳐줘야 했어그땐 그렇게 울고만 있지 말았어야 했어 라며 후회하는 일들 누구나에게 한 가지 이상은 있을 거다그런데 어쩐지 반격을 해놓고도 씁쓸한 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그들에게나 나에게나..

 

인간관계라는 것은 교묘하게 걸린 가시 같아서아프다며 빼고 싶은데 빼려고 버둥댈 때마다 더 상처가 커지곤 한다겨우 겨우 뺐다 싶어도 남은건 벌어져 더 커진 쓰린 상처뿐.. 상처가 아무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동안은 신경이 쓰이쓰여 그것이 또 짜증을 일으킨다.. 그들의 반격이 꼭 박혀버린 가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난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그런데 똑같은 환경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비판하는 건 쉬워요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흔히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돼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다들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가 스스로를 되짚어봐야 하는 순간순간들이 많다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라 어쩐지 뜨끔했던 대목이다내가 미워하던 타인들에게 나 역시 그런 미운 타인 중 한명일 수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웃음은 뇌를 춤추게 한단다가짜 웃음이든 진짜웃음이든 일단웃기만 하면 뇌는 도파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호르몬들을 생산한단다생전 만나볼 일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나를 웃게 한다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으니 조금쯤은적어도 하루쯤은 다시 버틸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우리가 개그프로를 보는 이유가 아닐가요 ..적어도 이 글이 진실이라면 저는 오늘부터 가짜웃음이라도 좋으니 좀 더 억지로라도 웃어볼 생각입니다뇌를 속여서라도 좋은 호르몬들 생산해 조금은 버틸수 있는 행복의 얻고 싶거든요.



지혜씨의 삶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직장생활을 읽어가며 또 하나의 나와 같은 그녀가 애잔했다그래서 그녀와 같이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포차에 앉아 홍합탕을 발라먹으면서 기울이는 술 한잔 말이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달디 달기도 한그럼에도 속은 엉망으로 헤집어 놓는 소주랑 닮은 삶그런 삶을 닮은 소설이었다.

사실 손원평 작가님은 아몬드를 통해 먼저 접했기에 이소설이 좀 더 궁금했다아몬드의 그 쓸쓸한 듯 무게감을 묵직히 쥐어주던 분위기의 문체가 떠나지 않았고알 수 없지만 가슴 어딘가 울림을 주었었다서른의 반격 역시 특별한 사정이 아닌 평범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지혜씨라는 한 여성 인턴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많은 울림많은 생각들을 던져주셨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미움도 반격도 모두 익숙한 공기같은 것들.. 내가 받는 만큼 남에게도 주는 상처가 있음을.. 그렇기에 더더욱 행복도 남에게 전달할수 있는 위치임을.. 내가 걸어왔던그리고 앞으로도 걸어야 할 삶의 길들그리고 사회라는 공간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길 위에서 내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게으른 게 아님을 위로해주는 소설인 것 같다.

읽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정작 글재주가 없어 마음에 담은 것을 적어내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그나마 위안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점이다부족해도 괜찮다서툴러도 괜찮다우린 모두가 서투니까.

아몬드서른의 반격을 통해 이젠 손원평 작가의 책에는 늘 시선이 갈 것 같다다음 소설에서는 또 어떠한 현실을 차근 차근 보여주시려나.


억울하건 화가 나건사람들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꾸역꾸역 잘도 잊어 버렸다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잊지 않으면살수 없다아니 살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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