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건 아니야 오빠답지 않아. ......제발 이러지마.. 내 마음 내 사정 오빠가 더 잘 알잖아"
"구차한 얘기 그만하자"


슬프게 매달리는 여자와 매정하게 뿌리치는 남자.. 흔한 연인의 이별장면..
첫 시작은 그렇게 여느 드라마와 같은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변함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자의 마음이, 허망하게 돌아서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프로포즈 받을 때 손가락에 끼워졌던 예쁜 반지가 우수워질 정도로 사내는 덤덤했다.


"결혼한다"


믿을 수 없는 그 말과..더 믿을 수 없는 타이밍에 나타난 그와 결혼할 여인.

자신의 출생비밀...사생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힘든 그녀에게
사내는 그렇게 차갑게 식어버린 빈자리만을 남겨주고 떠났다.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려 작심한 그녀. 윤이수는 자살시도를 하지만.
자신과 오빠를 여태껏 키워준 어머니의 재혼남 윤치성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은 채 목석같이 메마른 삶을 살아가는 그녀.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그녀의 오빠 서준석은 외할머니의 기일에 맞춰 찾은 산사에서 한 사내를 만나게된다.

묘한 끌림을 받는 그는 자신의 동생을 위해 그를 반강제로 서울에 데리고 오게 된다.
그리고 경호원이라는 명목하에 동생을 보호하고 함께 생활하게 한다.

시골 집앞에 버려진 핏덩이를 친자식 친동생처럼 키운 가정.
이호연은 그런 집안에서 자란 막내 업둥이다.


한번도 자신이 이 집안에서 친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적 없이
넘치는 사랑만을 받으며 자란 큰 키에 사람좋은 남자 호연은
스님의 권유와 가족들의 반강제에 의해 서준석을 따라 서울로 상경하지만.
당장 내일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런 그에게 고난과 역경이 따르니 그것은 바로 서준석과 윤이수의 어머니와 재혼한 남자 윤치성 때문..
그는 내노라하는, 경찰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 거대한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였던 것이다.
윤치성이라는 험난한 벽때문에 결국 이수의 경호를 맡게 되는 호연.

잔잔하지만 깊숙히 많은 어둠을 담고 있는, 언제 강한 파도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한 바다의 그녀 이수와
따뜻한 공기를 담고 있는 포근한 시골의 나무집같은 사내 호연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사실 초반부터 얽히고 설킨 가정사가 소개되면서  이 책이 쉽게 읽히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굳이 가정사를 이렇게 까지 복잡하게 설정했어야 할까?...
가정사에 단박에 이수를 잘라내고 새로운 여인과 결혼하는 지훈도 그렇고.
초반부터 너무 강압적인 폭풍이 몰아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워낙 어려운 주제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이다보니 나는 중간 중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위해 다시 앞페이지로 돌아가야만 했다.
복잡한 가족사를 한번에 풀어주기보단 궁금증을 위해서인지

비밀을 하나 하나 풀어주는 형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판타지 장르에는 강하지만 조폭물과 복잡한 가정사에는 약한 나이기에.. 다소 어려웠다


그런데도 대화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남주 호연 때문인지

조폭물이라는 걸 잊게해주는 따뜻한 대화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폭임에도 이수를 걱정하는데에서는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 처럼 따뜻한 치성의 대사들.

생각했던 것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조금 신기했던 소설이다.
아마도 남주 호연의 밝고 씩씩한 성격탓도 있겠지만 호연과 하나부터 열까지 티격태격거리는 이수의
새삼스런 모습이 조금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이수와 호연이 투닥투닥하는 모습은 재미있었지만 이수에게만 몰아붙여지는

모든 가정사의 고난들이 못내 안타깝고 슬펐다.
왜 한 여인에게 이토록 많은 슬픔이 있어야만 할까..그것도 단지 사생아라는 이유만으로...
이수라는 인생에 꾹꾹 눌러담아진 슬픈가정사가 숨을 쉬지 못할정도로 짓뭉게져있었다.

 

꺼져가는 쟂더미같은 회색빛 그녀가 호연을 만나 점점 다시 불타오르는 불씨가 되어 가는 과정.

인간미는 커녕 죽은 듯한 그녀가 점점 호연과 투닥거리며 사람의 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따뜻하고 뿌듯해지는 기분을 준 소설이었다.

조폭이 등장하는 소설이라고 해도 참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

 

좋았던 몇몇 문구를 가슴에 새겨본다.

 

[사람은 말이지, 자기 자신을 대하는 자세로 남을 대해..]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다치면 무엇으로 치유를 하겠느냐. 결국엔 사람인게지.

사람의 상처에 인정을 가진 사람의 손이 닿고 마음이 닿으면 위해를 가했던 기운들이 달아나기 시작하지]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에게 혼란이나 상처를 남기는 대개의 것들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선을 긋지 못함으로 인해 주어진 결과였다]

 

32이라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세월을 살아가고 있지만

저 문구들처럼 사람의 인정이 담긴 손길의 중요성과 필요성,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선을 그어야 하는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금 담아본다.

많은 실수가 있을 것이고 많은 상처가 있을 살아가야 할 많은 삶들...

절망에 빠질 시간도 있겠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언제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게

바로 사람 온정의 힘이 아닐까.

 

절망에서 변화와 희망을, 잿더미에서 삶을 향햔 열정을 키워준 사람.

호연같은 남자를 만난 이수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남주가 참으로 매력이 넘쳤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무렵엔 너무 급작스런 엔딩 전개가 휙휙 지나가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수를 괴롭히던 인물들의 사건들도 중반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좀 더 무게를 주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부터 밀려나왔던 사건들로 인해 무언가가 있겠지 큰 무언가가 나올것이라 예상하고 기다렸기에

막판에 갑작스럽게 정리된 이수를 괴롭히던 인물들에 대한 엔딩은 안타까움이 많았다.

 

그래도 남주와 여주의 티격태격 피어나는 사랑은 즐거웠고 남주 호연의 활약이 참 즐거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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