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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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밀었어."


쥐어짜낸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그래. 믿어.' 라는 엄마의 목소리.

아이를 믿는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 혹시 아이가 그런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는게 어른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아사토의 엄마 사토코는 자신들이 가르친대로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아이를 믿어준다.

잠깐 지극히 내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읽어내리면서 사토코의 모습에 대단히 놀랐다.

순간 순간 아이에게 정말 밀지 않았지? 라고 물어보고 싶은 감정을 몇번이나 억누르는 부분에서 나는 단순히 앞만 생각하는게 아닌

좀더 멀리 생각하는 사토코의 배려에 놀랐다. 나는 그 질문으로부터 아이는 '진실을 말해. 거짓말 하는거 아니야?' 라는

압박을 받을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읽고난 직후에는 그게 어쩌면 당연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키가 훨씬 큰 어른이 진지한(이 부분이 어쩌면 아이들에겐 위협적이고 무서운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얼굴로 정말 안했어? 하고 

다그친다면 아이는 자신이 추궁당하고 있고 믿어주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난 사실 '진짜 안했어?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라고 반복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실에서 사장님의 여섯살난 아이를 가끔 돌봐줄 때 아이가 뭔가 잘못을 한 것 같을 때 몇번이나 되묻곤 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면 정말 아이의 말이 맞았었는데 그때에는 사과를 반드시 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느꼇을 감정을 크게 생각지 않았다.

사토코가 아사토를 대하는 부분들을 보며 지난 일화들이 떠올라 '그래 맞아 아이들은 그래' 라거나 ' 아 이런 느낌을 받았었을까 그때?..

 좀 미안하네'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어른이기에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

아이에게 건내야 하는거구나. 그게 어른이 아이에게 할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사토코는 정말 '아사토를 많이 사랑하는 엄.마.구나.'


난임과 불임.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다. 현대인들에게서 요즘 많이 일어나고 있는 아픔 중 하나다.

사람의 인생은 한사람에서 두사람이 되고, 두사람에서 세사람, 네사람이 되어가며 느끼는 많은 행복들이 있다.

최근에는 부부끼리만이라도 행복하게 잘 살자라고 하는 마인드들이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한쪽에선 난임치료를 받으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런 난임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모들과 어쩔수 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아이를 키울수 없는

산모들을 서로 연결해 입양시켜주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렇게 한 아이를 입양해 행복으로 키워간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를 돌려달라는 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어린엄마를 기억하는 사토코로서는 갑작스레 아이를 돌려달라는 그녀의 의중도 모습도 하나같이 낯설다.

자신이 알던 그 여인이 맞는걸까? 아니 그녀가 아님을 확신한다. 

어린엄마였던 아사토의 엄마 '히로시마 엄마'에겐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의 삶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듯 읽어내릴때마다 숨이 막히기도, 가슴벅차기도했다.

난 이런류의 소설에 약해서 곧잘 눈물을 쏟는다. 이번에도 역시 눈물을 쏟았지만 어째서인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고통속에서 힘들어할 때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 지나가고 난 이후, 진정 행복을 찾았을 때 

그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웃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아이를 입양해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행복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 아마 내 눈물의 의미는 '다행이다.행복해졌구나' 였을지도 모른다. 

고통 속에 걸어가야 하는 중간에는 느끼지 못한다.. 아니 이 악물고 참아낸다. 환희와 감정에 복받치는 눈물은 언제나 모든 것이 끝나

안도하게 되는 순간에 넘쳐 흐르게 마련이다.


단순히 사건만 두고 나열되기보다 이 책은 개개인인 사토코와 히카리의 심리를 환경에 더불어 현실감있게 묘사해 보여준다.

그들이 느끼는 아픔이나 당황스러움 그리고 슬픔과 희망을.. 그래서 사실 히카리의 행동에는 적잖이 동요를 하게된다. 

엄마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음에도 중학생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럴수 있는 시기라는 두 감정이 내 안에서 상충되어 부딪혔다.


히카리가 사토코같은 엄마를 만났더라면 행복했을까? 그리고 사토코가 히카리같은 아이의 방황을 어떤 눈으로 봐주었을까 

과연 히카리의 엄마와는 다른 눈이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사토코의 따스한 어른의 온기가 아름다운 소설이다. 히카리의 아픔이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 한권에 가족의 이야기, 사회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다. 그리고 어른의 입장과 과도기 아이의 입장이 녹아있다. 

그 속에서 함께 걸어가는 방향은 결국 '올바른 사랑의 방법'이 아닐까. 남녀 사이에서도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친한 지인사이에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말 잘듣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믿고 지켜봐주며 도와주는 사랑.. 

부모자식간에도 사랑은 참 예민한 감정이구나..


표지의 색상처럼 삶속에는 푸른빛의 차가움과 붉은빛의 뜨거움이 있다. 그리고 그건 시원함과 따스함이기도 하다.

아침이 오는 하늘처럼 그렇게 강렬하면서 아름답고 뜨거운 책이였다.


빛을 찾아 헤메이던 히카리의 긴긴 밤이 지나고 이제 아침이 오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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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츠 바스켓 Another 1
타카야 나츠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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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후르츠바스켓 그 첫 초판이 내가 한창 어렸던 학창시절로

교복을 입던 시절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나는 나이가 든 어른이되었다.

후르츠바스켓의 주인공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고 할수도 있다.


코믹스러우면서도 그 속에 감동과 아픔이 존재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따스한 책.

아이가 태어난다면 함께 고양이띠를 이야기하며 함께 보고 싶은 만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권을 이사때마다 애지중지 챙겼었다.


일본 하나토유메 홈페이지를 통해 후르츠바스켓 어나더가 연재된다고 했을 때

사실 한국에 정식 출간이 될지, 아니 일본에서도 정식 출간이 될지 걱정했었다.

연재라고는 해도 가볍게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같은 느낌으로 연재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정식 출간과 함께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출간된 점에서 정말기쁜 마음을 감출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의 자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만나 함께 다시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후르츠바스켓 전권이 집에 있어 자주 읽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보여 감회가 새로웠다.

난처하게 된 사와를 위해 말빨(?)로 구해주는 무츠키와 그 와중에 사와의 팔을 끌어당겨 데리고 가는 하지메의 모습은 그 옛날 그들 아버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1권에서는 풀리지 않은 많은 궁금증들이 숨어있다. 사와와 소마가 아이들의 관계나 사와 어머니 라던가. 그래서 다음권을 벌써 기다리게 된다. 


후르츠 바스켓을 본 사람들은 중간 중간 아아 이 장면! 이라며 떠올릴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즐겁고, 이 소마가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까 아 이 아인 누구의 아이가 확실해! 라고 즐길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무츠키의 부모가 누구인지 안 순간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모미지와 닮은 순수한 깨방정이 참 귀여운데 모미지의 아이가 아니라니... 


후르츠바스켓의 무거웠던 저주, 이후의 삶이 그려지기에 아직은 꽤 밝으면서도 중간 중간 저주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역시 이제는 아니라고 해도 역사라는 점에서는, 그것도 현 부모 세대에 까지는 존재했었던 점에서 그들에게 가벼운 주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메가 조금 동요하는 감정들이 언뜻 보일때마다 쿄우가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상처를 치유해가던 십이지들의 자녀들 답게 밝고 아름다워서 좋다. 

이 책을 참 많이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림자 실루엣으로 나타나 준, 누군가의 삼촌되시는 분의 자태를 보건데(사실 밤에 정말 큰소리로 웃었다) 역시 후르츠바스켓 주인공들이 아직 건재하게 잘 지내는 게 틀림없다. 그만큼 아팠으니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니까 실루엣으로나마 나타나줘서 참 고마웠다. 


다카야 나츠키의 이야기들을 모두 사랑하지만 역시 나에겐 후르츠바스켓이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후르츠바스켓 어나더 역시 아주 많이 소중해질 것 같다. 


그들이 다니던 학교, 그들이 살던 골목길과 집. 이제는 그들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그때처럼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곳은 늘 그렇게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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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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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독한 상처와 고통을 입은 탐정 모삼과 그런 모삼의 오랜 친우인 법의학자 무즈선.

그리고 게임을 제안하는 범죄자 L.

초반 꽤나 지독한 과거로 나타나는 모삼과 이후에 누가보아도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난 귀공자 타입의 즈선은 꽤나 사랑스러운 조합임이 틀림없다.

이 둘의 조합을 보면 꽤나 궁금한 것이 많은 소년과 그런 소년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또래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소년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가 없다. 모삼은 모삼대로 즈선은 즈선대로의 매력이 충분하니까.

하지만 소설 속 범죄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진 않아서 읽어 내리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맴돌았다.

 

당신에게 보여주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옳은 것이 그릇된 것이 되고 그릇된 것이 옳은 것이 되는 혼란.

그럼에도 나는 악은 악임을, 옳지 못한 것은 결국은 어느 방향이든 그릇된 것임을 믿는다.

그렇기에 이 곳에 나온 범죄들이 어떠한 명목이 있었다 한들 나는 악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서 과연 나는 선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겁이 많기에 불가항력으로 결국 선을 선택할 사람이다.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기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악이 탄생하리란 걸 안다. 이미 주변 메스컴을 통해 악의 탄생을 많이 보아왔으니까 말이다.

 

모삼의 추리를 들은 무즈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놀란 이유는 파트너 모삼의 출중한 추리능력 때문이 아니라, 무고한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소년이 변태적 연쇄 살인자로 거듭나는 과정 때문이었다.

 

사이코패스에 관해서는 참 많은 사건들, 이야기들이 오간다. 사이코패스들은 타고나는 부류가 많다. 하지만 어떠한 범죄들은 어릴적부터 차곡 차곡 쌓이고 쌓여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태어남]을 통해 세계에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1등이라는 성적에 집착해 자신을 학대한 어머니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아마 악의 탄생의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아니였을까. 엄마를 살해하고도 그 곁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했었다는 아이. 친구들의 증언으로도 밝혀지길 아이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시커먼 멍으로 늘 뒤덮여 있었다고 했다. 차곡 차곡 쌓여 한계치에 이르러 태어난 악의. 그 아이의 죄는 어느 정도 동정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그럼에도 악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악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죄의 정당성]은 대체 어디까지가 선이 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분명 범죄이지만 그들 역시 범죄의 피해자였다. 그럼에도 사회가 그들을 지켜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한계에서 결국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존재하기를 포기한다.

 

행복한 이들에게 삶은 짧을 것이다. 더 살아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은 삶일 것이다.

하지만 고통 속에 사는 이들에게 삶은 길다. 매순간 매초간 그들의 삶은 더디고 고통스럽다.

혼자 품고 살아내기엔 너무 무거운 인내들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결국 억울함이 부패해 악을 만든다. 몰론 같은 상황 속에서도 대다수는 선을 여전히 지켜나갈 것이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참으로 무거운 마음을 전달한 책이다. 우리의 삶속에 이미 깊이 들어와 버린 사회의 기괴한 살인사건들과 그 처벌을 둘러싼 시끄러운 공방 역시 현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귀신이나 요괴가 달라붙는 것만 무서워하고 심마야말로 가장 쫒기 힘들다는 것은 모른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사람의 심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선이 선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악이 악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기에...

그래서 사람이 가장 무서운 동물인가보다.

 

모처럼 집중해서 읽은 추리물이였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컸다.

상자 속 장갑은 그 중 가장 내 집중력을 훔쳐갔다.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모른것들을 많이 알게 되기도 했다.

 

술래잡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술래잡기는 이제 진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술래잡기가 끝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 과연 그 끝에서 모삼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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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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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반격. 88년생이 세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관심을 끌어간 책이었다.

88년생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시기에태어나 삶을 살아오는 중인 독자로서의 나그럼에도 깊은 공감을 느끼는 건 소설 속 주인공의 삶들이 방금 지나쳐온 내 지난날들의 삶들이자 아직 견뎌내고 있는 일상의 삶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tv에 나오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가족적인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었다.


집안에서 아들과 딸의 차별에서 오는 갈등혹은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힘든 고부간의 갈등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들그리고 피땀 흘린 끝에 이룬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지금의 드라마에는 흔히 말하는 막장이 난무하거나 노력과 함께 얻어낸 재벌 2세들과의 연애로 성공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분위기다어느샌가 사랑도 재벌을 골라 사랑에 빠져야만 성공하는 신데렐라신드롬의 연애 스토리가 마구 생산되었다그나마 요즘 조금씩 현실감이 느껴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는 드라마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마치 이 소설에 나오는 김지혜씨 같은 주인공들 말이다특별하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고 거창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습는다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 속에서 깨지고 아파하며 일하고 때론 이별에 아파하고 또 새로운 사랑에 설레기도 하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현실감 있게 느끼도록 그런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삶을삶속의 직장 생활을평범한 성공을 주인공이나 우리는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우리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얼마나 사회가 각박하고 평범하기가 힘들기에 우린 평범함을 꿈꾸게 되었을까.. 어릴적을 회상하면 지금의 현실이 마치 어릴적보다 더 쟂빛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88년생 김지혜씨, DM사 계열의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인턴인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박교수에게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외근을 나왔다카페에서 박교수를 기다리던 그녀 앞에 드디어 박교수가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예기치 못한 사고자신의 곁에 있던 사내가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 그리고 내용들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고 만다그런 박교수를 부르던 목소리의 사내를 다시금 만나게 될 줄은 더욱이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혜씨의 바로 아래 인턴으로 들어온 규옥씨와 조금 더 가까워지며 함께 DM사 아카데미에서 인턴에게 제공하는 무료 특강을 우쿨렐레로 신청하게 된다둘은 좀 더 친밀해지고 그와 함께 다른 몇몇 이들과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억울했던 일에 대해 소소한 아주 소소한 반격을 하는 것.


그들의 반격은 그리 거창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약소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그런 수준도 아니다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격이자 보복이란 의미에선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들의 보복에 묘하게 통쾌했던 건 아마 그런 비슷한 일들을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누구나 한번은 꿈을 꾸던 그런 것들삶을 살다보면 아 그때 그렇게 되받아 쳐줘야 했어그땐 그렇게 울고만 있지 말았어야 했어 라며 후회하는 일들 누구나에게 한 가지 이상은 있을 거다그런데 어쩐지 반격을 해놓고도 씁쓸한 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그들에게나 나에게나..

 

인간관계라는 것은 교묘하게 걸린 가시 같아서아프다며 빼고 싶은데 빼려고 버둥댈 때마다 더 상처가 커지곤 한다겨우 겨우 뺐다 싶어도 남은건 벌어져 더 커진 쓰린 상처뿐.. 상처가 아무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동안은 신경이 쓰이쓰여 그것이 또 짜증을 일으킨다.. 그들의 반격이 꼭 박혀버린 가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난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그런데 똑같은 환경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비판하는 건 쉬워요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흔히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돼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다들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가 스스로를 되짚어봐야 하는 순간순간들이 많다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라 어쩐지 뜨끔했던 대목이다내가 미워하던 타인들에게 나 역시 그런 미운 타인 중 한명일 수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웃음은 뇌를 춤추게 한단다가짜 웃음이든 진짜웃음이든 일단웃기만 하면 뇌는 도파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호르몬들을 생산한단다생전 만나볼 일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나를 웃게 한다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으니 조금쯤은적어도 하루쯤은 다시 버틸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우리가 개그프로를 보는 이유가 아닐가요 ..적어도 이 글이 진실이라면 저는 오늘부터 가짜웃음이라도 좋으니 좀 더 억지로라도 웃어볼 생각입니다뇌를 속여서라도 좋은 호르몬들 생산해 조금은 버틸수 있는 행복의 얻고 싶거든요.



지혜씨의 삶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직장생활을 읽어가며 또 하나의 나와 같은 그녀가 애잔했다그래서 그녀와 같이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포차에 앉아 홍합탕을 발라먹으면서 기울이는 술 한잔 말이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달디 달기도 한그럼에도 속은 엉망으로 헤집어 놓는 소주랑 닮은 삶그런 삶을 닮은 소설이었다.

사실 손원평 작가님은 아몬드를 통해 먼저 접했기에 이소설이 좀 더 궁금했다아몬드의 그 쓸쓸한 듯 무게감을 묵직히 쥐어주던 분위기의 문체가 떠나지 않았고알 수 없지만 가슴 어딘가 울림을 주었었다서른의 반격 역시 특별한 사정이 아닌 평범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지혜씨라는 한 여성 인턴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많은 울림많은 생각들을 던져주셨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미움도 반격도 모두 익숙한 공기같은 것들.. 내가 받는 만큼 남에게도 주는 상처가 있음을.. 그렇기에 더더욱 행복도 남에게 전달할수 있는 위치임을.. 내가 걸어왔던그리고 앞으로도 걸어야 할 삶의 길들그리고 사회라는 공간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길 위에서 내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게으른 게 아님을 위로해주는 소설인 것 같다.

읽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정작 글재주가 없어 마음에 담은 것을 적어내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그나마 위안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점이다부족해도 괜찮다서툴러도 괜찮다우린 모두가 서투니까.

아몬드서른의 반격을 통해 이젠 손원평 작가의 책에는 늘 시선이 갈 것 같다다음 소설에서는 또 어떠한 현실을 차근 차근 보여주시려나.


억울하건 화가 나건사람들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꾸역꾸역 잘도 잊어 버렸다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잊지 않으면살수 없다아니 살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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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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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들은 보통 일본 전통의 신앙이 깃든 마을이 배경으로 깔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 정취, 묘사들이 있기에 다소 어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 순간의 기괴함이라던가 오싹함이 미쓰다 신조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주기에 그의 소설은 꽤나 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괴담의 테이프는 기존 이야기들과는 다른 현대를 배경으로 한 괴담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로 한권에 끝맺어진 장편들과는 다르게 이번엔 6가지의 큰 괴담을 단편 단편으로 모아둔 단편 괴담집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많이 접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쉬어가는 타임의 괴담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그의 소설을 접하기에 두려움이 큰 독자들의 시작을 위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노조키메의 오싹함을 너무나 제대로 느꼈던 독자로서 이번 소설은 노조키메만큼의 두려움은 없었지만...
'저는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하고 있습니다.' 라는 역자의 이야기처럼 읽는 동안 몇가지 소소한 아주 소소한 일화를 겪었기에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고 나서는 당분간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그 소소한 일화들은 그저 매일 똑같았던 화장실에서 이 책을 읽던 날 밤에 이유없이 뒤로 미끄러지며 넘어져 손목을 조금 다쳤다는 점이라던가 늘 소지하던 핸드폰을 잃어버려 급하게 찾겠다고 나서다 물을 흥건하게 쏟았다던가..라는 아주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이입니다. 그 덕에 아끼던 책이 흠뻑 물을 맞았지요.  하지만 여지껏 한번도 핸드폰을 잃어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처음으로 잃어버렸었는지..저에겐 다소 신기한 일이였습니다. 몰론 핸드폰은 되찾았습니다. 손목은 여전히 손목 보호대가 두껍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다치고 나서는 좀더 주변을 조심히 살피게 되었기에 마음을 조금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서 나쁜 일이 생긴것이 아니라 단지 이 책을 읽다 생긴 나쁜 일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역시...중간 중간 삽지로 들어가 있는 기우메의 그림은.. 조금 무섭긴 했습니다. 기괴한 이야기를 읽다 마주치는 기우메의 눈빛은 좀 더 싸늘한 느낌을 전달해주었기에 어느순간부터는 그 장을 같이 넘겨 보지 않기도 했지요.
기우메의 집요한 눈길을 받았던 사토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가 시작될때 마다 나오는 기우메의 집요한 눈빛은 마치. '잘 읽었어? 난 여.전.히. 널 보고 있었어' 라고 말을 건내오는 듯해서 섬뜻했습니다.
마치...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이 곳을 빠져 나갈수 없는 기괴한 미션에 빠진 괴담의 주인공같은 심정이였달까요. 다 읽은 지금은 표지를 보아도 그 섬뜻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롭지만.. 아니..정정하겠습니다..역시 아직은 표지가...섬뜻하군요...
비오는 날 노란 우비를 입은 여인이 나타난다면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유독 기우메가 나온 부분이 강렬하게 남습니다. 집요하게 관찰하던 속지의 기우메 덕분이겠지요. 이것을 노린 속지였을까요..부디 밤에 읽으실 때 속지에 있는 기우메의 눈빛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행히 꿈에까지 기우메의 눈빛이 나오지 않았지만..당신에게는.....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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