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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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밀었어."


쥐어짜낸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그래. 믿어.' 라는 엄마의 목소리.

아이를 믿는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 혹시 아이가 그런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는게 어른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아사토의 엄마 사토코는 자신들이 가르친대로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아이를 믿어준다.

잠깐 지극히 내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읽어내리면서 사토코의 모습에 대단히 놀랐다.

순간 순간 아이에게 정말 밀지 않았지? 라고 물어보고 싶은 감정을 몇번이나 억누르는 부분에서 나는 단순히 앞만 생각하는게 아닌

좀더 멀리 생각하는 사토코의 배려에 놀랐다. 나는 그 질문으로부터 아이는 '진실을 말해. 거짓말 하는거 아니야?' 라는

압박을 받을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읽고난 직후에는 그게 어쩌면 당연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키가 훨씬 큰 어른이 진지한(이 부분이 어쩌면 아이들에겐 위협적이고 무서운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얼굴로 정말 안했어? 하고 

다그친다면 아이는 자신이 추궁당하고 있고 믿어주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난 사실 '진짜 안했어?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라고 반복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실에서 사장님의 여섯살난 아이를 가끔 돌봐줄 때 아이가 뭔가 잘못을 한 것 같을 때 몇번이나 되묻곤 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면 정말 아이의 말이 맞았었는데 그때에는 사과를 반드시 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느꼇을 감정을 크게 생각지 않았다.

사토코가 아사토를 대하는 부분들을 보며 지난 일화들이 떠올라 '그래 맞아 아이들은 그래' 라거나 ' 아 이런 느낌을 받았었을까 그때?..

 좀 미안하네'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어른이기에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

아이에게 건내야 하는거구나. 그게 어른이 아이에게 할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사토코는 정말 '아사토를 많이 사랑하는 엄.마.구나.'


난임과 불임.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다. 현대인들에게서 요즘 많이 일어나고 있는 아픔 중 하나다.

사람의 인생은 한사람에서 두사람이 되고, 두사람에서 세사람, 네사람이 되어가며 느끼는 많은 행복들이 있다.

최근에는 부부끼리만이라도 행복하게 잘 살자라고 하는 마인드들이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한쪽에선 난임치료를 받으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런 난임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모들과 어쩔수 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아이를 키울수 없는

산모들을 서로 연결해 입양시켜주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렇게 한 아이를 입양해 행복으로 키워간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를 돌려달라는 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어린엄마를 기억하는 사토코로서는 갑작스레 아이를 돌려달라는 그녀의 의중도 모습도 하나같이 낯설다.

자신이 알던 그 여인이 맞는걸까? 아니 그녀가 아님을 확신한다. 

어린엄마였던 아사토의 엄마 '히로시마 엄마'에겐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의 삶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듯 읽어내릴때마다 숨이 막히기도, 가슴벅차기도했다.

난 이런류의 소설에 약해서 곧잘 눈물을 쏟는다. 이번에도 역시 눈물을 쏟았지만 어째서인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고통속에서 힘들어할 때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 지나가고 난 이후, 진정 행복을 찾았을 때 

그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웃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아이를 입양해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행복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 아마 내 눈물의 의미는 '다행이다.행복해졌구나' 였을지도 모른다. 

고통 속에 걸어가야 하는 중간에는 느끼지 못한다.. 아니 이 악물고 참아낸다. 환희와 감정에 복받치는 눈물은 언제나 모든 것이 끝나

안도하게 되는 순간에 넘쳐 흐르게 마련이다.


단순히 사건만 두고 나열되기보다 이 책은 개개인인 사토코와 히카리의 심리를 환경에 더불어 현실감있게 묘사해 보여준다.

그들이 느끼는 아픔이나 당황스러움 그리고 슬픔과 희망을.. 그래서 사실 히카리의 행동에는 적잖이 동요를 하게된다. 

엄마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음에도 중학생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럴수 있는 시기라는 두 감정이 내 안에서 상충되어 부딪혔다.


히카리가 사토코같은 엄마를 만났더라면 행복했을까? 그리고 사토코가 히카리같은 아이의 방황을 어떤 눈으로 봐주었을까 

과연 히카리의 엄마와는 다른 눈이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사토코의 따스한 어른의 온기가 아름다운 소설이다. 히카리의 아픔이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 한권에 가족의 이야기, 사회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다. 그리고 어른의 입장과 과도기 아이의 입장이 녹아있다. 

그 속에서 함께 걸어가는 방향은 결국 '올바른 사랑의 방법'이 아닐까. 남녀 사이에서도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친한 지인사이에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말 잘듣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믿고 지켜봐주며 도와주는 사랑.. 

부모자식간에도 사랑은 참 예민한 감정이구나..


표지의 색상처럼 삶속에는 푸른빛의 차가움과 붉은빛의 뜨거움이 있다. 그리고 그건 시원함과 따스함이기도 하다.

아침이 오는 하늘처럼 그렇게 강렬하면서 아름답고 뜨거운 책이였다.


빛을 찾아 헤메이던 히카리의 긴긴 밤이 지나고 이제 아침이 오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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