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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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가 내려 촉촉하게 가라앉은 날조용하고 조금은 서늘해진 공기 속에서 유일하게 따스한 차한잔을 놓고 누군가가 보낸 편지를 천천히 읽어내린다면 이 책의 분위기와 닮아질까요?
  
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제목부터 어쩐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누군가의 슬픈 등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기분입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아름답다고 칭한다면 예의에 무척이나 어긋나겠지만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슬픔들 중에는 정말 살아가는 슬픔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예시들이 있어서 죄송스럽게도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듭니다
  
갑작스런 죽음이나 오랜 병마 끝에 다가온 죽음은 당사자와 유족들에게 어느쪽이든 무겁고 슬픈 일임은 틀림없습니다오랜 병마라고 해서 덜 슬프다거나 덜 힘든 것이 아닙니다.
사별이란 갑자기든 오랜 병마를 통해서든 영엉 만나지 못하는 서러운 이별이란 의미이니까요.
초등학생 시절 갑작스럽게 겪은 이별은 어린아이여서 그 무게를 잘 느끼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그 한문장으로 서럽고 서러워 눈물을 쏟아냈었고나이가 들어 이별을 몇 번이나 겪었음에도 아직도 영영 다시는 우연이라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또 서럽고 서러워 울게 됩니다
  
슬픔을 슬퍼하되 슬픔의 강속에 깊이 가라앉기보다는 슬픔을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는 당부가 담긴 편지들이 아닌가 합니다.
  
책에 나온 이야기 중미나마타병에 걸린 사카모토 기요코의 이야기는 특히나 기억에 남습니다짓소라는 기업이 유기 수은을 방출해 환경이 오염되면서 기요코를 포함한 주민들이 신체 변형이 생기는 병에 걸렸습니다사지가 뒤틀리는 병으로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기요코는 벚꽃 잎이 흩날리는 날툇마루에 굴러 떨어져 바닥을 기면서도 떨어진 꽃잎을 주으려 했습니다그 해에 기요코는 자신의 온전치 못한 몸을 떠나 자유로워졌지요.
  
그 아이는 아무 원망도 안 했어요꽃다운 나이에 그저 벚꽃 잎 하나 줍는게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한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짓소(가해기업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주시겠어요?
아니 세상 모든사람들에게 써주세요벚꽃 피는 계절이 오면기요코를 위해 꽃잎 하나 주워 달라고요꽃을 공양하는 마음으로요
  
슬픔을 견뎌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아직 슬픔을 이겨내느라 마음을 다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기요코는 벚꽃잎 가득 품은 손으로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의 뒤에는 절망과 고통이란 단어가 단짝처럼 붙을지도 모르지만슬픔의 뒤에 무슨 단어가 따라 붙을지는 누구도 단정지어선 안됩니다.. 어떤이들에겐 슬픔 뒤에 찬란함이 붙을지도 모릅니다.

슬픔에는 슬픔을 구원할 힘이 있다.

오늘 그들의 슬픔에 구원을 빚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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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양장) 새움 세계문학전집
마크 트웨인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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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검은 연기를 뿌우움뿜 하고 뿜어내는 증기여객선이 푸른 강 위에 떠다니고그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해맑은 개구장이 소년 두명.
  
어릴적 보았던 만화속에서는 허클베리핀이 주인공이였습니다제목도 허클베리핀의 모험이였죠.
허클베리핀에 나온 톰과 톰소여에 나온 허크한 작가에게서 탄생된 두 소년의 이야기는 다른듯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꼭 쌍둥이 같습니다. (옮긴이도 쌍둥이를 언급한 것을 보면 확실히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마크 트웨인이 어린시절 실제 겪은 모험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들과 친구들을 근간으로 그려 만들어진 캐릭터들이여서인지 작가의 애정이 많이 들어간 사랑스러운 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몰론 허크와 톰의 장난은 가끔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라 어른이 된 저에겐 다소 뜨악하게 만든 부분들도 적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표지에 있는 마크 트웨인의 사진은 누가보아도 톰의 성인버젼 같은데 저의 착각일까요?
   
"내가 소실적에 말이야"

라고 시작하며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내내 콧수염을 쓰다듬을 것만 같은 위트 넘치는 사람입니다.
  

  
내 계획의 일부는 어른들한테 한때 그 자신들이 어떠했었는지를자신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말했는지또 가끔씩 어떤 요상한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를 즐겁게 상기시키자 함이다.
  
마크 트웨인은 서문 속에서 이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 때 느낀 것과 성인이 된 이후에 느끼는 감정이 똑같을 수는 없겠죠톰의 장난을 통해 어이쿠 소리가 저절로 나는 것을 보면 저는 확실히 어른으로 무사히자리메김을 한 모양입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언니인 폴리이모와 배다른 형제 시드셋이서 살아가는 톰은 마을이라는 사회와 어른들이 만들어둔 틀 속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고뭉치 소년입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회초리 매질을 당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톰은 씩씩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 매질을 선택하는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매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그렇기에 더더욱 모험에 열을 올리는지도 모릅니다그럼에도 인디안 조의 일에서는 여지없이 아이의 모습을 보이며 아직은 어른들의 울타리가 필요한 두려움이 많은 소년으로 보입니다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의 사회는 더더욱 위험이 주변에 상주하던 시기였겠지요폴리이모의 잔소리가 많아지는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사고뭉치의 톰이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것은 장난 뒤에 언뜻 언뜻 보이는 톰의 다정함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잠든 폴리이모에게 뽀뽀를 하는 모습처럼 말이죠.
개척의 시대였던 이민자들의 미국백인과 흑인 그리고 인디언이 공존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계급문화와 엄격한 규율들이 존재하던 시대의 이야기들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면서 현재의 시대와도 잘 맞물려 어색하지 않습니다.
  
나는 1835년 핼리혜성과 함께 왔다내년에 혜성이 다시 가까이 올 것이고나는 그것과 함께 떠날 것이다.
  
마치 지구로 여행을 온 머나먼 우주의 행성인처럼 마크 트웨인은 그렇게 혜성이 다가온 날 혜성과 함께 영원히 지구에 안녕을 고했습니다별과 함께 태어나 별과 함께 잠들기까지 그가 꿈꾸며 그렸던 많은 이야기들은 어쩌면 자신과 독자에게 있어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를 메모해두는 공간이 아니였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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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권 JLPT 일본어능력시험 N4 - 모의고사 3회분 포함 + 모의고사 해설 동영상 + MP3 파일 다운로드 가능 딱! 한 권 JLPT 일본어능력시험
JLPT연구모임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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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고등학교시절 제2외국어로 1년동안 잠깐 배운 것이 다였다. 
기본적인 회화책과 이웃집 토토로를 보며 선생님이 수업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소설들과 만화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가까운 나라이기에 우리나라에는 이미 일본의 소설이나 만화들이 참 많이 번역되어 출간되어왔다. 
그래서 어려움없이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많은 일본의 문화들을 그동안 접해왔지만 그런 편리함만큼 나의 일본어 실력은 형편이 없다. 

지금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일본어를 배워두었다면 그렇게 좋아하는 일본의 소설과 만화들을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참 좋아해서 책과 관련된 카페에 가입해 많은 정보들을 얻기도 하는데 간혹 일본의 원서를 읽으시는 분들의 글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는 한국에는 정식 발간이 되지 않았거나 준비중인 경우도 다수 있었고, 그렇게 출간 전 남들보다 먼저 원서로 소설을 접해 읽는 이들이 신기하면서도 그 능력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나 좋아하는 책이 국내에서는 더이상 출간되지 않는 절판본일 경우에는 원서를 구해 읽는 이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원서를 구하는 것쯤은 일본을 가는 지인이나 인터넷을 통해 어찌 해결 할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은 즐길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기도 했고, 사실 일본어 능력 시험이란 것이 어떻게 치뤄지는지도 전혀 몰랐기에 그런 궁금증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히라가나도 알고 기본적인 인사라던지 간단한 문법은 안다고 생각했건만, 첫페이지부터 펼치는 순간 조금 멘붕에 빠졌다. 
가장 기초적인 문법의 책 종류로만 읽어봐서 였을까. 사실 초반에는 한자투성이 페이지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는 걸까? 라며 휘둥그레졌었다. 
다행히 첫페이지인 만큼 쉬운 한자들이고 알고 있는 뜻이기도 해서 뒤에 풀이페이지를 보고 금방 이해를 했다. 

"능력시험"이란 취지에 맞게 단순히 조금 알던 일본어와 능력시험으로서의 일본어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완벽한 초심자에겐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 단계를 넘어서고 나면 이 책은 정말 쉬운 책일테니 말이다. 
JLPT를 검색해보니 N5단계에서 N1단계까지 난이도가 있다고 한다. N5, N4, N3, N2, N1, 이중 지금 나의 책은 N4이다. 가장 쉬운 단계인 N5보다 한단계 높다. 
N4를 접하고 보니 N5는 얼마나 더 쉬운 것인지 N3은 얼마나 더 어려운지 궁금하기도 하고, 대체 N1은 얼만큼의 난이도인것일지 N1을 준비하는 이들이 벌써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필수 일본어 단어의 한자와 뜻, 히라가나가 정리되어있고 필수문법형식 설명, 그리고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수 있는 문제와 풀이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독해 풀이와 청해 부분도 잘 설명되어 있다. 실전 모의 테스트가 있으니 실제 시험이 치뤄지는 형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공부하기에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는 동영상 강의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나같은 이에겐 누군가의 설명이 절실한데 무료라는 이점까지 더해 부담없이 도움을 받았다.  
전혀 지식이 없는 나같은 초보에겐 한 페이지 한페이지 완료될 때마다 그만큼 일본어능력시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지만 이미 친구들에게 "목표를 세워서 정말 시험을 쳐보라"는 권유도 들었다. 한창 어린 학생들의 기준과는 다르게 나에겐 좀더 시간이 걸릴테지만 
이 책을 끝까지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N4가 지나면 N3의 책도 공부하게 될 것 같다. 
"어쩌다보니 일본어 공부"가 나에게 "원서를 읽게 되는 어느날"을 선물해줄지도 모르니 차근 차근 일본어를 차곡차곡 쌓아봐야겠다. 

초보자들의 기초문법책도 나쁘진 않지만 JLPT N5단계부터 함께 공부해나가며 천천히 일본어를 시작하는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확실히 기초문법책만 공부하는것보다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초반 책을 처음 받았을때에는 나에게 맞지 않는 과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만큼 부담스러움이 먼저 들었다. 
일본어를 정말 거의 잘 모르는 단계에서 한자와 일본어투성이의 이 책을 어떻게 공부해 나가야하나부터가 걱정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들을 천천히 읽어나가고 동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해나가면 되겠다는 작은 의지가 생긴다.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듯이 이제 고작 젓가락을 들었을 뿐이다. 
책에 [한자 1자라고 무시하지 말자!] 라고 적혀있듯이 어느것 하나 무시하지 말자! 
그 증거로 나는 1자 한자에서 그토록 좋아하던 만화 속 인물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게 되면서 즐거워했다. 이런 뜻이였구나 이런 한자였구나 라면서 말이다. 
공부에는 과한 동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하는 것만이 능사인것도 아니다. 
N5, N4부터 시작하는 나와 같은 초보들에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자 한자 머릿속에 기억해나가며 한 걸음씩 걸어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 능력시험이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나니 어느새 이 책이 한결 가볍고 익숙하게 보인다. 
나도 언젠가 일본어 능력시험을 치고 일본어 원서를 품에 안고 읽는 날이 올까? 그리 멀지 않은 시일에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원서를 읽을 수 있을 즈음에는 N1을 공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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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네치를 위하여 - 제2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조남주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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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가며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작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기에 동일 작가의 소설이란 걸 중반쯤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조남주라는 작가보다 82년생 김지영이 더 또렷하게 저장되어 있었는데, 결국 조남주라는 작가를 머릿속에 저장하게 되었네요. 

82년생 김지영에서도 그러했지만 조남주 작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마니 곁에서 찬찬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친구들과 체조를 연습하고 그 참에 무용학원을 다니게 된 고마니. 가난한 s동네에 살면서 자식에게 무엇하나 해준게 없어 자식이 원하는 체조라도 시키고 싶어 무리하게 체조를 할 수 있는 사립학교에 전학을 시킨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가난한 살림에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며 펄펄뛰면서도 결국 전학을 보내는대에 끝까지 반대하지 못한 아버지의 심정까지.. 저 역시 학창시절 유난히도 친구들이 부러웠던 또 한명의 고마니였습니다.

그 시절 고마니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80,90년대에는 시대가 급변하는 시기와 맞물려 IMF까지 겹쳐 말그대로 다사다난했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한겨울 눈이 소복히 쌓인 거리에 쌓여있던, 타버려 살색이 되어버린 연탄들. 원통의 배출구를 통해 품어져 나오던 하얀 연탄 연기들의 매캐함. 난롯가에 앉아 얼었던 몸을 녹일때의 그 노곤함. 볶은김치의 국물이 흘러 붉게 물든 도시락의 흰 쌀밥과 부러웠던 친구의 돈까스 반찬 등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라는 가삿말처럼 지난 것들은 모두 추억이 되나봅니다. 발이 꽁꽁 얼어 그토록 추웠던 어린날의 겨울들이 지금보다 훨씬 즐거웠던 것 같으니까요.


딱히 잘나지도, 그렇다고 꿈이 없었던 것도 아닌 시절을 거쳐 고만 고만한 잘나지 못한 일상을 보내는 많은 고마니들. 우리 그렇게 살았지만, 딱히 어른이 되어서도 잘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잘 살아가고 있잖아라는 쓸쓸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크고 작은 포기와 실패와 거절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었다. 소설이 끝나고 영화가 끝나듯 인생은 멈추어주지 않았고, 나는 눈앞에 놓인 길고 긴 시간을 건너뛰거나 내려버리지 못하고 일분 일 초 또박 또박 살아내야 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사소한 태도들이 모여 삶을 만들고, 그 삶들이 모여 세상이 된다.

진지한 표정과 결연한 눈빛들. 누구도 행복하지 않지만 누구도 우울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시간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바로 성실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성실하고, 그럼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부모님 세대 때부터 허리띠 졸라매며 부지런히 숨가프게 살았는데 그 중에는 잘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잘 되다 어려워진 이들도 있을 것이고 꾸준히 어려운 이들도 있을겁니다.

그렇다고 그네들의 삶에 너는 몇점 너는 몇점 점수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이란 소설에서 잡화점 주인 나미야씨는 자신도 100점을 맡고 싶다는 학생의 편지에 자기 자신을 주제로 시험을 치면 100점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줍니다.

그것처럼 삶이란 비록 가난해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에게는 100점인지도 모릅니다.

어린 날을 회상하며 엄마와 이런 저런 예전 가난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엄마는 "정말 없이 살았고 늘 부족했겠지만 그게 나에겐 최선을 다한거였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엄마에겐 당시에 최선을 다한 선택이였고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웠던 것이겠죠. 

마니의 엄마처럼 자식이 원하는거 해주고 싶으셨을테고 또 남들보기에도 번듯하게 잘 살고 싶으셨을테고 그러다보니 말도 안되는 오기를 부리기도 하셨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엄마로서 박수를 받아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고 슬프고 두려운 그런 어려운 난제들을 엄마의 방식대로 잘 풀어내며 살아오셨을테니까요.

 


최초의 10점 만점을 받은 체조선수 코마네치처럼 체조선수가 되고 싶었던 고마니. 그리고 그처럼 많은 꿈들을 꾸며 달려왔을 우리들. 

자식을 위해 없는 살림에 무리해서라도 체조를 배우게 해주고 싶었던, 마니의 엄마와 같은 마음이셨을 우리네 어머니들.

막상 현실 속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까지 해야 했을, 그래서 고마니가 조금은 실망한 고마니의 영웅 코마네치처럼 우리들 모두 이상과 현실의 차이 속에서 어려워도 하루 하루 평행대 위에서 걸음을 내딪습니다.

아슬아슬한 꿈이 흔들릴 때도, 자신이 흔들릴 때도 먼 과거의 나는 언제고 나를 응원할테니 걱정마세요, 괜찮습니다. 쉽지 않은 평균대에서 균형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흔들릴 수 밖에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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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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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싱그러움을 한껏 담은 노란 꽃 유채, 주인공 나노카의 이름은 유채꽃인 나노하나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노카는 상큼하고 싱그러운 아이입니다.

초등학생인 나노카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정기이자 행복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나노카보다 어른인 어떤이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동화처럼 햇살좋게 그려지는 소설입니다.



"나 미나미 언니 진짜 좋아요"

"그렇다면 미나미 언니의 괴로운 추억보다 더 많이, 나노카의 웃는 얼굴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야지"

"사람은 슬픈 추억을 없앨 수는 없어.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즐겁게 살아갈 수는 있어. 나노카의 웃는 얼굴은 미나미 언니나 나를 그렇게 만들어줄 만큼 멋진 능력을 갖고 있어"


나노카의 주변에는 행복감을 주는 이들이 많습니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인 그녀도, 소설을 쓰는걸 좋아하는 그러나 왜인지 슬픈 미나미 언니도, 항상 나노카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아바즈레씨와 맛있는 간식을 구워주시는 할머니.

또래보다 똑똑해서 친구가 없는 나노카에게 그들은 학교와 가정 밖의 친구들입니다.


나노카의 반에는 나노카처럼 책을 좋아하는 동급생 오기와라가 있고 그림을 잘 그리지만 그림을 숨기는 짝꿍 키류도 있고 허당이지만 좋은 히토미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노카가 싫어하는 [바보류]에 속하는 동급생들도 있지요.

바보류의 동급생들은 똑똑하지 못해서 나쁜짓, 남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품위없는 짓을 일삼는 나노카의 말 그대로 바보들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숙제를 하기 위해 나노카는 짝꿍인 키류와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할머니, 미나미언니와 아바즈레씨와도 많은 이야기를 하며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어느날 아바즈레씨의 심부름으로 들린 마트에서 도둑질을 한 나쁜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나노카는 짝꿍 키류와 반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마음 속 가득 어둠이 스며들어 나노카는 분하고 눈물이 납니다. 행복이 무언지 알아가려는데 전혀 행복하지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 나노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나노카에게 행복의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힌트를 주는 이들이 바로 미나미, 아바즈레, 할머니입니다.


가벼운듯 주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기도 했고, 어쩐지 저도 또 하나의 미나미 혹은 아바즈레가 되어 나노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당돌함이란!.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아니 무시무시하구나라고도 느꼈습니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나노카와 학교를 장기 결석한 주제에 나노카에게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키류의 옥신각신 장면을 보며 웃음이 났는데 그 웃음이 무색하게 어째서인지 울고 있는 자신도 발견했습니다.


"중요한 볼일이라는게 뭔데?...."

"키류의 행복을 찾는 거 "


아이들은 가끔 천진난만하게 당돌함으로 어른을 울게 합니다. 그 속에 어렸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해서일까요?

꽤 좋은 이야기를 스미노 요루는 우리에게 들려준 것 같습니다.


행복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나노카는 자신이 늘 부르던 그 노래처럼 행복을 찾아갑니다. 걷고 걸어 걷다보면 행복의 길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힌트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인생이란 내편 같은 것이랍니다." 


인생은 한번도 적이였던 적이 없습니다. 신이 실수로 나에게 나쁜 운을 내려주었어도 인생만큼은 언제나 내편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언제고 행복의 길로 돌아올 나를 기다리는 내편 말입니다.


잘 들어라, 나노카야.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나노카 식으로 말하자면,

행복이란 '먹어 본 과자가 지금까지 먹어본 인생 과자 중 가장 맛있는 과자인' 것입니다.

또 어느날 그 기록을 갱신할 더 맛있는 과자가 분명 또 나타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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