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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모델링 - 반만 일하고 두 배로 버는
정효평 지음 / 새로운제안 / 2018년 1월
평점 :
"현재의 비효율적인 사업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일련의 작업" 이것이 바로 저자가 내리는 "비즈니스 리모델링"의 정의입니다. 사실 현장에서 많은 컨설팅 업체가 다름 아닌 바로 이 일로 먹고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업을 운영하시는 CEO들께서도, 한 번 정도 자신의 패턴과 스타일을 객관적으로, 3자화하여 분석, 고찰, 반성할 수만 있다면야 구태여 비싼 돈 들여 컨설팅 업체에 일을 의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이 얇고도 컴팩트한 책 한 권만 잘 읽어도, 현재의 크고작은 곤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업체가 많아질지 모르겠습니다.
"창업이란 실로 미친 짓"이란 저자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책 중에 적절히 서술된 대로 "자신이 채용하고 있는 비정규직들보다 더 적은 소득만을 챙기는" 사업주가 80% 이상입니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며 고객들은 매사에 불만입니다. 3년 안에 자신의 사업장을 닫는 업주가 태반입니다. 파산할 경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합니다(p21:8). 이런 비참한 결과까지 맞지 않고, 우아하면서도 윤택한 장래를 꾸리기 위한 사업주의 바른 길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자는 "지금까지 당신은 많은 관련 서적(자계서나 창업 조언)을 읽어 왔을 터이나, 이 책은 그 이상을 알려 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하시네요. ㅎㅎ 어디 정말로 그런지, 호기심 가득히 품고 책장을 넘겨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인 저자이시다 보니, 사교육 시장이 워낙에 큰 한국의 실정을 감안하여 처음부터 그쪽 언급이 있으시네요. 애초에 시장 볼륨 자체가 적으면 CEO의 창의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효과를 보기가 어렵죠. 개탄해야 할지 그 실낱 같은 긍정적 작용을 기대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한국의 교육시장은 기존에 형성된 범위도 클 뿐더러 당분간은 성장 잠재력도 여전합니다. 어제 저소득층의 이쪽 섹터 지출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으나, 대신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지불 의향은 여전하거나, 아예 다른 방향의 수요로까지 확산합니다. 이쪽도 부익부 빈익빈의 추세가 전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안이한 인식을 가진 창업 희망자들에 대해 대번에 질타부터 하고 듭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재미를 못 보고 매번 망한 건, 남들따라 살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씀에 따르면, 예를 들어 학원은 앞으로도 극심한 레드 오션의 전형적 패턴에서 헤어나지 못하리라는 겁니다. 남들 잘 된다니까 부화뇌동하며 거기 끼어든 거지, 앞으로 전망이 어떠할지 냉정히 분석, 계산해 본 적 있느냐는 겁니다.
솔직히 맞는 말 아닙니까. 대치동에서 학원이 하루에도 몇 개가 죽어나가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하는 일침은, 당신이 지금 그 사업을 영위하는 목표가 무엇이냐고 되물어 보라는 겁니다. "돈 때문"이라면 당장 기본 마인드부터 뜯어고치라고 합니다. 아 물론, 당신이 예컨대 수학경시대회 고난도 문제를 푸는 고수이거나, 라틴어 등 희귀 고전어에 특별한 실력과 재능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대체불가능의 브랜드를 지닌 셈이므로 걱정 않아도 됩니다. 얼마든지 사교육 시장을 파고드십시오. 이 책은 그런 특별한 처지 아닌, 평범한 프리랜서나 사장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시간과 일과 관습의 주인이 되어라." 아니 지금 먹고살기가 얼마나 팍팍한 과제이며, 다들 손톱만한 건수라도 찾아 혈안이 된 판에 무슨 한가한 충고인지요. 그러나 저자는 단언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노예처럼 끌려다니는 패턴은 결국 본인을 관습과 패턴에 종속된, 다른 경쟁자들과 한 치 다를 바 없는 뻔한 지망생 그룹에 영원히 묶어 둡니다. 반면 주인이 된 인생은, 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휘하는 그 창의력부터가 남과 다릅니다. 저자의 중간 결론은 "일을 하느라 돈 벌 시간이 없는 삶을 살지 말라"입니다. 역설 같으면서도 얼마나 큰 진리를 담고 있습니까.
당신은 일단 당신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고 저자는 대뜸 조언합니다. 아니 이 취향 다각화의 시대에 뭔 소리냐 싶다면, 저자는 "당신 자신부터 포함해서,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대중이 '결정 장애'의 고민을 앓는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누가 골치 아프게 선택지 앞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따지고 있냐는 거죠, 요즘 세상에요.
저자는 곧이어, "당신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떠드는 건, 어느 한 가지에도 확실한 자신이 없어서이다!" 라고 꼬집습니다. 카, 맞는 말 아니겠습니까. 알고보면, 비슷비슷한 아이템 여럿을 끄집어 늘어 놓는 것도, 뭐 하나 확실한 킬러 아이템이 없어서 아니겠습니까. 그게 바로 흔한 "남따라" 방식(앞에서 저자가 지적한)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과거에는 이런 걸 두고 "미투"라고 했는데, 요즘은 전혀 다른 쪽으로 사회의 거센 흐름이 하나 만들어져서 사용을 자제해야겠어요)
예를 들어 케이터렁이나 요식업이면, 자질구레한 부수 품목은 대거 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는 무려 반 세기 전 맥도널드 체인의 창업자가 그 효용을 일찍부터 증명한 진리이기도 합니다. "그저 맛에 집중하는게 살 길이다." 이걸 다른 말로 바꾸면 "나만의 브랜드화"입니다. 그토록 많은 마케팅 구루들이 "브랜드화"의 중요성을 인지했어도, 정작 우리는 실천에 못 옮기고 있었던 겁니다.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저스트 두 잇!"을 강조합니다. 설사 망할 계획이라고 해도 일단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뭘 배운다고 생각하고, 뭐라도 저질러 놓고 보라는 겁니다. 당신이 우물쭈물 쓸데없이 뭘 재는 동안 황금 같은 기회는 저 말리 날아가고 맙니다. 당신은 고작, 일어나지도 않은 재앙이나 실패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거짓 안도로써, 당신의 못난 깜냥과 재간을 호도하고 있던 겁니다. 왜 행동으로 옮기지 않습니까? 그것도 당장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두가 니치 마켓입니다. 널널한 장터를 마련하고 누구나 비슷비슷한 웨어를 들고 와서 여기저기서 좌판 깔고 장사 하게 도와 주는 마음씨 좋은 시장은 없습니다. 지금은 18세기 랭커셔의 싸구려 면직물을 이곳저곳에서 팔아대는 런던과 파리, 혹은 난징의 뒷골목 따윈 없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말합니다. "내 맘에 드는 딱 한 사람만 받습니다." 당신은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고객도 자기 취향과 설 자리를 자각해야 셀러, 벤더에게 대접 받는 세상입니다. 어설픈 가짜 취향을 꾸미고, 안목의 부재를 과소비로 위장하려는 천박한 졸부는 오히려 판매자에게도 경멸 받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미투 소비자)에게는 팔지 말고, 당신의 상품, 브랜드를 진정으로 알아보는 안목 높은 고객만 상대해야 합니다.
"많이 벌기 위해서는 적게 일해야 한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어도 이런 주문입니다. 열심히 일한다는 핑계 하에 루틴의 노예를 자청하는 사람은, 이미 혁신을 회피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남들 보라고 "쑈"를 하는 겁니다. 당신이 신명을 바칠 수 있는 일에 올인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만들며,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리빌딩과 창의력 충전에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비즈니스 리모델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