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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패턴 베트남어로 쉽게 말하기 (초급과정) - 베트남어 나도 말하길 원해 ㅣ 나말해
윤선애 지음 / PUB.365(삼육오)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대략
십여년 전부터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현지 공장 건립을 통해 저렴한 원가의 이점을 가진 생산 기지 확보를
노리는 분들도 있고, 부동산 개발 쪽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책에도 나옵니다만 베트남은 남북으로 굉장히 길게 뻗은
나라고, 통일보다는 분열 상쟁의 시기가 더 길어 아직도 지역 간 화합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등 여러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습니다. 어떤 외국에 진출하는 분들이 공장 부지 확보(겸 저렴한 현지 노동력)에도 관심을 갖고, 다른 이들은 부동산 개발 쪽에도
관심을 쏟는다면 땅이 엄청 크기라도 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베트남을 작은 나라로 인식하지만 면적은
말레이시아(이상하게도 대국이란 이미지가 강하죠)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안 납니다.
인구는
9천만을 훌쩍 뛰어넘으니 사업가들이 이 나라의 장래에 눈독을 들이는 게 너무도 당연하며, 우리처럼 벌써부터 인구 증가세가 조로
현상을 보이지도 않고 이제 갓 중산층이 커나가는 단계이니 미래성장 동력을 여기서 찾는 게 당연합니다. 아직 믿음직스러운 번역기가
제대로 출시되지 않았으며, 현지인들로부터 신뢰를 쌓으려면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감정을 듬뿍 담은 채 개성적인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엄청 중요합니다. 김일성이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잘 해서 중국인들의 환심을 샀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
주위에도, 현지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베트남어 몇 마디쯤은 아예 습관이 된 분들이 많은데요. 이처럼 언어는 습관이며, 언어학적으로
너무 심각하게 바탕을 깔고 시작하기보다는 그냥 운동하듯이 시간 날 때마다 몇 가지 패턴에 부착된 문장, 대화를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꾸준히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의 두뇌는 한 가지를 익히면 변형하여 응용하고 싶어하는 게 거의 본능입니다. 패턴이
머리와 입(이게 중요합니다), 습관 속에 자리잡으면 언어의 정복까지 먼 길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베트남인들의
역사는 중국과의 항쟁사라고 요약하는 입장이 있을 만큼,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은 엄청 강한 걸로 유명합니다. 이런
베트남인들이건만, 그들에겐 유감스럽게도 고유의 문자가 없습니다. 바로 옆 태국 같은 경우 아랍어나 힌디어 처럼 자신들만 쓰는 문자
체계가 있는데, 베트남인들은 마치 중국인들이 주음부호를 병용하듯 알파벳을 일부 변형한 시스템을 씁니다. 자국의 주체적 노력 없이
외세에 떠밀려 근대화가 이뤄진 아픈 과거의 역사를 지닌 민족들이 흔히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터키도 베트남과 이 점에서 사정이
비슷합니다. 외국인 학습자인 우리로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어는
중국처럼 성조가 있는데(태국어도 그렇고요), 이 점도 한국인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지요. 헌데 요즘은 중국어 잘하시는
분들이 워낙 늘어나서, 이제는 장벽이 아니라 "그 어려운 성조를 배운 겸에 다른 외국어 하나 더 익혀 놓자!"며 오히려 의욕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표준 북경어와 베트남어의 성조 체계는 매우 다르지만, 언어는 입에 올리고 사는 습관이기에 자꾸
입으로 발음하고 소리내어 버릇하면, 아 이처럼 소리의 높낮이로 의미를 구별하는 문화권, 언어 체계도 있구나 하며 결국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집니다. 성형 수술이 발달하면 길거리에 다 미인들만 남아날 것 같지만 오히려 용한 의사들의 공통된 시술 개성이 훤히
얼굴에서 읽혀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타고난 아름다움을 가진 이들이 더 빛나듯, 번역기 없이 자유자재로 말하는 이들의 진정성은
현지인들이 더 알아줍니다. 한류 열풍에 빗대어 말하자면, 인공적인 세련미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그루브와 무대 매너, 가창력으로
각광받는 걸그룹 마마무의 성공사례와도 비슷하죠.
"회사"는
비즈니스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용어이므로 성조와 함께 정확히 익혀둬야겠습니다. 왜, cong이라고 쓰면서 "꽁"이 아닌
"꼼"인가? 이런 걸 불편해하며 자꾸 부정적 생각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협소한 자신만의 상식에 갇혀 뭘 자꾸 재단하려 드는
습성은, 조직에의 부적응, 학습 능력 장애를 가져옵니다. 언어는 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관습이 따로 있는 법이며, ng과 n과
m이 서로 통하면서 미묘히 구별되는 양상은 프랑스어, 스페인어, 심지어 일본어에서도 관찰됩니다. 본인이 몰라서, 무지해서 근거
없이 "틀렸다"고 여기는 건 그저 그 자신의 부적응성을 노출할 뿐입니다. 현지인들과 친해지며 경제적 실리를 얻으려면 그들에게 뭘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그들의 습관에 익숙해지며 어울려 뒹구는 게 최상의 방법입니다. 어설프게 뭘 지적하려 드는 사람이 현지에 잘
적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꼼 띠"는 한자로 쓰면 "公司"입니다. 벌써 중국인들과 자주 접촉하는 이들은 확 익숙한 느낌이
오죠? 중국도 회사를 공사라고 쓰니까요. 심지어 성조까지, "솔"에 가까운 음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중국어 公司도 두 음절 다
제1성으로 내기 때문이죠.
다 비슷한
건 아니고 당연히 차이도 있습니다. 우리나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사악한 정령"에다 魔를 쓰는 건 같은데, 중국어의 魔는 서서히
올려가는 제2성이며, 베트남어의 "마"는 계속 평평한 솔(이 책의 설명을 따릅니다)음이라서 매우 다릅니다.
또이 쾌: 저는 잘 지냅니다.
아잉 쾌 콤: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이처럼
베트남어는 조사나 연계사 없이 단어만으로 뜻이 통하기도 하는데? "콤(khong)"은 여기서 "~가 아니다"라는 부정이 아니라,
별 뜻이 없이 의문문을 만드는 기능입니다. 같은 단어로 기능만을 다르게 써서 의미를 구별하는 셈인데, 이 책에 나온 대로 문장을
통째 외워 "패턴"으로 학습하면(자꾸 반복하고 따라해봐야 합니다) 어느새 "본래 그런 것 아니었어?"하고 몸이 익숙해합니다.
제가
예전에 프랑스어 공부할 때도 절감했지만, 외국어는 종이책 가지고 백날 파 봐야 다 소용 없습니다. 오디오 자료가 학습에 언제나
따라와야 하는데, 책에 나오는 패턴별 문장을 모두 현지인의 음성으로 읽고 담은 MP3 파일을 출판사 홈페이지(여기에요 http://www.pub365.co.kr/thought/book/view.asp?bidx=486&page=1&stype=&skey=)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 윤선애 선생님 목소리가 아니라 어떤 남자분인데, 또이 헙(나는 공부한다) 이러면서 약간 어눌한
듯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녹음되어 있으므로, 책에 나온 한글 표기가 아니라 이 음성 자료를 통해 따라해 봐야 합니다. 다
합쳐서 150Mb도 안 되는 부담 없는 용량이며, 책도 중요하지만 이 오디오 교재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시고 시간 날 때마다 반드시
입으로 따라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저거 말고 워드노트, 패턴 정리 pdf도 함께 받을 수 있는데, 책도 예쁘게 편집되었고
다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런 음성 파일 부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시된 책 표지(jpg 파일)가 달라서 이건 다른 책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책 맞으므로 갈등하지 마시고 그냥 다운받아서 들으세요.
베트남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있고, 학습자들이 언제나 헷갈려하는 호칭 문제도 깔끔히 정리되었습니다. 영어도 그렇고
사실 외국어의 학습은 단어 하나하나를 파고든다거나(교양으로 좋지만) 문법을 깊이 연구하기(고급 사용자나 라이팅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도 좋지만, 당장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써 먹기에는 이런 패턴 학습, 통째 외우기처럼 가성비 좋은 게 또 없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비슷한 구조로 영어 참고서도 나와 있는 것 같은데 당장 의사소통이 급하신 분들은 학교 다닐 때 배운 문법은 잠시 잊고
이런 패턴 학습으로 한번 시도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