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켈하임 로마사 - 한 권으로 읽는 디테일 로마사
프리츠 하이켈하임 지음, 김덕수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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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 주제라면 사실 멀게는 수백 년 전의 저술부터 해서 권위 있게 의존할 만한 것들이 많고, 최근까지도 통사로서 유익하게 읽을 만한 업적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의 고전이 너무 까다롭고 엄격한 모범을 세워 놓았기에, 이 시대를 다룬 역사로서의 서술은 내용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그 문장력 수준이 기번처럼 신이(神異)의 경지에 올라야 그게 로마사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양 통할 정도라고나 할까요. 물론 역사학은 다른 사회과학과 달라서, 성립 당시부터 문학과 철학 부문과 거의 일체를 이뤄 왔고, 이 때문에 내용을 떠받들 문장(이라는 형식)도 그 모양새부터가 아름다워야 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문학은 물론 심지어 철학도, 완성도 있는 내용을 서술하는 그 문장까지가 아름다워야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 이 때문에 여간한 내공과 재능과 수련 기간을 갖추지 않고서는, 후대의 학자(라기보다 거의 문필가 수준의 인력)들이 도전할 엄두를 못 내어 왔죠.

이 책이 출간된 지, 그리고 심지어 저자께서 사거한 지도 어언 반 세기가 훌쩍 넘어가니, 책은 더 이상 야심찬 신저가 아니라 거진 고전의 반열에 들어야 할 판입니다만, 여튼 이 책은 기번의 고전과 대조하며 읽을 때 특히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물론 기번의 고전은 일단 양적인 조건에서 이 번역본과 나란히 놓일 볼륨이 아닙니다만, 서술의 압축성(전체가 몇 권으로 되어 있든, 로마사는 어떻게 쓰여도 압축과 절제의 미를 갖춰야 합니다)과 체계성 면에서 이 두 고전은 나란히 놓였을 때 각각의 자격과 만만찮은 존재 이유를 더 부각한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기번의 고전은 물론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두 밀레니엄에 다리를 걸친 비잔티움 제국사까지 커버하는, 사실 말도 안 될 만큼 담대한 의도와 엄청난 집념의 산물이죠. 반면 이 책은 (의외로?) 제목이 내용을 일정 부분 암시한다고 할까(기번의 고전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지만), 기번의 무지막지한 성과와 의욕에 질려 버린 후대의 반성이 다분히 깃든, 비교적 절제되고 아담한(?) 범위만을 집중 조명하는 서술입니다. 헌데 이처럼 저자의 기획 스케일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공화정 이전(심지어) 어렴풋한 안개에 휩싸인 시기마저 다루기 때문에(또, 기번의 책이 제목 그대로 "제국"의 기초가 놓여 가던 시기부터 시작을 잡기 때문에), 앞으로 당겨지고 뒤로 밀리는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두 책이 얼추 커버하는 시대 길이가 1200년 가량으로 비슷합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업은 기번의 것이 난이도가 높았겠고, 부족한 자료를 취합하여 온전한 체계를 구축하는(비록 후대에 축적된 성과의 도움을 받았다쳐도) 수고는 이 하이켈하임의 땀방울이 더 농도 짙게 맺혔을 만합니다.

사실 우리가 비잔티움 제국사는 "로마사"와는 별개로 고찰, 파악해야, 대상의 정확한 이해나 대접이건, 우리 현대인 자신의 요긴한 활용에건 더 적절한 결과이겠기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로마사"를 개관하기엔 기번의 고전보다 이 책이 더 유용한 도구입니다(그것도 한 권으로). 김덕수 박사님의 이 번역본은 이미 십여 년 전에 하드커버판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만, 읽기 깔끔하게, 또 휴대하기 편하게 나온 이 신간도 참 마음에 듭니다. 도정제 실시 전에 그 구간은 큰 폭의 할인(아니었나? 기억이 확실치 않군요) 행사가 있었기에 제가 당시 냉큼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이제 이 책도 옆에 나란히 소장하니 정말 훈훈해집니다. 지금 막 귀가한 터라 사진은 나중에 업로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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