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항공 승무원 청소년을 위한 진짜 진학, 진로, 직업 멘토링 1
MODU 매거진 편집부.이정호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공 승무원이란 직종에 대해 그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많은 오해를 갖거나, 반대로 어떤 환상을 품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서 저도 비로소 안 사실이지만, 항공사 승무원 채용시 경쟁률은 거의 200대 1에 육박하기도 한다는군요. 그만큼 인기도 좋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지만, 이 직업에 어떤 자질과 능력, 준비가 필요한지는 여전히 인식이 미진한 편입니다.

이 책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하는 두 분의 중견 승무원을 모시고 인터뷰 형식으로 승무원 직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줍니다. 질문의 수가 많고 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라서 이 분야 지망생들이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어갈 것 같은데요. 인터뷰 대상이 된 두 분 승무원은 "환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가장 모범이 될 만한 마음가짐, 외모, 자세, 능력을 갖춘 분들"로 보였습니다. 책에 실린 수십 컷의 사진을 통해 두 분의 얼굴을 보면 성실함, 근면함, 자상함, 그리고 자신의 직분과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물씬 풍기는 모습들입니다. 앞서 승무원 채용 경쟁률이 200대 1에 가깝다고 했지만, 이런 치열한 관문을 통과하고도 각각 십여 년, 이십 년 가까이 근속하는 분들이시니 그 내공과 자질에 대해선 짐작이 되고 남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은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1) 육체적으로 만만치 않은 노동 강도를 요하고 2) 다양한 손님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가짐이 절실하며 3) 비상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의 특성상 순발력과 전문 지식이 습득되어야 하며 4)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자질이 평가되기에 전문직종으로 분류되는 직업입니다. 특히 2)와 관련, 많은 탑승객들이 4)에 대해 인식이 미진한 편이기에 이 직종의 고충을 배가하는 원인이 되죠. "사치"와도 거리가 먼 직업이라서, 특히 면세점 구매액 한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못한 100달러라는 말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분 승무원은 각각 사무장, 부사무장의 직급인 고참들이시라서 승무원이란 직종의 특성, 자질, 고충, 보람, 현황, 전망에 대해 핵심을 꿰뚫는다 할 시원한 설명을 해 줍니다. 아무래도 탑승 손님들 중 일부가 무례하고 거친 매너로 항의, 불평, 시비 등을 해 댈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하시는군요. 점프 시트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고 1) "일은 안 하고 가만 앉아만 있네?"라며 비꼬고 지나가는 이도 있고, 2) 승객 모두가 제 자리에 앉아야 이륙을 할 텐데 끝까지 비협조적으로 굴며 오히려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에나 별의별 사람이 다 있기 마련이지만 사실 이런 특수한 유형은 우리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독 잦은 빈도로 노출되곤 하죠. 1)의 경우 자신이 월급 주는 입장도 아닌데 지적(같지도 않은 지적)을 할 이유가 없고(고용주라면 물론 업무의 성격을 알겠으므로 당연히 지적을 안 하죠), 남 일에 신경 안 쓰는 문화가 지배적인 곳이라면 나타날 수가 없는 행태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은 분들이라 자신의 직역을 넘어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고백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륙 직전 쥬스를 서비스하는데 갑자기 기체가 움직이니 자세가 흔들려 쥬스를 쏟을 수밖에 없죠. 옷을 버린 손님은 불같이 화를 내고, 어떻게든 옷의 얼룩을 지워 드리겠다고 한 후 한참 뒤 세탁한 옷을 갖다 주자, 화를 낸 손님이 오히려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더라는 겁니다. 저는 이 경우 손님의 태도가 이해할 만한 반응이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기다렸다가 쥬스를 내와야죠!"라는 그의 지적은 상식으로 판단하건 법적 기준을 적용하건 타당한 항의입니다. 유능한 승무원이라면 당연히 고려에 넣어야 할 사항이었죠.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될 수 있는 고성을 낸 건 그의 불찰이기도 합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절차를 밟아 해결될 수 있는 피해이니 말입니다. 이런 까닭에 자신의 잘못 역시 깔끔하게 인정한 건 역시 정중한 매너가 맞습니다. 이 손님의 태도와 케이스 해결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기에 해당 승무원께서도 이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특별히 언급한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대목은 채용 절차에서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합격할 수 있냐는 점이겠습니다. 무엇보다 면접에서, 이 응시자가 항공 승무원 업무에 적합한 인재라는 점을 그 짧은 시간 안에 심사위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군요. 다른 회사, 다른 영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특히 이 직종의 경우 "일에 적합한 얼굴인지 아닌지 보기만 해도 감이 오며, 만약 채용될 경우 어떤 패턴으로 업무에 적응해 나갈지까지 훤히 그림이 그려진다"고 할 정도라는군요. 면접이란 그만큼이나 중요한 절차이며, 혹 떨어진 응시자 입장에선 추상적 기준이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으나, 해당 직역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의 "감, 촉"이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의 직관이란 때로 모든 물리적 기준, 객관적 수치를 능가하는 타당성을 지닙니다.

모든 항공 승무원 지망생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가꾸어 온 두 분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털어 놓습니다. 자기 직역에서 버젓한 커리어를 구축한 이들이 (성장기 중)언제부터 직업상을 그려 나가기 시작하고,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이 지원하게 되는지 매우 시사하는 바가 많은 대목이었습니다. 한 분은 김포공항 근처에서 자라났다고도 하시고, 아버님이 교사이셔서 책임감과 성실을 중요한 덕목으로 훈육받았다고도 하십니다. 두 가지 다, 특정 개인의 상황으로만 넘길 수 없는, 성공한 승무원의 전형적 성장 배경 요소로서 곱씹을 만한 대목이었습니다.

승무원으로 이분들처럼 성공적인 경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성격이 활달하고 밝아야 합니다. 사교적인 품성으로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어려운 일에 닥쳐서도 감정적으로 거뜬히 소화해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분들 역시 어려서는 부끄러움을 잘 타고, 아무래도 여성이시니만치 남 앞에 나서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대학생 시절 여러 "알바직"을 거친 게 이런 사회성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도 하는데요. 한 분은 통신사 프론트에서 방문 고객을 맞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 체험이 이후 모르는 이들 앞에서 느끼는 당혹감 등을 씻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시네요. 지원자들이 깊이 염두에 두고 곱씹을 부분입니다.

외국어 능력도 필요합니다. 승무원직은 아무래도 고객과 소통하는 일이고, 그 소통이 깊이 있을수록 유능한 평가를 받게 마련입니다. 만국 공용어인 영어 등에 능통하지 않고선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은 모두 아시아나 소속이지만, 한국인들이 외국의 타 항공사에 지원하기도 하고(이 경우 한국쪽 노선에 배치), 반대로 일본인, 동남아인 들이 한국의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합니다. 일어, 중국어를 잘하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며, 실제로 토익 점수가 높거나 해당 외국어 구사 실력을 증명할 시험 점수를 갖추는 게 채용시에 호의적으로 평가됩니다.

승무원 업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여러 사진이 실린 게 장점이겠고요. 영화잡지 씨네21에서 이름을 자주 접하던 최성열 기자의 "작품"이어서 "과연!" 싶기도 했습니다. 두 분 승무원을 담은 여러 사진들은 그저 개인의 용모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와의 연계에 포커스를 둔 "자료"에 가까운 성격이라서 특히 유익했습니다. 다만 인터뷰이 두 분 모두 여성이시고, 이미 남성 승무원들이 많이 활약하는 현실을 반영해서 그쪽으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소개했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제가 남자가 아니라서..."라는 솔직한 답변에서 친근감과 매력도 느껴졌지만, 남성인 대학생, 대졸자, 혹은 10대 청소년들도 이 책에 관심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