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다 - 직원을 생각하는 작은 행동이 위대함을 결정한다
류성 지음 / 비즈니스맵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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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면서부터 선한 존재이지만, 성장하면서 나쁜 환경, 대인 관계의 상처 때문에 악행의 습성이 몸에 배는 걸까요, 아니면 그 반대로, 태어나면서부터 짐승과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으나, 좋은 교육을 받고 적절한 사회화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인간이 되기" 시작하는 걸까요. 고대 맹자와 순자 같은 현철들도 답을 내지 못한 질문이니 우리가 이 난문을 해결할 가망은 거의 없긴 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조직에서 위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짜식들은 좋은 말로 하면 알아먹지를 못해!" 같은, 보편적 인간의 자질, 성품에 대한 회의적 태도, 불신을 표현하시는 경우가 많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좋은 말로 타일러도 될 걸 꼭 저러실 필요가 있나? 저렇게까지 해서 권력욕을 해소해야 하나?" 같은 불만을 털어놓는 빈도가 잦더라는 것입니다. 거칠게 분류하자면, 윗분들은 성악설, 아랫사람들은 성선설을 신봉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업 문화가 확실히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선 당연하고, 작은 규모의 회사라고 해도 예외 없이(경우에 따라 더 지독하게), 직원들을 들들 볶는 문화가 조직 전체를 지배했습니다. 역사책을 보면 산업 혁명 직후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박봉만 지급한 채 "밥값을 하라"며 사정없이 피용인들을 몰아세우는 풍토가,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을 부리는 방식에서도 예외 없이 팽배했습니다. 그 악명 높은 사용자였던 헨리 포드가, 동종 업계 대우에 비해 파격적인 기본급 상향 조치를 취하고, 유례가 없던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선택만으로도 "경영관의 혁신"이라며  그토록 칭송을 받은 것도 이런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시장 논리에 따르지만 않고, 일 못하는 직원을 닦달만 하고 해고의 위협만 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일 잘하는 직원에게 포상을 하는 그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경영자로서 너그럽고 탁월하다는 평판의 형성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물론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대인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조직 문화에선 아직 요원한 감이 느껴지는 화제입니다만, "직원을 존중해야 일이 잘 되고 성과의 질이 높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확산되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대량 생산 - 대량 소비로 대표되는 근대 생산 체제에서는, 거대 설비를 마련하고 많은 직공을 고용해서 획일화한 작업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시키기만 하면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의 기호, 취향, 소비 패턴이 다양해진 현대에는, 거대 공룡이 운신하는 폭이 오히려 줄어들고, (한국에서는 아직 실감할 수 없는 진단이지만) 확실한 메리트를 지닌 분야, 업종에서 치고빠지기에 능한 소규모 기업(대부분 벤처 기업이기도 합니다)들이, 대기업의 서툴고 느린 추격을 농락하며 큰 이윤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작업의 양이 아닌 "질'이 중시되는 산업 구도에서, 고용주가 직원들 기분, 사기를 상하게 하면 그건 고용주의 손해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구조가 점점 대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은 빵만 먹고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은 누구의 눈에도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마지못해 하는 일과, 사장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신이 나서 하는 일은, 그 완성도와 고객 만족의 파장 면에서 같을 수가 없습니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사장이 아무리 똑똑해도, 그저그런 직원 십여 명이 종래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에서 불쑥 내어놓는 아이디어를 모두 대체, 능가할 만한 활약상을 보이기란 불가능합니다. 월급 주고 부리는 직원에게서, 그 포텐의 최상이 터지게 하지 못 하면, 그게 바로 사장의 손해겠죠.

펀 경영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물적 자원을 낭비 없이 최대한 투입, 활용하는 게 영리한 경영이듯, 인적 자원의 효율을 최고치로 높이는 게 탁월한 기업의 수완이 라는 거죠. 물론 살살 기분만 띄워준다는 얕은 속셈으로 접근하면 그게 통할 리 없습니다(그마저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처음부터 자신이 공을 들여 뽑은 인재이니만치, 그 인재의 특성과 기질을 빨리 파악하여, 살 맛 나는 직장에서 스스로 책임감, 참여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는 기분을 들여 줘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의 CEO는 폭군형이나 음험한 사기꾼 타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잘 꿰뚫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인격자라야, 거래처나 소비자는 물론 매일같이 얼굴을 대하고 부대끼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죠. 일본 전국시대에 "그 주군은 그 부하들을 반하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한 격언이, 사실 리더십의 요체를 몇 백 년 앞서 통찰한 소치입니다.

(주)놀공발전소의 대표 피터 리는 아직 젊은 나이의 경영자입니다(이분 뿐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대부분 이 또래더군요). 이분의 철학은, "노력하지들 마세요. 노력하시는 직원분은 그 자리에서 해고합니다." 라고 합니다. 딴청피우지 말고 일좀 하라며 눈을 부라리는 게 상사, 오너의 습성인데, 노력하는 직원을 오히려 짜른다니 슨 말인가. 이 기업의 특성상, 지루하게, 혹은 필사적으로 일을 하면 그 결과물이 시장에서 찬밥취급 당하는 일이 잦다는 겁니다. 저학년 아동용 교육 아이템을 제작하는 이 회사는, 사명이 말해주듯 "놀듯이 공부하게 도와준다"가 회사의 모토입니다. 아이들보고는 노는 것처럼 공부하라면서, 학습 애플리케이션은 절박한 마인드로 기일에 쫓겨 마지못해 만든 티가 팍팍 나면, 문장 하나 레이아웃 하나에서 그 기분이 어린 독자들에게 전해지지 않겠습니까? 놀고 싶고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려면, 제작자부터가 그런 기분으로 제작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즐기면서 일을 하라. 즐기면서 만든 컨텐츠가 아이들에게 즐겁게 소비된다." 비단 이 방법론이 이 영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 싶습니다.

37세의 김봉진 대표님은 요즘 나오는 경영서마다 언급이 빠지는 게 드문,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성공사례의 모범이 된 분입니다. 본업보다 이곳저곳 강연 스케줄이 더 바쁠 때가 있을 정도죠. 이분이 만든 "배달의민족"은 벤처 성공 신화의 센세이션을 유발했고, 이분이 개발자로서 프로젝트에 임한 자세뿐 아니라 조직을 관리하는 탁월한 기법도 여러 차례 화제가 되었습니다. 상처 받은 직원, 자긍심을 갖지 못한 직원에게서 건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으니, 일에 찌들지 않고 항상 상상력이 저 먼 창공에서 날개짓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게 대표님의 철학입니다. 도서 구입비를 전폭 지원하고, 살찌고 몸매 망가지는 게 자신의 회사에서는 흉이 안 되게, 건물 곳곳에다 과일 등 간식거리를 잔뜩 비치하는 것도 (주)우아한 형제들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광고기획사 이노레드를 이끄는 박현우 대표님은, 어느날 정말 힘들게 따낸 수주를 클라이언트에 되돌려 주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걸작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이 건 때문에 야근에 휴일 근무에 몹시 힘들어합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 일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거래처에서 보인 반응이 더 의외였습니다. "박 대표님, 존경합니다. 이노레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분들이겠군요." 마치 홍보용으로 제작된 에피소드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박 대표의 진실한 가득 묻어나는 표정과 풍채, 광고인답지 않은 비주얼을 보고서야 독자에게 놀라운 실감으로 다가옵니다. 한 건 잘 마쳐 내고 장사 접을 거 아니라는, 매우 속된 계산에서도 이 전략은 타당하며, 그런 얕은 계산을 떠나서도, 광고처럼 농도 짙은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하는 업종에서 "진정한 소통이야말로 궁극의 경영 비결"이란 점에서도 박 대표님의 이런 선택은 멀리 내다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경영 통찰입니다.

(주)이심전심은 떡볶이회사 체인점입니다. 이 회사는 우수사원에게는 모든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합니다. 정말로 "회사 경영권을 제게 넘기세요." "하늘의 별을 따다 주세요." 같은 무리한 소원을 말하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우려에, "백지수표에다 가장 적정한 금액을 써 내듯, 존중받는 직원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라는 게 CEO의 답입니다. 최근 대한항공 사건에서, 해당 스튜어디스와 사무장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보십시오. 내가 대접 못 받는다 싶으면 상황이 허용하는 극한까지 가고 보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 이치도 현실에서 통하겠다 싶은 짐작 역시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심규태 대표님의 탁월함은, 대담하고 진정성 있는 신뢰의 제스처를 직원들에게 바로 행동으로 보였다는 데에 있습니다. 재직 기간 중 150만원 상당의 월세를 지원하고, 최신 외제차 모델을 제공하는 결단은, 모든 직원에게 "아버지처럼 친형처럼 품어주는 사장님"이란 믿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이 회사의 경우, 인적자원 관리뿐 아니라 개별 점포들과의 관계에서도 놀라운 파격 행보를 보이더군요. 각 지점이 공식 레시피에 구애 받지 않고 독자적 시도를 하게 하며, 불리한 약관 개정이나 지침 변경은 전체 가맹점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합니다. 이 정도면 갑을 문화를 전면 거부하는, 거의 시민사회운동 단계입니다. 역발상 그 자체라고 해야 할 대단한 파이팅이라고 할까요.

위대한 기업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 무엇이 기업을 탁월하게 만드는가 등을 놓고 여러 학자, 경영인, 평론가, 저널리스트들이 제각각의 해답을 내어 놓지만,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명확한 하나의 결론입니다. "행복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이다." 마치 가정도, 돈 많고 풍족하며 여유로운 집안이, 불화와 대립의 요소를 미연에 제거하지 못하면 결국 붕괴, 해체되고, 구성원들은 파멸과 절망을 맛보는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직원은 사장의 부속품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큰 울타리, 지붕 안에서 유기체의 기관처럼 호흡과 생리, 최종의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새끼손가락 한 군데에 염증이 생겨도, 일상의 과업이 제대로 처리 안 될 만큼 신경이 쓰입니다. 기업의 몸체를 이루는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한 기업이라야, 그 두뇌라 할 수 있는 경영자의 성취감, 비전도 궁극적으로 충족, 성취해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뿐 아니라, 현장에서 독창적인 기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책임자, 지역에서 신망 받는 약사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옵니다. 전체를 꿰뚫는 공통의 코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웃음과 소통"입니다. 인간 소외가 없는 직장이 생산성도 최고로 높인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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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기업을 많아야 사람들이 행복해질텐데....불행한 일터가 너무 많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