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 - 누구를 사랑하든, 누구와 일하든 당당하게 살고 싶은 나를 위한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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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나로 사는 것,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엔 결코 용이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미는 자아가 있고, 속으로 상처 받으며 약한 모습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자아가 따로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상처"가 두려워 몸을 움추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이란 본래가 이렇게 약한 존재인가, 학교에서 지식과 기능을 전수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원활한 대인관계를 가꾸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진짜 상처가 무엇인지, 상처를 낫우고 아문 자리 위에서 새롭고 건강하며 매 순간이 기쁨 가득한 관계를 새로 구축하는 비결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려는, 아니 일방적으로 뭔가를 전달하려 든다기보다, 독자와 청중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몇몇 전문가의 시도, 그리고 그 성과물인 저서들은 참 고맙기까지 합니다.

 

고답적인 형이상학 담론 저술도 저술이지만,  사회에서의 경제활동 참여에 열심인 일반인을 위한 실용서의 제작에도 성의를 소홀히하지 않는 독일어권 저자들의 좋은 챋책이 요즘 부쩍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트렌드에 속한 일군의 도서 중 처음 읽은 것은 "번아웃 증후군"을 다룬 어느 독일 신경생리학자의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일 중독, 성과(成果) 강박, 속도에 치어 태생적으로 지닌 리듬과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채 주위에 끌려가며 사는, 우리네 직장인들의 모습과 독일인들의 그것이 어쩌면 그렇게 닮았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 독일인들은 라인강의 기적을 그로부터 수십 년 앞서 달성해냈습니다(어구의 기원이나 성격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만). 이처럼 폐허 속에서 각오를 다지며 당대와 후세에 무엇인가를 남기려 분투한 근성과 열의 면에서 두 민족(국가) 사이에 유사한 점이 많기에, 일류 전문가-저술가의 작품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호소하는 바 많은 건 어쩌면 분명한 인과가 존재한다 하겠습니다.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 박사님의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은, 우리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독자들이 찾아 읽은 화제작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독자들의 대열에 참여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열심히 읽었더랬습니다. 힐링을 그 목적으로 표방한 책은 여러 수십 권이 이미 서점에서 독자를 만난 바 있습니다. 인생사 별스러운 바 없는지라 결론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라서인지, 아니면 저자들이 서로를 참조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내용을 보면 비슷비슷 대동소이, 어느새 책과 책을 오가 본 독자들을 지치게 하는 것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 책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과 오기, 그리고 강한 자존감이 적절히 배어나는 선명한 느낌의 제목도 제목이지만, 세심하게 편집된 챕터마다 진정성 있는 저자의 사연, 조언이 꼭꼭 채워져 있어서 그토록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두번째 책의 원제는 <Souverän & Selbstbewusst>입니다. "자신만만하고 자의식 강한 (나)"의 의미인데, 확실히 한국어 번역 제목이 잘 붙은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이 한 문장 안에 다 압축이 되며, "너에게 부당하게 상처 입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 선을 넘어 너에게 어떤 상처를 주지도 않겠다. 나는 관계의 참된 승자가 되겠다"는 은근한 암시가 들어 있습니다. 1권도 그렇고 이 후속작도 그런 저자의 주장과 격려가 곳곳에 녹아 있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소외감 없는 과정을 통해 자발적 힐링이 가능하게 돕고 있습니다. 1권이 "상처(Kränkung)를 입고서도 잘해 나가는 관계"를 표방했다면, 이 후속작은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잘 어루만져 가며 이끌어 나가는 관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2권에서(우리처럼 1,2 하는 넘버링은 없지만 독일어 원서들도 두 권이 깊은 연계를 갖고 전후작 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당신이 왜 상처를 받는가? 그것은 자기 회의감 때문이다. 라는 전제적 문답으로 책 전체의 논의를 일관되이 꾸려가고 있습니다. 서문에서 어원상 "(자기)회의"는, 둘(zwei)로 쪼개어진다"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어의 doubt도 마찬가지로서, 잘 보면 안에 double이 들어 있습니다. (대상이) 하나라면 고민할 게 없는데, 둘로 쪼개지니 이건지 저건지 확신이 안 생기는 거죠. 저자는 "원시 시대 거대한 매머드를 만난 혼자인 인간이, 무기를 들고 그대로 돌진할지 아니면 멈춰 서야 할지 '회의'가 들지 않았다면, 그가 과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후손을 남길 수 있었을지"를 말하면서, 자신에 대한 회의감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며, 오히려 효과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장치라고 정리합니다.

 

저자 바르데츠키 박사님의 책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은, 1) 자신이 강연이나 수업, 연구를 통해 접한 많은 사례를 잘 정리, 소화하여 책에 담아 실감, 공감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 2) 독자 여러분과 내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며, 예컨대 여러분만 쉽사리 상처를 입곤 하는 못난이가 아니라, 상처의 힐링을 도와주려 나선 나 역시 쉽게 상처받고 자기 회의감에서 빠져 나올 줄 모르는 "동병상련 처지"임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그녀는 구체적이고 감정이 살아나는 서술을 통해, "상처는 누구나 받고 입고 지니고 가는 일상인데, 왜 당신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괴로워하는가? 다만 당신이 빨리 상처를 정리하면 할수록, 당신이 남들보다 더 행복해질 수는 있다."는 사실을, 친절하고도 진실되이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 회의에 쉽게 빠지지 않거나, 빠지더라도 곧 벗어나 평정심을 찾는 이들을 두고 우리는 "심지가 굳다"란 말을 씁니다. 근거 없는 자기확신에 빠져 파멸, 실패로 무모하게 돌진하라는 게 아닙니다. 결국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가감 없는 성찰이, 든든한 기반의 자기 확신을 마련하고(최소한, 바닥 없는 자기 회의에 빠지는 걸 막고), 타인으로부터 상처 입지 않는 바탕까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결국 현실은, 이 세상은, 살기에 겪기에 제법 괜찮은 곳임을 알게 됩니다. 혹시 나의 환상을 깨는 순간 세상이 지옥이 되어 나를 덮칠 것 같다는 괜한 두려움을 버린다면,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장벽과 허울도 어느새 사라지고, 상처보다는 활력과 기쁨의 원천이 주위에 더 많다는 점도 안도하며 깨닫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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