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 병법서 - 마음을 공략해 천하를 얻는 최고의 전술서 마니아를 위한 삼국지 시리즈
제갈공명 지음, 조영렬 외 옮김, 모리야 히로시 해설 / 서책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결국은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고 사로잡는 것이 병법의 요체라는 게 이 책의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제갈량은 <연의>에서 신출귀몰의 반신반인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일반의 선입견과는 달리 충직한 공무원, 섬세한 관료형에 가까웠다는 게 정사에 나온 그의 진면목이라는 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정사 <삼국지>를 저술한 진수의 평가에 따르면 그는 대단히 치밀한 사고의 소유자요, 그리고 정석적인 매뉴얼(요즘 표현을 굳이 쓰자면)에 충실한 하이 레벨 뷰로크라시의 미덕을 신봉하는 인물이었지만,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게 치명적 단점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진수 개인의 평가이며, 야사에 따르면 제갈량 가문과 진수가 개인적으로 알력이 적지 않았다는 설도 있고, 이에 맞게 <연의>의 일부가 윤색, 곡해되었다는 설도 있으므로 다 믿을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건, 실제로 촉으로부터 잦은 동병으로 중원을 노렸음에도 불구,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촉의 국력이 위보다 현격히 떨어졌고, 가용 자원도 크게 빈약했다는 점도 고려는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러나 제갈량의 바로 그 장점, 즉 임기응변에 능하지는 못하더라도 결정적 시기에 큰 패착을 저지르는 과오를 면할 수 있는, 확고한 매뉴얼을 (평소의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한 후, 그에 충실히 따르며 파국을 면하는 바로 그 장점을 확연히 엿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사 삼국지에 나온 그 모습 그대로, 마치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제갈량의 컬러 가득한 명제와 가르침을, 이 책은 한자 원문의 소개와 더불어 우리에게 일러 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모든 병법의 기초임을 역설하는 그의 논지입니다. 맹자는 그의 저서 중 공손추 편에서,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는 유명한 논변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들은 반대로 이치를 새기기 일쑤입니다. 나의 주변을 바로하지 못하고, 환경과 조건을 탓하며, 환경과 조건이 유리하게 조성되면 이번에는 천운이 좋지 못해 일을 그르쳤다는 등의 핑계를 댑니다. 거꾸로라고 봐야 합니다. 제아무리 시운이 승(勝)하고 물적 조건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측근 인사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업도 전쟁이고, 수주 하나를 확보하는 것도 중원의 요충지를 누가 먼저 점령하느냐만큼 중요한 쟁탈전입니다. 이런 점에서, 亮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일의 진퇴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잘 일러 준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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