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삽질을 시킬까?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김현정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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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은 군대에서도 "삽질" 위주의 업무 부과를 지양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머리가 좋게 태어나건, 그렇지 못하건 간에,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쪽으로 머리를 쓰지 못하고 단순 반복 노동에 몰리면, 누구를 막론하고 억 울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뇌가 우리에게 삽질을 시킨다"고 합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만약 "삽질"이라는 게 (그런 걸 우리에게 시킨다는) 뇌를 머리에 품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기왕 시키는 그 "삽질"의 방향과 질(質)을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좀 놀라운 깨우침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더군요. 첫째는, 생 각이라는 것에도 단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생각을 물론 하고 삽니다. 몸 곳곳에서 체액이 분비되거나, 체온 유지를 위해 갖가지 일이 다 벌어지는 것처럼, 생각이라는 건 우리의 뇌 속에서 멈출 줄 모르고 지속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도 단계가 있어서, 지금 하는 생각을 두고 이를 반성하는 생각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메타적인" 생각 입니다. 저자는, 이런 메타적인 생각을 하되(일단 보통 사람들은 메타적인 생각 자체를 잘 떠올릴 줄 모릅니다), 자신에게 유익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둘째는, 이 메타적인 생각을 고리로 해서, 개념, 판단, 행동으로 옮김 따위의 단계가 끊임 없는 고리를 이루어,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이어 주는 피드백 시스템을 형성한다는 점입니다(이 과정에서, 사람의 성격은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더군요). 지난 시대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좌뇌/우뇌의 분립 가설(그동안 여러 책에서 그림 같은 걸 보셔서 아시겠지만, 좌뇌와 우뇌는 구조적으로 뚝 떨어져 있다는 게 통설이었습니다)이 거의 오류나 환상에 가까우며, 좌뇌와 우뇌는 끊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게 오늘날 학자들 거의가 동의하고 있는 포인트라는 겁니다. 뇌는 이처럼 역동적인 기관이며, 그러기에 오늘날처럼 진화된 모양과 기능을 이룰 수 있엇습니다. 어른신들 하는 말씀 중에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것도 다 이를 두고 이름이며,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특성을 두고 "신경가소성(뉴로플라시티)"이라고 부른다 합니다.


"생각은 우리 자신 그 자체가 아니다." 저는 이 말이 가장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데카르트도 자신의 존재 근거를 "생각하는 자신"에서 찾았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뜻일까요? 저자는 그보다, 머리 안에서 대뜸 떠오르는 생각의 익숙한 흐름은, 오랜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그게 내 생각인데 나도 모르다니!) 형성된, 일단의 습관 결과물이지, 바로 나 자신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 습관적인 생각의 뭉치들은, 앞으로 환경이 급변하거나 내가 다른 생각 습관을 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기왕 그렇게 바뀔 수 있다면, 종 더 영리하게 바뀌어 보는 건 어떤가? 이것이 저자의 제안입니다. "메타 생각"의 유용성은 여기서 나옵니다. "잠깐, 내가 지금 이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거지?" 처럼, 생각을 한 단계 위애서 내려다볼 수 있는 "멈춤 생각", "생각을 제어하는 생각"을 해 보자는 거죠. 이렇게 되면 외부 요인이 새롭게 바뀌어 나의 생각 습관을 고쳐 주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동시에 머리의 씀씀이가 더 효율적이 되고, 뇌는 더 유연하고 변신에 적합한 유능한 도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뇌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성과를 정리한 제 1부와, 그러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우리 생활에서 응용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제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2부의 내용은 "메타 생각을 잘하는 똑똑한 뇌 만들기"를 위한 30가지 요령(많죠?)을 제시하고 잇는데, 제 생각에는 이 30가지 오령 중 자기에게 맞는 것만 추려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껌 씹기 같은 것도 있습니다. 껌 씹는 활동으로 뇌가 메타적으로 단련된다는 착상에 귀가 솔깃하실 분도 잇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는 평생 뇌의 3%도 쓰지 못 하고 죽는다."고 했는데, 다만 나머지 97%를 어떻게 해서 끄집어 낼 수 있는지를 모르니 결국 그 3%가 100%나 뭐가 다르겠는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가졌더랬죠. 메타적 생각은, 과학적 근거에서 이 잠재되고 그간 사장되었던 뇌의 기능을 최대한 활성화시키는 비책이었습니다. 꼭 그 묵혀 두었던 옛 쌈짓돈을 내어 쓴다는 식이 아니라도,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은 통제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습관을 가진다면 그만으로도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착한 삽질, 남는 게 있는 삽질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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