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이 이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사람이  전 지구를 통틀어 세 사람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물체의 좌표와 위치, 운동의 방향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정량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학의 대전제로서는 일반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편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좋은 예로, "정말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것인지 창 밖 풍경이 뒤로 가는 것인지 느끼지 못한다." 같은 게 있습니다.

 

하지만 영리한 아이들은, "그저 느끼지만 못한다는 것 뿐, 현실은 분명, 나와 내가 탄 기차가 앞으로 가는 것이며, 저 큰 건물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뒤로 빠지고 있는 게 아님"을 잘 압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성 이론이란 진리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잘 분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끼치는 셈입니다. A와 B가 비슷해 보여도, 특정 기준을 적용하면 서로 다른 것임을 가르치는 게 교육인데, 반대로 진즉부터 구별이 되던 것도 "본질적으로 같다"고 해 버리는 셈이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현실에서는 엄격한 의미의 등가속도 운동(등속도 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이 존재하지 않으니, 아주 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가 움직이는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움직이는지 분간 못하기야 할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만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면, 이 이론은 별 쓸모도 없는 듯 보입니다. 그렇게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쓸모가 없습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요? 지금으로부터 다섯 세기 전에 정립된 뉴턴의 고전 역학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절대 진리의 지위를 누려 왔던 것은, 그만큼 이 이론 체계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을 완벽하게 설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도 설명되고 있는 것처럼, 뉴턴 역학은 몇 가지 역설(예: 어떻게 해서 중력은, 그처럼 빠르게 다른 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지구나 다른 물체에 중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이나 미심쩍은 점만 제외하면, 모순도 없고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정리된 체계였습니다. 기존의 이론이 수많은 모순과 역설에 직면하여, 쓸모 없는 누더기가 된 후에 나온 게 아니라, 아직 완벽에 가까운 효용을 자랑할 때 나온 게 상대성이론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더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기존 뉴턴 역학이 자기 방식대로 설명하던 모든 현상을, 빠짐 없이 커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론이 설명 가능한 바를 빼 먹고 설명 못 하는 바가 있다면, 그 새로운 이론은 그리 빼어난 것이 못 됩니다. 상대성 이론은 그렇지 않고, 고전 역학의 장점을 모두 대체하여, 그 중 어떤 현상에 대해서건 빠짐 없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새 이론은, 뉴턴의 기존 체계가 엄두도 내지 못하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으며, 앛으로 벌어질 천문 현상을 예측할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도 우리가 뉴턴 역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눈 앞에 벌어지는 모든 물리적 현상을, 뉴턴 역학처럼 매끄럽게, 또 흠결 없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성 이론을 써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케이크 커팅에 소 도살용 칼을 들이대는 격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일을 설명할 때에는, 뉴턴 역학을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용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들(예컨대 스페이스 셔틀 안에서의 체험)을 두고, 사고 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의 관점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쓰여졌습니다. 일단, 상대성 이론만이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을 독자에게 자세히 풀어 주고, 이렇게 해서 익숙해진 이론적 틀을 이번에는 일상적 현상에도 적용시켜 보는 겁니다. "뉴턴 역학으로 요러요러하게 설명되던 것이, 상대성 이론으로는 이렇게 설명 가능하다." 어느 하나가 맞고 어다른 하나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론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단수가 아닌 복수로 존재함은 당연합니다. 다만 지구에서 벗어나 거대 우주나 극소 물리계를 다룰 때, 뉴턴 역학이 통하지 않음은 명백합니다. 그런 현상을 다루려고 나온 이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그린의 책(<우주의 구조>)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상대성 이론이 던져다 준 가장 큰 충격은, 중력이란 걸 전자기력 따위의 "힘"으로 꼭 파악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력이 작용해서 물체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공간이 굽어졌기에, 물체의 질량 때문에 공간이 곧지 않고 휘어져 있기에, 물체가 그런 경로로 이동할 뿐입니다. 이런 관점을 취하면,  저 위에 적은 "왜 중력은 무엇의 매개 없이도 곧바로 전달되는가? 중력은 어떻게 빛의 속도로 물체에 감지(?)되는가?"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왜 호주에 사는 사람들은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가? 이 문제 역시, 뉴턴 역학 체계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절대적인 북쪽 남쪽이 방위로서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발 밑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아래요, 그 반대가 "위'인 것입니다. 호주쳐럼 우리에게 멀리 떨어진 예를 들 것도 없습니다. 거대한 빌딩 외벽을 거꾸로 오르는 개미 따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에게 더 압도적인 방향으로 인력을 미치는 쪽이, 그에게는 바른 방향이 될 것입니다.

 

서로 다른 우주선을 타고 있는 두 사람이, 이제 어느 한쪽만 (일부러 조정하여) 중력 가속도와 같은 크기로 엔진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하죠. 그러면, 가속을 시킨 쪽이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쪽이 정지한 게 분명하지 않은가? 이렇다면, 모든 운동과 위치가 상대적이란 말도 틀린 게 되지 않은가? 설득력 강한 질문이지만, 엔진 가속 없는 우주선이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쳐 버리면, 깔끔한 해결이 됩니다. 가속 있는 우주선은 정지하고 있고, 가속 없는 우주선은 자유낙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 결론을 우리는 애써 머리를 굴려, "사고 실험"을 통해 알아 내었습니다만,  만약 정말로 우리가 개인용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유영 중이라면, 굳이 번잡한 노력 없이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눈에 뻔히 그렇게 보일" 테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제 눈에 보이는 대로, 가장 편한 설명을 찾게 마련이니까요.

 

고등학교 때 물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독자는, 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는 "무중력= 자유낙하"가 무슨 말인가 할 것입니다. 자유낙하만큼 중력의 영향이 강하게 초래될 운동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일정 시간 경과 후 지면에 추락하여 벌어질 그 끔찍한 결과는 잠시 잊고라도, 최소한 공중을 자유 낙하 중일 때엔, 이른바 중력의 힘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무중력 상태라 부르는 것입니다.

 

왜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물체, 운동이 없는가? 빛은 질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물체는 최단 거리의 이동 경로를 찾아 움직이게 마련이지만, 빛은 더군다나 자체 중량이 없기 때문에, 물리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죠. 아인슈타인은 이를 바탕으로 갖가지 사고 실험을 전개했고, 이로부터 타임 머신 등 우리가 아는 모든 역설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이 책에서 하나 아쉬운 점은,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물체를 끌어당길 수는 이유에 대해, 그리 시원한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또, 왜 공간과 시간이 별개 좌표가 아닌, "시공간(영어로는 spacetime)"으로 파악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직관적인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독자가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건, 모든 이론은 언젠가 더 나은 이론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즉 절대 진리란 존재하기 힘들다는 그런 의미에서도, "상대성"은 타당성을 갖는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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