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길을 묻다 - 실전 사례에서 배우는 리더십 원리
송동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영어 제목으로 "LEADERS ENQUIRED"라고 되어 있습니다. "WE ASKS THE LEADERS.... " 정도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겠으니, 리더들에게 물어야 궁금증과 불안이 가십니다. 그러나 이 책은, 질문과 그에 대한 해명을 같이 짚어 나가면서, "고민하는 당신이 결국 리더이며, 모두가 리더가 될 때 진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론으로 결국 닫고 있습니다. 저자의 많은 고민, 그 자취가 녹아 있는 책이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고 해도, 또 제법 규모가 큰 조직이라고 해도, 특별한 리더십 없이 잘 돌아가는 때도 있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작은 사건이나 움직임이,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진단이 있습니다. 리더는 이처럼,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징조로 미래의 양상을 짚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 유능하지 못한 리더는 조직원을 탓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사려 깊은 리더는, 먼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조작은 결국 리더의 attitude에 의해 건강성과 미래에의 생존 능력이 결정되겠습니다. 어찌 보면 그 유명한 JFK의 명언과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조직성원들에게 조직을 위해 무엇을 했냐고 묻질 말고...."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은 처음부터 정해지는 걸까요.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향상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요. 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왜 훌륭한 스타플레이어가 훌륭한 감독까지 되지는 못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리려고 합니다. 마라도나와 히딩크는, 선수와 감독으로서의 경력이 서로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이들 중, 과연 누구를 더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독일 국가대표팀을 피파월드컵 우승까지 이끈 요아힘 뢰브는, 차 감독이 술회하듯 "자신의 백업 선수에 불과했던" 선수로서의 존재감은 거의 없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을 탓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문제를 짚을 줄 아는 리더가 될 줄 알았고, 그 결과는 이처럼이나 찬연한 업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책은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기대보다 많았습니다. 잘 알려진 위인이나 기업의 사례보다, 저자분께서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화 같은 게 많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이 사람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겠나?(p21)" 같은 건, 비록 길이가 짧지만 반전이 많은, 우리 나라 직장 현장에서 아주 실감 나게 겪곤 하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이런 책을 쓰는 저자분은, 만약 기업 실무에서 잔뼈가 굵은 분(학자, 교수 출신이 아닌)이라면, 대개 엄한 리더형이거나, 면도날 하나 들어갈 구석도 없는 깐깐한 리더형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 곳곳에서 소개된 (아마도 저자분의 경험담일 것 같은) 에피소드들은, 뭔가 빈 구석이 있으면서도 팀원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넉넉한 마음의 팀장, 관리자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자 자신이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부하에게는 너그러운" 리더상을 지지하는 분이어서인지, 읽는 독자에게 대단히 편안하게 와 닿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온화한 서술의 분위기와는 달리, 내용은 대단히 절박합니다.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위기와 도전을 겪은 분답게, 마음가짐을 느슨히할 수 없는 긴급한 메시지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조직이 만약 타성에 젖어 있으면, 고의로 위기를 유발해서라도 분위기를 다잡으라는 주문도 있습니다. 주로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고 논증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더는 부하의 기를 죽이는 역할(요즘 리즈 와이즈먼 때문에 유명해진 신조어로는 "디미니셔"라고 하죠)보다는, 오히려 기를 살리고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의 리더상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타성에 젖은 조직을 "인화"라는 명목으로 오래 방치하는 리더는 무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내부 경쟁을 지나친 강도로 유발해서, 오히려 팀웍을 해치게 되는 결과 역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틀어, "나는 양 극단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다가, 어느 새 요령을 익히게 된 노력형 리더였다"는 회고를 자주 꺼냅니다. 결국 실전에서는 균형 감각, 중용의 미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붉은 활자, 푸른 색상으로 강조, 표시된 내용은, 사회 생활을 아직 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두서 없고 요점이 잡히지 않은 이야기쯤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몸 담고 겪어 본 이들에게는, "이거 완전 내 이야기,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군." 같은 느낌이 팍팍 올 것입니다. 한국의 직장 생활이란, 이처럼 밑도끝도 없고,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고,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변전이 무쌍합니다. 그래서 외골수 스타일은 생존이 어렵고, A와 B 사이에서 균형 잘 잡고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는 이가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전문성이 부족하면 무조건 지적 받고, 아래에서 가벼이 보고 위로부터 박살 난다는 사실입니다. 늦은 나이에 전혀 기존 경력 무관한 부서로 발령이 나서, 자기 딴에는 기 안 죽으려고 "새로운 일이라서 재미있네?" 같은 기만적 반응도 보이다가, 결국 효용가치가 다했음을 확인한 회사로부터 잘리는 처지. 자신만 모르고 윗선 아랫사람 다 눈치 까고 있던 결과입니다. 이런 처량한 모습이 안 되려면, 자기에게 엄격하고 부단한 계발에 애써야 한다는 게 결론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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