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늘 불안한 걸까
마거릿 워렌버그 지음, 김좌준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 전쯤에 "무기력증"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법을 다룬 책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아무리 팔팔하고 능력과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무기력(helpless)이라는 함정, 벙커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니, 직장에서 많은 활동과 성과를 내고, 영민한 두뇌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일수록, 전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묫했을 때 느끼는 좌절과 굴욕감이, 평균적인 다른 이들의 그것을 훨씬 상회한다고 합니다. "무기력"은 일종의 감정, 일시적인 기분에 불과할 줄 알았는데, 원인과 증상, 그에 따른 치유 방법이 정해진 질병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문제로서 바로 보고, 그에 따른 정확한 대처를 하는 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현명한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 무기력'이 질병이라면, "불안"은 어떻겠습니까? 무기력은 사람에 따라 전혀 그 심각한 피해를 겪지 않고 일생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불안"은 그보다는 훨씬 보편적인 증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 제목도 있었습니다만. 이 "불안감"이란 녀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 올 뿐더러, 그 남기는 피해 역시 훨씬 심각한 수준입니다. "불안"역시 일종의 질병으로 분명히 범주를 정해 준다면,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심각한 "증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마거릿 워렌버그는 의사입니다. 의사이기만 한 게 아니라, 심리학과 정신 분석학에도 깊은 소양을 지닌, 인문학 소양이 상당한 치유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전통적인 뇌신경 과학 분야에 정통했을 뿐더러,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통해 동시대인이 겪고 있는 가장 흔하고 심각한 정신 질환이 무엇인지, 그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확고한 신념과 인식을 통해 완비된 처방을 제시하는 세라피스트입니다. "불안"이 그저 막연하고 모호한 감정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저 기분 전환이나 충분한 휴식으로 해결과 완치가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보는 "불안"은 질병에 가깝기 때문에, 먼저 불안이 발생하는 원인을 신경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대처 방법을 제시합니다. 여기에는 약물을 통한 치료도 포함됩니다만, 일상에서 간단히 시도할 수 있는 신체 동작, 호흡이나 자세 교정 세라피도 포함됩니다. 수시로 찾아 오는 불안감, 공황 상태 때문에 자주 곤란을 겪는 분이라면, 이 책을 상비해 두고 수시로 찾아 보면서, 그 지시하는 바를 따라해 보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 단 저자는,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은 어디까지나 "뇌"에 있다고 합니다. 뇌는 신체와 외부 상황에 연관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는 통로이자 최종의 저장소입니다. 정상적으로 정보를 수신, 발신하고, 그 결과가 왜곡 없이 처리되면,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평안하고, "뿔안" 따위가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습니다. 뇌 부위 중 어느 한 곳이 이상을 일으키고, 신경 전달 물질의 작용에 이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불안, 공황" 따위가 느껴지는 거죠. 저자는 그래서 우리의 뇌 구조에 대한 지식, 그리고 각종 반응을 야기, 유도하는 다양한 호르몬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제시합니다.


책의 주제가 "불안"이므로 이와 관련한 부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신경계 (nervous system)

2.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 (stress response system)

3. 대뇌피질 (cortex)

4. 변연계 (limbic system)

5. 기저핵 (basic ganglia)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부위는 변연계입니다. 이 부분은 정서와 기억을 담당하는데, 우리의 불안이라는 건 따지고 보면 정서, 불안의 두 가지 팩터에서 모든 것이 연유되다시피하기 때문이죠. 변연계는 다시 다음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습니다.

1. 시상 (thalamus)

2. 시상하부 (hypothalamus)

3. 해마 (hippocampus)

4. 편도체 (amygdala)


불안이란, 한 마디로 말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혹은 과민 반응, 잘못된 반응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작용 경로를 고찰해야, 이 불안을 효괴적으로 잠재울 수 있습니다. 위의 2. 시상하부(hypothalamus)는, 부신으로 두 가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보내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그 두 가지 홀르몬이란, 아드레날린코르티솔입니다.


특히 불안과 관련해서 중요한 부위는 편도체입니다. 편도체가 담당하는 것은 감정과 관련된 기억인데, 그 중에서도 부정적이고 공포스러운 것들에 특히 치중하여 관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뇌가 좌, 우의 두 반구(半球)로 구별되어 있다는 건, 현대 뇌신경과학자들 중에서는 부인하는 이들도 꽤 있는 형편입니다만, 이 책의 저자 워렌버그는 여전히 전통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편입니다. 그녀의 입장에 따르면 오른쪽 편도체는, 현재의 위험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는 기능을 맡고, 왼쪽 편도체는 그 단서를 과거의 기억과 비교하여, 얼마나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비교 평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좀 허무하기도 하지만, "불안"이란 결국 호르몬 분비 교란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 장애 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약물의 주입에 의해 이런 호르몬의 분비를 통제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불안이라는 증상이 다소라도 진정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약물 치료의 효과는 큰 편이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런 약물을 통한 처방과 대처를 꺼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가 이 약물 치료의 적기(適期)라고 할 수 있는가? 저자는 네 가지 정도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주기적으로 공황 발작, 어쩔 줄을 모를 만큼 당황하고 대처 불능의 심리에 빠지곤 하는지

-학교나 직장에 가기 싫고, 자력만으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지

-배가 아파서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불편을 겪는지

-몸이 떨리고 얼굴이 붉어진다든가, 서 있기 힘들 만큼 신체가 불안정한지

-근심 걱정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고, 일로 정신을 쏟다가도 채 몇 분 만에 다시 불안감에 빠지는지


이상의 어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약물 치료를 받는데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치료제로 제시되는 약물은 주로 1)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 2)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3) 부스피론(buspirone) 등이라고 합니다. 간혹 다른 계열의 약물도 동원되는데, 이것은 약칭 SNRIs, 즉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입니다. 이펙서, 심팍타, 프리스티크 등의 브랜드를 달고 있습니다. 제 지인 중에 해당자가 있어서, 특히 저 이펙서라는 약물 이름이 귀에 익습니다.


약 물치료가 여전히 거북하게 다가오는 분들을 위해, 저자는 1) 그렇다면, 당신이 섭취하는 것 중,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연에 차단하라는 권고를 합니다. 이것은 C.A.T.S로 저자에 의해 부르기 쉽게 요약됩니다.

 C - 카페인

 A - 술

 T - 담배

 S - 설탕 등 감미료


심 지어 건강에 좋다는 녹차에도 다량이 함유되어 있을 만큼, 카페인은 너무도 보편적인 성분이라 우리가 이를 피해갈 방도가 없다시피 합니다. 카페인은 거의 모든 종류의 불안을 일으키는 주범으로서, 일상에서 겪는 단순 홍조, 손떨림 증상 등 거의 관여하지 않는 때가 없습니다. 술과 담배의 해악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겠고, 설탕은 비단 불안 관련이 아니라도 이미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기피되고 있는 물질입니다. 저자가 관심을 가지는 물질은 아스파르테임(우리가 예전에 아스파탐이라고 불렀던)이라는 인공 감미료입니다. 이 성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일단은 주의가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설탕의 경우 특히 저혈당자가 섭취하면 스트레스 유발이 우려되며, 아스파르테임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인공 감미료는 섭취 제한이 건강에의 첩경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저 자의 주장 중 특히 눈이 가는 것은 "숨쉬는 방법을 완전히 바꾸라."는 것입니다. 핵심은, 교감 신경 흥분을 감소시키고,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호흡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동양에서도 전통적인 기 수련 방식의 일환으로 강조되는 것처럼, 복식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복식 호흡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방법을 잘못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실습상의 경험담도 이야기합니다. 즉, 숨을 들이쉴 때, 배가 나오는지 들어가는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배가 나와야 정상이며, 들어간다면 그건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마음은 역시 아음의 작용으로 다스려야 직접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마음챙김(MINDFULNESS)를 대단히 유효한 요법으로 제시합니다. 이 마음챙김이란, 정념, 유념이란 다른 말로도 표현되는데, 그 방법은 불안을 유발하는 다른 잡념을 일절 떨쳐 버리고, 인식의 전환, 호흦의 교정을 통해 일종의 명상 상태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우리 한국에서 정신 통일, 집중 등의 이름으로 태권도장이나 학교 CA 황동 시간에 많이들 접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실습이 간편하고, 직접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바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 주고 몸을 가볍게 하는 요법이 되겠습니다. 스 트레칭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 몸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일거에 떨치는 매우 유용한 수단입니다. 몸의 긴장과 경직은 결국 마음의 사소한 부분에까지 다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몸을 편하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근육은 긴장과 이완 작용을 통해 정신 상태의 조절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신장(伸張)과 이완"이라는 명칭도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불 안은 어쩌면 우리 생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려운 병증일 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불안을 느끼고 만성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지나친 불안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데에 있겠죠. 이시형 박사도 그의 저서 <배짱으로 삽시다>에서, 마음을 편히하고 긴장을 놓아리며, "아 나는 그냥 적당히, 즐기면서, 일을 망쳐도 좋다는 자세로 편안하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가 그리 칭찬해 마지 않는 김연아나 박지성, 코마네치 등도, 평상심 발현의 대가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불안은 최소한으로 누르고 달래며, 진짜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게 두 분 저자의 공통된 결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