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이야기 - 세계 거물들은 올해도 그곳을 찾는다
문정인.이재영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겉 모습이 그 내면의 실질을 배반할 때가 많죠. 스위스라는 나라는 요즘 우리 동시대인들에게야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관광의 천국과 낙농업의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인들이 오늘날처럼 부유한 경제 형편과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사회 제도상을 일구기까지는, 바로 한국인들이 겪은 역경과 시련 못지 않은 엄청난 고난의 이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피와 눈물,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용기를 통해 쟁취한 자유와 시스템이 오늘날의 직접 민주주의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는 스위스란 나라입니다.

평 화로운 외관이 내면을 배반하는 국면은 하나 더 발견됩니다. 이 지극히 안온하고 잘 정비된 국가 내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소도시 다보스, 바로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들어, 직접적으로는 자국과 소속(혹은 소유) 기업의 이해를 조정하고, 좀 멀게는 세계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머리를 맞대고 중지(衆智)를 모으는 동아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공식 명칭으로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대중들 사이에서 편하게 운위되기로는 "다보스 회의"라는 준상설기구입니다. 공식적으로는 UN 경제사회이사회의 옵저버 자격을 갖고 있을 뿐이지만, 이 기구는 그 참여자의 수적 규모나 질적 비중의 기준에서도 압도적이며, 그 실질적 영향력의 비중을 놓고 보면 오히혀 UN의 여타 기구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원수급 인사들이 빠짐 없이 참여하며, 회비를 납부하는 굵직굵직한 기업의 총수들 역시 이 거대한 의사소통의 장에 참여함을 큰 명예로 생각합니다.



다 보스 포럼은 지도자들 "그들만의 파티"는 아닙니다. 반서방적 성향을 지닌 국가의 지도자들, 문화적, 종교적으로 소수파에 속한 이들을 대변하는 명망가들, 문학,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전 인류에 긍정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재능 있는 개인,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직능 그룹이나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촉망 받는 차세대 지도자들까지 포함해서, 실로 지구촌의 얼굴과 영혼을 모자이크로 형성할 있는 멋진 사람들이 모이는 흥겨운 장터의 성격도 지닙니다. 모임의 성격 역시, 엘리트들만의 폐쇄적인 일방통행, 하향식 의사 전달 구조가 아닙니다. 다보스 포럼의 꽃은 "토론의 백가쟁명"입니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신분이 뛰어나며 배운 학식이 풍부하다고 해도, 온화하고 적확한, 아름답고 공감 유발적인 진솔한 언어로 상대를 설복하지 못한다면, 다보스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보스의 축제는 토론, 토론, 그리고 또 토론입니다. 토론만이 인간의 공존적 가치를 확보하며, 그 영혼의 공유적 숭고함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보스 포럼이 지향하는 가치를 여럿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다중이해관계자 이론(Multistakeholder Theory)
구 미에서는 개인주의와 합리적 사무 처리를 지향하는 실용주의가 발달한 문화적 특성을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Mind your own business란 말로 상징되는, 개별 실무에 있어 철저히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절실한 입장을 대변하여 해당 과업을 마무리짓는 전통은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자본주의의 발달을 지탱하는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해 왔죠. 그런데, 폐쇄적 소수의 이해관계자만으로 이뤄진 문제 해결 과정은,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에 장기적, 간접적으로 해를 끼친다든가, 나아가 소수의 원 이해관계자의 안위마저 보장할 수 없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각성에서 태동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다중관계자"입니다. 이해관계는 사슬에 사슬이 물리고 물려, 오늘날과 같은 밀집연쇄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회 구조에서는 웬만한 이를 구속하지 않음이 없는 보편적 현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보스 포럼은 그 본질이, 다중 이해관계자가 한 장(場)에 모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입니다.


2. 다음으로, 포럼은 그 영역이 "경제"에 속해 있는 만큼, 작금의 현황에서 지상 과제로 대두한 "혁신"의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혁신은 다음과 같은 하위 4대 과제로 나뉘어집니다.


①조직 혁신(Organizational Innovation)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앞서 말한 "다중이해관계자"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종래의 하향식, 폐쇄적, 배타적, 경쟁지향적 조직상으로는 현대의 복합적인 문제와 상황에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조직이 효율을 지향하려면, 오픈되고 교감해야 한다는 게 절대적 요청입니다. 혁신의 기본은 바로 조직의 전면 쇄신에서 출발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모두의 공감을 얻는데, 다보스 포럼은 혁신 논의의 장이지만 바로 그 자신이 혁신 조직의 멋진 실례이기도 합니다.


②토론의 혁신(Interactive Innovation)
앞 서 이야기했듯 혁신 조직의 이상형은 물론이고, 이 다보스 포럼의 근본적인 소통 방식 역시 토론입니다. 종래의 토론은, 발언권의 경직적 배분으로 인해 참여자의 총의(總意)가 진정성 있게 결집되기 힘들었습니다. 토론의 혁신상은 참여자의 진입이 가급적이면 제한을 두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참여자의 적실한 의사를 반영해야 하며, 그 토론의 산물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며, 토론의 과정이 합의적 윤리와 규칙에 기반하여야 합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벌어지는 모든 회의는, 인터넷으로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개됩니다. 토론이 과연 혁신을 지향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는, 인류의 지혜에 의해 즉각적인 검증 피드백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③지식 혁신(Knowledge Innovation)
통 섭을 이야기하는 세상입니다.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고립되고 규격화한 지식은 그 쓸모와 위신이 크게 위축되는 트렌드입니다. 지식은 횡적으로 인근의 경계를 넘어서 정수를 흡수하고, 원격지의 대응점을 찾아 수많은 하이퍼링크 구축을 통해 작용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지식은 또한 종적으로 지난 시대의 족적을 반성적으로 겸허하게 스캔하는 과정을 통해 연륜의 깊이를 쌓아야 하고, 먼 미래를 두려움 없이 내다봄으로써 인류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의 소통을 통해 그 다양한 실현 가능성이 구체화합니다.


④영향력 도출하기(Impact Driven Innovation)
아 무리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물적 정신적 생산의 과정에서 적시적소에 투입되어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배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영향력이란, 과거의 뉘앙스처럼 귄위, 권력적 관계를 암시함이 아니라, 소통적 친화성의 다른 말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다보스 포럼은 앞서 말한 것처럼 특권적 소수만의 잔치가 아닌, 전 인류를 향한 온정적이고 오픈된 의사 소통의 장입니다. 이곳 다보스 포럼에서 시도하는 소통과 영향력은, 그 자체로 혁신적 방법과 본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향은 언제나 쌍방향적이며, 그 효과는 선(善), 정의(正義), 풍요의 향상과 확산을 기도합니다.


이 책은, 성큼 다가온 국제화, 글로벌화의 흐름을 수도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고루 느낄 수 있는 지금, 또 세대간, 좌우 이념간의 대립을 성장통으로 격하게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한창 자기계발에 힘쓰는 경제활동인구, 자신의 장래를 보다 건설적이고 입체적인 방면으로 설계해야 할 학생층에게 권해 줄 만한 내용입니다. 주요 2인의 저자에 의해 서술이 주도되고 있는데, 한 사람은 지긋한 나이의 진보적 지식인이며, 다른 한 사람은 비교적 젊은 나이라고 할 보수주의의 입장에 선 현직 국회의원입니다. 다보스 이야기가 만약 단일 저자의 시각에서 풀어지고 있다면, 아무리 유효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아도 독자의 정서적 공감이나 각성을 "임팩트"있게 이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명실이 상부했다고할 만큼, 얼핏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대립적인 개성의 두 저자가 번갈아 가며 이 거대하고 매혹적이며 미래선도적인 단체, "마당"의 성격을 저술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교호적 토론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다보스인가"를 이해하는 데에 최적의 교재, 도우미였습니다. 두고두고 인상이 남을 멋진 독서 체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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